조글로로고
안로길-할빈사는 97세 안중근조카며느리
조글로미디어(ZOGLO) 2009년2월28일 07시34분    조회:788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하얼빈에서 부르는 애국가, 안중근…
3·1절 90돌…안중근 의사 조카며느리 안로길할머니를 찾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3·1절을 앞두고 중국 하얼빈에서 애국가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일제강점기 시절 만주벌판을 떠돌던 우리 동포들이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에 맞춰 부르던 곡조 그대로였다.

구슬프면서도 애잔함이 가득 묻어나는 애국가를 취재팀에게 들려준 사람은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조카며느리인 안로길(97) 할머니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지 100주년이 되는 올해, 그 역사적인 현장인 하얼빈에 아직도 안 의사의 피붙이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나선 터였다.

할머니를 만난 곳은 흑룡강성 하얼빈시 중심지역인 난강구(南崗區)의 한 아파트였다. 할머니는 혼자 방안을 걸어다닐 정도로 정정했지만 대화를 제대로 나누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옛일을 띄엄띄엄 회고하다가도 한참 동안 한국말과 중국말을 섞어가며 뭔가를 중얼거렸고, 이 같은 행동이 몇 차례나 되풀이됐다.

기자가 안 의사에 대해 물어보니 그 말만은 또렷하고 분명한 어투로 답했다. 안 의사는 "셋째 할아버지의 아들"이라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는 안 의사 사촌인 홍근(洪根)의 막내아들 무생(武生)의 부인으로, 안 의사에게는 5촌 조카 며느리(당질부)가 된다.

할머니는 방에 걸려있는 안 의사 사진을 떼내 손으로 쓰다듬으며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몰라" 하며 눈시울을 훔쳤고 장롱 속 깊이 놓아둔 안 의사 관련 자료를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일본사람들이 우리 동포를 수없이 죽였어. (안 의사는) 우리 동포를 살리려고 도둑질하러 온 그 흉적을 없앴어.” 할머니는 안 의사에 대해 "(다재다능하다는 뜻으로) 박사였다"는 말도 했다.

이틀 동안 할머니를 만나면서 '어떻게 이렇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모진 고생을 한 분임을 알게 됐다. 고향 황해도에서 만주로 이주, 17세 때 결혼했고 1945년 하얼빈의 북쪽인 흑룡강성 해북진에서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았다. 이때 동포 손에 억울하게 죽은 남편을 위해 차(車)씨였던 성(姓)을 안씨로 바꿨다고 한다. 1958년 천주교를 믿은 죄로 '정치범'으로 분류돼 중국 감옥에 40년이나 갇혀 있었다.

※ ▶ 버튼을 클릭하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양로원을 운영하면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최선옥(72·전 성모자애병원 원장) 수녀는 “9년 전 할머니를 처음 만났는데 감옥에서 나와 갈 곳이 없어 이곳저곳 전전하고 계셨다"면서 "그때는 치매가 심했고 몸도 약했는데 요즘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최 수녀는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돌볼 계획이라고 했다.

평소 할머니가 열중하는 것은 태극기를 만드는 일이다. 틈나는 대로 바느질을 해 하얀 천에 태극과 건이감곤을 새겼다. 비록 태극과 건이감곤의 위치가 맞지 않고 훌륭한 작품이 아닐지 모르지만 할머니의 정성은 놀라울 정도였다. 감옥에 있을 때는 자신의 치마 저고리에서 한올 한올 실을 뽑아 태극기를 만들어 속옷 깊숙이 감춰놓았다 고향 생각, 조국 생각이 날때마다 펼쳐보곤 했다고 한다. 그 사연 많은 태극기는 경기도 여주에 있는 '옹기동산 청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할머니의 몸은 21세기에 있지만 의식과 사고는 아직도 일제강점기 시절 동포들이 그토록 바라던 '대한독립'에 맞춰져 있었다. 나라 잃은 백성의 슬픔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할머니의 기나긴 투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신문 중국 하얼빈에서 박병선 기자 lala@msnet.co.kr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중국 연변의 대표적 시인 리상각(69) 망향시 낭송회가 13일 오후2시 양구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다.  이날 시낭송회에서는 `실개울' `분계선' 등 11편의 시를 양구지역 문인들과 이씨가 직접 낭송하며 어린이강원일보합창단이 특별공연을 펼친다.  양구군 해안면에서 태어나 3세 때 북만주로 이민간 이씨는 18권의 시집을...
  • 2005-10-10
  • 조선족대학생 물에 빠진 아이 구하려다 희생 10월1일 오후 4시 져우룽퍼 룡봉계부두(九龍坡龍鳳溪碼頭) 장강기슭에서 중경과학기술학원 조선족학생 이항대(李恒太)씨가 물에 빠진 한 남자아이를 구하려다가 물에 떠 내려가 행방물명이다. 중경석간(重慶晩報)이 이 사실을 연속 보도 한다음 중경시시민들은 이항대씨를 칭찬하...
  • 2005-10-10
  • {원제:한국문학 소개 40여년, 웨이쉬성 베이징대 교수] 평생을 한글과 한국문학 연구에 매진해온 중국인 노교수가 53년 만에 꿈을 이뤘다. 웨이수청(77) 베이징대 동방언어문학부 교수가 그 주인공. 웨이 교수는 559돌 한글날인 9일 ‘40여년간 중국인들에게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등 한국어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우리 정...
  • 2005-10-10
  • [원제:중국작가협회중앙위원 김철 그는 누구인가] 1."수정주의자,김철을 타도하자!" 베이징에서 불어닥친 광풍,"수정주의자를 때려 잡아라!" 홍위병들은 엘리트,지식인이 쌓아 놓은 '상식'과 '모럴'을 일거에 무너뜨렸다.그것은 현란한 퍼포먼스였다. "죄 없는 죄인"이 양산됐다.중학생들 또는 열 대여섯 살쯤의,소년들은 모...
  • 2005-10-09
  • 국경무역의 귀재 -제 10전국인대 대표, 동녕길신그룹 리사장 최룡길의 사적을 적는다 -서정옥- 흑룡강성 동남부 국경에 자리잡고있는 동녕현은 국경무역이 아주 활발하다. 동쪽으로 로씨야와 린접해있는 동녕현은 국경선의 길이가 139 킬로메터이며 로씨야 원동지구에서 가장 큰 도시인 해삼위, 가장 큰 철도역인 우쑤리수쿠...
  • 2005-10-07
  • 한국 화교 초중정선생 고향의 교육사업 지원 최근 한국 화교 초충정선생은 연대시 무평구 왕격장진 한화학교를 찾아 부친 초화탕 선생을 대표하여 학교에 5.3만원의 교육기금을 기부하였습니다. 초화탕 선생은 원 한국 조치원 화교협회회장이며 무평현 초가사람입니다. 1995년부터 초선생은 선후로 고향을 위하여 60만원을 ...
  • 2005-10-07
  • 쿠쿠밥솥 중국에 정착한다 이영한총경리: 《청도에 발판 마련 다음역은 동북》이라고 밥솥 하면 한국에서 소비자 지명도가 99%에 달하는 유명브랜드 쿠쿠(CUCKOO), 한국에서 년간생산량이 280만대로 시장 점유률이 65%, 세계 30여개 나라에 수출되는 쿠쿠밥솥. 이 쿠쿠밥솥이 중국에 정착하고있다. 한국 쿠쿠전자가 중국대륙...
  • 2005-10-07
  • [원제:춘천마라톤 누가 먼저 손 치켜들까] [조선일보 김왕근 기자] 국가대표 제인모냐, 조선족 정운산이냐. 아니면 제3의 선수냐. 5일 등록이 마감되면서 제59회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엘리트부문 레이스의 윤곽이 드러났다. 1999년과 2002년 춘천마라톤에서 우승한 제인모(29·국민체육진흥공단)는 우승 상금 3000만원이 걸려...
  • 2005-10-06
  • (서울=연합뉴스) [美법원 보호관찰 집행정지…조만간 고국 방문 김씨 "끝까지 포기 안한 건 국민 성원 때문"]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다 풀려난 뒤 보호관찰을 받아온 로버트 김(64ㆍ한국명 김채곤)이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 로버트 김은 5일 연합뉴스와 가진 국제통화에서...
  • 2005-10-05
  • 미국의 로이 글라우버 교수와 존 홀 교수, 독일의 테오도어 헨슈 교수 등 3명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4일 오전(현지시간) 레 이저에서 나오는 빛의 입자(광자)가 동일한 주파수와 속도, 방향으로 움직임을 반복한다는 것을 밝힌 글라우버와 레...
  • 2005-10-05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