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어느덧 35살의 노장이 됐지만 클래스는 살아있었다. 이탈리아의 ‘패스 마스터’ 안드레아 피를로(35)가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며 이탈리아를 지탱했다.
피를로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7시부터 아마우스의 아레노 아마조니아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D조 첫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마르키시오, 데 로시, 베라티와 함께 미드필드를 이룬 피를로는 이날도 변함없이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이 임무를 탁월하게 수행하며 이탈리아를 지휘했다. 이날 피를로의 볼 터치 횟수는 총 112회, 패스 성공률은 무려 96%에 달했다. 환상적인 수치였다.
데 로시와 함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은 피를로였다. 공격을 전개할 때는 데 로시가 수비 라인으로 약간 처지고 그 앞에서 피를로가 패스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안정적이었고 경기장 곳곳을 구석구석 누볐다. 주로 중앙선 아래 부근에 위치했지만 전진이 필요한 시점에는 과감하게 앞으로 나갔다. 피를로와 전방 공격수들의 간격이 좁아지는 순간, 이탈리아는 가장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이탈리아의 첫 골 득점 상황은 피를로의 축구 지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전반 35분 오른쪽으로 빠진 베라티가 가운데로 공을 돌렸다. 공의 경로에는 피를로가 있었다. 누가 봐도 피를로가 공을 잡는 장면이었다. 피를로의 마크를 맡은 스터리지도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피를로는 그 공을 뒤로 흘렸다. 스터리지가 피를로와 함께 공을 지나쳤고 이 공은 중원에서 자유롭게 서 있었던 마르키시오에게 연결됐다. 그리고 마르키시오의 중거리 슈팅은 잉글랜드 골문을 빨려들어갔다. 베라티의 어시스트로 기록됐지만 피를로의 완벽한 속임 동작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발로텔리에게 절묘한 패스를 찔러주기도 했다. 왼쪽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는 발로텔리의 움직임을 보고 전진패스를 넣었다. 하트 골키퍼의 키를 넘기려는 발로텔리의 시도는 자키엘카의 필사적인 클리어링에 막혀 무위에 그쳤으나 피를로의 패스 감각을 칭찬해 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후반에는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린 가운데에서도 정확한 패스가 계속 이어지며 이탈리아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도왔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크로스바를 맞히는 등 잉글랜드를 끝까지 괴롭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피를로에게 마지막 메이저 대회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피를로에게는 트로피를 추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의미도 된다. 피를로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여전한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첫 판에서 충분히 증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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