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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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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    제4회 새별아동문학상 시상식 문야 댓글:  조회:96  추천:0  2026-04-19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 제4회 새별아동문학상 시상식 및 아동문학세미나 연길서~ 原创 문야 潮歌网    2026年3月16日 07:18 吉林 1人   조글로  21돐  www.zoglo.net 조선족글로벌네트워크 · 사이버박물관 제4회 새별아동문학상 시상식 및 아동문학세미나 연길서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 주최, 향항골든해양항운그룹 후원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회장 김장혁)에서 주최하고 향항골든해양항운그룹에서 후원한 제4회 새별아동문학상 시상식 및 아동문학세미나가 3월15일, 연길 그랜드웨딩홀에서 있었다. 행사는 지난 4년간의 아동문학 성과를 결산하고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리향화 비서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회가 제창을 시작으로 김장혁 회장의 개막사, 심사평, 시상식, 수상작품 감상, 특강 순으로 이어졌다. ◆ 지난 4년간 24명 수상, 왕성한 창작 활동 돋보여 김장혁 회장은 개막사에서 "지난 4년간 여러분의 열정적인 지지 속에 골든해양아동문학상 4차, 새별아동문학상을 4차 진행해 총 2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며 "아동문학연구회 기관지 《꽃나라》를 통해 120여편의 회원 작품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개막사를 하는 김장혁 회장  특히 김회장은 88세를 넘긴 김만석 교수, 김영능, 김동진 등 원로 작가들의 왕성한 창작 열정에 감동을 표했다. 그는 "김만석 교수는 지난해 성인소설집 《멍청이 누나》에 이어 아동소설집을 출간했고 매일 새벽 5시반에 일어나 문학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후배 작가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범을 소개했다. -수상자들(좌로부터 리명자, 김만석, 남송화)  올해 70대를 맞은 박영옥 작가는 지난 한해에만 39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로년세계' 수기금상, '청년생활' 수기우수상 등을 수상했고 80세를 넘긴 정문준 선생은 소설집 《복슬강아지》를 출간하는 등 원로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외에도 남옥란, 박병선, 박경화, 박정흡, 최봉녀 등 중진 작가들도 각종 매체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연변 아동문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 엄정한 심사 거쳐 세부문 수상작 선정 심사평(박송천의 심사평을 박은화 대독)에 따르면 이번 공모전에는 동시, 동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우수 작품이 응모되였으며 ‘사람을 보지 않고 작품만 본다’는 원칙아래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결과 리명자의 동시 , 김만석의 동화 ,남송화의 소설 가 우수상으로 선정되였다. 심사평에 따르면 리명자의 동시 에서 금붕어를 빨간 한복 입고 수중발레를 추는 모습으로 의인화한 시각적 이미지가 돋보이며 에서는 공기로 배불린 축구공이 아이들의 발에 차이는 경험을 처음에는 '미움'으로 느꼈지만 꼴이 들어가는 순간 환호성을 듣고 그것이 '우정을 다져주는 뜨거운 발길'이였음을 깨닫는 과정은 아주 극적인 반전이면서도 감동적이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만석의 동화 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현대사회의 갈등을 제비와 장수할아버지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공장 건물 2층에 16개의 제비 둥지를 일렬로 만든 '제비네 아파트'는 인간의 개발 욕구와 자연의 보존 욕구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상징”이라는 평을 받았다. 남송화의 아동소설 는 수학시간 졸음이라는 일상적 경험을 지구 멸망과 화성 이주라는 상상력으로 확장시킨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즉 "땀에 흠뻑 젖은 채 꿈에서 깨어난 현이가 '아직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라고 중얼거리는 순간, 진정한 성장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시작됨을 깨닫게 한다"고 작품의 깊이를 평가했다. 심사평에서는 또 “아동문학은 언제나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기교보다는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짧지만 매력적인 작품이 더욱 필요하다.”는 아쉬움과 기대를 함께 전했다. ◆ 풍성한 부대행사와 문학세미나 이번 행사에서는 수상자들의 소감 발표와 함께 수상작을 직접 랑송하는 시간을 마련해 참석자들의 리해를 높였다. 동시 랑송은 연변대학사범분원 학전교육전공 김애림 학생과 연길시 공원소학교 5학년 류소이 학생이 맡아 맑고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동시 랑송에 류소이, 김애림 -아동소설 수상작을 랑독하는 차려화 부비서장  제2부 아동문학세미나에서는 저명한 아동문학 리론가이자 평론가, 작가인 김만석 교수가 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김만석 교수  김교수는 평생의 창작경험을 바탕으로 동시문학의 리론과 실제 창작방법론을 깊이 있게 풀어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 아동문학의 밝은 미래를 확인하는 자리 이번 행사는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가 새 회장단 구성 이후 4년간 이룩한 성과를 종합적으로 결산하는 자리였다. 향항골든해양항운그룹의 지속적인 후원 속에 마련된 이 상은 지역 아동문학가들에게 창작 의욕을 북돋우는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사회를 하는 리향화 비서장  연구회는 앞으로도 《꽃나라》 잡지 발간을 통한 회원 작품 발굴과 다양한 문학세미나 개최를 통해 아동문학 발전에 힘쓸 계획이다. 또한 김만석 교수의 아동소설 소형좌담회 개최 등 원로 작가들의 풍부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심사평을 대독하는 박은화 사무국장  김장혁 회장은 "오늘 수상자들의 아름다운 작품과 깊이 있는 특강을 통해 우리 아동문학의 밝은 미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어린이들의 현실과 결부된 아이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들이 꾸준히 창작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수상자와 참석자 모두가 아동문학의 발전을 향한 열정을 재확인하고 따뜻한 격려와 박수 속에서 막을 내렸다. 사진 글 문야   조글로    조글로 웹사이트에 진입~   阅读原文 阅读 402                         ​   留言 写留言
566    변화의 시대 아동문학의 새 길을 찾아 신현희 기자 댓글:  조회:25  추천:0  2026-04-19
  변화의 시대 아동문학의 새 길을 찾아        延边日报              2026年3月20日 15:00 吉林 3人   在小说阅读器读本章   去阅读   在小说阅读器中沉浸阅读       언어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면 아동문학은 그 그릇을 빚는 가장 맑고 단단한 흙이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이들의 정서와 정감을 담은 동시와 동화가 깃들도록 하는 일은 단순한 문화적 향유를 넘어 한 군체의 정신적 원형을 보전하는 일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3월, 척박한 토양에 아동문학의 씨앗을 뿌렸던 김만석 선생의 의지는 이제 ‘설립 30돐’이라는 울창한 숲의 입구에 서있다. 하지만 그 숲을 마주한 오늘날의 현실은 그리 록록지 않다. 미디어의 범람과 언어환경의 변화 속에서  ‘아동문학’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의 김장혁 회장을 만나 그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래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동문학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연구회의 30년     아동문학연구회는 태동부터가 남달랐다. 연구회의 력사는 연변 아동문학의 성장사와 궤도를 같이한다. 김만석 선생이 설립한 이래 정판룡 등 지역 지성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으며 아동문학연구회는 우리 지역 아동문학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김만석 선생이 26년간 회장과 법인대표를 력임하며 52명의 작가에게 아동문학상을 수여하는 등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최근의 현실은 결코 락관적이지 않다. 아이들이 책장 대신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는 시대, 작가들의 창작열은 독자 감소라는 벽에 부딪쳐 차갑게 식어가는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 국면에 4년 전 바통을 이어받은 김장혁 회장은 지난날 단단했던 토대 우에 ‘현대적 확산’이라는 새로운 기치를 내걸었다.       ◆‘새별’이 띄운 희망, 창작의 불씨 다시 지펴       연구회가 선택한 정공법은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하는 ‘기회의 확대’였다. 기존의 ‘골든 해양 아동문학상’에 더해 ‘새별아동문학상’을 추가로 신설하며 년간 1회였던 시상규모를 2회로 늘였다. 이는 단순히 상의 개수를 늘인 데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글을 쓴 작가들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역할을 일으키며 펜을 내려놓았던 작가들이 다시금 펜을 잡도록 동력을 제공했다. 실제로 지난 4년간 도합 24명의 작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침체되였던 지역 아동문학계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했다.     지난 15일에 열린 ‘새별아동문학상’ 시상식은 연구회가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뉴미디어시대 힘든 환경에서도 우리 지역 아동문학 작가들은 동심을 기록하는 우수한 작품들을 창작해내며 지역 아동문학계에 여전히 ‘살아있는 문학’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장혁 회장은 이를 두고 연구회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지표라 강조하며 작가들이 빚어낸 문장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정서 함양과 지역문학생태계의 복원에 핵심적인 동력이 되고 있음을 력설했다.       ◆디지털 ‘령토’로의 확장, 활자를 넘어 공간으로       “지금 우리 아동문학은 힘든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김장혁 회장의 진단은 뼈아프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이동통신시대 다양한 뉴미디어의 출현과 그에 따른 종이도서 독자층의 감소이다. 이에 따라 아동문학연구회는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는 대신 그 흐름에 몸을 실었다.     종이책보다 동영상미디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더 이상 활자 속에서 꿈을 꾸지 않는다. 작가들이 피와 땀으로 원고를 채워도 이를 읽어줄 독자가 사라져가는 현실은 문학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 그러나 김회장은 비관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아이들이 열광하는 스마트폰과 온라인 플랫폼을 아동문학의 새로운 ‘령토’로 삼았다. 연구회는 작가들의 동시를 아이들의 랑송 소리와 다채로운 영상으로 결합해 30여개의 온라인 단톡방과 청소년예술촉진회 채널을 통해 전세계에 널린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활자를 넘어선 소리와 영상의 결합은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는 우리 지역 ‘아동문학’이 디지털시대에도 충분히 생존 가능함을 증명한 사례가 되였다. 기술은 변해도 그 속에 담긴 아동들을 위해 복무하고 아동들의 심성을 도야하기 위한다는 아동문학연구회의 신념이 응축된 결과이기도 했다.          ◆10년 뒤의 약속,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정진       연구회가 그리는 10년 뒤의 모습은 명확하다. 비록 지금은 현대 미디어의 충격에 따른 힘든 걸음을 걷고 있을지라도 작가들의 정진과 독자들의 사랑이 만난다면 아동문학은 반드시 다시 찬란한 빛을 뿌리리라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을 갖고 아동문학연구회는 스스로 자생의 길을 닦으며 현시대에 부응하는 아동문학의 정립과 발전을 위해 고심을 부단히 이어가고 있다.     30년 전 뿌려진 씨앗은 이제 거목이 되여 문학의 새로운 숲을 지탱하고 있다. 비록 격변하는 시대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동문학연구회가 지피고 있는 창작의 등불이 있는 한 우리 아이들의 꿈은 그러한 따스함을 받으며 서서히 성장해나갈 것이다.       신연희 기자   来源:延边日报 初审:南明花 复审:郑恩峰 终审:朴银姬
565    수필 행복지수와 관념갱신 김장혁 댓글:  조회:1286  추천:2  2026-03-13
      수필             행복지수와 관념갱신                                김장혁    어느 하루 밤에 먼 강남에 있는 아들은 집을 사게 돈을 부쳐달라고 전화했다.     나는 정기저금 리자를 잘리울가 봐 은근히 아까워 반대했다. 그때 당시는 1년 정기저금 리자가 3.8이나 됐다. 그러나 아들놈은 기어이 나를 설득하려고 들었다.    “아버진 이전에 항상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세집살이를 시키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해마다 까짓 정기저금 리자보다집값이 엄청 껑충껑충 뛰여올라갑니다. 여기서 지난해 아파트 한평방에 5~6천 했는데 올해엔 8천원이나 합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어느게 리득인가?”     “아버지 낡은 소비관념을 갱신해야 합니다. 아버지랑 옛날 로인들은 몇십년 아글타글 돈을 벌어서 년세 들어서야 집을 사고나서 백발을 휘날리면서 ‘아, 나에게도 끝내는 자기 집이 있게 됐구나.”라고 감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젊은이들은 손에 쥔 돈이 없으면서도 부모의 돈을 가져가거나 대부금을 내서, 몇백만원 빚을 져서라도 집을 먼저 사놓고 들어 인생의 락을 향수하면서 돈을 벌어 몇십년후에 천천히 집값을 물 궁리를 합니다. 빚을 다 문 날이면 젊은인들은 ‘난 끝내 집값을 다 물었구나.’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옛날 로인들과 현시대 젊은이들의 소비관념이 다른 점입니다. 아버지랑 옛날 로인들은 묵은 소비관념에 의해 먼저 집값을 만드느라고 거의 반평생을 집 같은 집에서 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랑 자기 집을 마련했을 때는 좋은 세월이 다 흘러지나가고 황혼을 맞는 비극이 기수부지입니다. 때문에 낡은 소비관념을 버리고 현시대 젊은이들에게서도 새로운 소비관념을 배워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야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인생이 얼마나 길다고 한뉘 돈이란 거미줄에 얽매워 향수하지 못하고 살겠습니까?”     아들의 말에 나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더는 수전노처럼 눈 앞의 정기저금 리자를 붙안고  아들의 요구를 거절할 힘이 없었다.     나는 아까운대로 정기저금을 찾아내고 살던 집까지 팔아 아들한테 집을 사라고 선불금을 얼마간 대주었다. 아들은 몇십년 갚기로 하고 백만원이나 대부금을 내 백여평방메터 되는 아파트를 끝내 샀다. 아프트 값 폭등으로 해 그 아파트는 지금 시가로 사려면 4백여만원이나 내야 된다고 했다. 나는 아들이 일깨워준 충고를 들은 일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소비관념 때문에 자칫하면 숱해 밑질번 하지 않았던가?     아들의 아파트를 구매한 일을 통해 나는 많은 계시를 받았다. 우리는 모든 낡은 관념을 갱신하고 시대에 맞는 관념을 옳바로 세워야 우리 인생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한 안로인은 돈을 아껴 화장실에서 위생종이가 아까와 낡은 옷을 가위로 베여 천쪼각을 썼다. 그녀는 자식이거나 손님이 집에 오면 체면 때문에 천쪼각을 부랴부랴 치우고 아까운대로 위생지를 화장실에 갖춰놓는다고 하였다. 돈 한푼이라도 절약하려고 그러겠지만 틀린 소비관념이다. 별의별 세균이 다 슴배인 낡은 옷 천쪼각을 쓰면 항문과 하신에 세균이 침입해 염증 혹은 더 중한 병에 걸릴수도 있다. 특히 안로인들은 천쪼각으로 소변을 보고 하신을 닦으면 부산과병에 걸릴수도 있다. 옛날 해방전처럼 생활이 가난한 시기에 위생지도 없을 때 녀성들이 위생지 대신 천쪼각을 썼다는 말은 들었다. 생활수준이 제고된 지금 건강을 위해서라도 천쪼각을 쓰는 문명하지 못한 소비관념을 버려야 한다.    칠순고개를 넘은 나의 고모사촌누나는 집 가까이에 남새상점이 있건만 눅은 남새를 사려고 늘 자전거를 타고 몇킬로메터 떨어진 남새도매상점으로 다녔다. 국외에 있는 아들딸 셋이 어머니가 상할가 봐 말리면서 남새를 살 돈을 푼푼히 부쳐보냈건만 누나 소비관념은 개변되지 않았다. 하여 눈 내린 날에 자전거를 타고 남새도매상점으로 가다가 내리막길에서 미끌어넘어져 다리에 심한 골절상을 입었다. 결과 십여 년동안 남새도매상점으로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절약한 돈을 다  처넣고서도 치료비가 모자라 자식들의 신세를 입어야 했다. 돈이 더 들어간것은 둘째이고 골절로 인해 생활을 자립하지 못해 본인은 두말할것 없이 고통스러웠고 누나를 간호하는 머리 허연 매형은 얼마나 힘겨웠겠는가? 이는 그릇된 소비관념이 낳은 비극이다.    고모사촌누나는 이른 남새철에 갓 장마당에 나온 생신한 오이나 가지는 비싸다고 사지 않고 저물어가는 늦가을이 다 돼 몇십전씩 할 때에야 늙고 시든 오이를 사서 먹는다고 하였다. 령감이 생신한 오이와 가지를 너무 먹고싶어서 어쩌다 사오면 비싼걸 사왔다고 야단친다고 하였다. 돈이 없어 그랬을가? 아니다. 부교수급 지식인의 월급이면 생신한 오이나 가지를 사잡숫지 못할 가긍한 처지는 아니지 않는가! 그 안로인은 령감에게 항상 제일 눅고 질이 차한 근들이소주를 사서 대접했고 아들이 왔다가 몇십원짜리거나 몇백원짜리 소주를 사다가 대접하면 기가 넘어갈 지경이였다. 지어 아들 덕분에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친후 먹다가 남긴 멀건 국물마저 비닐주머니를 달라고 해 퍼담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먹다남은 멀건 국물이 아까운것은 알아도 어찌 아들며느리 낯이 깎이우는것은 생각지도 못했을가!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런 희극은 모두다 그 놈의 시대에 뒤떨어지고 좀스러운 소비관념이 머리에 꽉 들이박혀있기때문이 아니고 무었이겠는가!    한 안로인은 딸이 차린 양고기산적점에서 청소를 하고 양고기점을 꿰주면서 딸을 도와주다가 손님들이 탔다고 먹지 않고 남긴 양고기점을 아까워 주어뒀다가 먹군 하였다. 탄 양고기점에는 발암물질이 많았기에 안로인은 대장암에 걸려 사망하고말았다. 한 안로인은 병원에 가서 별의별 환자들을 간호하면서 환자가 먹다가 남긴 밥과 채를 아까와 버리지 않고 먹었으며 림종환자들이 준 옷을 입고 다녔다. 옛날부터 어렵게 살아온 분이기에 옷값이나 밥값을 한푼이라도 남으려는것이였다. 그러나 간병환자에게서 간염이 전염될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결국 그 안로인은 간암과 간복수, 당뇨병합병증에까지 걸려 생명까지 잃고말았다.     지금 돈이 없어 이런 비극이 벌어진것이 아니다. 주요하게 소비관념에 문제가 있기때문이다. 우리는 소비관념을 갱신해 눈앞에 돈이 나가는것만 생각하지 말고 좀 돈을 팔더라도 편안하고 건강하게 살면 좋지 않겠는가? 밀치락거리는 뻐스에 앉지 말고 택시에 척 앉아 가면 얼마나 어르신답고 신사답게 멋지고 편안하겠는가?    일본에서 해일이 휩쓸고 지나간 해변가에는 보험궤가 페허속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 보험궤는 일본 로인들이 생전에 쓰지 않고 한푼두푼 모은 돈을 넣은 유물이였다. 이 모든것은 돈이 모자라 쓰지 못한것이 아니라 목숨이 모자라 돈을 다 쓰지 못하고 이 세상을 총망히 떠나간 비극이 아니겠는가? 한번 가면 다시 못 오는 반디불 같은 짧은 한생에 아껴 먹고 쓰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나서야 무슨 락이 있겠는가!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전통양로관념도 갱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로인들은 전통양로관념을 벗어나 자식들과 한 집에서 살려고 하지 않고있다. 또 대부분 자식들도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지만 한 집에서 살기는 서로 불편하다고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로인들은 아직도 전통양로관념을 벗어나지 못해 자손들과 한 집에서 살면서 천륜지락을 누리려고 한다.    한 늙은 량주는 전통관념으로 맏아들과 한 집에서 살 예산으로 젊을 때 한국에서 뼈빠지게 일해 번 돈으로 맏아들에게 매 평방메터에 2만원도 넘게 주고 3개 침실에 널직한 객방을 갖춘 120평방메터 되는 집과 고급승용차까지 사주었다. 그러나 항상 부모를 모시고 살겠다던 맏며느리가 늙은 시부모가 한국에서 돌아온지 한달도 안돼 한집에서 살지 못하겠다고 나누울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시아버지가 샤와욕을 하고 머리카락과 때가 지저분하게 널려있다는지, 창문옆에서 담배를 피워 갓난애에게 피해를 입힌다는지, 잘 때 코를 구들고래 꺼질 지경으로 곤다는지 별의별 허물을 다 트집잡으면서 나가서 따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내놓고 떠들었다. 며느리는 시부모와 모든 관념이 맛지 않아 한시도 함께 살지 못하겠다면서 아예 반란이라도 일으킬 작정으로 갓난애를 싸업고 친정부모가 있는 한국으로 훌쩍 떠나가버리였다.     설상가상으로 둘째아들며느리도 부모와 한집에서 살지 못하겠다고 막아나섰다. 둘째아들과 며느리는 이전에 형과 보모의 돈을 빨아내는 경쟁을 벌린적이 있었다. 그들은 부모를 보고 “맏아들만 아들이고 둘째아들은 아들이 아닙니까? 늘그막에 두고봅시다.”라고 을러메면서 부모의 돈을 빨아내 100평방메터 되는 집을 샀다.  둘째아들은 부모를 보고 “부모의 돈을 더 많이 가진 맏아들이 모시지 않는데 둘째가 모실게 있는가?”라고 하면서 자기 집 근처에 세집을 맡고 살라고 하였다.    한국에서 애나게 번 돈을 몽땅 두 불효자에게 주고나니, 아니, 떼우고나니 주름살이 밭고랑처럼 파인 량주는 늘그막에 어느 아들 집에도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눈물겨운 처지로 돼버렸다. 뒤늦게야 정신을 펄쩍 차린 늙은 량주는 전통양로방식을 벗어나 과단성있게 아들 둘이나 사는 도시를 떠나 자기가 살던 마을로 돌아가 살기로 마음먹었다.    한족며느리를 삶은 늙은 량주는 전통양로방식대로 자식들과 살기 더욱 어렵다. 한족과 조선족의 음식습관이 다른데다가 동북과 남방의 모든 관념상 차이는 조선족시부모와 한족며느리 사이에 높은 장벽을 쌓아놓았다. 조선족시어머니는 조선족의 음식습관에 따라 항상 장국을 끓여 밥상에 올렸다. 그러나 한족며느리는 장국냄새를 맡기만 해도 상을 찡그리군 하였다. 한족며느리는 음식에 무슨 양념을 가득 넣고 기름에 볶아야 맛있어했지만 조선족시어머니는 양념냄새를 딱 싫어했고 아들이 살이 진다고 기름에 볶아 먹이지 않고 돼지고기도 물에 삶거나 고마이도 시루에 쪄서 먹였다. 늘 부동한 음식습관으로 해 고부 사이에는 날따라 깊은 금이 점점 실려갔다. 며느리는 언제 시어머니가 주방을 떠나겠는가, 아니, 자기 집에서 언제 떠나가겠는가고 기다리는 눈치였다. 남방의 한족며느리들은 우리 조선족들과는 물론이고 동북의 한족들과도 관념과 습관이 달랐다. 남방의 한족들은 대대로 친정집어머니가 보모처럼 집안청소까지 날마다 다 해주면서 딸집의 가무를 거들어주는 전통관념이 있다. 그러나 조선족시아버지는 늘 틀을 차리고 앉아 술을 마시고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데다가 잔소리가 많았다. 남방의 한족며느리가 이런 대남자주의관념이 꽉 찬 시아버지를 좋아할리 있겠는가.     로인들과 자녀들은 가치관, 소비관, 자녀교양관 그리고 생활습관, 양로방식 등 여러 면에서 관념차이가 있다.한집이란 졻은 공간에서 부모자식들이 함께 생활하면 천륜지락을 누리는 좋은 점외에 불편한점도 많은것 같다.     한 안로인은 한국에서 한푼이라도 남으려고 세집도 해빛이 잘 들지 않는 ,반토굴이나 다름없는 손바닥만한 월세집에서 살았다. 쌀도 항상 시장에서 누렇게 변질이 간 눅거리쌀을 사다 먹거나 곰팡이가 낀 쌀이거나 벌레가 먹은 쌀도 아까와 버리지 않고 벌레를 골라버리고 해볕에 말리워 먹군 하였다. 아들며느리가 오랜만에 한국에 놀러 갔을 때에도 시어머니는 돈을 남느라고 누렇게 뜬 쌀을 씻어 말리워 밥을 지어 밥상에 올렸다. 그러자 며느리는 밥을 먹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왈 쏟아버리였다. 또 샘물병을 주어다가 수도물을 받아 마시는 시어머니를 보다못해 며느리는 시부모 몰래 샘물병을 내다 버렸다. 그 일로 하여 고부 사이에 말다툼이 생겼다. 며느리는 소비관념이 맞지 않아 째째한 시부모와 한 집에서 한시도 살지 못하겠다고 신랑을 끌고 모텔로 달아난 일도 있다.     이뿐이 아니다. 로인들은 잠이 적어서 신새벽이면 일어나 집안에서 서성거리거나 덜커덕리면서 늘 아침식사를 일찍이 했으면 하고 자식을 도와 밥을 지어놓고 지루하게 기다리기가 일쑤이다. 그러나 젊은 자식들은 휴식일이면 늦잠을 자기 좋아하며 아침도 먹네마네한다. 부동환 관념으로 인해 부모자식간에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 아니며 심지어 말다툼이 생기기 일쑤이다.     반면에 조건이 허락되면 자식들과 한 시내에서 다른 집을 잡고 살면 편리하지 않겠는가는 생각이 든다. 부모와 자식이 멀리 떨어져있지 않고 지척에서 수시로 만나보고 로인들은 손자손녀들을 안아보면서 천륜지락을 누릴수 있어 좋다. 한 집이란 비좁은 공간에서 부모자식이 비비닥거리지 않고 일정한 공간을 두어서 말썽이 없어 좋다. 뭘 먹고싶은것이 있으면 내 손으로 사다가 끓여잡술수 있어 좋고 시장하면 아무 때나 식탁에서 훌훌 꺼내 잡술수 있어 좋다. 아무 때건 옷을 더 껴입지 않고서도 화장실에 갈수 있어 편리하다. 자식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밥을 지어먹을수 있어 좋다. 총적으로 자식들과 한집에서 살지 않으면 서로 편리해 좋을것 같다.    자식들이 효성을 다해 한집에서 잘 모시면 천륜지락을 누리면서 살수 있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그러나 며느리들이나 사위가 효성을 하지 않을 때에는 믿던 정신기둥이 무너져 심지어 절망에 빠질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 로인들은 전통양로관념을 벗어나 자식들을 너무 믿거나 자식들에게 너무 기대여 살 생각을 버려야 한다. 로인들은 년세가 들어서도 자식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좀 젊어서부터 양로비를 푼푼히 마련해두는것이 선지선각적이며 명지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우리 로인들은 예로부터 아글타글 벌어서 아껴쓰면서 자식들을 키우면서 “자식들이 다 크면 행복하겠지.” 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며 그날을 기다리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애들이 다 시집장가를 간후에는 또 손자손녀들을 돌보면서 “손자손녀들이 다 크면 행복하겠지.” 하고 아직도 채바퀴처럼 맴도는분들이 적지 않다. 자식들이 다 시집장가를 가고 손자손녀들이 다 컸지만 우리 로인들이 자식들의 덕분에 행복하게 보내고있는가? 우리는 자녀들에게서 독립해 자기 삶을 살아야 한다. 자녀들에게 너무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     관념은 한 사람, 한 가정의 행복지수와 생사존망을 지배한다. 우리는 소비와 양로방식 등 여러 면에서 시대에 발맞춰 관념을 부단히 갱신해야 행복지수가 높아질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란 거미줄에 너무 얽매우지 말고 쓸 일에는 푹푹 쓰면서  옥체  건강하게 살며 신사답게 젊고 유쾌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부록      독자들의 댓글      리순희 시인의 댓글     김회장님 수필 읽고 자신의 행복지수도 다시한번 점검해보게 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리명자 시인의 댓글      지금 사회 젊은이들과 부모님들과의 관계 진짜로 "관념갱신"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우린 너무 낡은  생각에 빠져있지 않아서... ㅎ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김상군 시인의 댓글         김회장 는  로인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늙은이들이 하루속히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소중한 만년생활을 보호하고 편안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을 읽고 느끼는 소감이 너무 많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            남옥란 수필가의 댓글      김회장님의 수필 "관념갱신과 행복지수"는  현시대, 웃세대와 아래세대의 가정관념, 소비관념, 식습관 등을 투철하게 찍어서 보는듯이 그렸습니다.      저 또한 그 시대 사람들의 모든 폐단을 한 몸에 지닌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몰라서가 아니라 습관이 몸에 배여서 저와 함께 수십년 세월을 경과하고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고 늙었습니다.       수필을 읽고서 밝고, 쾌활하게 여적한 황혼에 멋있게 살 것을 느끼고 실천하기 위하여 얼마간 노력할려고 합니다. 사상 해방이 중요한 것이겠죠.       로인들에게 계발을 주는 수필 너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合十][合十][福][福][强][强]  
    단평      김장혁의 대하소설의 "참사랑 멜로디"에 대한 평론                -상해외국어대학 박사, 교수 김충실        연변대학 우리 조문학부 77학번에서 제일 "막내"였던 장혁 작가님, 이제 우리 동창의 자랑스러운 문장가이시네요! 김장혁작가는 우리 연변대학 조문학부 77학번의 자랑이고 우리 연변대학의 자랑이며 우리 조선민족의 자랑입니다.     40 여년 세월이 녹여낸 필력으로 몇 권의 대하소설에 역사와 인간을 담아내시다니! 그 풍부한 지식과 깊은 통찰에 우리 모두를 놀라움과 감동에 몰아넣었습니다. 청춘을 뛰어넘은 열정과 정성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면서... 평론 몇마디 적어 봤습니다.    《황혼》 제5권 100장 "참사랑 멜로디"는 김장혁 작가의 대하소설이 추구하는 인간 내면의 깊이와 사회적 비판을 잘 보여주는 장면인것 같습니다. 이 장은 특히 중년 이후의 사랑과 욕망,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다루고 있습니다.소설에서 "참사랑은 처녀총각의 피 끓는 두 심장으로 연주하는 티없이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작가의 이상화된 사랑관과 현실의 괴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장의 가장 큰 성취는 중년 이후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리문걸의 "세상에 어디 티없이 깨끗한 참사랑이 있겠는가"라는 깨달음은 이상을 추구하던 인물이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으로, 이 작품의 중요한 전환점인 것 같습니다.    이 장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 사회적 규범, 문화적 차이,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겪는 자기수용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조명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이 그 흠집까지도 포용하며 만들어가는 사랑의 멜로디는, 비록 '황혼'에 해당하는 인생의 후반부에서야 연주되기 시작했지만, 그 무엇보다 깊고 풍요로운 울림을 전해준다고 봅니다. 
563    동화 노랑쥐 총경리 김장혁 댓글:  조회:538  추천:0  2025-12-27
    동화     노랑쥐 총경리                       김장혁                              1. 취임     새 해 봄에 코끼리는 노랑쥐에게 농사와 쌀창고를 총관하는 총경리로 임명했어요. 멍멍이랑 매옹이랑 꿀꿀이랑 모두 너무 어처구니 없어 입을 딱 벌리었어요.     멍멍이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으면서 왕왕 짖어댔어요.     “도적놈한테 창고를 맡기다니! 흥!”    코끼리는 퉁사발눈을 부라리며 흥 하고 코방귀를 뀌었어요. 그 바람에 노랑쥐랑 매옹이랑 저만치 날아가 퉁 떨어졌어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놈들이라구. 노랑쥐는 여태껏 놀고 먹으면서도 매옹이나 멍멍이한테 잡혀 죽지 않았잖은가. 그만큼 노랑쥐가 총명하다는 걸 말해. 잔말 말고 노랑쥐 총경리 지도아래 농사를 잘 지으라구. 누가 감히 거역하면 용서하지 않을테야!” 정식으로 취임할 때 잔등에 노란 줄이 쪽 건너간 노랑쥐 총경리는 가는 꼬리를 사타구니에 감추고 감언리설로 취임연설을 그럴듯하게 해재꼈어요.     “애햄, 본 총경리는 사심을 다 버리고 코끼리 주인의 지시대로 모든 식구들의 리익을 위해 일하겠어요. 년말 분배 때 모든 분들에게 상금을 지난해 두배 내지 세배씩 나눠 주겠어요. 농사일에 젤 수고 많은 황소한텐 풀이 아니라 찰떡을 쳐 먹이고 꿀꿀이한텐 이밥을 지어 먹이겠어요.”    “야- 좋다야. 내한테도 이밥이 차려지겠구나. 노랑쥐를 총경리를 시킨게 옳아. 허허허.”    꿀꿀이는 당장 이밥을 먹게 된  것처럼 불룩한 배를 어루만지면서 기뻐했어요.    노랑쥐 총경리 연설은 계속 되었어요.     “코끼리 주인님한텐 기름진 풀과 산더미 같은 알곡무지를 선사하고요. 멍멍이들과  매옹이들은 조상 때부터 우리 쥐들을 잡아 먹었지만요. 절대 원수치부를 하지 않겠어요. 오히려 추운 겨울에 바깥에서 쥐사냥을 하지 않아도 하루 세끼 고기를 대접하겠어요.”     “야호, 매옹- ”    매옹이가 기뻐 폴짝폴짝 뛰었어요.    “호호호. 우리 매옹이들은 조상 때부터 엄동설한에도 바깥에서 헤매면서 쥐를 잡아 먹고 살았는데요. 이젠 팔자를 고치게 됐군요. 별게 없지요. 집식구들을 배불리 먹고 살게 하는 분이 젤 좋은 총경리죠. 노랑쥐 총경리, 기대해요.”    코끼리는 눈 앞에 산더미 같은 알곡무지를 방불히 보는  것 같아 기다란 코를 슬슬 매만지면서 콧노래까지 흥얼흥얼 불렀어요.    2. 노랑쥐 총경리와 매옹이     농사철이 돌아오자 노랑쥐 총경리는 식구들을 몽땅 일하라고 내몰았어요. 황소와 멍멍이는 부지런히 거름을 밭에 내고 꿀꿀이는 주둥이로 뚜지면서 밭갈이를 했어요. 그러나 노랑쥐 총경리는 매옹이와 나란히 가마목에 누워 꼬리를 하느적거리면서 낮잠을 잤어요. 멍멍이는 노랑쥐와 매옹이 눈에 거슬려 코끼리 주인을 보고 툴툴거리었어요.    “농망기면 일손이 딸려 고양이 발도 빌어쓴다고 하잖아? 건데 저 노랑쥐를  보세요. 일은 까딱 하지 않고…”    노랑쥐도 반격을 가했어요.    “우둔한 개놈새끼야, 어데서 총경리 일하는 걸 봤니? 기실 네놈처럼 둔한 놈들을 지도하느라고 머리를 쓰는 총경리 더 바빠. 임마!” 한참 후 노랑쥐는 구새목에 엎드려 쥐구멍을 지키는 매옹이를 찾아갔어요. 그는 노란 마른 명태를 쪽 찢어 매옹이 코 밑에 가져다 댔어요.    “자, 매옹이 경찰,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하루 세끼 고기를 먹을 수 있어.”    매옹이는 고소한 명태 냄새의 유혹을 이길 수 없어 넙적 받아 냠냠 맛있게 씹어 먹었어요.    “어떻게?”    “내 뭘 하던 눈을 딱 감으란 말이야. 그럼 고기뿐이겠느냐?”    매옹이는 귀가 솔깃한 나머지 자못 흥분됐어요.    “그래? 알만해. 눈을 딱 감아줄게. 히히히. 매옹-”     밤이면 노랑쥐는 매옹이를 얼려 함께 가마목에 고이 누워 마른 명태를 쪽쪽 찢어 먹었어요. 노랑쥐는 그 틈에 숱한 쥐들을 시켜 벼밭과 콩밭 머리에, 심지어 주인집 기둥 밑에까지 쥐굴을 숭숭 뚫게 했어요.     그러나 고양이는 모르는 척하면서 눈을 감아주었어요.               3. 허수아비     만풍년이 들어 황금파도가 출렁이었어요. 황소는 땀을 흘려 농사를 지은 덕에 찰떡을 먹게 됐다고 영각했고 꿀꿀이는 이밥을 먹게 됐다고 꿀꿀거리었어요.     허나 노랑쥐 총경리는 두툼한 령수증을 내놓고 주산알을 딸깍딸깍 튕기면서 콧방귀를 뀌었어요.     “화학비료 구입에랑 다 쓰구나니 남는게 하나도 없어. 흥, 떡 주자는 놈은 없는데 국물부터 찾아?”    성이 난 멍멍이는 구들에 후닥닥 뛰여올라가 몸을 부르르 떨었어요. 그 바람에 가마목과 노랑쥐 낯에까지 진흙이 가득 튕기었지요.    노랑쥐는 진흙을 털면서 눈에 불꽃을 튕기었어요.    “이 개놈새끼, 지도자도 모르는구나. 어디라고 언감 총경리님과 대들어?!”    어리무던한 코끼리도 눈에 거슬려하는 눈치였어요.    노랑쥐는 코끼리 귀에 대고 뭐라고 쏭알거리었어요.    코끼리는 멍멍이를 코에 감아 들고 밭에 가더니 나무십자가에 네각을 바줄로 꽁꽁 묶어 놓았어요.    멍멍이는 눈물이 글썽해 코끼리한테 물었어요.    “코끼리님, 어째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이럽니까? 그 큰 눈을 번쩍 뜨고 잘 살펴 봅소. 저 노랑쥐는 도적놈입니다.”    코끼리는 멍멍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허수아비 주제에 아직도 아가릴 다물지 못해? 네놈은 노랑쥐 총경리 말대로 허수아비로 만들어놔야 세상이 태평무사해.”    멍멍이는 멀어져가는 코끼리의 펑퍼짐한 몸뚱이를 바라보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었어요.    멍멍이마저 허수아비로 되자 노랑쥐는 대단히 편리하게 됐어요. 고 놈은 이젠 낮에도 시름놓고 담대하게 쥐부대를 시켜 벼알과 콩알을 쥐굴에 물어들여갔어요. 멍멍이는 그 만행을 빤히 보면서도 용빼는 수가 없었어요.    량볼이 뽈록하게 콩을 문 숱한 쥐들이 콩밭머리로 쪼르르 나왔어요. 매옹이는 본능으로 쥐 한 놈을 앞발로 탁 쳐 꽉 눌렀어요.    “자, 잊었어?”    이 찰나에 어느새 뛰어 왔는지 노랑쥐가 매옹이의 옆구리에 마른 낙지와 명태를 찔러 주었어요.    “어, 오- 호호호.”    매옹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발을 들어 쥐를 놓아 주었어요.    심지어 매옹이는 경찰이란  것도 잊고 노랑쥐 앞에서 풀숲을 헤쳐 앞길을 내주고 눈을 부라리는 멍멍이 허수아비 꼭뒤에 뛰어 올라가 코끼리 주인이 오는가고 망까지 봐주었어요.    노랑쥐는 쥐들을 시켜 벼와 콩을 쥐구멍에 산더미처럼 물어 들여갔어요. 한 보름이 지나자 콩밭으로부터 쥐굴까지 다슬고 다슨 쥐들의 오솔길이 오불꼬불 수태 나지 않았겠어요.    달밤이었어요. 노랑쥐는 일부러 멍멍이 정수리에 바라올라가 발톱으로 이마빼기를 허벼놓으면서 빈정거리었어요.    “요 허수아비야, 네놈이 날 어쩌겠냐? 바보 코끼리한테 고발해 봐라. 고발한들 어쩌겠냐? 매옹이처럼 눈이나 감을게지. 똥이라도 차려지지. 해해해.”    허수아비 신세로 된 멍멍이는 괘씸해도 당하기만 했을뿐 용빼는 수가 없었어요.    (흥, 더러운 도적놈, 아무 때나 한 입에 물어 죽이지 않는가 봐라! )    노랑쥐는 멍멍이 꼭두에 올라서서 오줌까지 싸놓았어요. 그러고도 성차지 않아 뾰족한 주둥이로 꼼짝달싹 못하는 멍멍이 배를 꼭 깨물어놓고서야 달빛 속으로 사라졌어요.                        4. 후회막급     날이 희붐히 밝아오자 코끼리 주인은 노랑쥐 총경리 덕분에 풍작을 안아왔다고 기뻐 길다란 코를 휘둘러 춤추면서 밭에 나갔어요. 그런데 논밭에는 벼이삭이 보이지 않고 벼짚만 까칠하게 서 있었고 콩밭에는 콩깍지만 보이지 않겠어요.     “아하이구, 이게 웬 일이냐?”     코끼리 주인은 밭에 풀썩 물앉았어요.    그는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 올라 옆에서 모르는 척하는 매옹이 뒤덜미를 코로 걸어 콩밭에 내동댕이쳤어요.    “가마목만 지킨 매옹이새끼, 경찰이란 네놈이 밭을 잘 지켰으면 이 지경이 됐겠어?”    그때 노랑쥐가 나서서 황소를 가리키면서 둘러댔어요.    “주인님, 저 놈 짓이예요. 저렇게 배 뚱뚱한 놈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 큰 밭의 콩을 다 먹겠어요?”     황소가 변명하려고 했으나 때는 늦었어요. 코끼리는 길다란 코로 황소 목을 휙 감아 나꿔채더니 상아로 이마를 푹 찔렀어요. 황소는 이마에서 뻘건 선지피를 흘리며 풍덩 쓰러지었어요. 해마다 코끼리 주인이 시키는대로 수걱수걱 뼈빠지게 둼을 내고 밭을 갈고 싣걱질하던 황소, 그 황소는 간사한 노랑쥐의 혀놀림으로 해 코끼리의 무지막지한 상아에 찔려 쓰러졌어요.     질겁한 매옹이는 냉큼 뛰어와 코끼리 주인님의 잔등에 뛰어 올라가 파초귀에 대고 뭐라고 쏭알거리었어요. 매옹이는 얻어먹은 명태가 걸려 사실 진상은 말하지 못하고 멍멍이를 풀어주면 모든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될 거라고 했어요. 코끼리 주인은 반신반의하면서도 그 말을 쫓았어요.    “왕왕왕!’    멍멍이는 사납게 짖어대며 콩밭으로 쏜살같이 뛰어 갔어요. 멍멍이가 콩밭 머리 사처에 숭숭 뚫린 쥐구멍을 앞발로 파헤치자  노란 콩알과 벼알이 꼴딱꼴딱 들어 차 있지 않았겠어요.     그제야 코끼리 주인은 장탄식했어요.     “아하이구, 눈이 멀었지. 고 도적놈 노랑쥐한테 속아 총경리를 맡기다니!”     허나 후회 막급이었어요. 노랑쥐는 어느새 집기둥 밑의 깊숙한 쥐굴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어요.     코끼리 주인은 코로 집기둥을 칭칭 휘감아 빼려다가 그만 뒀어요. 괜히 쥐굴을 파 노랑쥐를 잡자다가 집이 통채로 쿵 무너질가 봐 겁났던 거죠. 코끼리는 집기둥 밑에 숭숭 뚫린 쥐구멍을 멍청히 바라볼뿐이었어요.     꿀꿀이는 눈물을 비오듯 흘리면서 두덜거리었어요.     “고 놈의 노랑쥐, 봄에 뭐 온 가족에게 두배 내지 세배 알곡을 주겠다고 떠들더니, 쳇, 저네 쥐가족의 배만 채웠구나. 뼈빠지게 일한 황소형님은 찰떡은커녕 불쌍하게 피못 속에 쓰러졌구나. 꿀꿀, 이밥은커녕 벼겨도 차례질게 없구나. 꿀꿀.”     멍멍이는 무지한 코끼리 우두머리를 원망해 왕왕 짖었고 빈털털이로 된 처지가 눈물겨워 컹컹 짖었어요.          저자 주: 이 동화는 2025년 11호에 실렸음.          김상군 시인의 단평     @민성회장의 동화를 아주 재밋게 읽었습니다.   코끼리 대왕님. 노랑쥐 총경리 . 매옹이 경찰 그리고 황소 멍멍이  꿀끌이의  개성을 잘 나타내여 재미나는 동화를 창작하였습니다.  각 동물들의 형상을 보는듯이 살렸기에 어린이들이 즐겨 읽어 보고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안겨 옵니다 그리고  교활하게 남을 속이고 훔치며 나쁜짓을 하는 노랑쥐의 도적놈의 본성과 행실을 실감나게 그렸습니다. 어린이들에게  교육적 의의가 있는 동화라고 여깁니다.  저는 많이 배우고 감사합니다.       채화순 작가님의 단평     김장혁 작가님, 동화도 어쩜 이렇게 잘 쓰십니까?       교활하게 남을 속혀 자기 안속을 채우고 남을 해치려는 노랑쥐와 같은 반면 인물을 통하여 진실을 똑똑히 판단 못하는무능한 령도를 여실히 드러나게 했습니다. 또 나쁜 놈을 잘못 신임했다가 쓴 실패를 본 사건을 통하여 앞에서 알랑거리는 외면만 보지 말고 사물의 내면을 똑똑히 판단해야 함을 제시한 교육적 가치가 있는 좋은 동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强][OK][胜利][玫瑰][爱心]  
        단평   연변 땅에 새로 일떠선 우리 민족의 력사적 기념비                             연변대학 예술학원 교수 차대균              최근 나는 우리 연변 땅에 새로 일떠선 우리 민족의 력사적기념비라고 할 수 있는 김장혁작가의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을 읽어보았다. 이 소설은 일찍 “로년세계”잡지사에서 주필로 사업한 김장혁씨가 창작한 거작이다. 이 소설을 한번 읽어보면 아주 생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엮어진 소설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책은 350여만자에 달하는 거폭의 대하소설로서 모두 7권으로 되여 있다. “로년세계”잡지 주필 김장혁씨가 재직기간에 잡지를 꾸리느라고 동분서주하면서 중단편소설, 수필, 실화, 아동문학작품 300여편외에 장편을 포함해 문학작품집 30여권 창작해 출판해냈다. 문학상만 해도 “백두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아리랑문학상” 등 30여개나 받아안은 뛰여난 문학창작재간을 가지고 있다.        장혁씨는 이 세상에 태여나서 우리 인류를 위하여 유익한 정신식량을 제공하고 “우리 민족에게 자그마한 기념비라도 세워 주려는 숭고한 리상과 필승의 신념을 안고” 자기희생정신을 발양하여 혼신을 불태워 이 거폭의 작품을 써냈다. 무엇보다 탄복되는 것은 장혁씨가 이 소설 머리말에서 실토정하다싶이 “이 소설을 창작하느라고 20여년 동안이나 자기희생적인 정신으로 간고분투하는 완강한 의력으로 모든 심혈을 기울인” 애국, 애민족적인 거사이다. 그는 “우리 민족에게 자그마한 기념비라도 세워줘야 하겠다.”는 굳은 신념을 동력으로 삼아 우리 민족의 조상들과 항일투사들 그리고 로선배와 작가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면서 취재도 하고 협조와 가르침을 받아가면서 한시라도 놓칠세라 쓰고 또 썼다.       장혁씨는 이른새벽부터 온 정력을 몰부어 글을 썼다. 그는 글을 쓰다보면 출근시간이 다 되여 바삐 서둘러 출근하다나니 짝짝 신을 신고 출근해 동료들을 웃긴 적도 있었다. 휴식날이면 오래동안 컴퓨터에 마주앉아 글을 수개하느라고 엉덩이에 썩살이 배기고 부스럼까지 생기는 바람에 너무 아파 엉덩이를 들고 쪼그리고 앉아 글을 쓰거나 가슴에 베개를 받치고 엎드려 창작원고를 심열하였다고 한다. 장시간 너무 눈이 피곤해 눈에 피지고 고기 살아나 눈수술을 두번이나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고 한다.     장혁씨가 창작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에서는 김병완과 김기준, 김상순, 김덕돌 등 4대에 걸친 주인공들의 형상을 통해 우리 조선족조상들이 일제 철발굽 아래에서 망국노의 생활을 하다가 살 길을 찾아 두만강과 압록강을 거너 중국 땅에 돌어선 후 천신만고를 다 겪으면서 목숨을 바쳐 일제와 싸워 승리한 항전시기 피어린 투쟁사, 광복 후 토지개혁, 토비숙청, 항미원조, 우리 민족이 형제민족과 함께 제2고향을 건설한 력사, 개혁개방후 약동하는 우리 민족의 삶의 현장 등 우리 민족의 백년력사를 반영하였다.        이 소설은 우리 민족 후대들에게 우리 민족의 뿌리의식을 높이고 애국주의적인 우리 민족의 전통관념과 민족의 력사, 민족의 긍지감, 우리 민족의 위치와 사명감, 그리고 민족단결의 소중성을 주입시키는데 일정한 작용을 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9월은 우리 조선족자치주 창립 73돐이고 우리 조선족이 광복을 맞은지 80주년이 된다.  이런 력사적기념 시기에 장혁씨가 알심들여 써놓은 우리 민족의 력사적기념비를 보는 것은 어느 때보다 그 의의가 아주 깊다고 생각하며 더없는 감회에 잠기게 된다.        “력사는 시대의 증인이며 진실의 등불이다. 오직 자기 민족의 력사를 알아야 민족의 뿌리를 찾을 수 있으며 우수한 민족전통을 계승발양하여 삶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력사적 책임감과 사명감을 증강할 수 있다.”    연변일보사 문예부 전임주임 장경률선생님의 댓글         대단하이다! 참 좋아요!  동창님 언제 연길 가면 연변황소전문점 가서 로고를 축원할게요! 화이팅! [强][强][强] [玫瑰][玫瑰][玫瑰] [合十][合十][合十]
561    수필 리별 김장혁 댓글:  조회:569  추천:1  2025-10-24
                    수필                                                리별                                김장혁    나는 아들을 저 멀리 소주로 보내면서 리별이란 그렇게 마음이 아픈 것을 처음 느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검표구 앞에서 나와 안해를 끌어안고 작별인사를 하였다.    “아버지, 어머니, 플래트홈에 나가도 종당에는 갈라지겠는데 여기서 작별합시다. 몸이랑 주의하고 젊게 살면서 잘 있으십시요.”    작별인사를 마치자 검표구로 해서 멀어져가는 아들의 훤칠한 뒤모습을 바라보면서 나와 안해는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리였다.    “이젠 영영 우리 품 속을 떠나가는구나.”    나는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아들의 뒤모습을 한없이 바라보다가 돌아서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며 리별에 아픈 마음을 토해냈다.    그러자 안해도 눈시울을 닦았다.    “대학교로 갈 때는 갔다가 몇달 후에 방학하면 온다고 생각하니 모르겠던데요. 이번엔 저렇게 가면 언제 오겠는가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비길데 없어요.”    “아들을 3천원에 팔아먹었구나.”    나는 아들을 보내고 련 며칠동안 리별의 아픔을 쓸쓸히 감내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설상가상으로 두달반이 지나 아들의 녀자친구마저 일본으로 류학보내게 되였다. 아들을 소주에 보낸 마음의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또 두번째로 당해야 할 리별의 아픔이다. 천하에 하지 못할 짓을 한 것 같았다. 장차 아들과 그 처녀애가 다 일본으로 류학을 간다고 한다. 다행히 아들과 아들의 녀자친구는 일본으로 류학을 가도 중국으로 돌아온다고 한 것이다. 몇번이고 속뽑이를 하여도 그 애들은 우리 부모 앞에서 중국으로 돌아온다고 하였다. 우리는 그 말을 믿어야 했다. 그러나 일본으로, 미국으로 나간 아들딸들이 돌아온 애들이 몇이나 되든가? 이제 이역만리 한족곳에 보낸 아들로 마음이 아픈데 국경 넘어 일본 섬에 아들의 녀자친구를 보내고 몇해를 지나야 다시 만날가? 국내 소주에 있는 아들도 한해에 한번 만나는데 아들은 국경 넘어 일본에 간 녀자친구를 몇해에 한번 만날가?    아들은 녀자친구를 사흘이 멀다하게 만나면서 달밝은 밤에 헤여질 때면 리별의 슬픔과 상봉의 기쁨을 처음 알게 되였다고 한다. 중국 소주와 일본 고베에 갈라져 시간과 공간의 시련을 이겨내면서 안타깝게 상봉을 기다릴 아들과 아들의 녀자친구가 처량하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와 아들 그리고 아들의 녀자친구의 리별을 생각하니 아득하기만하고 이번 리별이 아프기만 하다. 장차 그 애들이 중국에 돌아와서 또 어느 한족곳에 가겠는지? 장차 태여나게 될 손자손녀들이 한족곳에서 한족으로 동화될가봐 근심스럽다.    그런데도 아들은 졸업하자마자 3천원을 받으니 좋고 26년 사업한 아버지 보다도 더 많은 로임을 받으니 기쁘다고 소주로 떠나갔다.  그러나 나는 아들을 3천원 로임에 팔아먹은 듯하고 돈의 유혹에 아들을 사기당한듯한 기분이였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그래 3천원이면 사갈 수 있단 말인가? 나도 아들에게 3천원씩 대줄 힘이 없어 이러는가? 그럴 힘이 있어도 우리 애들은 이 산골에 눌리워 있지 않을 것이다. 종당에는 애들과의 리별의 아픔을 당해야 하는것이 현실이다.    아들은 기차를 타고 소주로 가고 아들의 녀자친구는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가고 말았다. 그렇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키워 길림대학까지 졸업시킨 아들을 이역만리 밖으로 보내는 부모의 심정이야 오죽하랴. 더우기 공주처럼 기른 딸을 길림대학까지 졸업시켜 일본에 보낸 아들의 녀자친구 부모의 마음이야 얼마나 눈물겹겠는가?    아들과 갈라지기 싫어서 우리는 아들을 보고 연길에 남아 함께 살자고 얼마나 설교하였는지 모른다. 아들의 녀자친구를 일본에 보내기 싫어서 우리는 아들을 시켜 소주에 붙잡아두려고 얼마나 많은 수를 써 봤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처녀애는 기어이 일본으로 가게 되였다. 천여원씩 받으면서 연길 산골에 남아서 부모 곁을 지키려는 애들이 지금 몇이나 될가?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한 도시에서 사는 것도 만복중의 하나이다. 모든 것은 돈으로 다 따지는게 아니건만 애들은 그런 것은 심중에도 없고 몇천원을 받는 관내 연해 대도시로 가려고 하였다. 이것도 지금 애들의 시대적 조류이니까. 우리 부모들이 그 조류를 거슬러 애들을 막으면 날아오르려는 새들의 가위를 짓누르는 격이 되고 만다. 우리 곁에 애들을 남기려고 해도 우리 연변의 경제가 락후하기에 남겨둘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애들이 잘되는 것을 보기 위해 부모는 리별의 아픔을 참으면서도 하나 밖에 없는 아들딸을 한족들이 득실거리는 이역만리 땅에 보내야 하였다.     이제야 나는 생사를 기약할수 없는 전쟁터에 아들딸을 서슴없이 내보낸 옛날 우리 부모들의 마음이 오죽하였겠는가를 알 것 같다. 그들이야말로 아들딸과의 생사를 모를 리별의 아픔을 여린 마음으로 고통스레 감당해온 대단한 애국주의 부모들이 아니겠는가!    이제야 나는 한 의학교수의 증조할아버지대부터 대대로 자식들을 무식쟁이 아닐 정도로 소학교 공부만 시켰다는 도리를 터득하게 되였다. 그들은 자식들을 너무 공부시키고 세상을 너무 널리 알면 고향과 부모를 떠나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들의 그런 심정을 하나도 모르고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에 류학가려고 마음먹었댔다. 그것도 당시에는 지금처럼 돈을 내고 류학갈 수 없으므로 모험의 길을 걸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파뿌리처럼 하얀 머리를 흩날리는 어머니와 작별인사를 하러 가서 나는 뜻을 꺾지 않으면 안되였다.     내가 어머님을 보고 일본에 류학가려는데 어떤가고 묻자 어머님께서는 내 예상과는 달리 말리기는커녕 한참 생각하더니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까지 류학가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고 아주 기뻐하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머님은 이 못난 아들이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모험의 길을 걸으려고 날뛰는 것도 모르고 아들이 잘되기만을 바라고 계셨다. 주름살이 조글조글하고 머리 새하얀 어머니를 바라보자 나는 외동아들인 내가 없으면 늙으신 부모님은 누가 모시겠는가고 생각하고      그렇게 가고 싶던 일본류학의 꿈을 접고 뜻도 꺾고 말았다.    그렇다. 예로부터 충신은 효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효성도 잘하고 사업도 잘하려는 소박한 길을 선택하였다. 내가 잘 살겠다고 늙으신 부모를 고향에 남겨두고 일본으로 가는 불효를 저지를 수 없었다. 중국에서 수수하게 살더라도 부모를 모시고 효성을 다하면서 짤막한 글이라도 쓰면서 내 한생을 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부모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부모자식 간에 불필요하고 무모한 애끓는 리별이나 별거를  바라지 않는다. 아니, 리별이란 영영 없었으면 한다. 물론 쓸쓸한 리별이 있어야 상봉의 기쁨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조석으로 부모자식들이 한자리에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이 세상 부모들은 리별의 아픔을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참아나간다. 자식이 이 세상 어데로 가든지 잘 되기만을 바라고 자식들이 잘 되면 기뻐한다. 부모는 자식의 뒤다리를 절대 잡아당기지 않는다. 조건이 되면 시대의 조류에 따라 자식을 따라갈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자식으로서는 부모의 마음을 열분의 하나라도 알아야 하고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해서는 안된다. 자기 혼자 잘 살겠다고 부모를 버리고 몇만리 밖의 외국으로 달아나는 것은 차마 못할 짓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부모자식이 한 곳에서 사는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천륜지락이 또 어데 있으랴? 그런 천륜지락은 황금산과도 바꿀수 없으리라!    충신은 효자가 아니라지만 부모를 잘 모시고 효성을 다하는 효자로 되면서 사업도 잘하는 사업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자 주:     본 수필 “리별”은 2009년에 연변작가협회와 연변인민방송국에서 주최한 제1회 두만강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25년 10월 24일 에 실렸음.          연변대학 리향화 부교수님의 댓글       아들 류학보낸 제 맘 똑같아요. 휴, 리별이 있으니 또 기다림의 설레임, 만남의 행복을 바라면서 살고 있네요.
2023년 02월 21일 10시 11분  조회:1119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문예평론                 심리 갈등과 변화로          인물형상을 예술적으로 부각한 소설                                        -김만석교수의 중편소설 “멍청이 누나”를 두고                                                        김장혁                1.들어가는 말       김만석교수는 국내외에 이름있는 아동문학평론가, 아동문학리론가, 교수이다. 그는 수많은 아동문학 평론과 리론저서를 써서 우리 조선족아동문학을 리드해나간 분이다. 그는 평론을 썼을뿐만 아니라 아동문학 모든 쟌르의 견본과도 같은 아동소설, 동화, 우화, 동요동시 등 예술적인 아동문학작품집을 수두룩이 펴냈다. 김만석교수는  저명한 평론가일뿐만 아니라 작가이며 시인이다. 그는 성인소설집 “멍청이 누나”도 펼쳐냈다. 김만석교수의 성인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민족의 각 시기 형상적인 력사를 읽는 감이 들어 감동을 받았다.     특히 그중 대표작-중편소설 “멍청이누나”는 주목할만한 예술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이 소설에서 김만석교수는 소설을 어떻게 창작해야 하는가를 잘 리드해 보여주었다.                                 2. 독특한 예술기량을 보여준 소설        김만석교수의 중편소설 "멍청이 누나"는 정치시대의 인간관계는 적대관게이고 경제시대의 인간관게는 인정관계라는 엄청나고 값진 주제를 설정하고 정선의 형상을 창조한 소설이다.     소설창작의 목적은 인물형상 창조에 있다. 이런 인물은 생활론리에 맞고 인물성격론리에 맞는 슈제트구성을 통하여 인물형상이 부각된다.     김만석교수의 중편소설 "멍청이 누나"의 슈재트 구성은 복잡하고 긴장되고 첨예한 심리갈등으로 이루어졌다.저자는 독특하게 주인공의 심리 갈등과 변화로 정선이란 개성이 독특한 인물형상을  아주 예술적으로 창조해났다. 혈육의 정도, 인정미도, 인간성도 없는 언니 영옥을 치료비를 대줘 구하는가, 구하지 않는가는 문제를 둘러싸고 주인공 정선과 동생 정철의 심리 갈등과 변화로 주인공 “멍청이 누나”, 혈육의 인정 많고 드넓은 관용과 흉금을 가진 주인공 정선이란 인물형상을  독특한 예술창작기법으로 부각해냈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아주 독특한 예술기량을 보여준 소설이라고 본다.      프랑스 대작가 발자끄는 장편소설 “우제니 그랑데”에서 인물의 깍쟁이 성격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핍진한 환경세부묘사와 작중 그랑데의 옹졸한 이야기들로 아주 성공적으로 옹졸하고 린색하고 탐욕스러운 벼락부자 그랑데란 인물형상을 예술적으로 창조해냈다.      발자끄는 장편소설 “고리오령감”에서도 환경묘사와 인물의 성격특징을 틀어쥐고 옹졸하고 배금주의자 고리오령감의 전형형상을 예술적으로 창조했다.     김만석교수는 중편소설 “멍청이 누나”에서 심리 갈등과 변화로 주인공 정선이란 인물형상을 예술적으로 창조한 독특한 예술기량을 보여주었다. 저자는 아주 많은 편폭으로 인물의 심리 갈등과 변화를 보여주면서 혈육의 정과 인정미도 없고 인간성마저 없는 언니 영옥을 드넓은 흉금과 관용으로 용서하고 치료비를 대줘 구해내는 “멍청이 누나” 정선이란 인물형상을 아주 성공적으로 부각해 혈육의 정과 인간애를 아주 성공적으로 돌출하게 보여주었다.                 3. 심리 갈등과 변화로 인물형상을 부각한 독특한 소설       그럼 김만석교수의 중편소설 "멍청이 누나"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평론하기로 하자.      중편소설 "멍청이 누나"에서 작자는 혈육의 정도, 인정미도, 인간성도 없는 언니 영옥의 치료비를 대주는가, 대주지 않는가는 문제를 둘러싸고 주인공 정선과 남동생 정철의 심리 갈등과 변화를 파고들어 인물들의 인간성을 깊이 파헤쳤다.그리하여 혈육의 정도 많고 드넓은 관용과 흉금을 가진 주인공 정선이란 형상을 아주 예술적으로, 성공적으로  부각해냈다.     영옥은 그 시대 좌적인 인물, 인간성도 없는 반면인물이다.  문화대혁명이란 극좌적시대 제약성으로 인해 부농가정출신 녀성의 딸로 자란 영옥은 자기 정치적으로 기를 펴고 살지 못했다. 영옥은  사람처럼 기를 펴고 살려고 이름마저 "혁화(혁명의 꽃)라고 고치고 주자파 아버지와 “계선을 똑똑히 나누고”  앞장서 구호를 부르며 투쟁한다. 심지어 입당하기 위해 간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를 아버지 아니라고 하면서 병문안 한번 가지도 않았다.     영옥은 20여년 동안이나 배다른  녀동생 정선과 남동생 정철을 동생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찾아도 보지도 않았으며 거래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가 당뇨병에 걸려 치료비 없으니 식당을 차려 돈깨나 번 부자라고 정선을 동생이라고 식당에 찾아온다.     주인공 정선은 그런 인간성도 없는 영옥의 치료비를 대주는가, 아버지 대신 복수를 해  모르는 척 하는가는 격렬한 내심갈등을 겪는다. 소설의 슈제트로 말하면 여기서 사건의 발단이라고 볼 수 있다.         ㄱ, 발단단계에서 정선의 심리갈등       처음 24년이나 련계도 없던 언니 영옥(혁화)가 아들과 함께 정선식당에 나타나고 아들을 내세워 전화를 걸었을 때 정선의 첫 심리반응은 경악함과 함께 고통스러워 한다. 정선은 영옥이 문화대혁명 때 17세 셈이 들 나이에 아버지 직장에서 아버지를 주자파라고 투쟁할 때 아버지를 “주자파!” “류망”이라고 욕하던 일을 회상했다.     (어쩌면 이다지도 모진 인간일가? 어떤 때는 형제관계를 칼로 썩뚝 베여버리고 아닌 보살하던 사람이 오늘은 제 아들까지 내세워 아재요 뭐요 하는가?    영옥이야말로 세상에 더없는 밉살스러운 인간으로 안겨왔다. 정말이였다. 영옥이처럼 매정하고 악착하고 몰염치한 인간은 이 세상에 더는 없을 것이다.   ㄴ,발전 첫단계 정선의 심리갈등       정선은 외조카 영철한테서 언니 영옥이 급성당뇨병에 걸려 연변병원 관찰실에 있다는 말을 듣자 불쌍해났다. 모진 심리갈등 끝에 영옥을 친혈육 "언니"로 인정하려는 심리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재란다. 아니, 언니란다. 언니? 그래 언니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같은 피줄을 함께 타고난 자매들끼리 하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혁화는 아버지의 딸이 옳은가? 아버지와 결혼한 그 농촌 녀성이 낳았으니까 아버지의 딸이 옳기는 옳겠지. 그러면 영옥의 몸에도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말이 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더니… 기딱찬 현실이다. 그러니 영옥이는 어쨌든 나의 언니, 정철의 누나다… 정선이는 악몽에서 깨여난 듯 화뜰 놀라기까지 했다. 모질고 모진 인연이 정선이를 끄당긴다.     아버지는 이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달아나고 이제 남은것이란 아버지의 피줄을 이어받은 정철이와 나, 그리고 영옥언니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 정선의 꽁꽁 얼었던 가슴은 금시 물에 젖은 솜이 되여 버렸다. 어릴 때 자기의 손을 잡고 다니던 언니의 그 부드러운 손이 따뜻이 느끼여 왔다. 정선이는 저도 모르는 사이 윤기간의 정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ㄷ. 발전 두번째단계 정선의 심리갈등.       정선은 아버지도 아버지로 보지 않고 혈육도 모르는 인정머리도 없던 영옥의 과거를 회상하자 복수심이 재차 끓어번져 복잡하고 굴곡적인 심리갈등을 반복하게 된다.     정선은 1972년 훈춘에 영옥을 찾아가 간암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북경에 치료하러 가자고 했다. 그때 영옥은 주자파 아버지가 자식들을 련루시켰다고 욕했하면서 아버지 병문안하러 가지도 않았다.    정선이가 혼자 아버지의 골회함을 안고 북경에서 연길에 왔을 때도 언니 영옥(혁화)은 반쪽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정선은 심한 심리갈등을 겪게 된다.      (이래도 그래 혁화는 나의 언니란 말인가? 아니다! 과연 정철의 말은 추호도 틀린데가 없다. 혁화는 그때 벌써 우리를 배반한 인간이다! 그래도 혁화는 제 아들을 시켜 나를 이렇게 찾고있다. 마지막으로 살려 달란다. 나 한테 애걸복걸한다. 왜서? 혁화가 사람이라면 어디 말해 봐, 말해 보란말이야!)        정선은 모진 심리갈등을 겪으면서도 저도 몰래 혈육의 정에 끌려 병원에 가서 언니 영옥(혁화)을 만나본다. 영옥은 홍위병에 들고 결혼하고 입당하기 위해 아버지와 계선을 나누고 주자파라고 앞장서 투쟁하고 때리고 병치료 하러 북경에도 가지 않고 사망해도 장례에도 낯을 내밀지 않았다고 용서를 빈다. 그때 정선은 이런 심리반응을 보였다.     계급투쟁 년대에 제 한목숨 살자고 살판치던 한 인간의 때늦은 후회를 더는 듣고 싶지가 않았다. 정선이는 입술을 짓깨물었다. 어쩐지 오열이 화끈 나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입당? 아버지를 잡아먹은 인간이 그래 만백성을 위해 전심전의로 일할수 있어? 당에서 그래 혁화 같은 인간망종을 받아들여? 최저한도의 인간성마저 깡그리 게세당한 인간! 그래 가지고 혁명은 무슨 뚱딴지 같은 혁명이야!)     정선은 입을 하 벌리고 자기를 멍하니 쳐다보는 혁화를 갈기 갈기 찢어놓고만 싶었다. 이같이 악착한 혁화라는 인간과 인연이 맺어진 것이 한없이 저주로 왔고 또 그런 인간을 언니라고 부르게 된 것이 한없이 원통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ㄹ. 크라이막스 단계에서 정선의 심리갈등        입원해 생사를 다투는 언니,  자기 과거 잘못을 뉘우치는 언니를 보고 집에 돌아온 정선의 심리갈등은 최고조에 치달아오른다. 정선은 영옥의 과거를 생각하자 격분해한다. 그러나 정선은 끝내 혈육의 정과 드넓은 흉금과 관용으로 언니 영옥의 비인간적인 과거를 용서해주기로 한다.그러나 동생 정철은 영옥을 용서하지 않으면서 정선과 격렬한 갈등을 겪는다. 뒤이어 정선의 모순된 심리갈등도 더욱 격렬해지면서 최고조에 이른다. 소설은 여기서 크라이막스에 이르기 시작한다.   ( 죄를 느끼는 혁화를 내가 리해하지 못하는 것이란 말인가?)      정선은 머리를 마구 가로 저었다. 도무지 저로서도 가늠이 가지 않았다.     (혁화와 나, 나와 혁화, 그 누가 그 누구를 리해하여야 한단 말인가? 아버지가 간암에 걸려 북경으로 함께 가자고 했을 때 혁화는 뭐라고 떠버렸던가? 《제가 죽게 되었으니 이 딸을 찾는다》고 악다구니질을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번에 제가 죽게 되었으니 동생이라고 오늘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닌가? 가증맞은 인간! 죄를 입어 급살맞을 인간! 죽어 천만번 마땅할 쌍년! 이렇게 욕하여도 혁화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래, 없고 말고!)     정선이는 미친 사람처럼 악- 소리쳤다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런데 지난날 혁화가 그렇게 미웠는데 오늘 혁화를 미워하는 나는 그래 어떤가?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오늘 내가 죽어가는 혁화를 옆에 두고 손벽치며 잘코사니를 부르면 어떻게 될가? 오십보 백보라구…그래 혁화와 내가 무슨 구별이 있단 말인가? 시대가 변하여 오늘은 경제시대에 진입했다. 혁화는 지난 혁명시대의 력사적인 죄인이다. 그렇다면 오늘 경제시대에 나는 현실적인 죄인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아다. 절대 나는 혁화와 같은 그런 시대적인 죄인으로는 될 수가 없다.    함께 아버지의 피줄을 이어받은 언니다. 언니, 어릴 때 나의 손을 잡고 다니던 언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서로 나눈 피! 그 언니를 용서해주자. 하나 밖에 없는 우리 언니를 용서, 용서, 용서해주자!)      그러나 동생 정철은 아버지도 동생들에 대한 혈육의 정도 없이 논 영옥을 용서해주려고 하지 않고 도리여 정선을 "멍청이 누나"라고 하면서 "바보짓을 작작하라."한다. 여기서 영옥에 대한 정선과 정철의 부동한 심리갈등은 최정점에 이른다.      소설에서는 크라이막스단계에 이른 정선과 동생 정철의 심리갈등도 아주 예술적으로 섬세하게 보여주었다. 정철은 아버지 앓을 때나 림종 때에도 찾아보지도 않은 인정미도 없는 큰누나 영옥(혁화)를 누나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정철은 정선이 앓는 영옥한테 치료비를 대줘 구하자고 하자 처음에는  바보 짓을 하지 말자면서 정선의 말을 듣지도 않고 심리반응을 보인다. 저자는 정철의 언행으로 복수심에 격분한 정철의 내심갈등을 보여주었다.      정철이는 대번에 가파른 언덕을 톺아오르는 황소처럼 씨근 벌떡거렸다. 주먹으로 자기의 손바닥을 땅! 쳤다. 안절부절 못하는 정철이였다.     정철이는 《누나, 다시 혁화이야기를 꺼내면 누난 내 누나 아니요!》하고 최후통첩을 내리고 떠나갔다.      정철은 인정미도 없는 영옥의 밥을 나르며 병시중을 든다고 정선의 손에서 밥곽마저 빼앗아 땅바닥에 마구 주어 메친다.            ㅁ,해결단계에서 정선과 정철의 심리변화       정선은 끝내 마음의 상처ㅡ 언니의 비인간성, 과거의 잘못을 넓은 혁육의 정과 관용으로 용서하고  치료비 4천원을 선대해주어 입원치료받게 해 구한다. 이는 혈육의 정과 인간성을 가진 인도주의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정철은 둘째누나 정선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등 인정미 넘치는 말에   나중에 영옥이 퇴원하는 날에 택시비도 받지 않고 마지못해 훈춘 머나먼 집까지 실어다주기까지 한다.     소설 제일 마지막에 이렇게 쓰고 있다.       갑자기 기사는 운전대를 주먹으로 빵 치며 소리쳤다.     “혁화, 혁화는 죽었어!”     갑자기 기사는 제동기를 밟으며 차를 급정거 시켰다. 그리고 차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뒤를 돌아다 본다.     “그렇다면 영옥이는…?”       저자는 여기서 그렇게 강경하던 정철의 심리변화를 암시하면서 독자들에게 예술적인 여운을 남겨주면서 소설을 마무리했다.          소설은 주로 급성당뇨병에 걸린 언니- 영옥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둘러싸고 많은 편폭을 들여 주인공 정선의 내심갈등과 변화를 아주 굴곡적이고도 성공적으로 파고들며 세부묘사해 정선의 인간성을 파헤쳤다. 소설은 복잡한 사건으로 슈제트를 구성하지 않고 정선과 언니 인정의 변화와 갈등을 주선으로 혈육ㅡ언니에 대한 인간적인 사랑  인도주의적인 인간성을 가진 정선의 형상을 성공적으로 부각해냈다.                    4.  맺는 말       총적으로 김만석교수의 중편소설 "멍청이 누나”는 우선, 예술적으로 주렁진 성과를 거둔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에서는  굴곡적인 심리 갈등과 변화를 주선으로 혈육의 정도 없고 인간성마저 일은  언니를 용서해주는 정선, 혈육에 대한 인정미와 인간성이 깊고 포용성이 있는 정선이란 인물을 예술적으로 전형화된 인물형상으로  부각했다. 이것이 이 소설의 독특한 예술특징이며 이 소설이 거둔 아주 독특한 예술적인 성과라고 본다.     일반적인 생활론리로 말하면, 영옥과 같은 혈육의 정도 모르고 인간성도 없는 언니를 아무리 형제라도 용서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저자는 주인공 정선을 처음부터 혈육의 인정미도 많은 인물로 고정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복잡하고 굴곡적인 심리 갈등과 변화로 인물의  성격변화를 보여주었다. 소설을 다 읽고나면 소설의 제목과는 달리 주인공 정선은 “멍청이 누나”가 아니라 혈육의 정과 인정미도 많고 흉금이 넓으며 인간성을 다분히 가진 참된 인물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주인공 정선의 드넓은 흉금과 혈육의 정으로 영옥의 과거를 용서하는 것을 통해 계급투쟁시대로부터 개혁객방 시대에 들어선 격변기 시대에 계급성으로부터 점차 인간성으로 돌아서는 조선족들의 인정세태를 아주 굴곡적이고도 형상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점에서 이 소설은 프랑스 작가 유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불"에서 주인공 쟌 발쟝을 창조한 것과 같은 랑만적인 예술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저자는 소설에서 영옥이란 정형인물도  아주 형상적으로 창조했다. 계급투쟁이 격렬하던 그 시대에는 아버지도 친혈육도 안중에 두지 않고 계급투쟁에 혈안이 돼 미쳐날뛰던 영옥, 자기 전도를 위해선, 자기 살기 위해선 혈육의 정도 인정미도 없이, 인간성마저 잃고 살아온 영옥이다. 영옥의 형상은 "문화대혁명"이란 시대가 낳은 반면인물이다. 영옥은 비극적인 참혹한 계급투쟁시대 산물로서 결코 우연한 인물은 아니다.      소설에서 누나의 설복에 의해 점차 혈육의 정과 인정미가 돌아서기 시작하는 인간성을 회복하기 시작한 정철의 형상도 영옥과의 심리갈등 속에서 아주 성공적으로 창조했다. 정철의 형상에서 저자는 아무리 어떤 원한이 있더라도 인정관계, 인간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표현하였다.       다음, 김만석교수의 중편소설 “멍청이 누나”는 내용상으로도  아주 성공한 예술작품이다. 이 소설은 정치풍파를 거친 우리 조선족들이 정치시대에 적대관계로 된 인간관계가 경제시대에 와서 점차 다시 새 인간관계로 회복되는 과정을 실사구시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영옥은 자기 아버지를 투쟁하고 암으로 시달리는 친아버지 림종 전에도 찾아보지 않은 그런 인정미도 없는 사악한 "언니"이다. 그러나 주인공 정선은 그런 영옥마저 언니라고 량해하고 치료비까지 대준다. 그리하여 주인공 정선을 좀 리상화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떻게 보면 유고의 >에서 원쑤마저 용서하는 주인공 쟝발장처럼 릭상화된 인물이라는 감도 든다.        그러나 총적으로 중편소설 “멍청이 누나”는 내용과 예술 면에서 주렁진 성과를 거둔   인정세태소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 조선족문학사에서 문학적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훌륭한 소설이 80년대 창작되자마자 진작 발표됐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얼마나 문단을 진동했을가? 이런 아쉬운 생각도 든다.                                                                                                 2023년 1월 26일             주: 이 문예평론은 2023년 2월 19일 연길에서 열린 “김만석교수 성인소설좌담회”에서 발표했음.           Total : 9 번호제목날자추천조회 9창작담 대하소설 "황혼" 창작후기 김장혁2024-12-3111659 8사막의 마라토너 김장혁2023-12-291843 7문예평론 "력사소설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에 대하여" 김장혁2023-12-290736 6문예평론 심리 갈등과 변화로 인물형상을 부각 김장혁2023-02-2101119 5장편소설 "졸혼" 창작후기 김장혁2022-05-180941 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창작후기 김장혁2022-01-290869 3문예평론 력사소설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에 대하여 김장혁2019-07-060541 2문예평론 "과학환상소설 창작기교에 대하여"2018-07-141789 1웰빙아동문학상 금상 수상소감 김장혁2014-03-2251341              제목             내용             제목+내용             글쓴이             
559    수필 청춘의 고백 김장혁 댓글:  조회:636  추천:3  2025-07-25
                         2017년 9월 7일  조회 3957 추천 17    수필       청춘의 고백                                        김장혁     나는 아무리 이쁘고 섹시한 미스라고 해도 더는 사귀고 싶지 않다. 만남의 기쁨과 즐거움 끝에 언젠가는 눈물어린 리별의 슬픔과 아픔을 맛보아야 하기 때문이 아닐가?     어제날 우리는 네가 제일 좋아하는 해물관에 가서 골뱅이살도 이쑤시개로 뽁뽁 뽑아 먹으면서 생글방글 씨물씨물 웃으며 즐겼다. 바알간 포도술잔을 댕 마주치며 가는 눈웃음을 짓는 너의 예쁜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냥 즐거웠고 흥이 났댔지. 우리는 찜질방에서 시원히 샤와도 하고 잠옷 바람으로 적외선체험실에서 땀을 흘리며 자지러진 쟈즈곡에 맞춰 처녀총각들과 함께 미칠듯이 디스코를 추었지. 서늘한 찜질방의 구들에 나란히 누워 소설 같은 인생살이도 이야기하고 세상 못하는 말이 없이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지. 우리는 이상야릇한 감정에 폭 빠져 다방의 희미한 불빛 아래에, 공원의 드높은 밤하늘에 격조높은 사랑의 서정시를 쓰고 또 썼더랬지.    너는 나를 보고 한번 쯤은 취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였댔지. 좀 흐트러진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지. 그러나 나는 영원히 너의 스승이라는것을 지켰다. 그건 아주 힘들게 지킨 영예이다. 기실 속으로는 엉큼한 생각을 하면서도. ㅎㅎㅎ 건 또 너의 순결한 마음과 그 옛날의 수양있는 녀학생의 천진란만하고 착한 모습을 지켜주었고 한 남자의 색시, 한 딸애의 위대한 조선족어머니라는 숭고한 명예와 위신을 지켜주었다. 너는 나를 미워하였을수도 있다. 나도 몰라, 너는 고정한 나를 존경하고 따랐을 수도 있는데 나는 너를 순결하지 못한 마음으로 대한 것이나 아닌지?    네가 나와 더불어 이 밤을 새우고 싶다고 조용히 속삭일 때 혹시 나를 스승이 아니라 남자로 보지나 않았는지? 나는 네가 의연히 옛날 빨간 골덴옷을 입고 글을 지어가지고 내 집에 찾아오던 그때의 그 천진한 소녀로만 보였다. 너의 처녀작수필이 발표되였을 때 너는 옛날 중국조선족소년보사에서 글짓기 2등상을 탈 때 그 소녀처럼 입이 합박만해 기뻐 어쩔줄 몰라하였지. 그때 기뻐하며 흥분돼 빨갛게 상기된 너의 얼굴은 진짜 활짝 피여나는 한떨기 빨간 장미꽃처럼 너무, 너무 이뻤더랬지.    내 제자 들 가운데는 대학교 원장, 박사, 교수, 이름난 작가, 기업가도 수두룩했지만 유독 너만은 어쩐지 그렇게 여지껏 나를 따랐을까? 그게 나는 저으기 한편 두렵기도 했다.  나는 점차 네가 예쁜 녀자로, 섹시한 미스로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는 내가 미웠고 불쌍하였다. 어데 녀자가 없어서 자기 옛 학생을 그러는가고 자기를 책망하기도 하였다. 그러는 내가 두려웠고 스스로 도리머리질을 하면서 “그러면 안되지.” 하고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죽이려고 하여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나를 욕하지 말아달라. 점차 네가 옛 학생이라기보다도 아주 가까운 녀자친구로 보였고 지어 애인을 하면 어떨가고 막연하게 생각하기도 하였다.     네가 다른 남자와 핸드폰으로 친절히 대화하는 것을 보아도 속이 별스럽더라. 네가 차린 다방에 갔다가 네가 다른 사내와 마주 앉아 담소하는 것을 봐도 속이 미여지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마치 네가 내 색시거나 애인이기나 한듯이 다른 남자와 노는 것이 축나는것처럼 좋지 않더라. 뭇사내들을 질투하는 내가 몹시 가련하게 보이더라. 네가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모든 사내친구들의 요청도 다 뿌리치고 나와 친구들이 노는 노래방에 찾아와서 밤새껏 나와 함께 춤을 추고 노래부를 때 나는 사춘기소년으로 된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해물관의 유리창문 옆에 너와 마주앉아 빨간 포도주를 마실 때 너를 흐리마리하게 애인으로 착각하기도 하였다. 얼마나 엉뚱하였니? 예쁘고 섹시한 너를 마주 바라보며 음미하면서 한수 또 한수의 사랑의 노래를 엮는 것이 아주 유쾌하였다. 참 우습지? 사내들의 마음이란 왜 이래? 산꼭대기에 부어놓은 물과 같이 산산이 부서져 산기슭으로 내달리다가도 어는 때인가는 부서지고 흩어졌던 마음이 한곬으로 흘러 강을 이루고 나중에 저수지로 되고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이겠지.    네가 내 팔을 정겹게 끼고 귀가 간지럽게 어깨 너머 파도치는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네온등이 반짝이는 정다운 밤거리를 거닐 때, 시내 제일 동쪽으로부터 서쪽 끝까지 택시도 타지 않고 걸어가면서 웃고 떠들 때, 온 밤 걸어도 날 것만 같더라. 미쳤지. 진짜 내가 네한테 환장했어. 난 어쩐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였지. 나는 청춘을 되찾은듯이 더운 피가 온몸에서 끓어번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예쁜 미스 화야, 넌 정말 기막히게 귀여운 미스야. 네가 그 쌍까풀깜장눈으로 나를 정겹게 마주 바라보면서 생글 웃을 때, “선생님”,     “우리 선생님” 하고 애교섞인 어조로 나를 부를 때, 나를 마주하고 포도술잔을 마주치고 빨간 립스틱이 진한 작은 입으로 굽을 낸 후 깔깔 웃어대며 못하는 말이 없을 때, 나는 온 몸의 세포가 흥분에 떠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너도 알았지? 난 그렇게 훌륭한 아들을 두었건만 딸비위를 얼마나 하였더냐? 그런 나를 동정하던 너를 고맙다고 하여야 할가? 어쩌면 좋을가? 내가 이런 엉뚱한 질문을 건네던거 기억나느냐? 넌 만약 너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어떤 남자와 재혼하게 되면 딸애 하나 낳아줄수 있는가? 그때 넌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들었던 포도술잔을 내려놓고 한동안 놀란 표정을 지었더랬지. 나중에 너는 생글 웃으면서 뭐라고 하였더냐?     “감정이 깊어지고 행복하면 딸 하나겠어요? 아들까지 하나 척 낳아줄 수도 있지요.”     그 말에 나는 온몸을 전률하였다. 네가 두렵고 부풀어오르는 내 마음이 두려워지더라. 너를 자주 만날수록 네 앞에서 엉뚱한 꿈도 많아지고 말이 빨라지고 많아지고 혈액순환이 숨바쁘게 빨라지고 옴몸이 해나른해지는 감을 느꼈다. 나는 너와 나를 이길 것 같지 못하였다. 너의 매력에 취해 너를 멍하니 마주 바라볼 때가 많아졌고 언젠가는 네 앞에 맥없이 쓰러질것 같더라. 나는 너를 깊이 사랑하고있다는 것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꼈다. 지어 너를 마구 베개로 쳐 쓰러눕히고서라도 가지고 싶어졌다.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네 신랑한테서 너를 빼앗아내 애인으로, 후처로 만들고도 싶어졌다. 살인이라도 날 거 같은 긴장감이 검은 구름처럼 내 심령을 떠돌아다녔지. 사랑에 미치면 뭔 일인들 다 할 거 같더라. 그러는 내가 스스로 참 두려웠다.    하기에 나는 너를 떠냐야만 하였다. 만나고 싶어질수록 너를 기어이 떠나야만 하였다. 너를 내 사람으로 만들지 못할 바에야 엉뚱한 마음을 혹독하게 죽이고 또 죽여야 하였다. 마치 콩물이 부글부글 끓어 가마를 넘치려고 할 때면 찬물을 끼얹듯이 말이다. 아니, 콩물이 끓지 못하게 불을 때지도 말고 아예 물을 쳐서 불을 자초에 죽여버려야 하였다. 계속 그대로 끓어번지고 불타오르면 너와 내가 언제든지 마음을 크게 다칠 것만 같았다.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않는 것은 갈라지기 아쉬워서였다. 혹독한 리별의 아픔을 받아당할것 같지 않아서였다.     그런 독한 마음을 먹은 나를 너는 몰랐다. 기분이 엉망이 되여 마지막으로 너의 다방을 쓸쓸하고 무거운 심정으로 떠나는 나를 보고 너는 어째 선생님은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하면서 자기가 잘못한 일이 있잖는가고 물었다. 그래, 화야, 누군들 만나기만 하면 좋고 갈라지기만 하면 아쉬운 녀자를 떠나야만 할 때 기분이 좋겠느냐? 나는 그런 리별의 아픔이 싫어서 다시는 너를 포함한 미스들을 만나지도 사귀려고도 하지 않는다. 네가 내 인생에 마지막 녀자로 모든 랑만의 로맨스는  끝냈다. 차라리 내 홀로 외롭게 실련 같은 쓸쓸하고 비참한 기분을 안고 한숨 속에서 살더라도 너 같은 미스들에게 리별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 싶지 않다. 미스들에게 환상으로 가슴이 부풀게 하고 싶지 않고 환락 뒤에 외로움의 심연 속에 몰아놓고 살짝 빠져나오기 싫었다. 나는 “빠이빠이!”라는 말을 제일 듣기 싫어한다. 그만큼 리별이 싫고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리라.     아, 리별이란 이다지도 마음이 아픈줄을 몰랐다. 리별의 아픔을 해소하려고 너의 약속대로 택시를 타고 항상 만나던 다방 앞에까지 달려갔다가도 , 택시 문고리에 식지를 걸고 차문을 열려고 하다가도 마음을 죽이고 그대로 되돌아오군 하였다. 너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전화로 나무랐지만 나는 만나고 싶어도 만나서는 안되였다. 너의 그 정답고 부드러운 전화마저 받지 않으려고 전화번호마저 바꿔버렸다. 그럴수록 이전에 너를 수수한 음식점에 끌고 다니면서 잘 챙겨주지 못한것이 못내 후회된다.    자주 만나도 싫어지는 사람이 있지만 한평생 다시 만나지 않아도 잊지 못할 미스가 있지 않는가!  너를 오래동안 만나지 않았지만 내 마음 속에 항상 날씬하고 예쁘고 섹시하고 수양있고 활발한 미스 네가 있는것으로 하여 마냥 즐겁고 기쁘다. 너와 함께 엮은 아름다운 추억의 멜로디를 고독하게 홀로 감상하면서 추억 속에 잠겨 사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 그것이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갈망과 망상으로 엮은 비극적인 사랑의 멜로디라고 하여도 우리의 비할바 없이 순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서정시라는데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떳떳하고 한가슴 뿌듯하다.    미스 화야, 너에게 혹독하고 비참한 리별의 아픔을 준 이 못난 스승을 용서해달라. 이 못난 스승을 외로운 심연 속에 그냥 놔달라. 래세가 있다면 근사한 해물관에 예쁘고 섹시한 너를 데리고 가서 빨간 포도술잔을 밤이 가는 줄 모르게 실컷 마시자. 세속에서 벗어나 랑만적으로 사랑도 해보자. 이것이 네가 그렇게 따르던 못난 스승의 마음아픈 고별인사이고 한동안 너로 하여 청춘의 꿈으로 가슴이 부풀었던 나의 페부 속에서 우러나오는 고백이다.     아, 좋아하면서도 혹독하게 정을 떼야 하고 만나고싶어도 만나지 말아야 하는 마음의 아픔이 오죽하랴. 그리워도 그리지 말아야 하고 사랑하면서도 사랑해서는 안되는 그 지독한 내 마음의 고통을 그 누가 알랴.
558    수필 금강산 선녀와 만나 김장혁 댓글:  조회:954  추천:28  2025-06-08
2015년 10월 23일 16시 24분  조회:2949  추천:5      수필         금강산 선녀와 만나                                      김장혁     물안개 서리서리 서린 베일이 서서히 벗어지면서 울긋불긋 단풍이 든 수림 속에 숨었던 금강산의 기암괴석들이 서서히 수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산새들이 절벽과 푸르른 창공 사이에서 날아예면서 지저귀면서 노래하며 맞아준다. 순간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갈아타면서 낮과 밤을 10시간이나 날아오고 달려온 모든 피로가 가뭇없이 사라지고 눈이 번쩍 뜨인다. 우리는 시원한 금강산 공기를 가슴 뿌듯이 한껏 마시면서 환성을 질렀다.    "누가 제일 먼저 금강산에 오르면 금강산 선녀가 마중해요." 여가이드가 하는 말에 뭇 사내들은 뉘라 없이 돌층계를 바삐 톺으면서 산꼭대기를 바라고 가파로운 절벽 길로 돌진했다.     허나 내가 생각하매 금강산 선녀가 따로 있나? 금강산 가이드 처녀가 금강산에서 내린 선녀이지. 1미터 65나 되는 미끈한 체격, 파도치며 어깨 너머 흘러내린 머리카락, 이북 처녀의 보름달 얼굴에 짙은 버들잎 눈썹아래 어글어글한 눈매, 오똑 치솟은 콧마루,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 강원도 금강산의 23세 처녀 특유의 금방울 굴리는듯 청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그녀가 바로 뭇 사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금강산 선녀가 아니겠는가?     금강산 선녀와 나란히 걸으면서 부드러운 설명을 들으며 푸른 벽계수가 출출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금강산을 올라가는 4킬로미터 절벽 길도 가파로운 줄도 모르고 해발 1639미터 금강산에도 톺아 오를 수 있어 그 멋 또한 별미다.     하늘을 쳐다보는 깎아지른 절벽-앙천대는 푸르른 하늘을 떠받들고 있어 자못 눈 뿌리가 아찔했다. 절벽 위에 기어 올라가는 토끼와 거부기, 병풍 같은 절벽 위에 올라가 거부기와 서로 먼저 올라가려고 싸우다가 거북의 철갑 같은 등껍질을 걸친 채 바위로 굳어져 버렸다는 백길 절벽 위의 토끼 암, 아기를 안고 앉아 있는 여인 같은 모녀바위, 책을 보고 있는 선비 같은 선비바위, 달리는 말 같은 말 바위, 절벽을 달려 내려오는 기차 같은 기차절벽…신기하기만 하구나.        하늘을 찌르누나 천하명산 금강산아      화가도 묘사하기 어려워 붓 꺾으리      어화라 절승경개에 취하도록 놉새나     한 모금만 마시면 10년 젊어진다는 삼록수를 세 모금이나 마시고나니 이게 웬 일인고? 내 가습속에 금강산이 우뚝 치속고 민족의 기개가 하늘을 찌른다. 이건 또 뭐야? 예순고개 마루에 오를 불혹의 나이에도 나란히 걸으며 귀 방울을 간지르는 금강산 선녀의 탄력 있는 몸이 탐나는 게 웬 일이냐? 아내를 손자한테 빼앗기고 홀아비 신세에 금강산 선녀가 팔을 끼고 대자연이 몇십톤이나 되는 바위로 만든 금강문을 빠져나가노라니 새 해에는 금강산 선녀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품에 날아드는 미몽이나 꾸지 않을까? 무대같이 널따란 무대바위에 올라가 서서 양반들이 바위에 새겨놓은 이름자를 멍하니 두리번두리번. 너럭바위에 흐르는 맑은 물에 기생들이 술잔을 띄워 내려 보내면 시원한 옥류 물에 기생들을 껴안고 목욕하면서 술잔을 받아 마시며 노닐던 양반들과 황진이는  어디로 가고 조약돌이 다 들여다보이는 물 함지 같은 옥류담만 서글프게 누워있구나. 너럭바위를 핥으며 씻으며 흘러내리는 옥류동의 푸른 물, 연이어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련주폭포… 천하 절승경개를 굽어보노라니 먼 옛날 천하명기 여류시인 황진이가 그립구나. 아직도 그녀가 즐기던 옥류담 벽계수가 옥돌을 부시고 핥으면서 출렁출렁 흐르건만 그녀가 뜯는 가야금 아름다운 선율과  명시조 읊조리는 소리가 환각속에 구슬프게 들려오는데야...               녀류시인 황진이야       황진이 시향 만리 오늘도 그윽컨만     명시조 녀류시선  어디에 숨었는고?     님이여 외로운 선비 울리지나 맙소서.       황진이 대신 금강산 선녀가 소곤거리며 허전한 내 마음 달래주어 다행이구나. 보고싶은 황진이는 보지 못하고 금강산 선녀의 손을 잡고 봉황이 춤추며 하늘로 올라가는 모양새를 갖춘 비봉폭포와 봉황이 춤추는 듯 한 무봉폭포를 바라보노라니 머리 허연 선비 가슴에서도 청춘의 노래를 부르누나. 금강산 절정 비로봉을 지척에 두었건만 금강산 선녀는 보이지 않고 병풍 같은 절벽 위에 웬 황금이 쌓여있고 등산객들이 시장기를 말리려고 기름떡을 쌓아놓았느냐? 층암절벽이 백길 넘어 치솟아 있는 데야, 천하 명기의 쩍 벌려 댄 두 다리 사이로 웬 흰 비단폭포가 쏟아지느냐? 허연 젖가슴을 드러내고 들어누운 금강산 선녀의 허연 다리 새로 74미터 높이로 흰 비단을 필채로 줄줄 낳는구나. 구룡폭포 층암절벽을 부시며 폭포수가 눈사태로 무너져 내리는구나. 금강산 선녀와 소곤소곤 속삭이며 금강산 절경에 취해 구경하노라니 이 아니 즐거우냐? 여봐라, 시선이여, 당신은 여산 폭포가 아름답다 했지만 묻노니, 예가 바로 천하명승 절승경개 아니겠나. 금강산 선녀가 새물새물 웃으며 못난 선비 허연 머리를 폭포수에 담가주며 번쩍번쩍 영원한 기념사진을 찍어주누나.     수려한 금강산에서 내려 갈 때 됐건만 어인 일인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모두들 머뭇거린다. 명기 황진이 노닐던 금강산은 보았지만 명기 아닌 여류시인으로서의 황진이가 남겨놓은 명 시조는 보지 못해 이내 선비는 서글프기만 했다. 자꾸 여기저기 두리번두리번 살펴봐도 찾아 볼 길이 없어 서자 같은 선비는 속으로 울면서 하산의 발걸음을 간신히 옮겨 놓는다. 그런데 저게 뭐야? 한참 내려오다 돌아보니 푸르른 창공과 금강산 주봉인 비루봉을 배경으로 황진이가 거대한 바위로 하얀 가슴을 드러내놓고 굳어진채 들어누워 구룡폭포수를, 벽계수를 뿜어대고 있지 않겠는가! 환각인가! 아니야, 진짜 그렇다, 수백년 동안 금강산- 선녀, 그녀는 그 얼마나 많은 사내들을 자기 품속 금강산 계곡에 받아들여 천하제일 사랑을 음미해보게 했던가!  시원한 공기로 답답한 사내 가슴을 달래주고 사랑의 폭포로 혼을 빼앗아가고.     비무장지대 철조망과 지뢰밭을 넘어 해금강으로 달려갔다. 출렁이는 파도는 해금강의 바윗돌에 부딪쳐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우리를 환호했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총대를 맞대고 쏘아보는 참혹한 비극을 70년이나 바라본 파도는 철썩철썩 쾅 쾅 바위에 얻어맞아 퍼렇게 멍들었고 바위들은 바다에 물앉아 안타까이 울고 있었으며 파도는 초석에 부딪쳐 하얀 슬픔으로 산산이 부서진다. 저기 2킬로미터 앞바다에 마주 보는 형제 같은 두 섬 중에 북쪽의 섬은 이북의 것이고 남쪽의 섬은 이남의 것이라고 한다. 남쪽 설악산에 올라 이북의 금강산 쪽을 바라보았을 때만큼 북쪽의 금강산에 올라 지척의 이남 설악산과 속초항을 바라보노라니 분단의 아픔이 마음을 톱질하며 괴롭힌다. 이북의 금강산과 이남의 설악산은 모두 백두대간의 산줄기로서 산맥이 한데 이어져 있건만 오늘은 철조망에 가로 막혀 형제 산을 지척에 두고서도 모두 울창한 수림 속에 대머리를 마주하고 서로 멍하니 마주 바로보고만 서 있었다. 해금강 바다 속의 독 바위산 층암절벽만이 자존심을 지키면서 우뚝 솟아 분단의 비극을 굽어보며 서럽게 통곡친다. 철썩 철썩 쿵-쏴 파도가 쓰라린 눈물방울로 부서지고 가슴 아픈 슬픔으로 산산이 흩어진다. 아니, 아니야, 애절한 분단의 서정시로 갈기갈기 부서진다. 금강산 선녀는 비극적인 분단의 무대를 배경으로 머리 허연 선비의 초라한 모습을 카메라에 닮는데 늙은 선비는 통분해 가슴을 쾅쾅 치면서 즉흥으로 시조를 읊는다.         갈매기 자유로이 남북을 날아예고       물고기도 속초항과 해금강을 오가건만       애닲다 금강선 선녀 만나러 왜 못 오나?!         하늘이 높고 높아 날아오지 못 하나       바다물 깊고 깊어 오가지 못 할가       3.8선아 8천만 동포 념원 안고 무너져라!    리순희 시인의 댓글    김회장님 수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금강산 답사하면서 눈앞의 정경으로 느끼는, 남북으로 갈라져 살아야만하는 우리 민족의 애닲음이 가슴에  서리게 하는 글이였습니다.     
557    수필 무지개를 쫓아보세요 김장혁 댓글:  조회:881  추천:5  2025-06-06
    아동수필       무지개를 쫓아 보세요.                  김장혁      어느 하루 고향마을 서쪽의 칼산 중턱에서 전투놀음을 놀다가 그만 해비를 맞게 되였어요. 서쪽 하늘에는 해가 두둥실 떠 있었지만요. 동쪽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덮쳐오더니 불시에 호두알만큼한 비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웬 일일가요?    한참 내리던 해비가 멎더니 동녘 하늘에 아름다운 칠색무지개가 정말 멋지게 걸렸어요. 신선화백이 그림을 그려 놓은듯한 칠색무지개는 북쪽뿌리를 고향의 태평강에 박고 남쪽뿌리를 저 멀리 남쪽 벌에서 동으로 흐르는 부르하통하에 박고 반공중에 반달처럼 걸려 있었어요. 그때 어린  나는 처음 그렇게 아름다운 칠색무지개를 가까이에서 보았어요.    “야-호- 멋있다!”    “야- 아름답다!”    우리 어린애들은 비를 맞을 위험도 무릅쓰고 산비탈에 서서 환성을 질렀어요.     그런데 저게 뭔가요?    글쎄 칠색무지개가 우리 쪽에서 점점 동쪽으로 움직여나는 것이 아니겠어요?    “칠색무지개 달아나면 보지 못하겠다.”    어느 앤가 근심하자 나는 애들에게 고함쳤어요.    “우리 저 무지개를 쫓아가면서 보자!”    애들은 이구동성으로 고함쳤어요.    “옳다! 무지개를 쫓아가 보자!”    우리 어린애들은 무지개를 하나라도 가까이 가서 보려고 고함치며 산기슭 아래로 달려내려가면서 무지개를 쫓기 시작하였어요. 달리다가 진흙탕에 넘어지면 일어나 계속 쫓아갔어요.    그러나 아무리 무지개를 쫓아가도 무지개가 점점 멀리 달아나 지척에 두고서도 붗잡을 수 없었어요. 그 아름다운 칠색무지개가 졸지에 신기루처럼 푸르른 하늘로 사라져서야 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앉아 어린 가슴을 할딱거렸어요.    개구쟁이 시절에는 어찌 하여 모든 것이 그렇게도 신비했는지 몰라요. 되지도 않을 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무지개를 쫓던 꿈도 많던  개구쟁이 시절이 그리워요. 차개돌로 고향의 칼산도 차 넘어뜨리고 딱지로 초가집도 날려보내려던 우둔한 도깨비 시절이 그리워요.       무지개도 쫓고 달도 쫓아가던 모험정신이 그리워요.    그래요. 나는 어린 시절에 수레바퀴테를 굴렁쇠로 삼아 굴렸고 태양도 굴려보고 달도 굴려보고 싶었어요. 나는 마른 해바라기대로 달을 찔러 떨어뜨려보려고 마구 밤하늘에 대고 구리바라 같은 달을 푹푹 찔렀어요. 키가 모자란다고 돼지우리에 올라가 해바라기대로 밤하늘의 달에 대고 날창질을 쏙쏙 해댔어요. 그러나 보름달은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어요.    어린 시절에 봄바람이 세찬 하늘에 연을 띄우면서 연에 매달려 하늘을 훨훨 날아옐 노란 꿈도 꾸었고 풍선에 동동 매달려 고향의 칼산에도 날아오를 푸른 꿈도 꾸었댔어요. 참말 생각해보면 되지도 않을 우습고도 허황한 꿈이였지요.    공상과 모험을 실은 꿈이 있는 개구쟁이 시절은 참말 멋졌어요. 모험적인 꿈이 있고 시도하는 것이 있는 어린이는 그만큼 장차 이루는 것도 많게 되지요.    어린 친구들이여, 허황한 꿈일지라도 꿈마저 없는 애는 불행한 아이, 전도 없는 어린애죠. 달도 쫓고 무지개도 쫓고 드론을 타고 하늘로, 우주로 날아오르는 꿈도 꾸어보세요.      김영희 췬주님 댓글      @민성 소설가님, 수필 ㅡ 최우수작품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합니다. [强][玫瑰],무지개를  쫗아가보세요 ~ 어린 시절  수필을  보면서  저도  어린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그때가  그리워 지네요. ㅎㅎ넘  잘 쓰셨습니다 [抱拳]     박병선 시인의 댓글    선생님, 너무나도 멋진 수필입니다. 손색없는 고수입니다. [OK][强][玫瑰][玫瑰][啤酒][啤酒]            저자 주:     본 아동수필은 일찍 2009년 연변인민출판사와 연변주조선족아동문학학회에서 주최한 “조선족아동문학연구세미나”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2025년 6월 6일 연변일보 해란강 1965호에 실렸음.  
556    대하소설 황혼 제5권 종장 101. 황혼의 유령 김장혁 댓글:  조회:2279  추천:7  2025-02-19
     대하소설 황혼 제5권 종장           김장혁        101. 황혼의 유령             1     대지에 불비를 뿌리던 태양아씨도 무더위에 피곤한 하품을 한다. 태양아씨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던 무더운 삼복염천 하루 일정을 마치고 무연한 사막의 누런 가슴에 키스를 날리면서 애잡짤한 고별인사를 한다. 태양아씨는 이그러져가는 얼굴로 사막을 누비다가 홧홧 달아오르는 몸을 식이려고 호수를 찾았다. 옹달샘 하나도 찾지 못하고 서해바다를 바라고 불타는 저녁노을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태양아씨 이그러진 얼굴에서 마지막 몇가닥의 금실이 모래바람이 이는 사막을 피빛으로 물들인다. 사막에 외롭게 서 있는 선인장 이파리에 꽃인 침들이 피빛으로 물든 금실을 꿰어 황홀한 저녁노을에 눈물겨운 한폭의 수채화를 수놓는다, 물 한모금 없는 사막을 도화지로 삼아 쓸쓸한 황혼의 서정서사시를 쓴다.    눈 앞도 헤아리기 힘들게 윙윙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에 흐릿한 해아씨가 서서히 져가고 붉게 타오르는 황혼의 락조가 사막의 언덕을 비춘다. 홧홧 타오르는 열기에 모래알이 탁탁  튕겨오르며 죽음의 노래를 부른다. 모래바람에 팔락이는 실오리만한 혼의 꼬리를 집어삼킨다.     몸은 정신감옥에 갇혀 있지만 황혼의 유령만은 정신쇠사슬 사이로 새여나와 자유의 푸른 하늘로 서서히 날아올라간다. 혼은 바람 따라 날아가는 사랑의 그림자를 쫓아가다가 맥없이 사막의 둔덕에 푹 쓰러진다. 외로운 황혼의 유령이 쓸쓸하게 쓰러진 모래언덕에 처절한 하얀 그리움이 무럭무럭 피어난다.     무시무시한 백골들이 쩍 벌린 아가리로 억울한 죽음의 공포를 뱉어내고 낮잠을 청한다.     얼룩 독사가 움푹 파인 백골 눈확에서 기어나와  혀를 날름거리며 가냘프게 시들어가는 황혼을 쳐다보며 한숨의 꼬리를 잡고 모래바람이 기승을 부리는 사막의 밤 하늘을  노크한다.     황혼의 락조가 피빛을 불태우며 져가는 모래언덕에 책짐을 메고 달리다가 푹 쓰러진 사막의 마라토너의 한숨소리 스며든다. 벌겋개 달아오른 황혼의 락조는 세파에 부대껴 쓰러진 심장을 다독이며 자장가를 부른다. 얼빠진 황혼은 비틀거리며 염라전에서 라체무를 추며 허무한 인생의 콧노래를 부르며 어두운 밤의 고독한 악기를 고른다.     무정한 어둠은 황급히 태양아씨의 얼굴을 감싸 안아 서산 너머에  파묻어버린다. 태양아씨가 사라지자 거대한 욕심쟁이 황금바라가 어둠의 장막을 거두면서 동녘 하늘을 누렇게 물들여간다. 황금바라는 먼 사막 동산의 주마등을 핥으며 서서히 솟아올라 사위를 둘러본다.     어둠 속의 황막한 사막의 산등성이에 누워 있는 사막의 마라토너 선렬들의 무덤 사이로 반디불인가, 종호의 혼인가 외롭게 떠돌아다닌다.  백양나무 꼭대기에서 무덤을 내려다보던 까마귀들이 놀라 까욱까욱 울면서 푸닥닥 푸닥닥 날아난다. 무덤을 도굴하던 쥐새기들이 깜짝 놀라 쪼로롱 쥐굴로 달려들어가 가슴을 할딱거리며 혼이 울어대는 무덤을 내다본다.    처량한 달빛이 어린 무명영웅들의 무덤 주위에는 기괴할 정도로 공포에 찬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이 무연한 사막은 원래 몇십길 되는 미인송들이 하늘을 찌르던 원시림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악한 인위 피해를 받아 아름드리미인송 바다가 넘실거리던 원시림은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황량한 사막으로 되고 말았다.    사막의 마라토너 종호는 말라 죽은 미인송 파묻힌 사막에서 마른 미인송 가지를 걷어내고 사랑의 오아시스 꿈나무를 심는다. 마라토너의 꿈이 모래가루가 흩날리는 사막에서 선인장으로 자라나고 울긋불긋 푸른 꿈의 꽃으로 피어난다. 꿈의 모래언덕에 점차 푸르른 잔디가 깔린 오아시스가 퍼져나간다.     사막 마라토너의 잦아드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반주해 어데선가 사막의 모래 둔덕을 파헤치며 ㄱ, ㄴ, ㄷ, ㄹ가 샘처럼 퐁퐁 솟구쳐 올라 조상의 환상곡을 부른다. 마라토노의 꿈이 연분홍 진달래로 피여난다. 그 막연한 꿈 속에서 한 오리 미련이 쏙쏙 머리를 내밀고 키돋음하며 우썩우썩 자라더니 사막의 언덕에서 길이길이 휘날린다.    황혼 인생은 이젠 각일각 맥없이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짜릿한 격정에 넘치는 사랑도 없는 부부, 허위로 묶어놓은 가정에는 엔돌핀도 생성되지 않는다.  사막의 마라토너의 혼은 파뿌리처럼 돼버린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책짐을 메고 힘겹게 사막으로 정처없이 헤맨다. 얼굴도 주글주글해지고 이마에는 주름살이 밭고랑처럼 패여갔다. 그래도 좋다. 아직도 겨레의 넋이 담긴 책짐이라도 내가지고 메고 다닐 수 있는 것만 해도 좋다. 조금이라도 위안된다.    황혼의 유령은 인생 황혼이 너무나도 서글프고 쓸쓸하기만 했다.    (아직 세상에 해놓은 일도 없고 손자도 안아 보지 못했는데. 벌써 아바이라니? 원, 참. 세월도 한심하지. 내 인생아, 황혼아, 야속하다, 야속해.)    종호의 혼은 유령처럼 정처없이 세상 천방지축 어데라없이 헤매기 시작했다.    그의 혼은  무거운 책짐을 메고 사막을 걷다가 지쳐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사막 둔덕에 푹 꺼꾸러졌다. 혼은 가냘픈 숨을 간신히 헐떡거리면서 가슴을 치면서 개탄했다.    (진짜, 살 멋이 없어. 인생도 황혼에 이르면 찡하게 사랑하는 부부끼리 먹고 싶은 걸 먹고 보고 싶은 걸 보고 놀고 싶은 걸 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별재미라는데. 늘그막엔 국내외 명승고적을 유람이나 하고 추억에 잠겨 살아온 이야기나 하면서 근심걱정 없이 알콩당콩 살아야 된다고들 하는데. 이건 뭔가? 사랑하는 안해도, 사랑도 없이 무슨 살 멋이 있는가? 제 자식 하나 낳아 기르지 못해 전주 리씨 대를 꺾고서도 살아 뭘 해? 사랑하는 나영도 아파트 한채를 공 가진 죄로 10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갔어. 내가 마지막 면회하러 갔을 때 나영은 걀죽한 얼굴에 줄 끊어진 구슬처럼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내 손을 꼭 잡고 진지한 사랑을 고백하지 않았던가.    “제가 출소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제가 리사장님의 인생황혼에 황홀한 사랑을 안겨 주겠어요.”    나영의 볼우물을 옴폭 파는 갸름한 반달얼굴, 그 수척한 외씨얼굴이 그렇게 이쁠 수가 있겠는가. 그때 그녀의 그 절절한 눈빛이 반짝이는 쌍까풀눈에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 머리를 끄덕였지. 그러나 다시 생각해 봐도 허무한 꿈 같아. 나영은 출소해도 40대 중반인데. 칠순을 바라보는 내가 이제 10년을 더 살기나 할까? 그래 나와 나영과의 사랑은 이룰 수 없는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단 말인가?)    종호의 혼은 무거운 책짐을 잠시 벗어놓고 모래 둔덕에 반듯이 드러누워 모래바람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달을 쳐다보면서 절망에  찬 한탄을 했다.    “내 한평생 글을 쓰면서 책을 내느라고 헤맸지만 다 허무맹랑한 일로 돼버렸구나. 누가 항일영웅렬사들의 이야기를 쓴 내 책을 보는가? 서점에서 이런 책은 이젠 잘 팔리지도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해나는 사랑이야기를 쓴 전자책이나 보지. 돈 팔고 책을 보려고 하지 않는단다. 이젠 온라인시대에 책이 다 파묻히는 판이야.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의 소설이나 그래도 좀 보겠지만. 내 같은 무명작가의 소설을 누가 보겠는가.”    혼은 모로 누우면서 팔로 미친듯이 덮쳐들어 흩날리는 모래바람을 막으면서 정의용사 리성호를 떠올렸다.    (성호는 내 목에 날아드는 비수를 턱 막아 깡패들의 손에서 빼앗아버렸다. 성호는 비수를 휘두르며 나한테 덮쳐드는 깡패들을 막아싸우다가 깡패들의 칼에 옆구리를 찔려 쓰러졌다. 성호는 나를 구하다가 내 대신 피못 속에 쓰러져 장렬하게 희생됐다. 그의 혼은 지금도 하늘로 둥둥 떠다니면서 정의를 지켜 싸우고 있다. 성호야, 네가 떠나간 날부터 나의 삶은 날마다 장례식으로 돼버렸다. )    피뜩 정의용사의 혼이 우렷이 떠올랐다. 성호는 정색해 종호의 혼을 바라보면서 신신당부했다.    “종호야, 맥을 버리지 말고 일어나라. 갈 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 나 대신 겨레 선렬들의 혼을 영원히 지켜달라.”    종호의 혼은 벌떡 일어났다.     (그래, 성호야,  선렬들의 사적을 가없는 사막에 다 써넣어도 어찌 다 쓰겠느냐? 이번엔 피와 살이 있고 사랑도 있는 정의용사의 형상을 부각해야지. 문학성도 높이고 독자들을 끌게 선렬들과 정의용사의 사랑도 써야지. 성호가 은영을 짝사랑한 것도 쓰고 성호가 승호와 결투한 것도 쓰고 성호와 정희의 쓸쓸한 20여년 동안이나 되는 졸혼이야기도 써야지. 그러나 책으로 내면 누가 볼까? 온라인시대에 걸맞게 이번엔 온라인에 널리 올려야지.)    종호의 혼은 정의용사 친구가 그리워 주먹으로 사막의 둔덕을 꽝꽝 치며 서럽게 통곡쳤다.    “야속하다, 야속해, 성호야, 어쩜 넌 날 구하자고 내 대신 죽었느냐? 너마저 내 곁을 떠난 이 세상에서 진짜 살 멋이 없어. 친구도 하나, 둘 다 떠나갔다. 진짜 고독한 황혼이야.”    그러나 사막은 대답 대신 모래바람을 얼굴에 쨍 아프게 끼얹는다.    물 한모금 없는 사막에서, 목이 홧환 달아오르는 사막에서 목이 말라 숨쉬기도 힘들었다.    눈을 스르르 감자 살려달라고 애고사리 손을 자기한테 뻗치며  애원하는 성림의 불쌍한 얼굴이 떠올랐다.    (절대 포기해선 안돼. 나마저 쓰러지면 우리 겨레는 어쩌는가? 겨레의 만년 미래와 희망을 담은 조상환상곡은 누가 이어받아 노래하겠는가? 옹달샘이 퐁퐁 솟는 오아시스를 찾아내야지. 성림을 구해내야지. 그런데 나도 류려평이 부정축재로 얻어가진 아파트 한채를 팔아 책을 냈다고 공직과 당적마저 박탈당했다. 46평방짜리 집을 판 돈도 법원에 몰수당해 부정축재 아파트를 팔아 책을 낸 돈을 갚았다. 다행히 내가 아파트를 판 돈으로 항일투사들의 이야기 책을 낸 정의적인 사업에 썼다고 최서기가 참고자료를 제공했기에 법원에서는 5년 징역형으로 감형해주었다. 이젠 난 생존을 이어갈 돈도 없다. 불쌍한 성림을 치료할 돈도 대주지 못하게 됐다. 무슨 낯으로 출소해 나영을 만나고 그의 사랑을 받는단 말인가? 출소하면 칠순도 훨씬 넘어 한국에 나가 일할 맥도 없다. 전과범이기에 출국도 할 수 없게 됐다. 비록 동생 만호와 만순이 생활비를 대준다지만 이젠 너무 의지가지 없는 황혼인생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종호의 인생 황혼도 사막처럼 모든 것이 말라갔고 황량한 페허로 돼버렸다. 환각인가?    종호 혼이 흘린 피눈물은 이슬이 되여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에 쏟아져내려 희망의 진달래꽃을 활짝 꽃피웠다. 종호 혼의 절망에 찬 근심과 아픔은 해빛이 되여 황혼의 피빛락조가 비낀 삭막한 사막에 미련과 신심을 휘뿌려 후대들에게 찬란한 미래의 씨앗을 뿌려주었다. 사막에서 수많은 피끓는 뻘건 새 희망의 심장들이 선인장처럼 무럭무럭 자라난다.    먹장구름이 뒤덮여 온다. 불뱀이 먹장구름 속에서 궁전 룡마루에 쭉 뻗쳐오더니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궁전 기와지붕을 핥아간다.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더니 궁전 추녀 끝에서 실폭포가 쏴르르 쏟아진다. 건뜻 쳐들린 룡마루 추녀 아래에 세종 대왕님이 희죽이 웃으며 종호의 혼을 바라보면서 힘내라고 정답게 손짓한다. 푸르른 하늘에는 조상들이 물려준 ㄱ, ㄴ, ㄷ, ㄹ  아름다운 조상환상곡이 오래도록 메아리치고 있지 않겠는가!    종호의 혼은 너무 감격해 외까풀눈을 번쩍 떴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정경은 모래바람이 미친듯이 불어쳐 앞을 가리기 힘든 황량한 사막이 아닌가. 그렇게 갈망하던 조상환상곡마저 점점 사라져 가는 황량한 사막이 아닌가.    음흉한 전갈이 사막의 어둠을 타 모래불 속에서 슬금슬금 기여나와 종호 혼의 옆구리를 꼬집어 물며 독침을 박는다.    (앗!)    종호의 혼은 너무 아파 오만상을 찡그렸다. 독사들이 뻘건 혀를 날름거리면서 종호의 혼을 막아서서 음흉한 빈대눈으로 노려본다. 독사의 독침 같은 이빨이 책짐을 멘 어깨를 꽉 깨물어 뜯는다. 수전노들이 주산알을 딸깍딸깍 튕기면서 쓴 눈으로 책짐을 내다보며 내다 던지라고 하명한다.    그러나 혼은 죽을 것만 같은 아픔과 실망을 이를 악물고 용케도 참았다.    (안돼. 절대 포기 못해. 나는 일어나야 해. 조상환상곡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선렬들을 뒤이어 앞으로 나가야 해. 어서 일어나자. 책짐에는 영웅과 선렬들의 혼이 슴배여 있다. 아무리 무거운 책짐이라도 기어이 메고 가서 우리 겨레 사랑의 오아시스를 가꿀 거야.)    종호의 혼은 눈 앞에 겨레 사랑의 오아시스를 그려보며 안간힘을 다해 책짐을 메고 일어나 모래바람이 란무하는 사막을, 무연히 펼쳐진 사막산의 령을 따라 한발자욱, 한발자욱, 비틀비틀 걸어나갔다.           2    저건 웬 일인가?    황금모래둔덕 아래 희잡을 두른 숱한 남녀들이 웅덩이에 처박힌 한쌍의 남녀 머리에 돌멩이를 들이뿌리지 않겠는가? 남녀의 얼굴이 피가 랑자하게 흘렀다.    종호는 너무 이상해 다가가 두 팔을 쭉 벌려 막아나섰다.    "그만! 그만!"    희잡 속에서 싯허연 우멍눈들에서 이상한 빛이 내비쳤다.    종호는 그 이상한 빛에 대고 손가락질하면서 물었다.    "저 사람들이 무슨 죄를 졌다고 돌멩이로 머리를 깝니까?"    희잡 속에서 이상한 눈빛이 번쩍이며 고함소리가 귀청을 짼다.    "보면 몰라! 저 놈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바람둥이들이야!"    "알라는 절대 용서 못해!"    "진주의 이름으로, 저 년놈들의 대갈통을 돌멩이로 대갈통을 까 죽여라!"    주먹만큼한 돌멩이들이 남녀한테 날아갔다.    종호는 모래웅덩이를 들여다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래웅덩이에서 돌멩이에 맞아대는 남녀는 글쎄 류덕재와 류려평이 아니겠는가!     "저 년놈들은 에덴동산에서 바람 피웠어! 저리 썩 피해! 모래웅덩이에 처넣기 전에!"    하늘 어데선가 웬 녀성이 통역해서야 종호 혼은 간신히 히잡을 두른 사내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우리 무슬림들은 바람 피운 년놈들을 웅덩이에 처박고 돌멩이로 머리를 까 죽여!"    종호는 깜짝 놀랐다.    (이딸리아 중세기 시인 단떼의 장편서사시 "신곡"에서처럼 진짜에는 천당과 련옥, 지옥이 있단 말인가! 생전에 부패타락한 부패분자, 남의 눈을 피해 바람 피우던 색마들은 죽어서도 지옥에서 련옥을 통해 천당에 가지 못해. 진짜 이생에서 못된 죄를 지면 인간세상에서  이런 생지옥으로 간단 말인가?! 그래, 류덕재와 류려평은 항상 한고조 류방의 후손이느라고 으시대더니 저 년놈들은 죽어서도, 혼이 사막에 도망쳐와도 지옥에 들어가 천벌을 받는 거야! 저 색마들은 절대 지옥에서 련옥을 통해 천당으로 못 가!)     희잡을 두른 녀성들이 돌멩이를 웅덩이에 뿌려 류려평의 머리를 까부셨다. 류려평은 웅덩이에 피투성이 된 머리를 푹 파묻고 꼬꾸라졌다.     "저리 피해!"    "돌멩이로 저 놈 대갈통을 까 죽여라!"    세상에 둘도 없는 색마 류덕재도 우박처럼 빗발치는 돌멩이에 맞아 머리 깨져 피눈알이 튕겨나오고 뇌장이 흘러나왔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숱한 희잡들이 색마 년놈들을 돌멩이로 까죽이고서도 성차지 않아 웅덩이가 돌무덤이 되도록 계속 돌을 뿌렸다.   "아이고 끔찍해라!"     (어째 AI미녀로봇 아사꼬 목소리 같은데?)    그러나 종호가 누런 사막바다와 벌거스름한 하늘을 쳐다봐도 아사꼬는 보이지도 않았다.        종호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끔찍한 지옥을 떠났다.    (내가 저런 색마 년놈들 꼴을 보자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고생스레 걸어왔단 말인가?! 깜쪽같이 시인 단떼를 따라 지옥을 다 구경하지 않았어?)    종호는 앞으로 갈 방향을 조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돼. 서방세계라고 다 인간의 락도겠는가? 옛날 서역에 가서 경을 가져온 당승의 길을 따라 가선 안돼. 우리 동방 인은 그래도 동방에서 살아야 해. 사방 인들과는 모든게 맞지 않아.)    그는 옹달샘이 퐁퐁 솟는 사랑의 오아시스를 눈 앞에 그려보면서 허기진 배를 가까스로 추술리고 서쪽으로 가던 발길을 돌려 이젠 동으로, 동으로 걸어나갔다. 혀끝으로 말라 터진 이술을 감빨면서 사막의 둔덕으로 앞으로, 앞으로 한발자욱, 한발자욱 걸어나갔다. 그러나 몇발자욱 걷지 못하고 또 푹 꺼꾸러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디에서인지 한 녀인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리여 왔다.    (아이고, 우리 엄마 우리 쌍둥이를 낳아 애나게 길러 이젠 시집보내고나면 고독해 어떻게 살겠는가요? 아이고, 불쌍한 우리 엄마~)    종호 혼의 귀에는 아주 익은 목소리 아니겠는가.    종호의 눈귀가 살며시 열린다. 그런데 모래바람이 불어치던 사막 한 가운데도 아니고 이상하게 야자나무와 룡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열대우림이 펼쳐져 있지 않겠는가. 난데 없는 빨간 장미꽃이 야자나무 사이에 이쁜 얼굴을 반쯤 내밀고 종호를 엿보고 웃음 짓고 있었다. 저 앞을 내다보니 수림 속에 웬 커다란 널대문이 열려 있었다. 대문에는 꿈틀거리는 룡 같은 칙넝쿨이 칭칭 감겨 있어 이색적이였다.    (내가 어디로 왔지?)    종호는 간신히 일어났다. 무거운 책짐이 그대로 있어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그의 머리에는 웬 곤색수건이 칭칭 감겨 있고 옷도 남색에 흰줄이 죽죽 간 걸 입고 있지 않았겠는가!    (웬 일이지?)    그때 열대우림에서 은빛관을 쓴 웬 젊고 이쁜 처녀들이 우르르 달려나오와 반색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새 신랑이 왔다!"   빨간 저고리에 남색 치마를 입은 처녀들의 목에는 은목걸이 겹겹히 걸려 은빛을 빛뿌렸다.   처녀들은 종호를 막아나서면서 소리 질렀다.   "새 신랑님, 노래를 불러요. 그래야 우리 묘채(苗寨)에 들어와 새 신부와 합방할 수 있어요."   종호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뭐? 묘채라고? 그럼 내 입은 옷은 묘족 옷이란 말이오?"   "그래요."   종호는 팔깃을 들고 자기 몸을 두루 내려다보면서 놀라했다.   "여긴 묘족마을인데요. 새 신랑이 입은 묘족 신랑복이 얼마나 멋진가요? 산노래거나 애정가를 불러야 신부의 집에 들어갈 수 있지요."   종호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오. 난 묘족이 아니오."   그는 돌아서서 묘채를 떠나려고 했다.   "아니, 신부가 누군지도 보지 않고 가겠는가요?"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리어왔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명이 난다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를 날 넘겨주오.   종호는 그 목소리 귀에 익은 신부가 누군지 좀 궁금해났다.   (누굴까? 아사꼬?)   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발길을 돌리었다.   그는 묘족처녀들을 둘러보면서 물어보았다.   "저 신부 이름이 뭐요?"   묘족처녀들은 하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깔깔깔 웃어댔다.   "호호호. 가 보면 알아요."   "어서 노래나 불러요."   "난 묘족말을 하나도 모르오. 조선말로 노래를 불러도 되오?"   "네. 조선말로? 그래요. 돼요. 우린 일본 섬나라 오랑캐 아니라요. 이전에 일본 놈들이 우리 묘족마을에 쳐들어와서 별의별 비인간적인 만행을 다 저절렀지요. 그 놈들은 우리 묘족들을 보고 묘족말을 하지도 못하게 강요했지요. 묘족말을 하면 감옥에 처넣고 못된 고문을 다했어요. 묘족처녀들을 감방 안에서 강간도 무참히 했어요. 그래서 우리 묘족들은 일본 놈들을 대대로 증오했지요. 지금도 우리 묘족들은 일본 관광객이 묘족마을에 관광오는 것조차 싫어해요."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고 나서 웅글진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춘향아, 울지 말라,   소랑당 고개 넘어   리도령이 너를 보러 왔다.   묘족처녀들은 손바닥이 터지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녀들은 종호의 가슴에 빨간 꽃을 달아드리고 나서 그를 데리고 묘족마을 대문으로 다가갔다. 대문 어구에서 묘족 처녀 총각이 묘족의 손으로 빚은 술을 은잔에 부어 권했다.   종호는 새 신부가 누구인지 빨리 보고 싶어 은잔을 받아 쭉 굽을 냈다.   종호가 신부네 집에 가까와질수록 신부의 울음소리는 목이 터지도록 더욱더 높아지고 더욱 구슬펐다.   그는 묘족마을 촌장을 둘러보면서 물었다.   "이상합니다. 묘족들은 왜 희사 결혼날에 저렇게 슬프게 웁니까? 별란 풍속도 다 있습니다. 예?"   묘족촌장은 종호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우리 묘족들은 哭婚이란 결혼풍속이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부터 보름이나 목이 다 쉬게 우는 신부도 있습니다. 신부가 오래 울고 목이 쉬게 슬프게 울수록 본가집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다고 합니다. 그러잖으면 불효하다고 신랑이 파혼하고 데려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난 묘족도 아니고 조선족인데. 우리 조선족 풍속대로 결혼합시다."   그러자 묘족촌장은 이상한 눈길로 종호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그래 조선족처녀들은 시집가는 날에 부모 곁을 떠나면서 울지도 않습니까?"   "아니, 조선족처녀들도 눈물을 흘리긴 합니다. 그러나 소리내 울진 않습니다."   종호는 빨리 우는 신부가 누군지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종호는 신부 방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신부는 글쎄  빨간 묘족 저고리에 파란 치마를 입은 나영이 아니겠는가!    "나영이!"    종호는 달려들어가 나영을 와락 끌어안았다.    "아니, 이게 생시요? 꿈이요?!"    나영은 손으로 얼굴의 눈물을 훔치면서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아니, 이건 꿈이 아니예요."   종호는 두 팔로 나영을 껴안은 채 수척해진 얼굴에서 새 희망으로 반짝이는 정겨운 두 눈을 들여다보면서 물었다.   "감옥에서 언제 나왔소?"   나영은 하얀 손으로 종호의 입을 막으면서 문 밖을 둘러보았다.   "쉿!"   "이러지 마세요."   이때 묘족 신부 어머니가 들어와 말리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산으로 올라가라."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오쫄 일어났다. 나영은 완전히 묘족처녀로 돼 버린 것 같았다.   묘족의 풍속에 따라 신랑신부는 신부의 본가집에서가 아니라 산에 있는 자연석굴에 들어가 신혼의 밀월을 보내야 했다.   그뿐이 아니였다. 나영의 말에 의하면 묘족의 풍속에 따라 종호는 나영과 결혼한 후 3년 동안  데릴사위로 돼 신부네 본가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3년이란 이 고험기에 신랑이 일을 잘 하지 않고 게으름을 부릴면 신부네 집에서 쫓겨나고 심지어 파혼까지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아니, 난 우리 민족을 위해 책을 낼 일이 태산 같은데. 3년이나 어떻게 이런 산골 묘채에 눌어앉아 있는단 말이오? 말도 안되오?"  나영은 어글어글한 눈을 말똥말똥 흘기면서 종호를 나무람했다.  "나와 결혼하겠다는 건 거짓이군요. 그래 고까짓 3년 동안 고험도 이겨내지 못하겠단 말인가요? 묘족신랑들은 9년씩이나 가시집 일을 하면서 고험을 겪는 일이 푸술하다고 해요."  "참 코 막고 답답하오. 우린 조선족인데 조선족 풍속대로 결혼하기오."   "안돼요. 산에 가면 산노래라고 묘족마을에 발을 붙힌 바 하고 묘족 풍속을 따라야죠. 내 얼마나 힘들게 리사장님을 만났다고 그래요? 몇해 전에 감옥에서 나와 이 묘족마을에 들어온 후 혹시 당신을 만나겠는가 해서. 몇달이고 오리를 튀해가지고 산을 넘고 골짜기를 몇개 지나 시가지 장마당에 갔댔지요. 우리 묘족처녀들은 그렇게 오리를 파는 척 하면서 장마당에서 마음에 드는 신랑감을 고르지요. 총각은 말끔히 튀한 오리를  벌려놓고 있는 숱한 묘족처녀들 속에서 눈에 드는 처녀한테 다가가 '오리를 팔겠소?' 하고 묻지요. 묘족처녀는 총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오리를 안 팔겠어요.' 하고 사양해버리죠. 만약 신랑감이 마음에 들면 '오리를 팔겠어요.' 하지요. 신랑감이 특출해 마음에 쏙 들면 "아예 오리를 가지세요.'라고 대답해버리지요. 그럼 총각은 처녀를 따라 처녀네 집으로 가면서 처녀와 산노래나 애정노래를 부르면서 련애하지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면 우둔하다고 도중에 그만 두는 일도 기수부지라고 해요."   종호는 나영이 별로 묘족어머니 도움을 받아 감옥에서 나와 묘족마을에 숨어든 감이 피뜩 들었다. 그녀는 완전히 묘족처녀로 대버린 감이 들었다.    종호는 피뜩 나영은 이전에 관광하러 왔을 때 본 묘족녀가이드 마씨 아닌가 싶었다. 마씨 묘족녀가이드는 묘족처녀로 말하면 꽤나 훤칠한 편이었다. 신장이 1.68이나 됐고 살색도 분통에 빠졌다가 나온 것처럼 새하얀 우유빛살결이었다. 턱 밑의 목과 쉼없이 내휘두르는 팔마저 백지장처럼 온통 백설처럼 새하얗다. 짧은 치마 밑에 드러난 허벅지마저 흰비단처럼 새하얗고 아름다웠다.    그때 마씨 묘족녀가이드가 묘족과 토가족의 혼인풍속을 말해줘서 종호도 좀 알고 있었다. 토가족도 哭婚이란 혼인풍속이 있었다. 그러나 토가족은 결혼날에 신부가 울지 않으면 야단난단다. 결혼하는 걸 토가족 왕이 아는 날에는 새 신부가 새 신랑과 첫날 밤을 지내지 못하고 토가족 왕한테 뺏겨가서 첫날밤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토가족들은 결혼 첫날 밤에 새 신부를 토가왕한테 빼앗길가봐 초상난 집처럼 신부가 울어대며 哭婚을 한다고 한다. 그래야만 토가왕의 봉변을 면했다고 한다.    종호는 "묘족도 왕이 백성들의 신혼 첫날 밤에 남의 새 신부를 빼앗아다가 자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나영(마씨 녀가이드?)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묘족신부가 결혼 전에 며칠이고 울지 않으면 불효녀라고 신랑한테 파혼당할 수도 있지요. 때문에 신부감은 며칠이고 울어야 하고 더욱 슬프게 울수록 효성이 지극한 신부감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요."    이상하게도 종호 눈 앞에 나영과 마씨 묘족녀가이드가 겹쳐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묘채 뒷산 울창한 룡나무숲 속에 석굴이 있었다. 하늘로 기여오르는 룡 같은 칡넝쿨이 기암괴석을 감싸고 있고, 팔뚝만큼한 칙넝쿨들이 딜딜 감긴 룡나무가 우중충하게 서서 석굴 어귀를 지키고 서 있었다. 석굴 어귀로부터 굴 벽에도 구불구불 기여가는 구렁이 같은 굵다란 칡넝쿨이 얼기설기 뻗어 바줄처럼 걸려 있었다.    어둑시그레한 석굴은 서너메터 길이 밖에 되였다. 석굴 안에는 신랑신부가 딱 붙어 누울만한 공간 밖에 없었다. 나영은 종호의 손을 잡고 석굴에 들어갔다.   그녀는 초롱불을 석굴 벽 칙넝쿨에 걸어놓고 땅바닥에 널린 벼짚으로 잠자리를 훌훌 폈다. 진짜 원시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희한한 장면이다. 뒤이어 나영은 벼짚을 쥐더니 치마를 걷어올리더니 자기 허벅다리에 대고 벼짚을 비벼 새끼를 꼬는 것이였다.    "아니, 새끼를 꽈 뭘 하오? 어서 자기오."   종호는 나영을 끌어안으면서 애원했다.   "급해 말아요. 빨리 이 새끼로 짚신을 삶아서 석굴 어귀에 걸어놔야 해요. 그래야 다른 신혼부부이 이 석굴에 이미 신혼부부 있다는 걸 알고 이 석굴로 들어오지 않아요."   종호는 너무 신기해 서투른 솜씨로 짚신을 삶았다.    초롱안의 초불은 나풀거리면서 종호와 나영이 즐기는 신혼의 밤을 내려다보면서 흥겨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3    “여보세요. 일어나쇼. 어째 이런 사막에 쓰러져 있는가요?”    좀 귀에 익은 여인의 목소리 아닌가?    (나영인가? 아니야.)    종호의 혼은 천근 같은 눈까풀을 천천히 떴다. 흐리멍텅한 달빛이 어린 사막에 웬 녀인이 자기를 끌어 안아 일으키고 있었다. 가냘픈 여체였건만 힘은 엄청 셌다.    길다랗고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종호 혼의 얼굴을 어루쓸며 향기를 물씬 풍긴다.    천천히 눈을 떠보니 새 신부 나영이 아니라 글쎄 미녀로봇 아사꼬가 아니겠는가.    “리사장님, 어서 깨나세요. 조상환상곡 집필엔 당신이 필요한데요. 성호 총경리처럼 너무 총망히 가선 안돼요.”    “리사장, 근심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있는 한, 리사장님의 조상환상곡 책은 꼭 빛을 보게 될 겁니다.”    종호는 혹시나 해 사위를 둘러보았다. 야자수가 울창한 열대우림 속의 그 꿈 같은 신혼의 묘족 마을이 아니라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사막 둔덕이 아니였다. 자기 머리에 감겼던 희잡같은 두건도 온데간데 없고 곤색 묘족옷도 찾아 볼 길 없고 모래먼지투성인 람루한 중산복이 몸에 걸쳐 있었다.    "왜 내 좋은 꿈을 깨웠어?!"    종호는 나영과의 열렬한 신혼의 밤을 깨운 놈들이 가증스러웠다.    "아니, 바지에 오줌까지 쐈구만요. 무슨 꿈을 꿔었기에? 호호호."    아사꼬가 코를 싸쥐고 웃었다.   종호는 창피해 사타구니를 내려다보지도 못했다.   어깨를 만져보니 그래도 책짐만은 메워져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사막에 나타난 인물 가운데는 아사꼬를 내놓고 또 웬 괴물이 나타났다. 보통사람의 키보다 서너배나 더 큰 괴물이 아니겠는가.   (아니, 그럼 꿈을 꿨는가? 나영이 너무 그리워 내 혼이 나영한테 날아가 그런 묘족식 신혼의 꿈도 다 꾸었어?)    종호는 허구픈 웃음을 씩 웃었다. 그러나 그는 인차 눈 앞의 정경에 웃음을 멈추고 얼굴이 청바위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아니, 이건 웬 괴물이냐?)    길다란 코끼리코, 파초 같은 널다란 귀, 어깨에 달린 량날개…    (아니, 저게 클론바우 아닌가? 대하과학환상소설 속 소문난 주인공 괴물- 꼬마대통령 클론바우 아닌가?)    종호의 혼은 깜짝 놀랐다.    클론바우는 엉거주춤 사막 모래둔덕에 꿇어앉더니 코끼리 잔등 같은 잔등을 돌려댔다.    “어서 내 잔등에 올라 타십시오. 어데든지 잠간새 훨훨 날아갈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나를 도울 사람은 이젠 아사꼬와 클론바우 밖에 없구나.)    아사꼬는 종호의 잔등에서 무거운 책짐을 벗겨 자기 가냘픈 어깨에 메는 것이였다.    클론바우는 종호를 잔등에 업고 서너메터나 되는 날개를 퍼덕이더니 모래바람이 윙윙 불어치는 사막의 하늘로 훨훨 날아올라갔다.  아사꼬도 책짐을 메고 클론바우를 따라 하늘로 훨훨 날아올라갔다.    “리사장님, 왜 이렇게 정처없이 돌아다닙니까? 도대체 어데로 가렵니까?”    “조상환상곡을 낼 오아시스로 데려다 주십시오.”    아사꼬는 의아해했다.    “아니, 원시림에 숱한 출판사를 두고 어디로 간다고 그래요?”    종호는 잠꼬대를 했다.    “원시림이 모래바람에 싹 다 사막으로 돼버렸소. 인간 종적도 없어졌는데 어데 가서 책을 낸다고 그러오?”    “네- 알았습니다. 곧 오아시스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클론바우는 종호의 혼을 업고 초음속비행기보다도 더 빨리 서으로 서으로 날아갔다. 푸르른 바다를 날아 넘어 누런 강물이 사품쳐 흐르는 누런 땅으로 날아갔다. 사막은 끝났는데 온통 누런 고원이 아니겠는가. 누런 강물은 사품치며 흐르다가 승냥이 이발처럼 기암괴석이 들쑥날쑥한 절벽에서 폭포로 쏴쏴 무서운 소리를 내면서 뛰여내렸다.    클론바우가 종호의 혼을 업고 누런 폭포를 날아 넘어 계속 서쪽으로  날아갔다.    한참 날아가니 웬 옛성이  나타났다.    만리장성인가?    찬찬히 뜯어보니 만리장성은 아니였다. 벽돌토성을 촘촘히 두른 옛성곽 같았다.    “이놈들아, 언감 우리 조상 한고조 류방 대황제님의 혼이 계시는  옛성을 다 범접해?”    누군가 하늘에 고래고래 고함쳤다.    종호의 혼은 깜짝 놀랐다. 글쎄 세상에 둘도 없는 색마 류덕재와 류려평의 혼이 하늘에 나타나지 않았겠는가.    (더러운 년놈들, 죽어서 혼마저 섞어대? 퉤!)    류덕재 색마 혼은 외까풀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묻지도 않는 말을 지껄여댔다.    “어째 여기 왔는지 아니? 지옥에 가니 여자들이 하나도 없잖아? 진짜 난 미녀 없인 하루 밤도 못 지내. 그래서 한고조가 미녀를 데리고 놀던 옛성에 오면 미녀들이 있겠는가 해 찾아왔어. 하다못해 류방이 데리고 놀던 미녀들의 혼이라도 있겠는지 해 들춰보자고 여기 왔어.”    종호는 너무 쓰거워 코방귀를 뀌었다.    " 제 조상의 첩년을 데리고 놀자고? 퉤! 미녀에 미친 색마놈!"    색마는 종호를 째려보면서 빈정거렸다.    “숫처녀 사랑을 한번도 못 받아본 바보야, 무슨 멋에 살아? 나는 숱한 미녀들을 데리고 놀아서 죽어도 한이 없어.”    류려평은 퉁사발쌍까풀눈을 희번떡이며 종호를 쏘아보았다. 그녀의 눈귀에는 음탕한 빛과 야멸찬 조소가 흐르고 있었다.    화냥년은 류덕재 팔을 툭 치며 비아냥거렸다.    “저 바보를 봐. 지금 어느 때라고 아직도 책짐 메고 여기까지 왔어? 오빠, 가자. 우리 류씨 집 안을 망하게 한 배신자놈, 저 놈과 더 말해 뭘 해? 저런 바보 때문에 내 일생을 망친게 한이야.”    종호의 혼이 류덕재 외까풀눈과 류려평의 퉁방울쌍까풀눈으로 쏙 기어들어가 아랫배까지 기어가 보았다.    아니, 이게 뭔가? 색마와 화냥년의 거기에는 온통 에이즈병균과 매독균이 더러운 색마 혼과 함께 반죽돼 바글거리지 않겠는가.    “인륜도 모르는 색마들, 네년놈들은 천년지옥에서 썩어 구데기로 될 거야.”    종호의 혼은 욕을 마치자 클론바우 잔등을 툭 쳤다.    "보기도 싫어. 빨리 갑시다."    클론바우는 종호의 혼을 잔등에 업고 또 서너메터나 되는 날개를 퍼덕이며 서으로 서으로 날아갔다.              4    푸르른 하늘을 찌르며 우뚝 솟은 가파로운 설산이 나타났다. 푸르른 하늘에는 락하산들이 날아다니고 설산 기슭에는 무연한 푸르른 초원에 양떼와 말떼, 소떼가 구름처럼 흐르고 꽃사슴들이 깡충깡충 뛰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양과 말, 소, 사슴들의 입에는 꾸러미가 씌여져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풀은 먹을 수는 있어 다행이였다.     우후죽순처럼 삐죽이 하늘을 찌르며 우뚝 솟은 성당의  꼭대기로부터 숱한 신앙의 색실오리들이 사처로 뻗어나가 시원한 가을 바람에 훨훨 휘날리고 있었다.      조상환상곡과 좀 비슷한 노래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세종대왕과 멀리 떨어진 곳에 갈수록 조상환상곡은 좀체로 들을래야 들을 수 없었다.     꿈인가? 생신가?    갑자기 숱한 호랑이들이 락하산을 타고 눈송이처럼 날아내린  클론바우 일행을 나포해 궁전으로 끌고 들어갔다. 뻘건 기둥이 천정을 찌른 이른바 궁전 정면 룡의에는 호랑이가 대왕이느라고 거만하게  타리대를 치고 앉아 퉁사발눈을 꺼벅거리며 클론바우 일행을 쏘아보았다.    이 설산 기슭 초원에서는그 놈의 호랑이가 왕이느라고 으시대며 정신거미줄로 숱한 동물들을 묶어놓고 못살게 굴었다.    졸개 호랑이들은 종호네가 자기 령역을 침범했다고 궁전의 뻘건 기둥에 사지를 꽁꽁 묶어놓았다.    “따웅-!”    호랑이대왕은 표범 가죽을 깐 룡의에 앉아 으르렁거리면서 공포에 찬 심문을 시작했다.    클론바우와 아사꼬는 호랑이를 근본 안중에도 두지 않고 손을 쓰려고 했다. 종호의 혼이 눈을 찔끔해 눈짓했다. 그러자 그들은 잠시 참으면서 호랑이 대왕이 무슨 짓거리를 하는가 보자고 하회를 기다렸다.    호랑이 대왕의 이마빼기에는 “왕”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꽤나 위엄이 있어 보였다.    호랑이 대왕은 허연 수염을 슬슬 쓰다듬으면서 을러멨다. 옆에서 입내를 잘 내는 앵무새 통역관이 호랑이대왕의 호통소리를 통역했다.    “따웅- 네 놈들은 어데서 온 놈들인가? 언감 이 호랑이 대왕님의 령지를 다 침범해?”    종호 혼은 어처구니 없어 피씩 웃었다.    “지금 무슨 세상인데. 여기 자유와 민주를 부르짓는 유럽에 아직도 호랑이 왕국이란게 다 있어? 흥!”    호랑이 대왕은 앞발로 룡의를 탁 치며 궁전 천정이 다 날아가게 고래고래 고함쳤다.    “무엄한 놈. 감히 최고지존 호랑이 대왕님을 릉멸해? 호랑이 소리로 대답하지 못할가? 다른 말로 대답했다간 호랑이왕국 국법에 의해 목을 쑥 빼버리겠어.”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어처구니 없어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는 호랑이 대왕을 손가락질하면서 대성질호했다.    “참 가소롭구나. 난 지구촌을 통일한 괴물 클론바우 대통령이야. 그래도 난 아메리칸 제국의 영어로 말하라고 지구촌 사람들한테 강요한 적이 없다. 네 놈이 뭔데 알아듣지도 못할 네 놈의 호랑이 소리로 말하라는 거냐?”    “따웅- 저놈이 무슨 말로 찌껄이느냐?"    앵무새가 통역했다.    "영어로 우리 호랑이왕국을 욕합니다."    "뭐라고? 영어를 닥치지 못해?”    호랑이 대왕은 노발대발했다.    "저놈 어데서 굴러온 놈인가?"    클론바우는 또 영어로 대답했다.    "I' am from America(난 아메리카에서 왔어.)"     “너 이놈, 계속 영어로 지껄일텐가? 아메리카노! 안돼! 독일어는 대왕 좀 가능해! 흥!"    "뭐? 아메리카노 커피 안된다고?     호랑이 대왕은 대가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메리카에서 왔다면 누가 쓰게 볼 거 같애? 누굴 속이려고? 이 호랑이 대왕도 세상을 통일시키지 못했는데. 네 놈이 지구촌을 통일했다고 그래? 으흠. 우리 호랑이 왕국에선 기린이나 사자나 사슴이나 새들도 몽땅 호랑이 소리로 말해야  해. 다른 소릴 했다간 몽땅 호랑이왕국의 국법에 따라 지옥에 보내지 않으면 죽여. 그래서 우리 호랑이 말을 입내 잘 내는 앵무새 밖에 살아남지 못했어. 살아남겠으면 우리 호랑이 왕국의 소나 말처럼 꾸러미를 쓰고 다른 소릴 치지 말란 말이야.”     아사꼬가 어처구니 없어 캐드득 웃었다.     “빠까 오사마데스네(바보 왕이구만요.) 어째 이 초원의 양과 소, 말, 사슴들한테 꾸러미를 씌웠는가 했더니 제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느라고 그랜 판이구만요."   호랑이 대왕이 앵무새 통역관에게 물었다.    "저년이 무슨 말로 지껄여?"    "섬나라 오랑캐 말을 했습니다."     "닥치지 못해? 영어나 섬나라 오랑캐 말이나 다 못해! 유럽에 왔으면 독일어 했소다."     클론바우는 겁나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호랑이 대왕이 가소로워 질책했다.     "제 무식해 모른다고 영어를 못 쓰게 해서 되는가?”     호랑이 대왕은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엉? 뭐라고?”    아사꼬는 겁나하는 기색 하나도 없이 종알거렸다.    “종달새는 지종지종, 뻐꾸기는 뻐꾹뻐꾹, 참새는 재잘재잘, 얼마나 듣기 좋은가요? 그런데 새들이 어떻게 제 소리로 말하지 못하게 하고 호랑이 소리로만 말하라는 건가요?'    "닥쳣!"    호랑이 대왕은 퉁사발눈깔을 부라리며 앵무새를 가리켰다.    "앵무새를 봐라. 우리 호랑이 말을 얼마나 잘 하는가? 진짜 우리 호랑이 왕국의 모범동물이야. 앵무새처럼 호랑이 말을 하란 말이야. 그래야 살 길이 있어."    아사꼬는 코웃음치며 호랑이 대왕을 손가락질하면서 꾸짖었다.    "가만히 보니 이놈의 호랑이왕국에선 입내를 잘 내는 앵무새아가씨나 살아남겠구만. 그래 앵무새아가씨가 짹짹 제 소릴 못치고 호랑이 대왕 앞에서 아양을 떨면서  따웅 하고 입내를 잘 내겠지? 흥, 도라와(호랑인) 혼또니(진짜) 세상에 둘도 없는 무지막지하고 포악무도한 대왕이구만요.”     “개소릴 작작 쳐! 새소리도 안되고 양키들의 영어나 섬나라 오랑캐 말도 안돼. 숱한 동물들이 다 뒤에서 우리 호랑이들이 알아도 듣지 못할 소리로 제 좋은 소리를 치면 되겠는가? 네놈들이 제마끔 지지배배, 뻐꾹뻐꾹, 짹짹거리면서 암암리에 제 좋은 소리치면서 꿍꿍이를 치면 이 나라가 사분오렬될게 아닌가? 건 우리 호랑이 왕국에 절대적인 위협이야. 따웅이나 독일어 내놓고 다른 소릴 쳤다간 가차없이 처단할 거야.”    호랑이 대왕은 궁전 벽에 걸어놓은 물소 대가리 해골을 가리키면서 경고했다.    "저놈 물소도 '따웅(大王)' 하지 않고 '음메-' 했다가 내게 목주래를 물려 죽었어. 나는 물소 대가리를 궁전 벽에 걸어놓고  닭을 잡아 원숭이를 훈계하듯 다른 동물들을 경고했어. 네놈들도 '따웅' 하지 않고 '음메-' 했다간 물소처럼 물려죽을줄 알어라."     호랑이 대왕은 그쯤 겁을 먹이면 클론바우랑 벌벌 떨겠는가 했는데 대수로워도 하지 않는 표정들이지 않겠는가.     호랑이 대왕은 자기가 깔고 앉은 룡의에 편 표범 가죽을 매만지면서 을러멨다.     "이 표범도 나를 보고 '따웅(大王)' 하지 않고 제 소릴 쳤다가 우리 호랑이들이 물어죽였어. 표범이 아무리 우리 호랑이 사촌이라고 해도 우린 대의멸친이야. 호랑이 말을 하지 않는 놈은 사촌이 아니라 애비 에미라도 가차없이 물어죽여. 보라구, 우리 말을 잘 안 듣던 그 놈 표범 가죽을 쭉쭉 벗겨서 내 룡의에 깔고 앉아 다른 동물들한테 본보기를 보여주는 거야."     호랑이 대왕은 불길이 왕왕 이는 퉁사발눈깔로 클론바우와 금발미녀 아사꼬가 개의치 않는 것을 쏘아보며 속으로는 흠칠 놀랐다.    (그저 나긋나긋한 놈들이 아니구나.)    호랑이 대왕은 수하 호랑이 경호원들한테 경계심을 높이라고 찔끔 눈짓했다.    호랑이 대왕은 허연 수염을 슬슬 쓰다듬더니 쇠몽둥이 같은 꼬리로 땅바닥을 땅 쳤다. 땅바닥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궁전에 먼지를  새뽀얗게 일궜다.    “따웅- 천치 같은 놈들, 네놈들은 산에 가면 산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속담도 몰라. 무식한 놈들, 이 호랑이 왕국에 왔으면 호랑이 말을 해야지!  간사한 영어로 우리 호랑이 왕국의 국법을 어기면 좋은 끝장 없어. 알만해? 흥!”     클론바우는 한발자욱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네 호랑이 ‘따웅’ 한마디로 어떻게 모든 동물들의 복잡한 뜻을 다 표시하겠는가? 당치도 않은 국법 싹 걷어치우오.”     호랑이 대왕은 코웃음쳤다.      "무식한 놈, 우리 호랑이들은 대대손손 '따웅(大王)-' 한마디로 숱한 동물들을 몽땅 몇천년이나 다스려왔다. 여기 숱한 동물들은 내 '따웅(大王)' 한마디만 하면 찍소리도 못하고 고분고분 내 말을 들었어? 누가 언감 '따웅(大王)에 맞서기나 했겠는가? 흥, 알기나 하고 허튼 소릴 쳐? 흥!"     호랑이 대왕은 좀 연약해 보이는 금발미녀 아사꼬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따웅- 넌 어데서 온 년이냐?”    아사꼬는 호랑이대왕한테 요염한 쌍까풀 파란 눈을 찔끔해보이면서 아양을 떨었다.    “섬나라에서 날아온 금발미녀 아사꼬예요. 이 포승줄을 좀 풀어주세요. 너무 꽉 묶어놔서 아파 죽겠어요.”    “풀어주면 호랑이 말 하겠느냐?”    그러나 아사꼬는 일어로 대답했다.    “난 우리 섬나라 말 밖에 할줄 몰라요.”    “무엄한 년, 섬나라 오랑캐년, ㅉㅉㅉ.오랑캐 소릴 작작 쳐!"     호랑이 대왕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 종호를 가리키면서 고함쳤다.    "안되겠다. 얘들아, 저 년놈들이 메고 온 짐에 뭐 있는가 들춰 봐.”    “예잇-“    호랑이들은 책짐을 들춰 보고 아연실색했다.    “호랑이말로 쓴 책이 아닙니다. 몽땅 알아 못 볼 책입니다.”    호랑이 대왕은 앞발을 홱 휘둘렀다.    “그 놈 책들을 몽땅 태워버려!”    그때 아사꼬가 다급한 소리를 쳤다.    “잠간만!”    호랑이 대왕은 아사꼬를 쏘아보았다.    그런데 아사꼬가 귀맛을 돋구는 말을 할줄이야.     “호랑이 대왕님, 이 책은 호랑이 대왕님을 찬송한 책입니다. 이 책이 나가면 호랑이 대왕님의 영웅업적이 온 지구촌에 널리 알려지게 될 겁니다.”     색마 호랑이왕은 주둥이귀로 게침을 질질 흘리며 금발미녀 아사고의 하얀 허벅다리를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그래? 금발미녀 꽤나 이쁜데. 말도 참 달달하는구나.”     호랑이 대왕은 허연 수염을 쓰다듬으며 흐뭇해 꼬리를 흔들거렸다.     그는 퉁사발눈을 꺼벅거리면서 물었다.     “그 책을 게르만어로 내자면 사슴 고기 몇 수레나 들겠느냐?”    “호랑이 왕국의 포악무도한 독재자 호랑이 대왕님 사적을 노래한 책이니까. 할인하면 아마 사슴 고기 십여수레면 되겠죠.”    호랑이 대왕은 발가락으로 룡의를 다독이며 속으로 주산알을 튕겨보았다.    그때 옆에서 앵무새가 고자질했다.    “대왕님, 속히우지 마십시오. 제가 저 책을 보니 온통 저놈들 조상들이 섬나라 오랑캐들을 족치던 얘깁디다.”    “뭐라고? 고약한 놈, 세상에 둘도 없이 총명한 게르만어로 쓰면 몰라도. 흥. 언감 이 호랑이 대왕님을 속이려고 섬나라 오랑캐 말로 책을 내? 저 책을 당장 내다 소각해버려라! ”    “예잇!”    종호의 혼은 허연 수염이 난 호랑이 대왕이 피뜩 90여년 전 파쑈 히틀러 같아 보였다. 2차 대전 때 독일 파쑈들은 프랑스를 점령한 후 프랑스 사람들한테 프랑서어로 말하지 못하게 하고 독일어로만 말하라고 총칼을 들이대고 강박하지 않았던가.    (그럼 몇십년 전 파쑈 히틀러가 호랑이 대왕으로 둔갑했단 말인가? 여긴 독일인가? 어딘가? 유럽에서는 얼마나 자유와 민주를 부르짖는가. 그런데 유럽에 자유와 민주를 압살하는 포악무도한 독재자 호랑이 대왕도 존재하는가? 원, 참,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다가 잘못 왔는데.)    종호의 혼은 눈앞이 아찔해났다. 그러나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호랑이 대왕을 손가잙질하면서 꽥 고함쳤다.    “누가 언감 내 책을 다쳐?!”    호랑이 대왕은 룡의에서 벌떡 뛰여 일어나 세발네발 높뛰면서 노발대발했다.    “호랑이 말을 하지 않고 국법을 어긴 저 무엄한 놈들을 몽땅 끌어내 목을 썩뚝 잘라 버려라!”    클론바우가 궁전 천정이 날아가게 맞받아 고함쳤다.    “누가 언감 우릴 다쳐?! 흥!”    클론바우가 콧방귀를 뀌자 호랑이 대왕이 깔고 앉은 룡의가 허망 십여메터 밖에 날아가 땅바닥에 쿵 떨어졌다. 궁전에 먼지가 시뿌옇게 흩날렸다. 호랑이왕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꼬리빳빳해 동굴로 도망쳤다. 숱한 호랑이들도 질겁해 사처로 흩어졌다.    클론바우는 “윽!” 소리와 함께 사지를 묶은 포승을 툭 끊어버리고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곧추 호랑이 대왕한테 덮쳐갔다. 아사꼬도 포승줄을 뚝뚝 끊어버리고 쌩 날아가 호랑이들을 치고 박으며 결사전을 벌렸다.    깜짝 놀란 호랑이 대왕은 호랑이 졸개들의 엄호를 받으면서 굴 속으로 피해 들어갔다. 호랑이 대왕은 간이 한줌 만해 질겁한 빛이 어린 퉁사발눈깔을 슴벅이면서 굴 밖을 내다보았다.     저게 뭔가?      클론바우가 길다란 코로 궁전 기둥을 휘감아 쑥 뽑아버렸다. 아사꼬는 그 약한 팔에 어데서 그런 괴력이 생겼을까? 금발미녀 아사꼬는 도망치는 호랑이 뒷다리를 거머쥐여 홱 팽개쳤다. 호랑이는 대여섯메터 밖에 날려가 쿵  처박혀 뒈졌다. 클론바우가 엉덩이로 기둥을 쿵 떠밀자 우지끈 끊어져 궁전 천정이 무너지면서 흙먼지가 궁전 바닥에 흩날려내렸다.    호랑이 대왕은  비명을 질렀다.    "아이구, 저 내 궁전!"      "그만!  우린 오아시스를 찾아 갑시다!"   종호의 혼이 말려서야 클론바우와 아사꼬는 그만뒀다.   클론바우는 혼을 돌아보았다.   "저 놈 호랑이들을 무서워 마십시오. 저놈 호랑이들을 몽땅 쫓아내고 여기 설산 기슭에 우리 아아시스를 보란듯이 꾸립시다."   그러나 종호의 혼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똥이 더러워 피하지. 무서워 피하겠소? 그만 훈계해놨으면 됐어요. 어서 갑시다."       환각인가? 생신가?    클론바우는 종호의 혼을 업고 호랑이 궁전을 빠져나갔다. 아사꼬는 책짐을 메고 클론바우를 뒤따라 궁전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클론바우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호랑이 대왕이 괘씸해났어요.    (그 놈을 혼쌀 내주지 않고선 어디 속이 내려가는가.)    클론바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몸을 부르르 떨며 속으로 외웠다.    (변해라.)    순간 그 육중한 클론바우는 크기가 다른 두 몸으로 분신했다. 육중한 클론바우는 계속 책짐을 메고 종호를 따라가고 파리로 변한 클론바우는 호랑이 대왕 궁전으로 앵 날아갔다.     호랑이 대왕은 한창 왕좌에 앉아 궁전을 수건하라고 수하들에게 궁전이 쩌렁쩌렁 울리게 호령하고 있었다. 파리로 둔갑한 클론바우는 호랑이 코구멍으로 앵 날아들어갔다. 그는 호랑이 대왕의 코구멍으로 해 숨통을 타고 목을 기어넘아 배 속까지 깊숙이 들어갔다.    파리 클론바우가 두루 살펴보니 호랑이 대왕 뱃속에는 香肠이 줄줄이 늘어서 있지 않겠는가!    (이게 웬 香肠이냐?)    클론바우는 예리한 비수를 꺼내 그 香肠을 쓱쓱 베서 맛있게 먹어댔다.     (아이구메! 배 아파 죽겠다. 밸이 끊어지는 것 같아! 아이구! 배야!"    호랑이 대왕은 두 앞발로 배를 끌어안고 궁전 땅바닥에서 땔땔 구을었어요.     클론바우는 호령했어요.    "호랑이놈아, 다시 대왕이느라고 따웅 소리만 치라고 하겠는가?!"     호랑이 대왕이 들을라니 자기 배 속에서 을러메는 소리 울리지 않겠는가.     "아니, 네놈은 누군데. 내 배 속에 들어가 개소리냐? 따웅!"     클론바우는 빈정거렸다.    "난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이야. 네놈 배 속에 숱한 香肠을 숨겨놨구나. 내 이 숱한 香肠을 다 잘라 먹을테야! 냠냠 맛있다. 오래오래 맛있다."    호랑이 대왕은 기겁해 버럭 고함쳤다.    "원래 네놈 탓이구나. 따웅! 야, 이 놈아, 그게 香肠이 아니구 내 밸이야. 까딱 건드리지 말라. 배 아파 죽겠다. 어서 내 배에서 나오지 못할가!"     클론바우가 어디 순순히 기어나오겠는가!    그는 칼로 밸을 한줄 쓱쓱 베서 먹었다.     "어참, 네놈이 숱한 사슴을 잡아 먹었는지. 香肠 속에 사슴고기 가득하구나."     클론바우는 호랑이 뱃속에서 고함쳤다.     "크게 변해라!"     파리로 둔갑했던 클론바우는 원 괴물로 둔갑하더니 글쎄 호랑이 배 속에서 점점 커졌어요. 호랑이 배는 물소 배만큼 크게 변했다. 나중에는 코끼리 배만큼 불룩하게 커졌다.     "아이구, 배 아파라. 따웅!"     "ㅋㅋㅋ"     클론바우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쿡쿡 찌르면서 을러멨다.    "무지막지한 호랑이 대왕놈, 네놈이 따웅 하지 않는다고 꽃사슴이랑 물소랑 수태 잡아 먹지 않았는가! 물소 원쑤를 갚을테야. 이번엔 여기 이 펄떡펄떡 뛰는 커다란 심장부터 베서 썩썩 생회를 쳐 먹어야지."    호랑이 대왕은 "악!" 외마디비명을 궁전이 다 떠나가게 지르더니 칠성구멍으로 뻘건 피를 토하더니 왕좌에 푹 꺼꾸러졌다.    호랑이 배는 고래 배때처럼 점점 뚱뚱 부어났다.    땅!    펑!    남산만한 호랑이 배때는 고무풍선처럼 팡 터졌다. 터진 배때에서는 사슴 고기와 물소 고기로 꽉 찬 숱한 香肠과 거시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더러운 악취가 뻘건 궁전에 물씬 풍겨 코를 찔렀다.    포악무도한 호랑이 대왕은 "따웅" 한마디만 외치라면서 뭇 약소동물들을 억압하다가 괴물 클론바우 손에 걸려 더러운 끝장을 보게 되였다.     드디어 육중한 괴물 클론바우가 호랑이 배때에서 나오지 않겠는가!    "괴물이야!"    호랑이들은 괴물 클론바우 괴상한 몰골 보고 깜짝 놀랐다. 호랑이들은 어안이 벙벙해 못박힌듯 그자라에 서서 눈 앞의 괴물을 쳐다보았다.    사자대가리에 코끼리코, 울퉁불퉁한 근육이 룡처럼 꿈틀거리는 네개의 팔, 뒤잔등에 달린 서너메터나 되는 날개, 기린만큼한 꺽다리...     "어비!"    숱한 호랑이들은 눈깔이 데꾼해 다리야 날 살려라고 꼬리 빳빳해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클론바우는 기실 대하과학환소설 "야망의 바다", "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에 줄곧 등장해온 괴물 꼬마대통령이 아닌가!   클론바우가 궁전이 다 날려가게 우뢰처럼 천지가 진동하게 호통쳤다.    "호랑이 놈들아! 다시 '따웅'만 하라면서 약소동물들을 괴롭히기만 해 봐라! 이 클론바우 괴물이 가만 놔두지 않을테야! 씨팔! 흥!"    클론바우가 발로 궁전 바닥을 쿵 굴렀다. 괴물 클론바우 콧바람에 궁전대들보가 먼지바람을 일구며 저 멀리 날려가 떨어졌다.     클론바우는 약소동물들의 원쑤를 갚았고 언어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압살하는 호랑이 왕국을 뒤죽박죽 뒤흔들어놓았다.             5     클론바우는 거대한 날개를 쭉 펼치더니 씽 날아와 종호네를  뒤따라 서으로 서으로 정처없이 날아갔다.    (조상환상곡을 울릴 오아시시를 찾아야 하겠는데. 사막은 벗어났는데 오아시스는 어디에 있을까?)    황혼의 유령은 괴물 클론바우의 잔등에 업혀 바람결처럼 푸르른 서쪽하늘로 날아갔다.    해맑고 푸르른 가을 하늘 아래 가파로운 설산봉우리들이 우중충하게 하늘을 찌르며 나타났다.    알프스산맥인가? 어딘가?     설산 기슭에 성당이 우후죽순처럼 우뚝우뚝 솟아 있다. 로마제국의 옛 성곽에서 자유와 사랑의 녀신 헤라가 손짓해 부른다.    모래바람이 앞을 가리지 못하게 불어치는 사막 위에서 민주와 자유의 녀신 헤라를 보는 순간,종호 혼의 눈 앞에는 불시에 옹달샘이 퐁퐁 솟아나고 진달래꽃이 만발하는 오아시스가 방불히 펼쳐지는 것 같지 않겠는가.    순간, 종호는 그날부터 책짐을 풀어놓고 사막에 나무와 풀을 심기 시작했다. 목이 말라 터질 지경이건만 아무리 사막을 둘러봐도 마실 물도 한모금 없는데 언제 나무와 풀에 줄 물이 있겠는가. 그때 괴물 클론바우는 서너메터나 되는 날개를 퍼덕이면서 나이제리아강에 가서 누런 강물을 퍼다가 사막에 갓 심은 나무와 풀에 뿌린다. AI금발미녀 아사꼬는 종호를 도와 Ai기술로 사막에 풀씨를 뿌리고 묘목을 심어 푸르른 초원을 수채화처럼 펼쳐냈다.  그들의 노력으로 사막에 날따라 오아이스가 점점 넓게 펼쳐나갔다.    저쪽에서 류덕재와 류려평이 비아냥거리는 소리 사막의 하늘을 찌른다.    "저 정신병자들을 봐, 사막에 오아시스를 마련한다고 나무와 풀을 심잖니?"    "망상증에 단단히 걸린 건 어쩔 수 없어요. ㅉㅉㅉ."    류씨네 일당이 비웃고 아무리 찬서리 내리고 세찬 눈보라가 미친듯이 휘몰아 쳐도, 황혼의 유령이 어디로 가든 설악산의 하얀 무궁화, 금강산의 연분홍철쭉꽃, 백두산의 연분홍 진달래꽃이  아름다운 조상 환상곡의 선률에 맞춰 치마폭을 나풀거리며 도라지춤을 추고 있지 않겠는가.    저게 뭔가?    피빛으로 불타는 황혼의 락조가 비낀 설산 산봉우리 위 푸르른 하늘에 커다란 책들이 겹겹이 쌓인 신기루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그 신비한 신기루에서 섬나라 오랑캐들을 족치는 항일투사들의 고함소리가 하늘땅을 진동한다. 안중근, 김좌진, 홍명도, 윤봉길, 리봉창…항일투사들의 혼이 별들이 반짝이는 푸르른 하늘로 하나, 둘 솟아올라가 대지의 어둠을 밝혀주는 밝은 별로  반짝인다. 어두운 밤하늘에 쓸쓸한 조상환상곡이 은은히 들려온다.     황혼의 유령은 머리를 얽동인 암흑한 정신쇠사슬을 부시면서 찬란한 해빛에 황혼의 옥구슬을 꿰어 선물하는 새 아침을 잉태하며 암흑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신음한다…                                                                                       (끝) 2025년 5월 20일 12시 16분  조회:1916  추천:27   2013년 11월 20일 12시 16분  조회:1979  추천:27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촌 출생.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어문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4년 12월 1일 연변작가협회 작가로 등단, 1994년 12월 2일 중공 당조직에 입당.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로년세계"잡지사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중국조선족로인협회 상무리사,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작가협회 회원,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사단법인대표, 회장, 당지부 서기.      편집부 주필.                   주요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대하소설 "졸혼"(총 6권)     대하소설 "황혼"(총 5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김철환 공저) 등        장편소설 27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 등         저서  총 35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수상.   XX XX XX     연변작가협회 김선화 부주석의 댓글         조선족사회권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대하소설!      상해외국어대학 박사, 김충실교수님 댓글:      김장혁 작가는 우리 조문학부 77학번의 자랑이고                                연변대학의 자랑이며                                          우리 조선민족의 자랑입니다.      @민성,  연변대학 우리 반에서 제일 막내였던 김장혁 작가님, 이제 우리 동창의 자랑스러운 문장가이시네요!       40 여년 세월이 녹여낸 필력으로 몇 권의 대하소설에 역사와 인간을 담아내시다니! 그 풍부한 지식과 깊은 통찰에 우리 모두를 놀라움과 감동에 몰아넣었습니다. 청춘을 뛰어넘은 열정과 정성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김장혁의 계몽은사님- 김진산선생님의 댓글      우리 연변의 " 리기영"  ~김장혁작가 줄기차게 달려라! 항상 너를 응원 하고 있다. 건의하고 싶은 것은 네가 지은 대하장편소설 " 졸혼", "황혼" 을 책 으로 출판하는 것이 좋겠다. 그 소설을 그래도 책으로 출판해야 세상에 영원히 남을 수 있다.      새 해의 건투를 축원한다.    “우리 문화교류협회” 췬주, 수필가 김영희선생님 댓글       @민성 소설가님   소설  감탄하면서  잘 보았습니다.     선생님 소설의 문학예술수준이  넘  높으셔서  구절마다  몇번씩  읽어  보았습니다.        연변대학 조문학부 저명한 평론가, 김병활교수님의 댓글     참 대단해요. 사실 여러 대하소설이 분량이 방대하고 ... 조선족문학에서 전무후무한 대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자타가 인정하는 문학사의 한페이지를 당당히 차지하고 높은 평가를 받을 거라고 믿어마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연변대학 조문학부에서 개최한 종소리문학사 창립기념행사에서 김성우의 프로필을 소개하면서 곁들여 동창생 김장혁이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회장이라고 소개했어요. 채화순 작가선생님의 댓글    김장혁 소설가님 안녕하세요?     김장혁 작가선생님은 숱한 대하소설을 썼군요. 이젠 다른 책들을 내려놓고 선생님의 소설을 읽기로 했습니다.        저는 지금 짬이 나는대로 선생님의 소설 "황혼"을 보고 있습니다. 보는 잡지도 많지만 선생님의 소설에 마음을 더 빼앗깁니다. 김선생님의 소설을 보면서 어쩌면 곁에서 보는듯, 본인이 겪은듯 이렇게 생동하게 잘 쓸 수 있을가 감탄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좋은 글로 우리 조선족 후대들에게 자랑거리를 남겨주세요.      대련시조선족문화촉진회췬 양명금 부췬주선생님 댓글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잘 보내시고 계십니까?     연변아동문학연구회의 부흥 발전과 문학을 위한 여러면에서 솔선수범, 오늘도 래일도 매일, 매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오래 전부터 회장님께서 췬마다 올려 주시는 "대하소설"이라든가 좋은 작품들 감동의 마음으로 잘 읽으면서도 비록 댓글은 올려 드리지 못했지만 빼놓지 않고 지금도 하나하나 잘 읽으면서 우리 문단에도 이와 같이 훌륭하신 분 계시는구나 하는 자호감으로 가슴 뿌듯 영광을 느낄때가 많았습니다.       훌륭하신 회장님을 모시고 이와같이 한 대련문촉회췬에서도 함께 즐길수 있게 된 것도 역시 저의 생애에 있어서의 최대의 영광, 행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참으로 대단 하시고 너무너무 존경합니다...       앞으로 아동문학 학회의 무궁무진한 발전에 큰 성과가 있으시길 바라면서 우리 회장님께서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만을 충심으로 기원 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저명한 소설가 정문준선생님 고무격려 말씀       하늘 쥐여뜯는 아픔과 그토록 장려하고 그처럼 장쾌하고 그렇게도 장엄한 몸부림이 끝내 새아침 두둥실 떠일 해덩이를 품어안고 몸부림치누나!      초장부터 쭈욱 내리 끝장까지 대하소설 "황혼" 은 눈물겨운 대형관현악의 거창한 하모니 울림으로 이 내 가슴 때리고 목줄 비틀어 쥐여짜고 헛것에 들뛰던 심장 하나 산산쪼각으로 짓부셔 주기도 했나이다.      나는 거세찬 바다 식구들과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웃고 울고 싸우면서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밤을 헤쳐갔나이다.      그리고 장혁 소설가님이 붓끝 휘날린 파도 갈기에서 대쪽 같이 올바른 가르침을 걸탐스레  받아 먹으면서  나의 글솜씨가 이리 봐도 푸둥푸둥 저리 봐도 푸둥푸둥 눈 뜨이게 살찌고 있는 것 같나이다.      망망한 바다소설에서 남다른 명창 목청 배노래로 하늘바다 휘감아친 장혁 소설가님, 너무너무 고맙나이다!!       리명자 시인님의 댓글     김회장님 참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장편소설을 계속 쓰시는게 얼마나 힘든 정신 로동입니까. 잘 읽었습니다.       청도시 리춘자 회장님 댓글      잘 읽었습니다.      김장혁 소설가는 우리 민족의 자랑!      어쩜 그리도 생동하게 소설을 쓰셨습니까! 참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리정화 작가님 댓글       와- 작가님께서는 유람도 많이 하시고 사회 경험도 참 풍부하신 것 같네요. 사랑에 속고 울고 하면서도 그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인간일까요? 소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무더위 잘 이겨 내세요           저자의 답사          저의 대하소설 《황혼》은 여러분들의 열렬한 성원과 함께 101회로 종장의 막을 서서히 내리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였습니다.      지난해부터 한해 동안 저의 소설의 향연과 함께 하시면서 성원의 박수를 보내주신 여러분께 삼가 숭고한 경의를 드립니다.        
555    대하소설 황혼 제5권(100) 참사랑 멜로디 김장혁 댓글:  조회:2214  추천:8  2025-01-25
    대하소설 제5권           김장혁       100. 참사랑 멜로디                                                             1    김춘희도 소문을 듣고 최군철 등을 비방한 대자보를 광장에 가서 본 적이 있다. 그녀는 그 대자보에서 정치에 대한 건 반신반의하였고 최군철의 남녀관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믿었다. 비록 최군철이 자기 신고를 받아들여 류항곤 원장을 수사해 감옥에 보내고 자기를 원장으로 임명했지만 바람둥이 최정호의 사생아라고 최군철을 곱게 보지 않았다.    그녀는 최군철은 리문걸선생의 아들인가 했는데 최정호와 리문걸의 본처 박영희의 사생아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아주 큰 충격을 받았댔다.     “어쩜 최정호 국장은 자기 처제와 살아서 사생아까지 낳았어? 인륜도 짓밟은 패륜이야. 세상 웃기는 바람둥이구나. ”    김춘희는 최군철이 애 둘이나 낳은 본처 리나와 리혼한 홀애비라는 걸 알고 “딱 애비를 떼닯았다.”고 속으로 욕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자기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면서 키운 하나 밖에 없는 딸애 허가은과 최군철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정수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그녀는 눈앞이 아찔해나 하마트면 까무러칠번 했다. 그녀는 늙어빠진 야마구찌 다이로 교수한테 재가해 별의별 성학대를 다 받으면서도 허가은을 다이로교수 연줄로 일본에서 좀 환하게 살게 하려고 이를 옥물고 참으면서 이날 이때까지 살아왔다. 그런데 마끼(허가은)가 일본에서 돌아와 최군철을 졸졸 묻어다니는 것을 보자 칼로 가슴을 에이는듯했다.    (안돼, 가은인 바람둥이 사생아한테 시집가선 절대 안돼. 어데 좋은 총각이 없어서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한테 시집가? 그것도 여나문살이나 이상 홀애비, 아이고, 무슨 개고생을 하자고 저래? 마끼야, 절대 안돼!)    춘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춘희는 자기 딸 마끼(허가은)가 최군철과 련애하는 것을 기어이 떼놓으려고 백방으로 애썼다.     춘희는 문걸과 종호를 찾아다니면서 최군철한테 려향을 붙여놓으려고 혼인중매까지 섰댔다. 그런데 최군철은 려향이 부패분자들의 사생아라고 정치영향을 고려해서 려향을 왼눈으로도 보지 않았다. 려향도 자기 애비를 총살받게 하고 엄마를 감옥에 보내 무기징역살이를 시킨 최대 장본인인 군철을 속으로 증오하였다.     "소리 없는 권총이 있었으면 땅 쏴 죽이고 싶은데. 살부원쑤와 살아라고? 춘희는 가은을 최군철 그놈한테서 떼놓으려고 날 희생양으로 중매서는 판이구나. 어림도 없어."     려향은 이렇게 속궁리하면서 근본 련애하려는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려향은 독신주의자를 고집하던 녀자애인데다가 애비 에미 살아온 걸 보고 근본 결혼하려고 하지도 않는 판이였다.     당황해진 춘희는 어느날 집에서 마끼를 조용히 불러 쏘파에 앉혀놓고 군철과 떼놓으려고 작심했다.    그녀는 딸이 먹기 좋아하는 사과를 싹싹 깎아 주고나서 최군철한테서 딸을 떼놓으려고 타일렀다.    “최군철을 작작 따라다녀라.  시당위 서기고 돈도 많다지만 절대 최군철과 련애해선 안돼. 너도 광장에 나붙은 대자보를 보았지? 온 시내에 소문이 자자하다.”    마끼는 외까풀눈을 치켜뜨며 엄마를 곱게 흘겨보았다.    “또, 또 그말인가요? 그건 무함입니다. 최서기 얼마나 정직하고 현시대 진짜 사내 같은가요?  최서기 덕분에 엄만 원장으로 되고 난 위생국 간사로 제발됐죠. 지금 공무원은 상직업인데요. 공무원으로 들어가기 어디 그리 쉬운가요?”    춘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참 답답해. 고까짓 위생국 간사가 뭐 그리 대단하니? 병원에 잘 왔다. 보통의사를 해도 행정직만은 낫다. 사람이 사는덴 그따위 공무원 아무것도 아니야. 녀자는 대상을 잘못 만나면 한평생 개고생한다. 알만하니?”    마끼는 제 쪽에서 이상하다고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최서기 어때서 자꾸 그래요? 그는 현시대 경제시대 영웅인데요.”    “사랑은 결코 지위고저나 금전다소에 있는게 아니야. 사랑과 지위, 금전을 혼돈해선 절대 안돼. 넌 군철의 지위와 돈을 숭배하고 흠모하고 사랑하는 거야." 그녀는 문걸이 얼음협곡에서 생사를 헤아릴 수 없을 때 자기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말까지 써먹었다.    "참사랑은 처녀총각의 피 끓는 두 심장으로 연주하는 티없이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야. 결코 지위와 금전에 혼탁해진 감정 따위 아니야. 군철은 최정호가 처제와 바람 피워 낳은 사생아야. 애비를 닮은 세상 색마야.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야. 미국 아가씨와도 살구 숱한 애인들 뒀다고 대자보까지 나붙었어. 지위가 아무리 높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쓸데 없어. 바람둥이를 만나면 한평생  피눈물로 세월을 보내야 해. 숱한 좋은 총각들을 두고 왜 하필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냐? 이젠 엄마 말을 좀 들어라. 군철을 작작 따라다녀라.”    마끼는 발딱 일어나면서 성냈다.    “내 혼인을 작작 간섭하세요.”    춘희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뭐라고? 엄만 널 생각해 일깨워주는 거야. 정 군철과 그러겠으면 모녀관계를 끊을줄 알아.”    그 말에 마끼는 좀 누그러들었다.    춘희는 마끼를 시름 놓을 수 없었다.    춘희는 최군철과 마끼를 떼놓으려고 자기를 사모하는 최군철의 양아버지 리문걸과의 재혼을 다그치려고까지 했다.    (내 리문걸선생님과 재혼한다면 효성이 지극한 최군철은 절대 양아버지 사랑을 짓밟고 내 딸과 약혼하지 않을 거야. 어떻게 애비 안해의 딸과 결혼하자고 달려들겠는가? 부모자식간의 인륜을 짓밟았다는 새 류언비어를 생산하자고? 정치인들은 개인 감정과 생활도 잘 통제해야 하잖겠는가.)    김춘희는 최군철을 찾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마끼를 작작 데리고 다녀라고 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말해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김춘희는 궁리 끝에 리문걸을 확 끌어당기려고 가을 휴가를 내고  리문걸과 함께 유럽관광을 떠나기로 했다.    그때 리문걸은 춘희와 재혼하려고 기다려 왔던지라 속으로는 아주 반색했다. 그러나 군철과 마끼가 좋아하는 걸 알고 선뜻이 관광하러 나서지 못했다.    (괜히 주책없이 놀아서 애들의 일을 그르치겠다. 어시가 물러서야지.)    그런데 뜻밖에도 군철은 양아버지와 김춘희 박사의 재혼이 성사되게 하려고 그들의 관광을 지지해나섰다.    문걸은 군철한테 진심으로 물었다.    “네가 마끼를 좋아하는 거 같던데. 부모들이 주책없이 놀아선 안되잖겠니?”    그러나 군철은 씨무룩이 웃었다.    “난 마끼와 재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른 고려하지 말고 관광하러 가십시오. 이젠 나와 마끼는 오누이관계 아니고 뭡니까.”   최군철은 문걸한테 관광 용돈도 푼푼히 주면서 함께 관광하라고 등을 밀어주었다.    기실 마끼는 다이로교수가 애를 낳아주겠다던 혼약서를 들고 와서 법원에 소송하면서 애을 먹일 때 실험관애를 만들어주고 지혜롭게 다이로교수를 따돌린 적이 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최군철은 마끼가 총명하다고 좋아했다. 그러나 한국 보라매공원에서 그가 려향을 흑인날강도 마수에서 구할 때 “쓸데 없는 일에 목숨 걸게 있는가요? 작작 삐치세요. 어서 갑시다.”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후부터 최군철은 마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어쩜 같은 녀자로서 어쩜 날강한테 당하는 려향에 대한 최저한도의 동정심도 없어? 최저한도의 인간의 량심과 인도주의도 없어. 너무나 리기적이야.)    그때부터 최군철은 마끼가 별로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자기 사랑을 위해 어머니의 재혼을 망가뜨리려는 불효를 본 다음부터는 마끼에 대한 시들어가던 애매한 사랑마저 근절버렸던 것이다. 최군철은 본처 리나가 자기 양아버지한테 잔소리를 자꾸 한다고, 불효녀라고 리혼했다.    최군철은 애 둘이나 낳은 본댁 리나도 사정없이 가차없이 리혼해버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자기 사랑을 위해 엄마 사랑을 짓밟으려는 불효녀 마끼를 마음에 품을 자리가 더 있겠는가.     리문걸한테서 최군철의 태도를 들은 후 김춘희는 조금 시름이 놓였다. 그러나 눈에 콩깍지 낀 마끼를 완전히 시름놓을 수는 없었다.    (내 리문걸선생과 재혼할 예산이라면서 재혼기념으로 유럽관광을 간다고 하니 뭐랬어?)    그때 마끼는 눈이 새똥그래서 나를 흘겨보면서 고래고래 고함치기까지 했다.    “엄만 딸의 첫사랑을 짓밟고 재혼할 예산입니까? 엄마 리문걸선생과 재혼해도 내 군철과 결혼하는데 무슨 일 있는가요? 군철이 무슨 리문걸선생님의 친아들입니까? 양버지 다 무슨 대순가요?”    김춘희는 듣다 못해 마끼의 귀쌈을 찰싹 갈겼다.    “이 간나새끼, 바보 같은게. 세상 사람들을 웃길 예산이냐? 어떻게 엄마 아들과 결혼해? 너넨 오누이야. 군철도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리문걸선생한테 말하면서 우리 재혼하는 걸 동의했단다.”    마끼는 그 말에 눈물콧물을 두 볼에 줄줄 흘리면서 대성질호했다.    “엄마, 거짓말이야!”    김춘희는 마끼의 두 볼을 잡아흔들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어째 엄마 말을 듣지 않니?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네가 홀애비와 결혼하는 걸 보지 못해. 어째 엄마 죽는 걸 보겠니? ”    춘희가 죽음으로 위협하자 마끼는 잠시 누그러드는 척 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군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아, 효성으로 해 군철을 사랑하면서도 사랑할 수 없는 마끼의 아픈 마음이야 오죽했을까! 아~                   2    김춘희는 리문걸과의 재혼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그는 더는 주저하지 않고 리문걸과 함께 유럽 관광길에 올랐다.    최군철은 공항에까지 나와 리문걸과 김춘희를 바래였다. 그러나 마끼는 공항에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문걸은 춘희는 관광단을 따라 빠리에서 16킬로메터 떨어진 교외에 자리잡은 유서 깊은 펜쎌궁으로 참관하러 갔다.    펜쎌궁 담장은 그리 높지도 않았다. 그래서 농민기의군들이 펜쎌궁을 아주 쉽게 쳐들어가 점령했던 것이다. 그러나 3층으로 된 펜쎌궁은 아직도  왕궁의 위용을 뽑내려는듯이 황금지붕과 황금조각상들이 금빛을 현란하게 뿌렸다.     펜쎌궁은 일찍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1754-1792)와 마리 왕후가  부화타락한 향락을 누리던 왕궁이였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으리으리한 왕궁 벽에는 그제날 국왕 루이 16세와 왕후 마리그리고 자녀들의 부화타락한 생활을 보여주는 거대한 유화가 아직도 줄느런히 걸려 있었다.     루이 16세는  키도 넘게 높은 침대에 기어올라가 자군 했다. 지금은 때가 묻어 별로 고귀해 보이지도 않는 침대였지만 루이 16세는 그렇게 높은 침대에 날마다 밤이면 벌벌 기여올라가 세상 둘도 없는 금발미녀 마리 왕후와 함께 자군 했다. 그는  세상에 둘도 없이 높은 침대에서 마리 왕후와 자야 국왕 지고무상의  지위에 긍지감을 느낄 수 있어 달콤하게 자군 했다고 한다.     왕후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지리 귀공주 출신이었다. 아들딸 셋과 나란히 앉아 있는 옛 화폭을 보아도 마리 왕후는 아주 요염하고 이뻤다는 것이 한눈에 안겨왔다. 강굴강굴한 금발, 우유빛얼굴, 고양이 눈깔 같은 노란 외까풀눈, 오똑한 코에 자그마한 앵두입...확실히 마리 왕후는 세상에 둘도 없이 이쁜 서양의 금발미녀였다.     마리 왕후는 어찌나 사치한지 온 몸에 황금과 주옥, 비취, 보석 등 악세서리를 다닥다닥 걸고 달고도 모자라 귀족들한테서 숱한 사치품을 강요해 가졌다고 한다. 누가 귀중한 사치품을 주지 않으면 마리 왕후의 노란 눈은 호랑이눈깔처럼 무서운 빛을 뿌렸다. 마리 왕후는 그날 밤으로 높은 침대에 기여올라가 루이 16세한테 베개머리 고발해 선물을 주지 않는 귀족을 가차없이 일락천장시켰고 심지어 귀족명부에서 지워버리게 했다고 한다.     프랑스 귀족은 대체로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등 계급을 서렬로 귀족의 지위가 제정되여 있었다. 루이 16세 왕과 마리 왕후한테 귀중한 선물을 가져온 자들한테는 최하층 남작이라고 해도 백작이거나 후작으로 직승진시키기도 하였다. 심지어 최고위 귀족인 공작으로 임명되기도 했다고 한다. 부패무능한 국왕 루이 16세는 이렇게 선물의 귀중과 다소에 따라 귀족지위를 임명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누가 감히 귀중한 사치품을 선물하지 않고 견딜 수 있고 출세할 수 있었었겠는가.     프랑스 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루이 16세는 시계를 특별히 애지중지했고 자물쇠, 열쇠를 만드는데 각별한 흥취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마리 왕후와 함께 귀족들이 선물한 귀중한 사치품을 받아서 창고마다 산더미처럼 무져놓고 자기가 만든 커다란 자물쇠를 창고 철문마다에 다닥다닥 잠궈 놓았다고 한다. 귀족들은 국왕 루이스 16세와 마리 왕후한테 금은보화를 선물하려고 날따라 가혹하게 농민들을 수탈했다.     루이 16세는 국정과 민생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고 날마다 길이 100여메터 넓이 40여며터나 되는 되는 으리으리한 펜쎌궁 사교무대청에서 마리 왕후와 귀부인들의 날씬한 허리를 껴안고 사교무를 추기를 즐겼다고 한다.    국왕 루이 16세는 키가 1메터 60 좌우 밖에 안되는 난쟁이였다. 그는 자기 난쟁이 약점을 덜 보이려고 꺽다리 귀족과 귀부인들. 그리고 사치품을 마리 왕후한테 선물하지 않은 귀족들은 아예 펜쎌궁 사교무대청에 얼씬하지도 못하게 했다. 루이 16세는  황금빛이 번쩍이는 사교무대청에서 항상 뒤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중절모에 연미복을 입고 노랑바탕에 알락달락한 꽃무늬 간 적삼에 빨간 치마를 입은 마리 왕후의 날씬한 허리를 껴안고  사교무를 추면서 빙글빙글 돌아갔다고 한다.  국왕이 왕후와 귀부인들과 함께 경쾌한 음악에 맞춰 파도치듯 춤추며 경쾌하게 뱅글뱅글 돌아가는 모습은 진짜 흡사 숱한 금붕어들이 노랗고 빨간 지느러미를 하느작거리며 소용돌이쳐 돌아가는 모습처럼 황홀경을 이루었다.      루이 16세가 아름다운 마리 왕후거나 귀부인들의 늘씬한 허리를 번갈아 껴안고 사교무를 출 때면 날마다  펜쎌궁 사교무대청에  2천대나 되는 팔뚝처럼 굵직굵직한 초대를 등불촉에  꽂아놓고  24시간이나 대낮처럼 초불을 밝혀놓군 하였다. 그 초불을 하루 밝히는 돈만 해도 프랑스 숱한 백성들이 살 수 있었다.     펜쎌궁 사교무대청에는 프랑스 유명한 악사들로 구성된 교향악단이 베토벤의 명곡을 비롯한 세계 명곡을 연주했다. 난쟁이 루이 16세는 국정과 민생에는 관심이 꼬물만치도 없고 거의 날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어가는 것도 몰랐다. 그는  뒤굽 높은 구두를 신고 경쾌하게 울리는 세계 명곡에 맞춰 마리 왕후와 귀족들의 귀부인들의 날씬한 허리를 껴안고 뒤굽 높은 구두 밑바닥이 다 다스러 떨어질 지경으로 빙글빙글 돌아갔다. 펠쎌궁 사교무청의 자홍색바닥은 국왕 루이 16세와 마리 왕후, 귀족들과 귀부인들이 안고 신선놀음하면서 뱅글뱅글 돌아간 구두 밑바닥에 빤질빤질하게 다 다슬어갔다.     루이 16세의 부패한 통치하에 귀족들의 가혹한 수탈에 날따라 살기 어려워진 프랑스 농민들은 기의를 일으켜 펜쎌궁으로 밀물처럼 쳐들어왔다. 마리 왕후의 어머니-오지리 왕태후가 오지리에서 보내준 160여명 용사경호원들도 그 좋은 소총과 칼로도 괭이와 식칼, 겨릅대를 들고 성난 사자들처럼 덮쳐오는 농민군을 막지 못했다.    루이 16세와 마리 왕후는 농민군들에게 나포돼 결국 센강 강변에 있는 빠리 협화광장에서 목을 잘리우고 말았다.  루이 16세와 마리 왕후의 부패타락과 사치스런 생활은 결국 단두대에 오르는 비극을 자초했던 것이다.    협화광장에 마련된 단두대에서 목을 치기 전에 회자수가 루이 16세를 보고 "할 말이 없는가?"고 물었다.    루이 16세는 “프랑스 백성들이여, 나는 무죄나이다!  다만 아름다운 황후를 안고 더는 사교무를 추지 못하는게 한이다.”라고 했다.    회자수가 루이 16세 목에 칼을 들이대면서 "누가 먼저 죽겠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루이 16세는 "나를 먼저 죽여라."라고 했다.     "무엇 때문에 먼저 죽겠는가?"     루이 16세는 머리를 쳐들고 회자수가 쳐든 작두 같은 큰 칼을 쳐다보았다.     서슬 푸른 칼날에 해빛이 비끼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공포를 반사했다.     루이 16세는 마리 황후를 힐끔 곁눈질하더니 눈을 지긋이 감고 나직이 말했다.    "펜쎌궁 사교무청에서 다시는 마리 왕후와 귀부인들과 사교무를 추지 못하는 것이 한이다. 난 차마 마리 왕후가 죽는 것을 내 눈으로 못 보겠다. 먼저 내 목을 쳐라."     마리 왕후는 백지장 같은 낯에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마리 왕후는 긴 목을 늘여뜨리면서 백지장처럼 색바랜 말라터진 앵두입술을 감빨더니 이렇게 종알거렸다.    "내 목을 먼저 쳐라. 내 눈으로 국왕이 죽는 것을  못 보겠다. "    평소에는 그렇게 요염하던 마리 왕후는 독살을 피우던 노란 눈에 절망의 빛이 고여 있었다. 마리 왕후의 헝클어진 금발머리와 공포에 질린 얼굴은 요염기는 싹 사라지고 딱 마치 찬서리를 맞아 시들어버린 양배추통만 같았다.    그러자 회자수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시퍼런 칼로 먼저 루이 16세 목을 쳤다고 한다. 프랑스에는 루이 16세를 마지막 왕으로 다시는 왕이 없었다.    문걸과 춘희는 프랑스 녀가이드를 따라 관광단과 함께 펜셀궁에서 나와 관광뻐스를 타고 빠리에 들어가 개선문과 센강 강변의 그 유서 깊은 협화광장을 돌아보았다. 그들이 갔을 때 협화광장에서는 한창 2024 빠리 올림픽개막식장을 한창 꾸미느라고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문걸은 유서깊은 협화광장의 사모탑과 자유녀신상을 돌아보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네모난 사모탑과 자유녀신상은 모두 로마제국에서 애급에서 략탈해 온 것이라고 한다.     참사랑주의자 문걸은 죽기 전에도 변함없은 루이 16세와 마리 왕후의 사랑에는 감탄하면서도 그들의 부패타락하고 사치한 향락에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부패타락해 너무 사치하면 왕과 왕후라도 단두대에 오르고 말지 않았는가.)    순간, 류덕재가 사형당하던 장면이 피뜩 떠올랐다.    법경들이 부패분자 류덕재를 안락사사형침대에 사지를 꽁꽁 묶어놓고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는가고 물었다.    류덕재는 죽으면서도 탐관과 색마의 본질을 속이지 못하고 이렇게 횡설수설 했다고 한다.    "산더미 같은 금은보화를 다 쓰지 못하고 죽다니? 참, 숱한 미녀들을 다 데리고 놀지 못하고  죽는 것이 한이다."      얼마나 세상 사람들이 코웃음칠 망언인가! 얼마나 탐욕스러운 수전노, 색마의 미친 "유언"인가!    (서방 프랑스 말대국왕 루이 16세와 마리 왕후, 동방의 조직부장 류덕재는 모두 부패타락하고 탐욕스러웠기에 죽음을 자초했다. 그들은 모두 제 명에 죽지 못하고 단두대에 오르는 끝장을 보지 않았던가.)    문걸은 부패하고 탐욕스럽고 사치한 루이 16세 마리 왕후나 류려평이나 왕춘영이 대조적으로 떠올랐다.    동서방의 부패분자들은 얼마나 일맥상통한가! 그러나 춘희는 그들과 판판 다르지 않는가.    문걸은 춘희를 피뜩 돌아보고나서 파란 물결을 출렁이며 흐르는 센강을 바라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였다.     (춘희는 박사지만 사치품엔 하나도 관심이 없잖는가. 얼마나 소박한 녀성인가. 참말 다행이야. 춘희는 내 구명은인이야. 내 몸에서는 그녀가 수혈한 피가 흐르고 있다. 춘희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참사랑의 로맨스를 엮어나가자.)                  2     그런데 유럽관광에 웃기는 일도 벌어졌다. 리문걸은 처음으로 김춘희와 빠리 센강 강변 한 호텔 방에 들었다. 널직한 한방에 들었는데도 문걸은 춘희를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곱도록이 다른 침대에 누워 코를 드렁드렁 고르며 자기만 했다.    (진짜 남자 같지도 않아. 나를 그렇게 사랑한더더니, 참, 혹시 날 사랑하지 않는가? 아님, 오늘 펜셀궁과 에펠철탑이랑 센강이랑 유람하고나서 곤한 걸까? 혹시 프랑스 호텔의 졻은 침대 때문인가?)    진짜 유럽 어데로 가보아도 호텔의 침대는 확실히 비좁았다. 그 좁은 침대에서 양키들이 어떻게 누워 잤을까? 참 의심스러울 지경으로 침대가 좁기로 말이 아니였다.    (그래도 어떻게 녀자를 한방에 두고 저럴 수 있어? 내 딸을 홀애비한테 떼울가봐 그렇지. 저런 나그네와 어떻게 살아?)    김춘희는 문걸을 원망하면서 침대 위에서 이리궁실 저리 궁실 하면서 온 밤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리문걸은 이전과는 달랐다. 그렇게 절절하게 김춘희와의 참사랑을 끈질기게 추구하는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참사랑주의자인 문걸은 춘희 과거가 좀 께름직했던 것이다. 그는 김춘희 일본 류학시기 도사 다이로교수와의 혼인사가 께림직해 뒤로 제빠드하면서 한동안 그녀와의 재혼에 대해 심중모드에 들어갔댔다. 그러나 지금 점차 춘희한테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기 시작하였지만 춘희는 그런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이다.     문걸은 마음 속으로 유럽관광기념으로 춘희한테 뭔가 사줘야겠다고 했다. 아니, 세상에서 젤 행복한 녀성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스위스에 갔을 때 그는 원래 춘희가 스위서 시계슈퍼마트에서 시계에 눈길을 돌리기만 해도 관광기념품으로 사주자고 했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시계가계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후 이딸리아, 독일, 프랑스에서 숱한 금은액서서리 가게를 들어가도 춘희는 그런데는 한눈 팔지도 않고 지나쳐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걸이 관광기념품으로 뭘 사달라는가고 물어 봐도 도리머리만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뭘 해준다?)    문걸은 광광을 하면서도 계속 춘희한테 뭘 해줄가고 고민했다.    유서 깊은 빠리성모원(빠리노트르담)은 영화에도 등장한 명승지인데 센강 강변에 자리잡고 있었다. 문걸과 춘희가 녀가이드를 따라 도보로 센강 다리를 건너 다가가  불타버린 빠리성모원 참상을 보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불에 타서 빠리성모원 지붕과 꼭대기에 우뚝 솟아 있던 십자가탑도 무너져버렸고 벽도 형편없이 그을어 있었다. 수리공들이 2024올림픽 전에 개관하려고 한창 수건하느라고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빠리성모원을 보자 문걸은 영화 "빠리성모원"의 등곱쟁이 카시모도와 집씨처녀 에메랄드의 기구한 사랑장면이 피뜩 떠올랐다. 그는 카시모도라 불리는 종호와 집씨처녀 처지 같은 나영의 기구한 사랑이 련상돼 마음이 아팠다. 종호는 칼에 찔려 정신을 잃고 병원 구급실에 쓰러져 있고 나영은 감옥에 갇혀 있어 그 비극적 사랑은 이뤄지기 힘들었다. 종호는 정신잃기 전에 동생들과 친인척들한테서 겨우 얻은 5만원을 나영의 아들애 성림의 심장병을 치료비로 넘겨 주었다고 하지 않는가!     문걸은 속으로 기도하며 빌고 또 빌었다.     (하느님께서 종호와 나영의 눈물겨운 참사랑을 이루게 도와주십시오.)      빠리노트르담(빠리성모원)을 뒤로 하고 문걸 등 일행은 녀가이드를 따라 센강 강뚝길을 걷다가 낮다란 낡은 책가게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저명한 프랑스 소설거장 발자끄나 모파쌍 등 명작가들의 싯누런 명작소설책도 팔고 있었다.    문걸은 미술가였지만 센강 강뚝의 그 자그마한 책가게들과 프랑스 유명한 작가 발자끄랑 모파쌍이랑 늘 거닐었다는 라틴거리를 무심히 걸을 수 없었다. 거기에는 세계 유명한 소설예술가 발자끄의 숨소리가 슴배여 있고 발자욱이 찍혀 있지 않는가.     그런데 녀가이드의 말을 듣고 문걸은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왕씨 녀가이드는 프랑스에 류학가서 예술사 박사학위를 탄 중국 고급지식인 녀성이였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프랑스 유명한 소설가들인 발자끄나 모파상은 모두 세상에 둘도 없는 호색한이라는 것이였다. 발자끄와 모파상이 소설을 쓴 목적은 원고료를 벌어 라틴거리나 자유거리에서 미녀들을 꼬시여 바람을 피우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아니, 무슨 얼토당토 하지 않은 류언비언가? 세계 소설가거장들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우리 여러 대학에서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발자끄와 모파상은 자본주의 암흑성을 폭로하기 위해 소설을 쓴 걸로 돼 있지 않는가?)     왕씨 녀가이드는 하얀 손가락으로 라틴거리 커피숍과 려인숙을 가리키면서 종알거렸다.     "이 라틴거리 커피숍, 려인숙들에는 발자끄가 노랑머리미녀, 파란 눈 미녀들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고 바람을 피운 흔적이 남아 숨쉬고 있어요. 호호호.)     문걸은 하도 믿어지지 않아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발자끄는 더욱 미녀들을 꼬시여  쎅스를 하기 위해 밤낮없이 글감옥에 갇혀 90여부의 장편소설로 된 을 써냈단 말인가? 그래 발자끄 소설창작의 원동력은 미녀들과의 쎅스- 성애에 있었단 말인가? 그럼 프로이더의 '성애 중심설'이 발자끄와 모파쌍한테도 통했다는 말인가?  '모든 것의 원동력은 성애에 있단 말인가?')    왕씨 녀가이드는 갸름한 얼굴을 문걸한테 돌리더니 계속 종알거렸다.    "리선생님은 발자끄와 모파상이 왜 그리 일찍이 세상을 떠났는지 아는가요?"    문걸은 왕씨 녀가이드의 이쁜 얼굴에서 나풀거리는 빨간 앵두입술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답안을 찾으려고 했다.    왕씨 녀가이드는 해시시 웃으면서 분명히 종알거렸다.    "발자끄와 모파쌍은 모두 혹독한 매독에 걸려 사망했어요. 남자의 그게 고름을 줄줄 흘리면서 다 썩어떯어져 고통 속에서 이 세상을 떠났지요. 문학의 거장이, 별이 그렇게 떨어질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녀는 개탄하면서 문걸을 돌아보면서 "그렇죠?" 하고 묻는 상 싶었다.    문걸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무지 리해 못할 일이야. 위대한 소설가 발자끄와 모파쌍이 진짜 그럴리 있겠는가? 종호가 왕씨 녀가이드 말을 들었으면 야단치겠다. 분명 아니라고 반발할 거야.)          프랑스 전쟁기념관에는 나뽈레옹의 무덤이 잠자고 있었고 나뽈레옹군이 쓰던 마차견인대포랑 소총이랑 전시돼 있었다.      문걸과 춘희는 루부르궁과 전쟁기념관을 돌아보던 중에 벽에 걸린 나뽈레옹 결혼식화폭이 꽤나 인상 깊었다.     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나뽈레옹은 펜쎌궁은 목이 잘린 루이 16세가 살던 왕궁이라고 재수없다고 들어가 살지 않고 빠리 복판을 유유히 흐르는 싸이나강변에 자리잡은 웅대한 루부르궁에서 살았다고 한다. 나뽈레옹은 이상하게 애 둘이나 달린 미녀과부한테 장가를 들었다고 한다.     나뽈레옹의 어머니는 나뽈레옹을 보고 “프랑스에 숱한 미녀를 두고 왜 하필 애 둘이나 있는 과부와 결혼하려는가?”고 한사코 반대하였다.     그래도 나뽈레옹을 말리지 못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나뽈레옹의 결혼식에서 며느리 인사도 받지 않고 결혼식작을 훌 나가버렸다고 한다.     녀가이드는 벽에 걸린 나뽈레옹의 결혼식 대형화폭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그림을 보세요. 결혼식장에서 나뽈레옹과 과부가 목사한테 인사를 드릴 때 나뽈레옹의 어머니가 자리에 없지 않습니까? 나뽈레옹과 그의 부인은 결혼식날에 숱한 래빈들 앞에서 어머니 빈 자리를 보면서 너무 섭섭해 쓰라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     문걸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문걸은 피뜩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부부가 련상됐다. 마크롱도 20여세나 이상인 어머니 같은 녀성, 유치원 때 녀스승과 결혼하지 않았던가.    (마크롱의 눈에는 유치원 때 녀스승만큼 이쁜 녀성이 없는 모양이지? 헛 참, 괴짜야.)    문걸은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옆에서 나뽈레옹결혼식 유화를 유심히 쳐다보는 춘희한테 눈이 멎자 생각을 달리했다.    (아니야, 나뽈레옹이나 마크롱을 웃을 일이 아니야. 서양 사람들은 우리 동양과는 달리 성개방을 주장하면서 정조 관념이라는 것이 없지 않는가? 양키들은 숫처녀든지 과부든지 마음 속으로 사랑스럽다고 느낌이 오기만 하면 에쓰빠냐 투우 황소처럼 달려들어사랑하지 않았는가? 나도 애 하나 달린 과부, 자기보다 20여세나 더 많은 일본 다이로교수와 재혼한 적 있는 춘희 박사와 재혼하지 않았는가? 춘희는 3혼이야. 나도 재혼이지. 50보가 백보를 웃는 격이 아닌가? ㅋㅋ.)    문걸은 이번 유럽관광을 하면서 참사랑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였다.    (세상에 어디 티없이 맑고 깨끗한 참사랑이 있는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둥글둥글하게 살다나면 참사랑도 이뤄지겠지. ㅋㅋ)        문걸이랑 춘희랑은 프랑스 녀가이드를 따라 호화로운 유람선에 올라 빠리 시 중심을 감돌아 유유히 흐르는 센강에서 달리면서 량안의 빠리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했다. 정교한 조각들을 새긴 루부르궁, 전쟁기념관 등 강랴안의 우아한 건축물들은 참말 고풍스럽고도 절경을 이룰 지경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유람선에서 내려 센강 강변에 우뚝 솟아 있는 빠리의 상징물 - 에펠철탑 아래로 다가갔다.      프랑스 녀가이는 금발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더니  에펠철탑을 가리키며 관광객들에게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에펠철탑은 에펠 박사가 자기 부인한테 결혼기념으로 빠리에서 제일 높은 건축물을 선물하려고 세운 철탑입니다."      그 말을 듣고 문걸은 눈뿌리 아찔하게 우뚝 솟은 에펠철탑을 쳐다보다가 춘히를 피끗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춘희는 물론 요구하지 않았지만, 내 립장에선 에펠 박사만큼은 못해 줘도 춘희한테 뭔가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뭘 해준다?)      문걸은 한참 궁리하다가 에펠철탑을 떠날 때에야 무릎을 탁 쳤다.       (옳지, 그래. 난 미술가 아닌가? 빠리 재혼관광을 기념해 센강반 빠리 상징인 에펠철탑을 배경으로 춘희의 아름다운 초상화를 그려줘야지. 춘희 박사는 지적 미가 다분한 부인이 아닌가!)      문걸은 황급히 에펠철탑에 렌즈를 맞추고 샷타를 눌러댔다.    챨칵! 챨칵!                                  3    리문걸은 건출설계사이자 미술가이기에 프랑스 빠리 루브르궁에 전시된 비너스 조강상을 특별히 깐깐히 둘러보았다. 진짜 세상에서 아름다운 하얀 비너스 조각상은 저명한 프랑스 미술가, 조각가 다빈치의 원작 명조각상이라고 한다.    비너스의 정면 모습은 진짜 아름다운 서양 녀자 모습이였다. 깡꿀깡굴한 머리, 하얀 얼굴에 좀 내리깐 쌍까풀눈, 육체미를 한껏 자랑하는 균형잡힌 하얗고 탄탄한 몸매,    그러나 뒤로 돌아가보니 웬 걸, 치마자락인지 천인지에 살짝 가려진 엉덩이가 좀 떨어진 상처자국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문걸은 미덥지 않아 의아한 눈길로 비너스 엉덩이를 자꾸 쳐다보았다.    (비너스 같은 미녀한테도 흠집이 있는가?)    그는 당지 가이드아가씨한테 비너스에 대해이것 저것 자세히 물어보았다.    가이드아가씨의 소개에 따르면, 비너스는 확실히 세상에 존재한 아름다운 미녀인데 다빈치와 한 마을에서 살았다고 한다. 다빈치는 비너스가 어찌나 이쁜지 혼이 날아날 지경이였다. 그는 비너스를 데리고 살려고 무척 애쓰며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비너스는 그림 밖에 그리지 못하는 가난한 다빈치를 왼눈으로 보지도 않고 왕이거나 작위가 있는 귀족한테 시집가려고 추궁했다. 나중에 비너스는 한 공작한테 시집가서 끝내  귀족가문에 들어갔다.    비너스는 남편이 집에 없을 때면 미모로 숱한 사내들을 자기 침대에 유인해들여 음탕한 섹스를 벌렸다. 심지어 한 사내와 한창 재미를 보는데 다른 사내가 찾아오면 먼저 온 사내를 침대 밑에 치워놓고 후에 온 사내와 질탕하게 섹스를 했다. 어떤 때는 동시에 여러 사내들과 섹스를 했다. 한 사내가 비너스의 가슴을 매만지고 한 사내는 허벅더리를 감빨고 다른 사내는 그녀의 하얗고 옴폭한 옹달샘을 빨아먹다가 배를 저으며 돌진했다. 다른 사내는 그녀의 입에 구강섹스르 질탕하게 해댔다. 비너스의 엉덩이는 성병에 썩어날 지경이였고 남성 성기와 녀자 성기가 다 달린 수아매(중성) 아들 츄피터를 낳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빈치는 방탕한 비너스 조각상에 엉덩이 떨어져나간 흔적을 조각해 넣었다고 한다.     후세인들이 땅에 묻힌 비너스 조각상을 발굴해 파낼 때 괭이에 찍혀 왼쪽어깨와 엉덩이 밑부분이 좀 떨어져 나갔다고도 한다. 또 왼쪽 어깨 위에 물동이를 쳐들어 물을 끼얹던 비너스의 팔도 떨어져나갔다고도 한다.      다빈치는 비너스를 잊지 못해 그녀가 그리울 때면 숱한 비너스 조각상을 조각해내군 했다고 한다. 비너스가 공작한테 시집가자 다빈치는 타락해 술만 처마시고 그만 동성애자가 돼 버렸고 성병에 걸려 비참하게 죽었다고 한다.    비너스는 세상에서 자기가 유일한 아름다운 미녀라고 여기였다. 그러나 왕의 나젊은 공주가 자기보다 더 이쁘다는 말을 듣고 공주를 한없이 질투했다. 비너스는 태양신(아폴로)을 꼬드겨 왕이 공주를 가시 돋힌 벌레한테 시집보내게 하였다. 그러고도 성차지 않아 비너스는 또 아들 츄피터를 보내 공주를 활로 쏴 죽이라고 했다. 그러나 츄피터는 산에 가서 동굴에 있는 이쁜 공주를 보고 홀딱 반해 독화살을 쏘지 않고 감미로운 사랑의 화살을 쏘아버렸다. 그리하여 츄피터는 아름다운 공주의 사랑을  얻어 결혼해 행복하게 살게 되였다.    명색이 시어머니로 된 비너스는 공주를 계속 질투해 백방으로 모해하려고 들었다. 그런데 태양신과 츄피터가 미녀로부터 마녀로 변한 비너스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비너스는 끝내 공주를 모해하지 못하고 속을 끙끙 앓다가 화김에 죽었다고 한다.    리문걸은 서울 국제미술전시회에서 여러차례 국제미술상을 탄  한다하는 미술가, 에술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직껏 마음 속으로 흠모해왔던 비너스에 대한 실망감을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여직껏 얼마나 흠모했던 다빈치와 비너슨가. 그런데 비너스는 미녀가 아니라 원래는 바람쟁이, 질투도 많은 음흉한 마녀였구나.)    그러나 비너스 조각상은 그의 머리에 일종 현실적인 계시를 주었다.    유럽관광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날 밤.   문걸은 별무리 내린 싸이나강변 호텔에서 아름다운 빠리 야경과 우뚝 솟은 에펠철탑을 내다보면서 명상에 잠겼다.    싸이나강에서 불꽃단장을 한 호화유람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환희에 떠들썩하는 유람객들을 싣고 유유히 흘러지나가고 있었다.    참사랑주의자였던 문걸의 생각도 자유분방한 빠리에 희석돼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문걸은 다빈치가 손수 조각한 비너스 조각상을 둘러보면서 자기와 춘희의 사랑을 련상하였다.      (세상에 어디 티없이 깨끗한 참사랑이 있겠는가. 세상에 흠이 없는 녀자가 어디 있겠는가? 내가 그렇게 흠모해온 비너스에게도 흠집이 있지 않는가. 모든 것은 상대적이지. 춘희는 비록 두번 실패한 혼인사가 있지만 건 옥에 티나 다름없다. 춘희는 참말로 마음씨 착하고 참된 녀자야. 내가 심한 혈변을 해 병원 문 앞에 쓰러졌을 때 춘희가 휄체어로 나를 급진내과에 실어다가 구해주지 않았는가. 출혈이 심해 쑈크가 온 내게 수혈해야겠는데 불시에 혈장이 모자라자 춘희는 주저없이 팔을 걷고 자기 피를 수혈해주어 나를 구했다. 춘희의 사랑에 넘친 피가 아직도 내 온 몸에 굽히쳐 흐르고 있다. 이렇게 착한 구명은인 녀자를 사랑하지 않고 또 누구를 사랑하겠는가. )                4    문걸과 춘희는 지하철을 탔다가 못 볼  서양인들의 민낯을 보게 됐다. 한무리 금발미녀들이 실 한오리 걸치지 않고 금발머리를 흩날리면서 지하철 숱한 인파 속에서 거닐고 있었다. 그녀들은 아무런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파란 눈을 반짝이며 사람들한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참사랑주의자, 금욕주의자인 문걸은 도무지 눈 뜨고 볼 수 없어 눈을 감아버리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서양은 전혀 다른 세상이였다.     개선문 앞에서는 어쩌겠는가, 숱한 행인들 속에 몇몇 남녀들이 라체로 걸어다니는가 하면 관광객들과 기념사진까지 버젓이 찍는 것이었다. 어떤 라체미녀들은 자전거를 타고 금발머리를 흩날리면서 달려다녔다. 라체 금발미녀들은 "라체로 성심을 담아 빠리올림픽을 열렬히 응원한다."고 떠들어댔다.     빠리 자유의 거리에서는 숱한 라체남녀들이 "성자유 만세!", "성해방 만세!" 프랑카드를 쳐들고 라체시위를 하고 있었다.     (딱 원시사회 같구나.)     문걸과 춘희는 도무지 리해되지 않았다.     (저렇게 벌거벗고 사는게  사랑이고 락이고 꿈인가? 참사랑과는 한참 별로야.)     유럽관광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날 밤에야 문걸은 춘희와 함께 빠리 싸이나강변 으리으리한 호텔에서 잊을 수 없는 첫날 밤을 보냈다. 그들은 별빛이 내린 아름다운 빠리 야경을 내다보면서 서로 사랑의 품에 꼭 껴안고 베토벤의 원무곡에 맞춰 흥겹게 참사랑의 사교무를 추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서로의 따뜻한 사랑의 체온을 느끼는 순간, 문걸은 모든 의혹과 착잡한 고민을 다 훌훌 벗어버리고 오랫동안 무르익혀온 사랑을 활화산처럼 분출했다.    문걸의 눈 앞에는 처음 여자를 알게 한 이름난 무용수 박영희의 풍만한 하얀 젖가슴과 성난 사자처럼 날뛰던 성기갈을 말려주던 미녀로봇 아사꼬의 금발머리가 떠올랐다.    (한평생 나를 속여먹은 배신자, 허위를 일삼은 '본댁'-영희, 나의 구명은인이자 성적인 여자친구-  아사꼬도 다 잊어야지. 오직 춘희만 생각하고 사랑하자. 세상에 흠집이 없는 녀자 어디 있겠는가? 춘희 박사는 세상 미녀 비너스보다 상대적으로 퍽 낫지.) 비너스가 문걸을 보고 해쭉 웃으면서 엄지를 척 내들면서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    춘희의 눈 앞에는 전 남편 주정뱅이 허씨의 퉁사발눈, 성변태 다이로 교수의 가재수염이 겹쳐 떠올랐다. 등산하러 가서 눈구멍으로 펄렁 빠져 얼음협곡에 떨어졌을 때 자기의 가슴을 꼭 끌어안고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던 리문걸의 사랑에 전 목수리가 귀전에 울렸다.    춘희는 외까풀눈을 살며시 감고 문걸의 야성적인 사랑을 차분히 받아들였다. 그 사랑이 깊숙이 뿌리를 박을수록 속으로 기도했다.    (하느님이여, 오늘 밤 사랑으로 제발 내 딸을 홀애비 군철한테서 떼 주옵소서.)         그녀의 복잡한 마음은 리문걸의 저돌적인 공격으로 해 산산히 부서지면서 깨끗하게 정화돼갔다. 착잡하고 거치장스러운 심태가 펄펄 끓어번지는 사랑의 화가마에서 용해되면서 새로운 사랑의 예술작품으로 승화돼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문걸이 이제껏 추궁해온 참사랑에는 딸을 보호하려는 춘희의 마음이 반죽돼 혼탁한 잡음도 섞였다.       문걸과 춘희는 황혼에 빠리의 밤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처럼 둥글둥글하게 살다나면 꿀처럼 달콤한 참사랑도 무르익어 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황혼의 황홀한 참사랑 로맨스 아니겠는가!    달빛과 별빛이 스며드는 빠리 으리으리한 호텔방 하얀 침대 위에서는 서로 사랑하는 두 심장이, 티없이 깨끗한 두 심장이 연주하는 참사랑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신음소리와 흐느낌소리에 맞춰 절주 있게 황홀한 별무리 반짝이는 빠리의 밤하늘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2023년 11월 20일 12시 16분  조회:1979  추천:27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촌 출생.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어문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4년 12월 1일 연변작가협회 작가로 등단, 1994년 12월 2일 중공 당조직에 입당.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로년세계"잡지사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중국조선족로인협회 상무리사,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작가협회 회원,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사단법인대표, 회장, 당지부 서기.      편집부 주필.                   주요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대하소설 "졸혼"(총 6권)     대하소설 "황혼"(총 5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김철환 공저) 등        장편소설 27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 등         저서  총 35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수상.           상해외국어대학 김충실교수,  박사님의 평론      @민성  연변대학 우리 학번에서 제일 막내였던 장혁 작가님, 이제 우리 동창의 자랑스러운 문장가이시네요!     40 여년 세월이 녹여낸 필력으로 몇 권의 대하소설에 역사와 인간을 담아내시다니! 그 풍부한 지식과 깊은 통찰에 우리 모두를 놀라움과 감동에 몰아넣었습니다. 청춘을 뛰어넘은 열정과 정성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면서 평론 아닌 평론(?) 몇마디 적어봤습니다.    《황혼》 제5권 100장 "참사랑 멜로디"는 김장혁 작가의 대하소설이 추구하는 인간 내면의 깊이와 사회적 비판을 잘 보여주는 장면인것 같습니다. 이 장은 특히 중년 이후의 사랑과 욕망,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다루고 있습니다.소설에서 "참사랑은 처녀총각의 피 끓는 두 심장으로 연주하는 티없이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작가의 이상화된 사랑관과 현실의 괴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장의 가장 큰 성취는 중년 이후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리문걸의 "세상에 어디 티없이 깨끗한 참사랑이 있겠는가"라는 깨달음은 이상을 추구하던 인물이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으로, 이 작품의 중요한 전환점인 것 같습니다.    이 장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 사회적 규범, 문화적 차이,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겪는 자기수용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조명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이 그 흠집까지도 포용하며 만들어가는 사랑의 멜로디는, 비록 '황혼'에 해당하는 인생의 후반부에서야 연주되기 시작했지만, 그 무엇보다 깊고 풍요로운 울림을 전해준다고 봅니다.      소설가 정문준선생님 댓글     줄기찬 사랑으로 엮인 삶의 철리와 시적인 예술 승화로 이목을 활활 불 태워주는 대하소설가 김장혁님의 개성 넘친 창작 언어 풍격에 내내 탄복을 금치 못합니다. 너울성 파도마냥 이 내 가슴 쾅쾅 두드려주는 대형서사시의 장을 하늘가로 펼쳐가며  거창하고 거룩한 이국 풍경과 작중 형상을 그려낸 소설가님에게 나의 누를길 바이 없는 탄복과 칭송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김장혁의 대하소설로 펼친 사랑이야기는 소설 속  문걸의 말 그대로 옮겨오면 "참사랑은 피 끓는 두 심장으로 연주한 티 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입니다. "     경이롭고 거룩한 철리적 사랑 명구올시다!!      박은화 시인의 댓글     회장님 최고[强][强][强]     진정한 작가는 작협회원인가가 보다도 작품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회장님의 묵직한 작품들은 이미 조선족의 문학사에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지요[强][强][强]    몇푼짜리 글 몇토막을 쓰고 감투를 쓰고 있는 얼토당토한 사람들이야말로 작협회원이라는 명칭에 부끄러움을 가져야지요.    회장님 화이팅[握手][玫瑰]    김상군 시인의 댓글    그 많은  대하소설을  지어내여 수많은 독자층을 갖고 있는  분(김장혁회장)이 당당한 작가이지요   . . .  !    남송화 시인의 댓글    회장님 같은 큰 작가분이 작가가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우리 아동문학연구회를 위해 계속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合十][合十][合十]     저자 김장혁의 답사        여러분의 고무격려의 말씀에 몸둘바를 모르게 황송합니다.  수많은 애독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항상 고민하면서 소설을 구상하고 제나름대로 긁적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필명 "민성"이란 이름에 미치지 못해, 백성들의 숨소리를 보여준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해, 독자들에게 미안하고 저의 필명을  지어준 조룡남 시인님과 리성권 작가님께도 미안합니다.       저에 대한 선생님의 편달로 고맙게 받아안고 계속 필을 날리리라 다짐 올립니다.          
554    대하소설 황혼 제5권(99) 大字报 김장혁 댓글:  조회:1160  추천:0  2025-01-22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99. 大字报       어느 날 시내 제일 번화한 광장 광고판에 검은 붓글씨로 쓴 커다란 대자보(大字报)가 나붙었다.       최군철 서기는 문화국 부패분자, 색마 최정호 국장과 사촌처제 박영희가  바람을 피워 낳은 사생아이다. 싸리 그루터기에서 싸리 자란다고 최군철도 애비를 닮아서 부패분자이자 무서운 바람둥이다.     우선, 최군철은 서기 자격이 없다. 일찍 최군철은 S시 반도체유한회사 부총경리 겸 당위 서기로 있을 때 S공항에서 대부패분자 애비 최정호인 척 연기를 놀면서 , 지명수배도주범인 애비와 그의 애인 나영을 일본으로 빼돌린 적이 있다. 이건 대부패분자 지명수배도주범 애비와 첩 나영을 비호한 죄가 아니고 무엇인가? 나영도 당시 단위 돈을 5만원을 탐오한 죄로 지명수배를 당하던 부패분자였다. 그러나 대형외자기업소 부총경리, 당대표란 막강한 권력을 빌어 그 죄를 추궁받지 않았다.     최군철은 우리 시 당위 서기로 부임되자마자 어떻게 부패분자 류항곤 원장의 딸 류기를 형사수사대대 대대장으로 임명할 수 있단 말인가? 또 부패분자 류덕재 행장과 류려평 부행장의 사생아 려향을 어떻게 반도체공장 총경리 비서로 임명할수 있단 말인가? 하긴 류기와 려향은 최군철의 애인후보니깐. 려향과 최군철은 둘 다 사생아니깐. 천생배필 아닌가! 리해는 좀 간다. ㅋㅋㅋ    최군철은 자기 양아버지 리문걸의 애인 김춘희, 자기 미래 가시어머니 될 김춘희를 병원 원장으로 임명했고 자기 친애비 최정호 국장의 애인 황선희를 부원장으로 임명했다. 또 자기를 발바리처럼 따라다니는 애인 마끼를 위생국 간사로 임명했고 또 애숭이 리복화를 자기 양아버지 리문걸의 한 고향친구 리성호의 손녀라고 반도체공장 병원 원장으로 임명했다. 복화는 일본류학 기간에 스시상에 올라 라체모델을 한 적이 있는 더러운 년, 낯짝이  두껍기로 돼지 엉덩이 같은 년이다. 그렇게 부정한 년을 병원 원장으로 임명하다니? 최군철 서기한테는 간부의 도덕기준이라는게 있는가? 없는가? 또 리성호의 손자, 갓 일본류학을 마친 복화의 남동생 리광문을 고향에서 젤 큰 병원 소화내과 주임으로 임명했다.     얼마나 부패한 서기인가.     최군철은 무서운 바람둥이고 색마이다. 본처 리나와 아들 둘이나 낳고서도 리혼하고 숱한 애인들을 데리고 살았다. 심지어 미국 경제간첩 애리싸와 오래동안 동거하면서 중국 경제정보도 팔아먹었다. 최군철은 한국 회사에서 부사장이란 직권과 금전을 리용해 비서들인 경희, 은희를 늘 음탕하게 간음했다. 지금은 일본 류학을 갓 마치고 돌아온 열살 년하 마끼(허가은)를 애인으로 데리고 한국 회사로부터 우리 시내에까지 기여들었다. 그외에도 최군철은 자기 양애비 리문걸의 양딸 리려향을 애인으로 데리고 놀았다. 하긴 최군철과 리려향은 똑 같은 사생아니깐. 천생배필이지. ㅋㅋㅋ.      또 그 옆에 나붙은 다른 대자보에는 최혜영 국장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류인비어를 쏟아부었다.      최혜영은 남태평양 무인도에서 해적들한테 륜간당했다. 그때 최군철 서기의 애비 최정호가 목숨걸고 무인도 해적들의 마수에서 최혜영을 구해냈다. 최혜영은 최정호의 구명은혜에 보답하려고 무인도에서부터  최정호와 속살을 섞어왔으며 지금 최정호의 옥바라지를 도맡아 하고 있다. 최군철은 최혜영한테 사정해 애비 최정호를 감형시켰으며 이번에 최혜영을 반부패투쟁 모범투사로 표창하고 묵직한 상금까지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머리 싯허연 최혜영을 검찰원 국급 고문으로 재임명했다.      숱한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대자보를 보고 쑤근거리기도 하고 머리를 끄덕이기도 했으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젔기도 했다.    요즘 숱한 사람들이 대자보를 보고 최군철과 최혜영에 대한 류언비어를 온 시내에 파다히 퍼날라 퍼뜨렸다.    비서가 인차 그 대자보를 뜯어 최군철 서기한테 바쳤다.    최군철은 그 두 대자보를 사무상에 놓고 의아한 눈빛이 번쩍이는 우멍눈으로 몇번이고 뜯어보았다.    (내가 부패분자 류덕재와 류려평의 사생아 려향을 사랑한다고? 말도 안돼. 이건 무함이야. 비방조소야.)    려향도 살부원쑤인 군철을 속으로 증오하면 했지 사랑하지도 않았다.   대지보는 필적이 판판  달랐다.    최군철은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더니 사무상을 지긋이 눌렀다. 그의 마른 입술이 바르르 떨리더니 우멍눈에서는 시뻘건 별찌가 툭툭 떨어졌다.    (적은 항상 곁에 있어. '초패왕' 일당은 척결됐지만 아직도 부패세력이 남아 있어. 대자보를 몽땅 거짓말로 만들어야지.)    최군철은 무서운 빛이 번쩍이는 우멍눈을 스르르 감더니 한참 동안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목석처럼  묵묵히 앉아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우뢰가 울고 번개가 번쩍였다.      한참 후에야 최군철은 천천히 우멍눈을 뜨더니 의자에서 잔등을 떼였다.    그는 비서한테 쇠덩이가 콩크리트바닥을 구으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두 대자보는 온통 무함이고 류언비어요. 내가 직접 반박문을 써서 광장에 붙여야겠소.”    훤칠한 미남비서는 붓과 도화지를 구하러 비서처로 갔다.     사실, 대자보의 내용은 비렬한 무함이였다.    “이렇게 너절하게 헐뜯을줄은 몰랐다. 꼭 이번에 타격받은 원쑤진 놈들이 나와 새로 승진한 간부들을 타격하려고 꾸민 음모궤계일 거야.”    이윽고 비서가 붓과 묵, 커다란 흰 도화지를 들고 들어왔다.    최군철은 사무상에 도화지를 펴놓고 붓을 들고 우멍눈으로 도화지를 내려다보면서 한참 궁리하더니 붓을 날리기 시작했다. 북경대학 졸업생 출신 시당위 서기가 날리는 붓이 도화지 위에서 룡이 꿈틀거리며 내 달리다가 하늘로 날아오르는듯도 하고 푸르른 하늘에서 물 속으로 날아내려 헤염쳐 나가는듯도 했다.     갑자기 최군철의 붓이 도화지에서 내달리다가 점 하나를 콱 찍더니 뚝 멈춰섰다. 최군철은 반박문을 더 써내려가기 어려웠다.     그는 붓을 사무상 위에 스르르 놓더니 의자에 맥없이 털썩 물앉았다. 그는 대머리에 왼손을 얹고 한참 궁리를 돌렸다. 그는 의자에 잔등을 기대더니 우멍눈을 스르르 감았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천지를 진동하며 울렸다.    기실, 김호는 이번 반부패투쟁과 조직폭력배(깡패)숙청전역에서 중대한 기여를 했다. 그리하여 시당정부문에서는 반복적인 연구를 거쳐 김호를 형사수사를 주관하는 공안국 부국장으로 임명했다. 최군철은 금후 반부패투쟁과 조직폭력배숙청전역에는 이런 나젊고 패기 있는 젊은 공안간부가 형사수사사업을 리드해나가야 한다고 인정했던 것이다.    (류기도 공안국 형사수사대대를 지휘할 얻기 힘든 능력있는 간부야. 류기는 대의멸친해 법과 상식을 지킨 훌륭한 간부야. 류기는 오촌조카라는 특수신분을 리용해 류덕재한테 의식적으로 접근했지. 그는 류덕재 삼부자라는 살인악마들의 죄악적 행태를 본 후 점차 각성해 류씨 집안의 죄악을 공안기관에 신고했지. 류기는 자기 아빠가 류덕재를 돕다가 살인죄를 지게 될가봐 이른 새벽에 내 사무실에 찾아와 아빠 죄행마저 로실하게 털어놓았지. 이렇게 대의멸친한 훌륭한 공안간부를 대대장으로 임명한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최군철은 우멍눈을 스르르 뜨고 이마에서 천천히 손을 내리우더니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사무실에서 뚜벅뚜벅 거닐면서 버릇처럼 대머리 위에 몇오리 안되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더니 번개처럼 번쩍이는 사색을 베아링처럼 굴려나갔다.    (류기는 후에 내 포치대로 류덕재를 돕는 척하면서 류덕재 별장마다 깜쪽같이 미형도청기를 장치해놓고 밤낮으로 류덕재 삼부자를 감시했지. 류기는 류덕재 삼부자를 우두머리로 한 깡패조직 일당의 죄행을  사법기관에 낱낱이 적발했지. 그리하여 사법기관에서는 류덕재 삼부자와 왕춘영 외에도 호랑이, 꺽다리. 뚱뚱보, 코수염쟁이 등 깡패 소두목들까지 몽땅 신속히 나포해 처단할 수 있게 되였다. 류기 아버지는 류덕재 포치대로 정의용사 리종호 사장과 리성호를 암살하려고 호주머니에 염화칼리움 등 독약이 든 주사기를 넣고 병실에 난입하려고 했지. 그때도 류기는 대의멸친해 아버지를 체포해 몇달 동안이나 구류소에 가둬두었다. 그래서 애비 살인범행을 재때에 제지시켰다. 이런 훌륭한 공안간분가 어디 또 있단 말인가?)    최군철은 주춤 멈춰서더니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류기는 얼마나 슬기로운가. 류기는 고모 류려평을 돕는 척하면서 은비녀미형도청기를 류려평의 머리에 꽂아주고 류려평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해 공안국에 제공했다. 류기는 대의멸친해 류씨 범죄가문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류덕재 등 부패분자들과 깡패조직을 타격하는데 지울 수 없는 공혼을 세웠다. 류기를 공안국 형사수사대대 대대장으로 임명하지 않고 또 어떤 사람을 임명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 공안국에 이런 법을 지키기 위해 대의멸친도 할 수 있는 공안간부, 슬기로운 형사수사대대 대대장이 필요하지 않는가. 부패분자 류항곤의 딸이 아니라면 공안국 부국장을 시켜도 절대 과분하지 않아. 흥!)     최군철 서기는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커피를 후후 불며 마시였다.    (최혜영 국장을 검찰원 고문으로 재임명했는데 뭣이 잘 못 됐단 말인가.  물론 아버지가 남태평양에서 목숨 걸고 최혜영 국장을 구해준 적이 있긴 있다. 그러나 최국장은 아버지가 구명은인이라고 법 앞에서 털끝만치도 봐준게 없다. 그는 아버지를 남태양까지 쫓아가 나포해 감옥에 처넣었다. 그가 옥중에 있는 아버지를 뒤바라지 한건 인간적으로 은인에 대한 보답일뿐이야. 최국장은 법 앞에서 인정사정을 두지 않고 법에 따라 아버지를 감옥에 보냈다. 얼마나 법과 인정을 명확히 구분해 처사사는 훌륭한 사법간부인가.)    최군철은 격분해 커피잔을 사무상에 탕 놓았다.    (병원 원장 임명도 그렇지. 정의용사 리종호, 리문걸 등 숱한 사람들을 구한 김춘희박사나 황선희 박사를 원장으로 임명한 것이 뭐 잘못 됐는가! 그래 입원한 정의용사 리종호를 살해하려고 독약주사기를 호주머니에 넣고 쏘다닌 류항곤 같은 악마를 원장 자리에 놔둬야 하는가! 정신 나간 놈들! 뭐 내 미래 가시어머니라고 김춘희를 원장으로 임명했다고? 쳇, 누가 지금도 마끼를 사랑하는가? 찬찬히 살펴보니 마끼는 내 지위와 돈을 탐낼뿐이라는 것이 드러났어. 마끼의 사랑은 순결한 참사랑이 아니야. 속마음과는 달리 무절제한 탐욕에 의한 파격적인 짝사랑이야.)    똑, 똑똑.    아주 익숙한 노크소리.    문이 살며시 열렸다.    범이 자기 흉을 하면 온다고 마끼가 사무실에 찾아오지 않았겠는가.    최군철은 사무실에 마끼를 들여놓은 비서를 우멍눈으로 흘끔 흘겨보았다. 비서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면서 되나갔다.    마끼는 눈물이 글썽해 최군철한테 다가와 하소연했다.    “최서기, 난 림상을 하지. 행정사업을 하지 않겠어요. 어째 날 기어이 위생국 간사로 임명했는가요? 난 행정관리직이 싫어요. 이제라도 날 병원에 보내 환자들의 병을 보게 해주세요.”    최군철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원래  슬기로운 마끼를 위생국 의정과에 보내 의료계통 부정부패를 조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끼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딴소리를 치고 있었다.    “비서!”    비서가 다급히 들어와 우멍눈을 쳐다보면서 분부를 기다렸다.    최군철은 당장 결단을 내렸다.    “비서, 이 마끼동무는 위생국 의정과에서 일하기 싫다오. 당장 위생국에 말해 병원에 보내오.”    최군철 서기나 마끼나 대자보까지 나붙자 뒷말을 듣기 싫었던 것이다.    마끼는 그제야 해시시 웃었다.    “최서기, 감사해요.”    그녀는 군철과 오랜만에 만났는지라 좀 이야기나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옆에 비서가 딱 붙어 서 있어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비서도 제꺽 그런 눈치를  채고 사무실에서 나갔다.    마끼는 최군철의 사무상에 다가가 한마디 물었다.    "엄마는 주책없이 리문걸선생님과 유럽관광을 갈 예산을 하잖겠어요. 말이 유럽관광이지 기실 재혼기념관광이 아니고 뭔가요? 그럼 우리 둘의 일은 어쩌는가요? 진짜 주책없어요."    최군철은 우쭐 일어나더니 무뚝뚝하게 중얼거렸다.    "부모님들의 행복을 축복해드려야겠군."    "무슨 말인가요? 엄마가 최서기 양아버지와 재혼하면 우리 어떻게...?"    마끼는 말끝을 흐리면서 군철의 눈치를 핼끔 쳐다보았다.    "부모님들의 재혼을 축원하는 것도 효성을 하는 미거요. 자기 사랑을 다 바쳐 부모님께 효성한다면 얼마나 뭇사람들의 칭찬을 받겠소.  현시대 심청, 얼마나 아름다운 효녀요?"    마끼는 눈물이 글썽해 원망스레 최군철을 쳐다보았다.    "최군철씨, 효성과 사랑은 다른 개념인데요. 자기와 남을 작작 속이세요. 저를 사랑하지 않는가요? 진심을 말하세요."    최군철은 한참 궁리하다가 마지못해 한마디 했다.    "나는 마끼를 친여동생처럼 여기고 사랑해왔소. 난 애 둘이나 달려있소." "괜찮아요. 내가 알고 오빠를 사랑하는데요."    "당찮은 말 그만두오. 마끼를 해치고 싶지 않소. 부모님들이 재혼하면 우린 오누이 되잖고 뭐요? 우린 이젠 진짜 오누이로 서로 도우면서 잘 보내기오."    "거짓말 그만두세요. 흐흑흑, 흑흑."      마끼는 예전과는 판판 달리 매정하게 구는 최군철이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대자보에서 자기와 군철을 미혼부부로 헐뜯은 류언비어대로  말을 들을가 봐 속과는 달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어느 년놈들이 대자보를 썼는지 콱 총살해라! 꼭 나를 질투하는 년의 소행이야."     마끼는 악에 받쳐 고함치면서 쓸쓸한 원망을 한 가슴 안고  천천히 돌아섰다. 그녀는 최서기를 졸졸 따라다니던 라이벌들을 떠올렸다.     (려향? 리하나? 림은희? 혹시 류기도...?)     최군철은 가냘프게 들먹이는 마끼의 어깨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후에 큰 일이 없으면 자꾸 찾아오지 마오. 괜히 쓸데없는 말을 듣겠소.”    마끼는 돌아서지도 않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사무실에서 달려나갔다.    순간 최군철은 마끼의 뒷모습을 쓸쓸히 쳐다보노라니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것만 같았다.    나젊고 이쁘고, 슬기로운 마끼, 얼마나 사랑스러운 처녀인가?    아, 사랑하면서도 사랑할 수 없는 마음 오죽하겠는가.    최군철은 사무상 위에서 쓰다만 대자보를 주어들더니 와락와락 꾸겨 팽개쳤다.    (뭐? 날 바람둥이라고? 뭐 려향이 내 애인이라고? 실상을 알기나 하고 헐뜯어대? 누가 부패분자 류덕재와 류려평의 사생아를 사랑한다고 그래? 어림도 없어. 난 흑인강도한테서 려향을 구해줬을뿐인데. 누가 려향을 사랑하는가? 뭐? 둘 다 사생아기에 ‘천생배필’이라고? 헛, 참, 짜깁기 해도 진짜 어처구니없어.)    비서가 뜨거운 김이 몰몰 풍겨오르는 차를 부어 차탁에 놓았다.    최군철은 미남비서를 보자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비서처에서는 아주 참한 여비서를 물색해 보냈지. 하지만 난 다 거절했어. 두번째 최정호나 류덕재란 뒷말을 듣기 싫었어. 난 류덕재와는 판판 다른 사람이야.)    최군철은 고의로 자기보다 훨씬 멋진 미남비서를 곁에 두었다. 그리하여 녀성들의 눈길이 몽땅 그 미남비서로 쏠리게 하고 자기는 녀자들의 시선에서 슬쩍 피해 서려는 속셈이였다.    남녀관계에 무척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최군철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안타깝지 않은가!    (내 어진간하면 성림과 길림을 에미 없는 애들로 만들면서 리나와 리혼했겠는가? 리나가 너무나도 시양아버지를 괄시하니깐. 불효녀라고 리혼한게지. 나도 칠정육욕이 있어. 그러나 엄마를 잃고 길림과 성림이 우는 걸 볼 때마다 내 속으로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는지 아는가?!)    최군철은 애들을 떠올리자 가슴이 미여지는 것 같아 주먹으로 가슴을 꽝꽝 두드렸다.     “최서기, 차를 드십시오. 커피를 더 타 오랍니까?”     “아니, 차면 됐소.”     비서는 사무상 위에 구겨진 쓰다만 박박문 대자보를 보고 물었다.     “반박문을 쓰지 않으렵니까?”    “필요없소.”    “네?”    비서는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최군철 서기는 반박문에 간부를 임명한 내부 실정을, 비밀을 밝힐 수 없었다.    그는 예지로 반짝이는 우멍눈으로 비서를 정시하면서 정색했다.    “내 때뻣이를 하자고 당정사법기관 인사임명과 수사 기밀을 어떻게 만천하에 공개한단 말이오? 안되오, 절대 안돼. 또 내 직접 반박문을 써서 내붙이면 궤변을 부리는 거 같잖겠소? 역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소.”    비서는 도리머지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다고 억울한 루명을 쓰고 말겠습니까? 대자보 때문에 지금 사회 여론이 아주 나쁩니다. 공안국 정보과에 말해 대자보를 써 붙힌 놈들을 나포합시다.”    최군철은 비서를 손짓으로 곁에 불렀다.    “속담에 개는 짖어도 필림은 돌아간다고. 이럴 땔수록 우린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오. 여론전엔 공권력을 쓰지 말고 여론으로 맞서야 하오. 당장 선전부에서 책임지고 기자들을 불러 여론전을 벌려야겠소.”    그 말에 비서는 머리를 끄덕였다.    최군철은 예지로 빛나는 우멍눈을 번쩍이며 구체적으로 포치했다.    “기자들을 보고 집중해 정의용사 리성호, 리종호 등 영웅사적과 함께 이번 반부패투쟁과 깡패숙청전역에서 불멸의 공훈을 세운 김호, 류기, 최혜영 등 간부들의 사적을 취재해 널리 보도하게 하오.”    비서는 손으로 이마를 탁 쳤다.    “네- 그럼 자연히 류기와 최혜영을 임명한 것이 정확하다는 것을 대중들이 다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이거야 말로 일거량득이 아니고 뭡니까.”    최군철은 즉시 전화기를 들어 선전부 부장을 불렀다.    최군철 서기는 선전부장을 보고 여러 보도매체에서 정의용사들을 대대적으로 선전할데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한 후 이렇게  강조해 지적했다.     "특히 류기가 대의멸친해 아버지마저 체포해 구류소에 가둔 대목을 구체적으로 잘 선전하오."     선전부장은 최서기 앞에서 당장 태도를 표시했다.     "예. 최서기 지시대로 즉시 기자들을 불러 포치하겠습니다."    며칠 후부터 여러 보도매체에서는 정의용사 리성호, 리종호 그리고 최혜영, 김호, 류기 등의 사적이 널리 실렸다. 그제야 백성들은 그들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엄지를 척척 내둘렀다.    최군철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백성들을 위해 실제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여러 모로 모지름을 썼다.    요즘 최군철 서기는 이른 새벽 다섯시부터 01호 사무실에서 민원을 접수하다가 부동산업체에서 백성들의 리익을 해친  엄중한 부패행위를 발견했다. 적지 않은 부동산개발업체에서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기초나 파놓고 거액의 아프트 값을 먼저 챙겨 도망친 사건으로, 백성들이 아파트를 샀지만 부동산업체에서 몇백만원씩 하는 아파트단지 토지세를 내지 않아 가옥소유증을 손에 쥐지 못한 사건들로 수두룩했다.    최군철은 또 일전에 감옥에 아버지를 면회하러 갔을 때 아버지한테서 류덕재를 비롯한 고위급간부들이 부동산업체에 아파트 건축일감을 몰아주고 숱해 얻어먹은 정황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제보받았다.    (백성들의 주택문제는 홀시할 수 없는 대사야. 시당위와 시정부에서는 마땅히 부동산업계 부패행위를 숙청해 백성들의 아파트문제부터 해결해 줘야 한다.)    최군철은 즉시 가옥관리국 국장과 건설국 국장을 불렀다.    두 국장은 헐금씨금 01호 사무실에 들어섰다.    최군철은 무서운 빛이 번뜩이는 우멍눈으로 두 국장을 쏘아보며 쇠덩이 굴리는듯한 목소리로  질책했다.    “지금 아파트건설업계에 엄중한 문제 수두룩하오. 당신들은 지금까지 국장 자리에 앉아 뭘 했소? 숱한 부동산업체 보스들이 아파트를 짓지도 않고 집값을 가지고 도망쳤는데? 숱한 보스들이 가옥소유증을 내주지 않아 숱한 백성들이 나를 찾아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신고하고 있소.”    두 국장은 벌벌 떨며 머리를 떨어뜨리면서 잘 못을 검토하는 척하면서 고비를 넘기려고 들었다.    최군철 서기는 두 국장의 그런 속내를 다 꿰뚫어보았다.   그는 버릇처럼 대머리에 몇대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더니 살기 찬 우멍눈으로 무섭게 국장들을 쏘아보면서 대성질호했다.    “그저 검토 몇마디 해서 될거 같은가?! 당신들이 관리를 잘했으면 당신들 앞에서 위법보스들이 아파트를 짓지도 않고 집값부터 먼저 챙겨 도망쳤겠소? 토지세도 내지 않고. 어째 사무실에 떡 앉아 있지 말고 건축현지에서 가서 아파트 건축여부를 점검하고 건축 전에 위법수금을 제지하는 조치를 대지 못했는가? 흥! 당신들 실직행위는 용서할 수 없소. 국장은커녕 과장 자격도 없어. ”    최군철 서기는 사무상을 꽝 치며 대성질호했다.    “军中无戏言!당신들은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겠으면 즉시 공안국을 협조해 부동산업체 위법보스들을 싹 다 잡아들이오. 백성들에게 집값을 돌려주고 비법보스들한테서 아프트 토지세를 징수하오. 가옥소유증을  제때에 백성들한테 내주오. ” 두 국장은 누구 안전이라고 미룰 수 있겠는가.    최군철 서기는 공안국에 전화를 걸어 박동묵 국장과 김호 부국장, 형사수사대대 류기 대대장, 감관대대 김천선 대대장, 경제대대 대대장 등을 01호 사무실에 불렀다.    이윽고 공안국 간부들이 01호 사무실에 들어섰다.    최군철 서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인사했다.    그는 우멍눈으로 신임공안간부들을 엄숙하게 둘러보면서 부동산업체 위법행위를 렬거하고나서 지시했다.     “백성들이 젤 관심하는 아파트 값 문제와 가옥소유증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겠습니다. 지금 숱한 백성들이 아파트를 샀지만 가옥소유증을 손에 쥐지 못해 애태우고 있소. 공안국에선 가옥관리국과 건설국 국장들이 이제 위법보스들의 정보가 오면 당장 일체 인력, 물력을 조직해 도망친 부동산업체 위법보스들을 몽땅 잡아들이오.”     “네- 즉시 행동하겠습니다.”    몇달 후 공안국에서는 전국 각지로 도망친 위법보스들을 나포해왔다. 그리하여 백성들은 아파트값을 돌려받았고 가옥소유증도 손에 쥐게 돼  얼굴에 함박꽃이 필 지경이였다.    또 가옥관리국에서는 국장이 직접 진두지휘해  부동산개발업 보스들에게서 수십억에 달하는 아파트개발 토지세를 징수해들였다.    공안국 형사수사대대와 경제대대에서는 위법보스들의 죄행을 낱낱이 심문해내 검찰원에 기소했다. 검찰원에서는 리춘희 검찰장의 령도하에 제때에 위법보스들을 법원에 신속히 기소해 인민법률의 엄벌을 받게 하였다. 김천선 대대장은 감옥에 위법보스들을 제때에 받아 처넣고 관리를 강화했다.    위법보스들을 엄벌하자 대부분 피해백성들은 너무나도 속이 씨원해 쾌자를 불렀다.    그들은 최군철 서기야 말로 백성들의 리익을 위해 실제 일하는 새 시대 “초유록식 훌륭한 간부”라고 엄지를 척척 내밀었다. 그들은 시내 광장에 붙힌 “대자보는 훌륭한 간부들에 대한 터무니 없는 무함이고 날조이다.”라고들 했다.     최군철 서기는 반박 대자보를 써 내붙이지 않았지만 백성들의 리익을 위해 실제 일을 하는 행동으로 무함대자보에 대해 훨씬 더 강한 반박을 가했다.     그때부터 시내에는 최군철 서기와 리춘희 검찰장, 박동묵 국장, 김호 부국장, 류기 대대장, 김천선 대대장, 최혜영 고문, 김춘희 원장, 황선희 부원장 등을 치하하는 여론이  자자하게 퍼지였다.      최군철 서기는 가옥관리국에 가서 백성들이 가옥소유증을 받아쥐고 기뻐하는 모습을 돌아보고 더없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비서는 오랜만에 최서기가 01호 사무실에서 미소를 짓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최군철서기는 조용히 사무상에 가서 앉더니 우멍눈을 스르르 감고 무표정하게 묵묵히 앉아 있었다. 그의 번대머리가 해빛을 받아 윤기 반짝이었다.     미남비서는 우멍눈을 감고 묵묵히 앉아 있는 최서기를 조용히 지켜 보다가 사색을 깨울가 봐 살금살금 비서실로 나갔다.     (최서기는 우멍눈을 딱 감고 무슨 궁리를 할가? 아무도 몰라, 무슨 궁리를 하는지?)   
553    대하소설 황혼 제5권(98) 혼 김장혁 댓글:  조회:986  추천:0  2025-01-20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98. 혼      종호가 기적적으로 눈을 살며시 떴다.    (꿈인가? 생신가?)    사위가 온통 새하얀 벽이고 하얀 옷들이 헛깨비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이 어슴프레 보이었다.    “아빠, 끝내 깨나셨군요.”    려향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종호는 맥없이 눈을 스르르 되감아버렸다.   옆 병실에서 복화의 애원하는 목소리 들리었다.    “작은할아버지, 어서 깨나세요. 할아버지, 흐흐흑, 흑흑,”    복화도 강남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작은할아버지 성호를 보러 왔던 것이다.    광문도 작은 할아버지 성호를 보러 일본에서 날아왔다.    “작은할아버지, 이젠 두달 동안이나 누워 있었어요. 어서 깨나세요.”    딸과 손자, 손녀들의 애절한 대성통곡소리에도  성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의감에 높뛰던 그의 심장은 서서히 고동을 멈췄다.   종호는 성호를 부르며 울리는 통곡소리에 비몽사몽간에 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려향이 나를 아빠라고 불렀어? 아직도 길러준 정을 잊지 않니? 아니야, 이 세상엔 믿을게 하나도 없어. 려향도 탐욕스러운 애비 에미를 닮아서 재물에 눈이 어두워. 싸리 그루에서 싸리 나지 별게 나겠니?)     (복화와 광문도 성호를 보러 왔어? 승호 살아 있었으면 저렇게 다 큰 귀여운 오누이를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죽은 승호 불쌍하지.)    성호는 평소에 애비 없는 큰형님의 손녀 복화와 손자 광문을 불쌍해  항상 용돈을 쥐여주기도 했다. 복화와 광문은 작은 할아버지 그 은혜와 정을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 울고 있었다.    옆방에서 어찌나 통곡소리에 애원소리 복잡한지 종호는 더는 잠잘 수 없었다.    “성호, 성호, 죽어선 절대 안돼!”    려향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빠, 아빠, 끝내 정신 차리셨군요.”    종호는 려향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성호, 성, 성호 어떠냐?”    려향은 종호 손을 꼭 잡고 반색하면서 말했다.    “성호 삼촌은 생명이 위험해요. 그러나 근심하지 마십시오.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가 지금 이 세상 첨단의술을 다해 구급하고 있습니다.”    려향은 종호를 안심시키는 말을 했다.    기실 옆방에서는 지금 정희와 최헤영이 성호의 시체에 하얀 상시옷을 입히고 하얀 천으로 딜딜 감고 있었다.    종호는 수척한 얼굴에 눈물을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렸다.    “성호는 나를 보호하다가 깡패들의 칼에 찔렸어. 그는 내 구명은인이야. 정의용사야. 나를 대신해 죽어선 절대 안돼. 흐흐흑, 흑흑흑.”    종호는 일어나려고 몸부림치면서 모지름을 썼다.    “안돼, 내 가서 봐야 해.”    그러나 몸이 천근무게 되는 것 같아 좀처럼 일어날 수 없었다.    “날 좀 일, 일으켜달라. 성호를 가 봐야겠어.”    그러나 려향은 오히려 종호를 눕혀놓고 움직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빠, 아직 건강이 채 회복되지 않았어요. 격동되거나 흥분되면 안돼요. 움직여도 칼상이 또 벌어질 수 있어요. 가만 누워 있어요.”    종호는 마구 고래고래 고함쳐댔다.    “백주에 깡, 깡패들한테 정의용사 성호가 내 대신 칼, 칼에 찔리다니? 깡패들이 쳐들어온다! 경찰, 어서 깡패들을 나포하라!”     종호는 고함치다가 천천히 다시 정신을 잃고 까무러쳤다.    려향은 종호를 푹 쉬라고 이불을 여며주었다.    종호는 꿈인지 생신지 몰랐다. 그의 혼이 또다시 육체를 떠나 사처로 헤매기 시작했다.  (성호는 젊었을 때부터 우리 시내에서 소문난 정의용사였지.)    종호의 혼은 꿈 속에서 성호를 만났다. 성호는 희죽이 웃으면서 자기 손을 잡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호, 살아 있구나. 그런 걸 난 또 네가 깡패들한테 잘못 됐는가 했지.”    “나는 깡패들이 살아 있는 한 절대 죽을 수 없어. 죽어서 혼이라도 살아 있으면 끝까지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야. 흉악무도한 깡패들과 목숨걸고 싸울 거야.”    “장하다, 성호야, 우리 정의용사!”    종호의 혼은 성호의 혼을 붙안고 어깨를 다독였다.       성호는 대학을 갓 졸업한 후 경찰도 아니였는데  정의감에 넘쳐 “사인정탐”으로 맹활동했다. 그는 대학교 뒷산 소나무 숲에서 은영을 륜간한 허씨 형제 날강도들을 목숨 걸고 추적해 나포했다.     성호는 한번은 소장사 하러 내몽골에 갔다가 백화점 출납 춘란을 살해하고 거액의 돈을 강탈한 강도 형제를 려인숙에서 우연하게 만났다. 그 살인강탈범들은 법망에서 빠져나간 놈들이었다.성호는 목숨걸고 총을 휴대한 강도 형제를 맨주먹으로 불의습격해 쳐눕혔다. 그는 날강도형제를 포승줄로 꽁꽁 묶어 당지 내몽골 공안국에 바쳤다.     그런데 승호 아버지는 성호가 나포한 강도를 자기네 형사수사대대에서 나포한 것처럼 버젓이 숱한 기자들을 불러놓고 소식공개회를 열었다. 그러나 성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자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그런 무명정의용사였다.    정희는 교수네 귀공주였지만 농사군 출신인 대학 동기 성호를 사모해 지꿎게 따라다녔다. 그녀는 성호와 함께 진수해중학교에 실습하러 간 기회에 성호한테 옷을 한벌 사주고나서 조용한 강가로 가자고 했다.    엄정희는 맑은 시내물이 돌돌 흐르는 강변에서 가지가 실실이 늘어진 수양버드나무 아래에 이르러 마음 속에 오래동안 품어왔던 열렬한 사랑을 고백하였다.    “성호, 나는 오래동안 고찰하고 고민 끝에 성호를 사랑하기로 했소.”    그러나 성호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우리 둘은 짝이 너무 기우오.”    엄정희는 파랑새란 별명처럼 단통 얼굴이 새파래졌다.    “아니, 무슨 말이오. 내가 그래 성호 사랑을 받을만한 대상이 안된다는 말인가요?”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 진정으로 말했다.    “아니오. 나는 농민의 아들이 아니고 뭐요? 어떻게 교수 집 귀공주와 짝이 되겠소? 나는 부모를 모셔야 할 처진데. 귀공주를 데려다   어떻게 고생시키겠소?”     엄정희는 새파랗게 굳어졌던 얼굴근육을 느슨히 풀었다.    “농사군의 아들이면 뭐라오? 가정배경이 무슨 그리 중요하오? 당자가 좋으면 좋은 짝이지. 나는 성호는 하늘을 떠인 사나이답다고 보오.”    성호는 엄정희를 진정어린 쌍까풀눈으로 바라보았다.    “내한테 시집오면 고생할게 불 보듯 뻔하오. 잘 생각해보오.”    엄정희는 새침해서 성호를 째려보면서 물었다.    “혹시 아직도 은영한테 미련을 둔 건 아니오?”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오. 은영의 말은 이젠 하지도 마오. 마음을 죽인지도 오래오.”    사실 성호는 은영과 함께 학교 빙장에서 은제비처럼 쌍쌍이 스케트를 타면서부터 은영을 저도 몰래 사랑하게 됐다. 그는 은영을 열렬히 추구해오다가 한 학급 승호가 은영을 좋아하는 걸 발견하고 승호와 학교 뒷산 눈 덮인 소나무숲에서 치고 박으며 죽기내기로 결투를 벌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승호는 성호의 이복큰형님네 맏아들일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성호는 더는 조카와 은영을 빼앗을내기 할 수 없는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은영이 대학교 뒤산에서 허씨 형제 날강도들한테 륜간당한 후 은영한테서 마음을 철저히 돌렸던 것이다.     엄정희도 바로 은영이 사고를 친 사건을 계기로 성호와 은영이 사이에 끼어들어 성호한테 사랑까지 고백하였다. 때가 됐다고 인정했던 것이다.    엄정희 판단은 맞았다.    성호는 은영과 관계를 끊고 마음까지 다 죽였던 것이다.    며칠 후 성호는 끝내 엄정희를 꽉 끌어안고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성호가 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 교원을 그만두고 소장사군으로 돼버렸지만 엄정희는 하나도 나무리지 않고 끝내 성호와 결혼하였다. 그들의 사랑은 마른 장작더미에 붙은 불처럼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그들은 귀여운 딸애 하나까지 낳고 깨알이 쏟아지게 알콩달콩 살았다.    그런데 정희는 시골에서 소낙비 쏟아지는 날에랑 자전거를 타고 10킬로메터나 떨어진 시내 중학교로 통근하기 힘들어 항상 도도거렸다.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오른다고 성호는 하는 수 없이 소랑 개랑  다 팔아가지고 시내에 들어와 광고업을 벌렸다. 그가 광고업을 해 숱한 돈을 벌자 한 국영광고회사에서 그의 광고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광고원으로 초빙했다. 그런데 성호는 어데를 가나 항상 정의를 지키고 부정부패를 보면 용서하지 않았기에 편안한 날이 없었다.    성호는 광고회사 총경리 리굉팔이 광고회사 공금을 탐오해가지고 공상국 오승룡 국장 등과 함께 마사지방이나 노래방에 다니고 생활이 부패타락한 것에 눈꼴이 사나워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그러나 리굉팔 총경리 탐오사건을 접수한 승호 아버지는 리굉팔한테서 숱한 검은 돈을 얻어먹고 수사를 질질 끌었다. 반명에 부정부패를 적발한 성호는 광고회사에서 “고발쟁이”로 몰려 쫓겨났다. 그러나 성호는 굴하지 않고 정의를 주장하면서 당시 검찰원 부검찰장 최혜영(은영)한테 신고해 오승룡 국장과 리굉팔을 탐오죄로 감옥으로 보냈다.    당시 종호는 정의용사 성호의 사적을 취재해 신문에 내려고 했다. 그러나 성호는 극구 말렸다.    “나는 결코 신문에 나려고 정의를 지키고 부패분자들과 싸운게 아니야.”    지난 해 겨울에 성호는 서울 쪽방촌에서 인터폴 지명수배범 정호가 나영과 함께 든 세집을 발견하였다. 그는 정호를 미행했다. 그는 정호의 다음과 같은 일상 활동규률을 장악했다. 정호는 항상 오전에 은행으로 가서 빈들빈들 돌아치면서 동생한테서 입금됐는가 살핀 후 돈을 찾아 입금하고 술이나 처 마시고 기생집에 돌아다니면서 아가씨를 실컷 놀고는 해질 녘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특히 성호는 항상 성호네 2층집 밑으로 해 올리막길로 자기 셋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성호는 정호가 주먹이 센 걸 알고 미리 커다란 그물을 준비해 두었다.    어느 하루 해질 녘에 함박눈이 푸실푸실 내릴 때 정호는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올리막길에 들어섰다. 성호는 정호가 자기 2층집 밑으로 지나갈 때 그물을 정호한테 훌 내리뿌렸다. 성호는 2층 집에서 날아내려가 그물에서 버둑거리는 정호를 나포해 인터폴에 넘겨 주었다. 성호의 신고를 받은 인터폴 경찰들은 당장 나영도 세집에서 나포했다. 홍대입구 부근에서 나영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해놓고 4층 화장실 창문을 열고 가스관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 도망쳤다...    종호의 혼은 둬달 전 정의용사 리성호가 비수를 휘두르는 깡패들의 마수에서 그를 구해준 피비린 선녀다방으로 훨훨 날아갔다. 그의 혼 눈 앞에는 처참한 정경이 펼쳐졌다.    시퍼런 비수를 뽑아든 강도들이 덮쳐왔다. 서슬푸른 빛이 휙 내리비쳤다. 선뜩함과 함께 종호의 가슴이 비스듬히 베져나간다.    “칼이다!”    성호가 맹호처럼 뛰쳐나가면서 종호 목에 날아내리는 비수를 턱 받아쥐고 깡패의 손목을 비튼다. 성호가 달려나가면서 원앙발길질로 두 깡패의 대가리와 아래배를 걷어차 넘긴다. 숱한 깡패들이 쇠파이프와 비수를 휘두르며 종호한테 덮쳐들어 물매를 안긴다. 그때 성호가 쓰러진 종호 앞을 막아서서 깡패들과 격투한다. 호랑이 탈을 쓴 깡패가 비수로 성호의 옆구리를 찌른다…    “아! 성호야, 정의용사, 네가 내 대신 죽어선 안돼! 절대 안돼!”    종호는 고함치며 눈을 번쩍 떴다.    “아빠!”    그러나 종호는 도리머리를 저으며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성호의 유체는 무정한 화장터로 달려갔다. 최군철 서기를 비롯한 시당위와 시정부, 공안국, 검찰원, 법원의 숱한 간부들과 경찰, 검사, 법관들이 정의용사를 배웅했다. 성호의 대학동기 최혜영과 종호의 혼 그리고 한 고향 친구 리문걸과 금발미녀로봇 아사꼬,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 그리고 가족친지들이 눈물을 흘리며 유체호송차에 앉아 성호를 호송했다. 정의용사는 외롭게 떠나가지 않았다.    종호의 혼도 성호 장례식에 달려갔다.    “성호 오빠, 어서 일어나오. 올 겨울에도 모교 빙장에 가서 은제비들처럼 쌍쌍이 스케트를 타고 훨훨 날자고 하지 않았소? 이렇게 총망히 가선 안되오.”    (저게 누구 목소린가? 혹시 은영(최혜영)의 목소리 아닌가? 은영은 살아났어? 정의용사 하나 살아났으니까 잘 됐어. 성호도 살아나야겠는데. 성호와 은영(최혜영)은 대학시절에 비극적 련애 주인공들이였지. 이게 염라전에서 저승사자와 정의용사 만나 붙들고 우는  통곡소리 울리는구나.)    화장터에서는 애간장이 다 타는 애원소리 들려왔다.    “성호 오빠, 어서 깨나오. 이제 함박눈이 내리면 우리 정희와 종호 오빠까지 넷이 오빠네 고향 서산 칼산에 가서 스키를 타자고 하지 않았소? 오빠 절대 가선 안되오.”    정희는 성호와의 극진한 옛정을 토로하는 최혜영(은영)을 째려보았다.    (혹시 내 미국에 간 다음에 요것들이 서로 사랑을 나눴는가? 허나  성호가 죽은 마당에 이제 그런 걸 다 따져 뭘 하겠는가? 은영아, 마음껏 통곡쳐라! 아직도 사랑하면 속씨원히 고백해라. 성호 오빠 저 세상에 가서라도 위안을 느낀다면 천번이고 만번이고 고백해라.)    엄정희는 새파랗게 질린 걀죽한 얼굴에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외까풀눈을 꼭 감아버렸다.    은영은 은발머리를 흩날리면서 화장터로 들어가는 성호 유체를 목송하다가 눈물이 글썽한 눈을 딱 감아버렸다.    그녀의 눈 앞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엄동설한에 졸업을 코 앞에 앞두고 학교 뒷산 소나무숲에서 자기 손을 꽉 잡고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던 성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간절한 빛이 반짝이던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이 어렷이 떠올랐다. 아직도 성호의 목소리가 귀전에 쟁쟁하게 울렸다.     “은영이, 피끓는 내 청춘의 심장은 진정으로 고백하오. 은영을 사랑한다고. 내 피끓는 사랑을 받아주오.” 성호가 은영을 와락 끌어안으려고 했다.     그때 은영은 성호의 가슴을 살짝 밀어버리면서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니, 늦었소. 난 이미 승호를 사랑하고 있소.”     “누구라고?”    “반장 승호.”    성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재차 물어봐도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였다.    “언제부터?”    “이젠 3년이나 되오. 여직껏 눈치채지 못했소?”    “다시 고려해 볼 수 없소?”    “아니,”    은영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제만 알고 있소. 우린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다 건넜소.”    그때 성호는 머리를 푹 숙였다.    은영은 성호한테 차마 못할 짓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성호한테 참혹한 실련의 고통을 안겨 준 자기를 욕했다.    그녀는 성호의 화장터에서 후회돼 오늘도 가슴을 치며 애절하게 통곡쳤다.    그제날의 은영은 성호 오빠의 유체 앞에서 두 손을 맞잡고 애절하게 후회하고 통탄했다.    (내 눈이 멀어서 바람둥이 승호를 선택했지. 성실한 성호 오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은게 바보지. 후회약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후회약으로 만리장성이라도 쌓을 걸. 미안해요. 오빠, 사랑해요. 성호 오빠. 흐흐흑, 흑흑.)    정희 애원하는 목소리도 화장터에 온 사람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었다.    “성호 오빠, 오빠 가면 난 누굴 믿고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하오? 여직껏 20여년이나 우리 부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에 나눠 살다가 한데 이제야 모여 살게 되니 이게 뭔가요? 하나와 윤성도 고향에 돌아오면 우리 네 식구 한자리에서 행복하게 살자고 하잖았는가요?”    복화와 광문의 애절한 목소리도 화장터를 아프게 찢었다.    “작은 할아버지, 이렇게 총망히 가면 안돼요. 복화랑 광문이랑도 작은 할앙버지를 믿고 고향에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가면 안돼요.”    “재수 없는 말 하지 말라. 오빠는 절대 안 가!”    은영이 꽥 소리 질렀다.    그러나 정희 애절한 애원소리는 계속 됐다.    “오빠, 가려거든 정마저 가지고 가야지. 정만 두고 이렇게 총망히 가면 이 내 몸은 어쩌오? 그렇게 총망히 가려거든 차라리 내까지 데리고 가오. 나는 혼자 못 살겠소. 가려거든 내까지 데리고 가세요.”    정희와 하나는 이글거리는 불로 들어가는 성호의 유체를 붙잡고 따라가면서 에절하게 대성통곡쳤다.    “아빠 나를 홀로 두고 못 가요.”    정희는 비통한 나머지 성호의 유체를 끌어안고 까무러쳤다.   하나는 엄마를 부축하면서 소리쳤다.    “엄마, 쓰러지지 마세요. 흐흐흑, 흑흑, 엄마~ 아빠~ 이러지 마세요. 난 겁나요. 흐흑, 흑흑, 흐흐흑, 흑흑흑…”    종호의 혼도 눈물이 글썽해 고함쳤다.    “성호야, 넌 나를 구해준 정의용사야. 절대 날 대신해 죽어선 안돼. 우리 선녀다방에서 동기파티할 때 넌 고향에서 다시 광고신문을 꾸리고 우리 함께 재미나게 오래오래 살자고 하잖았니? 안돼, 우릴 두고 가선 안돼. 정 가겠으면 나와 함께 가자.”    최군철 서기는 우멍눈에 눈물이 글썽해 추도식에서 정의용사 성호를 이렇게 추모했다.    “…백주에 비수를 든  깡패들의 마수에서 전우를 구하려고 목숨걸고 싸운 정의용사는 비극적으로 떠나갔습니다.  정의용사 리성호 총경리는 '정의를 위해 목숨걸고 싸우다가 죽어도 한이 없다.'던 자기 인생좌우명을 깡패들과의 전투에서 영용하게 몸 바쳐 실천했습니다. 그의 영웅적인 령혼은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남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정의용사 리성호 총경리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 시 반부패투쟁과 깡패숙청 전역을 견결히, 끝까지 진행해야 합니다. 정의용사는 아쉽게도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그의 영웅적인 영혼은 영생불멸하리라…”    종호의 혼도 화장터에 가서 한가닥의 연기로 사라져가는 정의용사 친구 성호의 혼을 위로하며 눈물로 바래였다.    종호의 혼은 정의용사가 떠난 마당에서 더 살 멋이 없었다. 다행히  최군철 서기가 온 다음 시국의 커다란 변화에 조금이나마 위안되였다. 은행 신대처에 밀려났던 리춘희 처장이 검찰원에 되돌아과 검찰장으로 임명되였고 치안대대 김호 부대대장이 공안국 형사수사를 주관하는 부국장으로 임명되였다. 류덕재와 류려평은 이미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형에 언도되여 징벌받고 말았다. 류항곤도 15년 판결받고 성감옥행을 했다. 류항곤은 류기가 구류소에 가둬놓았기에 류덕재의 지령대로 더는 죄행을 저지르지 못했기에 다행히 총살은 면했다. 녀탐관 왕춘영도 15년 판결을 받고 성감옥으로 이송됐으며 정의용사 리성호를 살해하고 리종호와 최혜영 국장을 살해하려고 미쳐 날뛰던 깡패두목들인 류문도, 류문비, 꺽다리, 호랑이, 뚱뚱보도 각각 사형을 당했다. 수사당국에서는 류기와 려향의 검거에 근거해 류덕재, 류려평, 왕춘영의 부정축재 황금금고 네 자동차나 몽땅 사출해 국고에 넣었다. 나영은 공금 5만원을 람용했고 전람관을 재건할 때 아파트 한채를 얻어먹은 죄를 범했지만 리종호의 일깨움을 받아들여 자기 죄행을 로실히 탄백하고 류려평과 류덕재 죄행을 검거했기에 유기징역 10년형에 선처되였다.     (살 멋이 없어. 류기를 어떻게 계속 공안국에 남겨 둬? 그것도 형사대대 대대장으로 임명해?)     종호의 혼은 류기가 공안국을 협조해 일거에 류덕재와 류려평, 류항곤 무리를 숙청한 대의멸친한 장거를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종호의 혼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푸르른 가을 하늘로 날아가는 성호의 혼을 하염없이 멍하니 쳐다보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저게 뭔가?     맑고 푸른 하늘에서 성호가 은제비처럼 은영과 함께 쌍쌍이 스케트를 타고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눈 덮인 은세계를 방불케 하는 고향 칼산에서 은영과 함께 스키를 타고 절벽에서 뛰여내려 소나무숲을 날렵하게 지쳐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종호의 혼은 흐릿한 눈으로 정의용사 혼이 둥둥 떠가는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내 전번에 자살하는게 옳았는데. 죽지 않고 몇해 더 살아서 해놓은게 뭔가? 성림과 나영도 구하지 못하고 못 볼 것만 더 봤지. 뭐야? 친구 성호 죽는 걸 보자고 더 살았어? 진짜 살 멋이 없어.)    종호의 혼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벌리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종호야, 나를 데리고 가라. 내 하늘 나라에 가서 너를 동무해 줄게."   종호의 혼은 한가닥의 연기로 날아가는 성호의 혼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날 따라 오지 말라. 넌 아직도 참사랑도 해보지 못했잖아. 이제 젊고 이쁜 녀자를 만나 사랑도 하고 아들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라."    성호의 혼이 손사래치며 고함치더니 먹장구름 속에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맑고 푸른 하늘은 먹먹해 슬픔으로 얼룩진 먹장구름을 불러왔다.    우르릉 꽝꽝!    흐리멍텅한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가을비가 구질구질 내리면서 씁쓸한 슬픔을 억수로 쏟아붓는다.
552    대하소설 황혼 제5권(97) 01호 김장혁 댓글:  조회:913  추천:0  2025-01-18
     대하소설 제5권          김장혁           97.  01호     공원 동쪽 큰 길 옆의 중심혈고청사로 경찰차가 경적을 울리며 달려왔다. 그 뒤에 00001호 벤츠가 뒤따라와 혈고청사 앞에 이르러 멈춰섰다.     00001호 벤츠는 날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신비로운 행각을 벌렸다.     대머리가 00001호에서 내리더니 수행인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혈고청사에 들어갔다.     최군철 서기는 오늘도 여전처럼 최혜영과 리종호, 리성호 등 구급정황이 어떤가 알아보러 찾아왔다. 정의용사들을 병문안하는 것은 날마다 아침 최서기의 식전 일과로 됐다.     그는 혈고를 철통같이 지키는 경찰들을 꿰질러 곧추 림시 구급실 앞에 다가갔다.     치안대대 김호 부대대장이 마중나왔다.     “어째 오늘엔 정의용사들을 혈고에 실어왔소?”     김호 부대대장은 군례를 척 붙이고 나서 대답했다.     “병원 구급실은 이젠 안전하지 못합니다. 전번에도 깡패들이 병원까지 쫓아와서 정의용사들을 해치려고 했습니다.”    최서기는 우멍눈을 무섭게 치켜떴다.    “그건 무슨 말이오? 참 한심한 판이구만. 깡패들이 살벌하게 살판치다니? 구급환자를 구급하려면 그래도 병원 구급실이 안전하지 않고 뭐요?”    김호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서기, 전번에도 깡패들이 병원 구급실에까지 쳐들어와 정의용사 리성호 총경리와 신문사 리종호 선생님을 살해하려고 미쳐 날뛰었습니다. 그 놈들은 지금 암암리에 정의용사들을 살해하려고 병원 구급실마다 돌아다니면서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득불 그 놈들이 생각지도 못한 혈고에 피신시켜 구급치료하고 있습니다.”    최군철은 대머리 위 몇가닥 되지 않은 머리카락을 습관처럼 뒤로 쓸어넘기면서 개탄했다.    “우리 시 치안질서가 이게 뭐요? 깡패들이 백주에 정의용사들을 살해하려고 미쳐날뛰다니?”    김호 부대대장은 머리를 숙이면서 반성했다.    “다 제가 치안사업을 잘 못한 탓입니다. 어떤 처분도 달갑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최서기는 아무 말도 경솔히 하지 않았다.    “김부대대장 혼자 잘 못이 아니오. 우리 시당위에서 사회치안사업을 억세게 틀어쥐지 못한 책임도 있소.”    그는 기대에 찬 눈길로 김부대대장을 마주 바라보면서 정색했다.    “박국장과 함께 깡패들을 몽땅 나포할 구체행동방안을 세우오. 깡패들과 부패분자들을 척결하지 않고선 백성들이 편안히 살 수 없소.”    “알았습니다. 전번에 이미 몇몇 깡패들을 나포했습니다. 그놈들을 심문해 배후깡패우두머리들을 몽땅 척결하겠습니다.”    최군철 서기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절대 깡패들한테 빈틈을 주지 말고 정의용사들을 보호하오.”    “네. 보호팀은 세개조로 나눠 교대를 서면서 24시간 보호하고 있습니다.” 최서기는 김호 부대대장과 함께 구급병실에 들어가 세개 병실을 돌아다니면서 최혜영과 리성호, 리종호 등을 일일이 살펴보았다. 정의용사 셋은 다 산소호스를 코에 꽂고 손등에는 링겔주사바늘을 꽂은 채 혼미상태에 빠져 있었다.    순간 최서기는 코마루가 시큼해나 벽 쪽으로 돌아서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는 수행비서 손에서 과일꾸럭을 받아쥐어 정의용사들의 침대 머리에 놓아드렸다.     최군철은 리성호 병실에 들어가 엄정희와 하나, 김윤성의 손을 잡아주면서 따뜻한 문안을 드렸다.     하나와 김윤성은 최군철 서기를 따라 고향에 돌아와 새로 서게 되는 반도체공장 준비소조에 출근하고 있었다. 최군철은 한국 반도체유한회사에서 자기 수하에서 기술과 과장을 하던 김윤성을 고향에 새로 서게 되는 반도체공장 공장장으로 임명했고 리하나를 인사과 과장으로 임명하였다. 이제 고향에 대형반도체공장이 서면 수백명 대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게 될것이다. 고향 사람들은 모두 최군철 서기가 고향에 돌아와 경제를 춰세우고 수많은 취업대기청년들을 취업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최군철은 강남 한국 모 반도체유한회사에서 자기  비서를 하던 경희와 공회 선전부장 은희도 함께 고향에 돌아가 반동체공장을 차리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경희와 은희는 경제가 락후한 고향에 실망해 따라오지 않고 강남에 남아 개체로 술집과 노래방을 차렸다.     최군철은 구급병실을 순회진찰하던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등 의료진과도 만났다.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는 최군철 서기가 강남 모 한국 반도체유한회사 부사장으로 있을 때 회사 병원에서 근무하였다. 강남 반도체유한회사가 미국 상무국의 압력과 간섭을 받아 무너지면서 베트남으로 가자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는 회사 병원에서 의사사업을 그만두었던 것이다. 이번에 리문걸과 최군철 서기의 말을 듣고 고향에 돌아와 리종호와 리성호, 최혜영의 구급에 조력하고 있었다.    최군철은 김춘희와 황선희 박사를 보자 허리를 굽히면서 인사했다.    “두분 박사님 수고 많습니다. 정의용사들의 병세는 어떻습니까?”    김춘희 박사는 어색한 표정으로 군철을 마주 바라보면서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리종호 사장님은 가슴의 칼상이 경하기에 생명위험에서 벗어났소.  리성호 총경리는 옆구리와 가슴의 칼상이 너무 깊은데다가 류혈이 심해 생명이 위험하오.”    최군철은 단통 상을 찡그렸다.    “최혜영 국장은 어떤 정황입니까?”    황선희가 대답했다.    “최혜영 국장은 차사고충격으로 심한 뇌진탕이 왔소. 그러나 두개골에는 충격상이 크게 없어 생명에는 위험이 없소. 이제 오래잖으면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소.”    최군철은 김춘희 박사의 손을 덥썩 잡고 간곡하게 신신당부했다.    “김박사님, 황박사님, 꼭 정의용사들을 구해주십시오.”    김춘희는 최군철을 마주 바라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도 최선을 다 해 구급하겠소.”    김춘희는 최군철을 조용한 휴계실로 데리고 가서 말했다.    “지금 병원은 망태기오. 구급환자 있어도 병원에서 구급치료하지 못하고 이게 뭐요? 의료설비도 방정하지 못해 혈고에서 생명이 위급한 구급환자를 어떻게 치료하오? 병원 보위과도 무용지물이오. 깡패들이 병원 구급수술실에 마구 쳐들어와 환자한테 칼을 휘둘러도 하나도 나서지 않았소.”    최군철은 우멍눈을 치켜뜨며 의아해 제꺽 물어보았다.    “병원 원장은 누굽니까?”    “류항곤입니다. 류원장은 부패분자요. 숱한 제약공장에서 약을 팔아준 사례비를 받아먹었소. 류원장은 또 무서운 색마요. 원장실에 침대까지 갖춰놓고 숱한 여의사와 간호사들을 끌어들여 간음했소. 류항곤은 내가 색마의 요구에 순종하지 않자 병원에서 몰아냈댔소.”    “통말이 아니구만.”    최군철은 버릇처럼 손으로 몇대 안되는 대머리 위 머리카락을 뒤로 쓱 쓸어넘기면서 말했다.    “이제 시 위생국에서 조사조를 보내 조사하겠습니다.”    “시 위생국 조사조를 보내지도 마오. 류원장과 한통속이오. 좋기는 감찰국이나 검찰원에서 조사하기를 바라오.”    “알았습니다. 당장 류원장을 조사해야겠습니다. 조사조를 보내면 잘 협조해 류원장의 죄행 증거를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최군철은 김춘희와 오래도록 담화를 하고나서 리종호 병실에로 찾아갔다.    리종호는 리문걸과 한 고향 죽마고우였다. 최군철은 어려서부터 리종호를 큰아버지처럼 따랐댔다.    최군철은 종호의 병실에서 뜻밖에도 려향을 만났다.    “려향이, 오랜만이구만. 아버지 때문에 얼마나 근심했소?”    려향은 머리를 폭 숙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려향은 최서기 손아귀에서 손을 빼면서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최서기, 바쁜데 저의 아빠를 찾아와 문안해서 고마워요.”    최군철은 려향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문안의 말을 했다.    “려향의 아버지는 참 훌륭한 정의용사 본보기요. 잘 보호하지 못한 건 우리 책임도 있소.”    그는 려향이 리종호 친딸이 아니라 류덕재 행장의 친딸이라는 소문도  알고 있었다. 려향이 친아버지도 아닌 리종호 사장을 찾아와 눈물 코물 흘리며 옆을 지키는 것을 보고 그 효성에 여간 탄복해마지 않았다.    (려향은 인간적으로 효성과 량심이 있는 애구나.)    최군철 서기는 효성과 량심도 없는 자를 젤 염오했다. 때문에 그는 자기 양아버지 리문걸한테 불효를 저지른 리나와도 가차없이 헤여졌던 것이다. 자기 아들 둘이나 낳은 리나와 헤여질 때 아픈 마음이야 오죽했겠는가.    최군철은 려향이 효성과 량심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저으기 그녀의 처지를 동정하기 시작했다. 더우기 최군철이나 려향이나 다 상생아, 같은 비극적 출신과 처지라는데서 더욱 깊은 동정의 뿌리를 내렸던 것이다.     최군철은 려향을 복도에 데리고 나가서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아버지는 위험에서 벗어났소. 려향은 서개발구에 세우는 반도체공장 총경리실에 비서로 출근하지 않겠소?”    려향은 한참 궁리하다가 무거운 간신히 입을 뗐다.     “최서기, 감사하긴 해요. 건데 총경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김윤성 총경리오. 미국 하버드대 연구생이오.”     최서기는 미더운 눈길로 려향을 마주 바라보았다.     려향은 엎딘바 하고는 절이라고 최서기를 불러 조용한 휴계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마음 속에 품어온 당돌한 요구를 꺼내들었다.    “최서기, 제가 시당위에 가서 최서기 비서를 하면 안되는가요?”    최군철은 어처구니 없어 당장 도리머리를 저었다.    “안 되오. 려향은 당원도 아닌데 어떻게 시당위 서기 비서를 한다고 그러오?”    려향은 렴치를 불구하고 언덕이 없어 비비지 못하는 판이었다.    “돌격적으로 화선입당시키면 안됩니까?”    최군철은 당 조직 기률과 원칙도 모르는 려향을 보고 답답했다. 하지만 최대인내력을 발휘해 해석했다.    “당조직은 그렇게 마구 들어올 수 있는게 아니오. 입당신청서를 쓰고 조직의 양성과 고험을 거쳐야 하오. 또 일정한 고험시간이 필요하오. 한날 한시에 입당하지 못하오.”    려향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내 당장 입당신청서를 쓸게요. 당조직의 그 어떤 고험도 양성도 다 접수하겠어요.”    “좋소. 려향의 조직발전을 힘껏 도와주지. 려향이, 내 사업도 도와줄 수 있소?”    최군철은 주위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려향이, 우리 시내 반부패투쟁과 사회 치안 사업을 잘 협조할 수 없겠소? 리향은 우리 시내 탐관들과 깡패들의 정황을 손금 보듯 할 거 같은데. 우리 서로 도우면서 둥글둥글하게 살면 좋지 않소? 리향은 박사지, 전도창창하오.”    리향은 귀 솔깃해졌다. 그러나 소홀히 입을 열지 않았다.    “좀 고민해볼게요.”    최군철은 전번에 성감옥에 가서 친아버지 최정호한테서 류덕재와 류려평 등 부패분자들이 대부금을 내주거나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건축일감을 몰아주고 검은 뒷돈을 받아먹은 정황을  대체적으로 장악하게 되였다. 그런데 확실한 증거를 쥐지 못해 류덕재를 나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시급히 탐관들의 위법증거를 장악해야 했다. 그리하여 그는 려향한테서 단서를 하나라도 더 장악하려고 들었다.     최군철의 우멍눈에서는 희망의 빛이 번쩍였다. 그는 미더운 눈길로 려향을 마주 바라보면서 한마디 더 했다.    “어떻게 대의멸친할 수 없소?”    려향은 머리를 떨구고 한참 궁리하더니 말했다.    “최서기는 저의 구명은인인데요. 저는 최서기를 있는 힘껏 돕겠어요. 저를 믿어주세요.”    “참 좋소.”    최군철은 미더운 빛이 번쩍이는 우멍눈으로 려향을 마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려향을 믿겠소.”    려향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최서기를 믿고 기대하겠어요.”    최군철은 려향의 어깨를 다독여주면서 부탁했다.    “먼저 려향이 아는 탐관들의 죄상을 서면으로 작성해서 내한테 가져다 주오.”    최군철은 대머리를 어루쓸며 잠간 궁리하다가 번들이마를 탁 쳤다.    “이렇게 하기오. 래일 새벽 다섯시 정각에 시당위 서기실에 찾아오오.”    려향은 외까풀눈을 치켜뜨며 놀라워했다.    “새벽 다섯시에? 그렇게 일찍이?”    최군철은 대머리를 끄덕이며 확답했다.    “맞소. 래일 새벽 다섯시에 오오. 난 날마다 새벽 다섯시부터 식전에 각종 신고를 접수해 처리하오.”    려향은 그제야 머리를 끄덕였다.    최군철은 급한 일이 있어 총망히 00001호 벤츠를 타고 시당위 청사로 돌아갔다.    이튿날 새벽 5시 정각에 려향은 시당위 청사 울 안에 도착했다.    청사 정면 마당에 벌써 00001호 벤츠가 엔징도 끄지 않고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청사 당직은 려향이 최서기를 찾아왔다고 하자 어디에 전화했다. 이윽고 당직은 려향을 보고 안내해주었다.    “9층에 올라가 먼저 감찰대대 사무실을 찾아가오. 거기서 비준받아야 최서기를 만날 수 있소.”    려향이 9층에 올라가 감찰대대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    감찰대대 대대장은 려향이 찾아온 연유를 묻더니 어디에 전화했다.    전화를 마치자 대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려향한테 자세히 알려주었다.    “01호 당위 서기 사무실로 곧추 가오. 최서기 기다리고 있소.”    려향은 인차 01호 사무실로 찾아갔다.    최군철이 벌써 문께까지 나와 반갑게 마중했다.    “어서 들어오오.”    려향은 커다란 사무상 맞은켠 쏘파에 앉아 숨을 돌리면서 으리으리하고 널직한 사무실을 돌아보았다.    최군철은 손수 려향이 즐겨 마시는 맥심커피를 타서 커피잔을 려향한테 주었다.    “그래, 증거를 작성해왔소?”    “네.”    려향은 핸드빽에서 편지본투를 꺼내 최군철 서기한테 드렸다. 그녀는 커피를 호호 불어 홀짝 마시면서 최군철의 윤기도는 대머리를 바라보면서 하회를 기다렸다.    최군철은 우멍눈으로 검거자료를 내리훑어 보면서 간혹 대머리를 끄덕이기도 했다. 려향이 제공한 검거자료는 대부분 깡패 소두목들인 꺽다리, 뚱뚱보, 호랑이들의 정황이였고 류항곤이 황금덩이를 들고 다니면서 류덕재 지시대로 선물을 주고 내통해 왕춘영을 형사처 처장으로 임명하고 류기를 대대장으로 임명한 죄행을 검거한 자료였다. 그러나 자기 애비 류덕재나 에미 류려평를 검거한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최군철은 효성이 지극한 려향이 그러리라고 미리 예견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깡패 두목들의 정황과 류항곤의 공범죄행을 제공한 것만 해도 큰 방조로 되였다. 지금 치안대대 김호 부대대장과 형사수사대대에서 이미 나포한 깡패들을 아무리 밤낮 심문해도 자기 소두목들과 우두머리를 탄백하지 않는 바람에 굴뱀의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최군철 서기는 검거자료를 사무상에 놓으면서 려향을 우멍눈으로 꿰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려향이, 깡패들의 정황을 검거해 감사하오. 대의멸친해 작은 아버지를 검거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소."    뒤이어 그는 암시하는 말을 한마디 더 했다.    "려향은 더욱 큰 대의멸친하리라 믿소.”    그렇다. 려향은 작은아버지 류항곤의 죄행을 검거할 때도 밤잠을 자지 못하고 고민하던 끝에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였다.     며칠 전, 려향은 외할아버지 관을 칼산에 모시던 날 귀로에서 엄마 머리에 꽂힌 은비녀에서 괴상한 빛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나도 이상해 머리비녀를 뽑아 보았다가 기절초풍할듯이 깜짝 놀랐다. 그것은 머리비녀도청기가 아니겠는가. 그 머리은비녀도청기는 류기가 엄마 머리에 손수 꽂아준 것이라는 것을 안 후 려향은 류기한테 더 없는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에 려향은 용기를 내 대의멸친해 류항곤의 죄행을 검거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최군철 서기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우린 대의멸친하는 다른 분들한테서 려향의 친아버지와 엄마의 수많은 죄장을  제보받았소.”    “네?”    려향은 흠칠 놀랐다.    (누가 제보했을까?)    최군철은 정색해 려향을 마주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가 부모 죄상을 잘 생각해보오. 대의멸친할 결심이 서면 나를 다시 찾아 오오.”    최군철은 사무상 위 버튼을 꾹 눌렀다.    따르릉    벨소리와 함께 옆벽문이 열리더니 비서가 들어와 려향을 보고 바깥으로 안내하는 손짓을 했다.    려향은 어정쩡해 일어나면서 최군철을 건너다 보았다. 그러나 최군철 서기는 손을 내저었다.    려향이 비서와 함께 복도로 나왔을 때 저쪽에서 디똥디똥 구두발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만난 사람은 놀랍게도 류기 언니 아니겠는가!    류기도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옆에 비서와 감찰대대 일군이 있어 아무 말도 안하고 서로 의심에 찬 눈길로 마주 쏘아보면서   갈라졌다.    (류기, 그 간나새끼 아빠와 엄마를 물어먹었단 말인가?)    려향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네년 애비도 우리 아빠 못잖은 탐관이야. 색마야. 우리 아빠 잘못 되는 날엔 네 애비하구 널 가만 놔둘 거 같아?)    류기는 곧추 01호 서기 사무실로 들어갔다.    “류기동무, 앉소.”    려향과 류기를 복도에서 딱 마주치게 한 것도 최군철의 사전에 포치한 심리공격을 위한 전략전술이었다. 그녀들이 서로 의심하고 상대방의 애비들을 서로 물고 뜯게 하려는 주밀한 모략이었다. 그 전략전술이 먹혀 들어가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류기는 류덕재 일당의 보복이 두려워 처음에는 시정부 관사에 숨어 있는 숱한 부패관료들의 죄행과 “굴뱀” 깡패무리 소두목들의 죄행을 일일이 적발했지만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행을 검거하지 않았다.     최군철은 최혜영 국장이 사전에 성당위에 제공한 자료에 근거해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행을 손금 보듯 햇다. 그는 심지어 감관대대 류기 대대장은 류덕재의 끄나쁠이라는 것도 장악하고 여러차례 불러 심리공세를 벌렸던 것이다.     그는 오늘도 류덕재 일당과 류기 사이에 쐐기를 콱 박아놓았다.     “류기 대대장, 동무는 아주 전도 있는 공안간부요. 오늘 부패분자들의 죄행을 검거했는데 표현이 아주 좋소. 그런데 관건적인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행을 검거하지 않았소. 그러나 우린 대의멸친하는 한 검거인을 통해 이미 류항곤 원장의 죄행을 다 장악했소. 류항곤 원장은 숱한 제약공장으로부터 약판매 사례비를 받아먹었고 원장실에 침대까지 갖춰놓고 숱한 의사와 간호원들을 간음했다고 제보가 들어왔소. 류항곤 원장은 류덕재 행장과 사촌형제로서 공범이라는 것도 밝혀졌소. 류원장은 류덕재의 지시대로 황금덩이를 가지고 관사에 다니면서 부패한 관료들한테 례물을 먹이면서 리춘희 처장과 김호 대대장을 파면해 전근시켰고 류기를 대대장으로 임명하게 했소. 동무는 총명하기에 명지한 선택을 하리라고 믿소.  대의멸친해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악을 검거하고 밝은 세상으로 나가겠는가? 아니면 덮어감추고 암흑한 천길나락으로 떨어지겠는가? 다 류기 대대장의 명지한 선택에 달렸소.”    순간 류기는 눈앞이 아찔해나면서 무수한 별찌가 퉁퉁 떨어졌다.    (려향, 그 간나새끼, 우리 아버지를 검거했구나. 그 간나새끼 밖에 우리 아버지와 류덕재 일을 저렇게 똑똑히 아는 사람은 없잖은가! 간나새끼, 네가 물어먹었는데 내라고 너네 애비 에미를 가만놔둘 거 같아?)    순간 류기는 아주 상상 밖의 독한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최서기 손을 빌어 류덕재를 하루 빨리 제거해야 아버지를 구하고 자기를 구하고 류씨 집 안을 구할 수 있다는 결론을 짓기에 이르렀다.    (큰아버지가 살아 있는 편안한 날이 없어. 그 놈이 살아 있는 한 아빠와 나한테 계속 나쁜 짓을 시킬 거야. 심지어 살인도 시킬 수도 있어.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놈의 손에 죽을 수도 있어. 큰아버지 아무리 이 시내 ‘토황제’, ‘초패왕’이라고 해도, 아무리 ‘굴뱀’ 깡패들을 믿고 우쩔렁거려도 언젠가는 꼭 법망에 걸려 총살맞을 거야. 큰아버지가 죽어야 우리 부녀와 류씨 집 안이 살아남을 수 있어.)    류기는 비서가 타주는 커피도 들지 않고 최군철한테 자기가 장악한 류려평과 류덕재 그리고 왕춘영 등의 모든 죄행을 낱낱이 검거했다. 류기는 착중해 류덕재가 류문도와 류문비와 밀모해 깡패들을 시켜 리종호, 리성호, 최혜영을 해친 죄행과 류려평과 류덕재 산소에서 파낸 황금동이를 검찰원 창고에서 빼내 칼산별장에서 나눠가진 사건도 일일이 검거했다.     비서가 옆칸에서 류기가 검거하는 것을 한쪽으로 록음하는 한편 컴퓨터로 문자화 하고 있었다.    류기는 당장에서 최군철 서기 사무상에 놓인 컴퓨터를 빌어 서면으로 해당 검거자료를 작성해 최군철에게 드렸다.    “참 좋소. 류기동무는 아주 명지한 선택을 했소. 동무는 발전전도가 있소. ”    “감사합니다. 이제 생각나는족족 그놈들의 죄행을 몽땅 검거하겠습니다.”    류기는 피뜩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    "아차, 하나 깜빡 잊었군요."    최군철의 우멍눈이 류기 속을 꿰뚫을듯이 무섭게 쏘아보았다.    류기는 머리를 떨어뜨리면서 말했다.    "류려평은 애비 상수리나무관에 숱한 황금과 금은장신구를 넣어 칼산에 파묻었습니다. 류려평 애비 관짝을 어데 묻은 걸 제가 다 압니다."     최군철은 어쩌다 철색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참 좋소. 후에 형사수사대대를 협조해 그 신비한 상수리나무관짝의 장물을 몽땅 파내도록 하오."    "옛! 이제 오늘 오전에 류덕재와 류려평 그리고 깡패들간의 통화내역을 여직껏 감청해 녹음한 유판을 몽땅 가져다 바치겠습니다."    최군철 서기는  우멍눈을 꾹 감고  다 듣고 나서 사무상 위 버튼을 눌렀다. 위엄 있는 축객령이 따르릉 울렸다…
551    대하소설 황혼 제5권(96) 상수리나무관에 숨은 비밀 김장혁 댓글:  조회:898  추천:0  2025-01-14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96. 상수리나무관에 숨은 비밀      탐관과 깡패, 도적놈들이 한창 지하주차장에서 황금덩이를 나누느라고 야단법썩할 때였다.    갑자기 바깥에서 려향의 대성통곡소리 밤하늘을 애처롭게 찔렀다.    “아이고! 엄마! 감옥에 들어간 불쌍한 우리 엄마, 조상님 관도 제대로 모시지 못하구. 내 처지 불쌍도 하지. 외할아버지 관이 이렇게 허망 야산에서 떠도는데도. 황금에 눈이 어두워 누구 하나 돕는 사람이 없소. 엄마는 외할아버지 관을 와 보지도 못하고 아직도 어째 감옥에 갇혀 있소? 엄마, 아버지, 없는 내 운명도 불쌍하지. 아이고, 불쌍한 내 외할아버지~”    류덕재는 황급히 별장에서 뛰어나갔다.    “려향아, 왜 울어? 울지 말라. 여기 네 아버지 있잖니?”    그는 려향을 끌어안아 천천히 일으켰다.     “얘, 울지 말라. 네가 울면 내 가슴을 란도질하는 것만 같아. 이게 다 업보야! 인과보응이야! 이 애비 그만 너무 등한해서 미안하구나. 늘그막에 내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너네 외할아버지는 내 작은아버지야. 금고를 처리하다나니 작은아버지를 미처 잘 모시지 못했구나. 미안해. 당장 외할아버지를 밤도와 인차 경치도 좋은 칼산 명당에 모시자. 이 애비 있는 한 하나도 근심말아. 금은보화도  산더미 같은데 이 좋은 날 밤에 울긴 왜 울어?”    그러나 려향은 애비를 마구 밀어버렸다.    “기쁘긴? 난 하나도 기쁘지 않아요. 이제 저 황금 때문에 류씨 집 안이 망할 걸 생각하니 무섭기만 합니다. 난 저 따위 부정축재한 황금 하나도 싫어!”    류덕재는 려향의 입을 마구 틀어막고 싶었다. 그러나 억지로 그러지는 못하고 두 손을 마주 비비면서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섬섬거리면서 애간장을 태웠다.    류덕재와 마찬가지로 당황하긴 왕춘영도 마찬가지였다. 남녀탐관은 믿을만한 산이 단통 와그르르 무너지는 감이 들었다.    (려향도 금고에 손을 대야 한 배에 오른게 아닌가? 려향이 도적배에 오르지 않으면 보호우산으로 쓰지 못하게 될게 아닌가?)    류덕재는 려향을 각성시키려고 에둘러 한탄했다.    “다 그 바보 탓이야. 제 노릇도 온전히 못한 바보, 리종호 그 바보 슬하에서 자란 바람에 딸을 다 버렸다. 버렸어. 어쩜 부유하게 살 수 있는 비단길을 두고 비천한 외나무다리를 걸으려고 들어?”    려향은 외까풀눈으로 애비를 흘끔 흘겨보더니 밤하늘이 떠나가게 버럭 고함쳤다.    “내 양아버지를 욕하지 말라구! 필경 리종호 사장님은 나를 30여년 길러준 양아버지야. 누가 감히 양아버지를 욕하는 날엔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왕춘영은 옆에서 감언리설로 려향한테 아부하면서 부축해 일으켰다.    “무슨 소리냐? 넌 어려서 좋아도 좋은 줄 모르는구나. 친아버지 성의는 받아야지. 여기 네 애비하고 이 작은엄마는 다 널 관심해 일깨워주는 거야. 우리 있는 한 외할아버지 관작을 모실 일을 너무 근심하지 말라.”    그제야 려향은 천천히 일어나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중얼거렸다.     “아이고, 불쌍한 내 엄마~ 감옥에서 외할아버지를 명당에 모시는 것도 못 보고. 감옥에서 피눈물을 삼킬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요. 엄마 생각하면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것 같은데요. 아이고~ 우리 엄마, 불쌍한 엄마야~”    저쪽에서 리문곤은 콧방귀를 뀌었다.    “흥! 너 애비 첩년과 사생아 연극을 잘도 놀아대는구나.”    그러나 류문도와 류문비는 려향한테 다가와 어깨를 다독여주는가 하면 손을 잡아 흔들면서 위안해주었다.    “려향아, 울지 말라. 오빠들이 있잖니?”    왕처장은 려향을 위해 공을 세울 기회가 닥쳐왔다고 제꺽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    “려향아, 작은엄마 당장 너네 엄마를 모셔오게 할게.”    려향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왕춘영 처장은 몸을 돌리더니 허리춤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다 들으라고 목청을 돋궈 전화했다.    “류기 대대장이오? 나, 왕춘영 처장이오. 류려평 언니를 당장 여기 칼산별장으로 모셔 오오. 당장. 응, 류려평 언니 부모를 명당에 모셔야겠어. 여기 려향도 있어. 급히 오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진짜 현실로 되였다. 류기는 경찰차에 류려평을 모시고 밤도와 칼산별장에 달려왔다.    려향은 왕처장의 신통력에 속으로 못내 탄복했다.    "왕처장, 감사해요."    "별말을, 난 네 작은 엄마야. 한 집 사람끼리 두 말하지 말라."    왕춘영은 어깨 으쓱해 으시댔다.    "봐, 내 한마디 말이면 너네 엄말 감옥에서 꺼내지 않았어? 이제 이 왕처장의 솜씨를 봐라. 너네 엄말 꼭 구해낼 거야. ㅇㅎㅎㅎ."     “엄마!”    려향은 경찰차에서 내리는 엄마한테 달려가 와락 안겼다.    왕춘영은 누구보다 먼저 다가가 아양을 떨었다.    “려평언니, 그간 고생 많았겠소.”    류려평은 왕춘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왕춘영은 류기를 돌아보면서 분부했다.    “류기 대대장, 옆에서 려평 언니를 잘 보살피라고.”    류려평은 바람세를 보고 카멜레온처럼 노는 왕춘영이 꼴이 보기도 싫어 툭 밀쳐놓으면서 코웃음쳤다.    “흥! 니 말하지 않으면 우리 조카가 날 돌보지 않을 거 같니? 전번엔 내 산소에서 경찰에 붙잡혔을 때 풀어달라고 손이 발이 되게 싹싹 비니 어쨌니? 내 입을  양말로 마구 틀어막지 않았니? 흥! 오늘 밤엔 웬 일이야? 언니, 언니, 하면서 아첨하긴?”    왕춘영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언니, 그날 일 정말 미안하오. 숱한 경찰 앞에서 내 어떻게 언니를 당장에서 풀어줄 수 있소? 그래서 언니한테 고육계를 쓴게지. 공평하게 집법하는 척 하느라고. 그래야 후에 내 언니를 구해내기 편리하지. 부행장까지 했다는 언니, 참, 답답하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면서.”    류려평은 그날 밤에 왕춘영한테 받은 치욕을 복수하려고 줄욕을 퍼부었다.    “해뜩해뜩 나눕는 햇개 보지 같은 년, 내 앞에서 작작 너스레를 떨어라. 보기만 해도 메스껍다.”    왕춘영은 려향이란 보호우산 아니면 권총으로 류려평의 대갈통을 박살내고 싶었다. 그녀는 자기를 색마의 함정에 빠뜨린 류려평을 속으로 한없이 증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살아나가자니 억지로 참아야 했다. 그는 격분을 간신히 눅잦히면서 그저 억울함만을 호소했다.    “언니, 언니 살인미수죄는 내 손에 달렸다는 걸 알아두오. 내 지금 될수록 언니 사건을 질질 끌면서 재수사도 하지 않고 법원에 기소하지 않았으니 말이지. 언니 지금 어떻게 이렇게 편안히 지내겠소?”    류덕재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맞소. 왕처정이 어떻게 하나 언니를 구하자고 얼마나 애쓴다고 그러오?”    “그러잖고.”    왕춘영은 때를 만났다고 지껄여댔다.    “아까도 려향한테 외웠지만. 난 언니 은공을 잊지 않고 꼭 보답할 거요. 당년에 언니 나를 류행장 비서로 거천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내 오늘이 있겠소?”    왕처장은 허리에 찬 권총을 탁 치면서 으시대며 속궁리와는 달리 지껄여댔다.    “언니와 오빠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내 어찌 은행 신대처 처장으로 되고 권총까지 척 찬 형사처 처장까지 됐겠소?”    저쪽에서 리문곤은 랭소하면서 두 아들에게 허물질을 했다.    “봐, 얼마나 희한한가? 너네 애비 첩년들이 서로 보호하면서 야합해 짜고들어 너네 재물을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판이구나. 저 기생년들이 지금 제 새끼들을 앞세워 너네 재산을 허물어 가려고 미쳐 날뛴다. 저  년들 저 즛살 보기도 싫다. 너네 가만놔두면 머저리야.”     리문곤은 말을 마치자 왕춘영과 류려평이 노는 꼴도 보기 싫어 별장에 훌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다신 얼굴 반쪽도 내밀지 않았다.    려향은 옆에서 여지를 두면서 말렸다.    “엄마, 왕처장은 우릴 힘껏 돕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도 왕처장이 류기 언니한테 전화를 쳐서 엄마를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왕처장이 이제 엄마도 언제 빼내오겠는지 어떻게 압니까? 작작 욕하오.”    이제껏 본댁의 눈치 보여 목석처럼 서서 구경하던 류덕재도 다가와 곁들어 말했다.    “려향 말이 맞다. 왕처장은 처처에서 직권을 빌어 지금 우리 류씨 집 안을  보필하고 있어. 우린 지금 널 어떻게 빼내오겠는가 밤낮 궁리하고 있어. 언젠가는 너를 꼭 빼내올 수 있을 거야.”    왕춘영은 류덕재와 려향의 태도를 보고 속으로 저으기 흐뭇해났다. 그녀는 려향이라는 보호우산을 하나 더 장만한 것 같아 속으로 못내 웃음주머니 흔들거렸다.    교활한 왕춘영은 려향과 류려평 앞에서 여기저기 눈치를 보면서 딱 강청처럼 카렐레온처럼 해해 거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려향아, 이담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작은 엄마를 찾아라. 언니도 무슨 긴급사항이 있으면 날 찾소.”   왕춘영은 아무리 간살을 피워도 어두운 달밤인데다가 안경까지 껴서 별로 표정관리를 하지 않아도 누구도 불여우의 민낯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류려평은 왕춘영이 전번보다 태도가 이상하게 확 바뀐 것에 미심한 눈길을 보냈다. 허나 웃는 낯에 침을 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류려평은 자기 금고를 다 꺼내오지 못 했지만 려향이 그만큼 한몫 가진 것을 알고 한시름을 놓았다.    그제야 그녀는 려향을 데리고 애비 커다란 관작을 실은 트럭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이 불효자식 때문에 아버지 고생을 시켜 죄송합니다. 널리 용서해주옵소서. 이제 류덕재 오빠랑 려향이랑 함께 아버지를 이 칼산 명당자리에 잘 모셔드리겠습니다.”    류덕재가 류문도 형제와 깡패 소두목들인 뚱뚱보랑한테 다가가 뭐라고 분부했다.    드디어 류려평 애비 커다란 관작을 실은 트럭은 밤도와 소나숲 속으로 덜렁거리면서 달려갔다.    트럭은 칼산 남쪽 양지바른 곳에 다가가 멈춰섰다.    사위를 둘러봐도 삼면이 높은 절벽에  둘러싸인 소나무숲 속 평지는 아늑해 진짜 명당자리였다. 류덕재는 원래 이 명당자리에 자기 죽으면 산자리를 쓰려고 했다. 그러나 눈앞에 떨어진 불부터 끄려고 류려평 애비를 여기 모시기로 했다.    (내 죽으면 아버지처럼 산을 쓰지 말고 골회를 파묻고 평택을 만들어라고 해야지. 난 죽어도 묻힐 곳이 없어. 백성들이 내 무덤이라는 걸 발견하면 우리 조상 묘지까지 다 파내서 해골마저 콩까루나게 도끼싼장할게 아닌가?)    류덕재는 자기 끝장을 생각만 해도 몸서리칠 지경으로 처참하고 쓸쓸했다.    깡패들은 기중기로 커다란 관짝을 트럭에서 들어 천천히 내리웠다.    류려평은 애비 관짝에 다가가 두 손으로 매만지면서 대성통곡쳤다. 여탐관은 하나도 썩지 않은 애비 관짝을 보고 저으기 마음이 놓였다. 그 관짝은 남방에서 거금으로 상수리나무(橡木)를 사서 짠 것이기에 땅 밑에 묻힌지 몇해 됐지만 하나도 썩지 않고 그대로 생생하게 보존돼 있었다.     여탐관은 애비 유골보다도 관짝 안에 황금덩이가 그대로 보존돼 있는지 근심됐댔다. 그러나 관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을 보고 한시름을 싹 놓게 됐다.    불도젤이 우르릉거리면서 명당자리 흙을 공구어 널다란 공간을 만들어놓았다. 그 복판에 굴착기가 우르릉 거리며 흙을 파내더니 어느 결에 벌써 깊숙한 무덤을 다 파놓았다.    류려평과 류덕재, 려향이 무덤 앞에 무릎을 털썩털썩 꿇고 들어앉았다.    “류문도와 류문비도 오너라. 너네도 작은할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라.”   류문도와 류문비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다가 려향의 옆에 다가가 꿇어앉았다.    “나도 꿇어 앉겠소.”    깡패들 속에서 왕춘영이 뛰쳐나와 류덕재 옆에 꿇고 앉았다.    “나도 류씨 집안의 작은 엄마야.”    류려평은 왕춘영을 흘겨보며 뭐라고 욕하려고 했다.    그때 류덕재가 류려평의 팔을 툭 치면서 말리고나서 이렇게 말했다.    “옳소. 왕처장도 앉소. 왕처장도 우리 류씨 배에 오른 진짜 작은 엄마요.”    류려평도 왕춘영이 류덕재 셋째아들을 낳아줬다는 걸 아는터라 더 입을 열지 않고 묵과했다.    류려평은 애비 관작에 대고 정색해 말했다.     “아버지, 불쌍한 내 아버지, 오늘 이 밤에 우리 류씨 일가 형제들과 조카들과 함께 아버지를 이 칼산 명당자리에 모셔드리겠습니다. 아버지, 구천에서 우리 류씨 자손들을 보우해 주옵소서.”    류덕재도 한마디 했다.    “작은아버지, 이 못난 조카 때문에 고생시켜 죄송합니다. 이제 작은 아버지를 명당에 모셔드리겠습니다. 황천에서 편안히 계십시오. 하느님이여, 창천이여, 우리 한고조 류방 대황제님이시여, 구천에서 그대 한고조 조상 대황제님의 후손들을 보우해주옵소서.”    류덕재는 말을 마치자 뒤에 대고 손을 홱 저었다.    기중기가 우르릉 거리면서 커다란 관작을 건뜩 들어 무덤에 천천히 내리워놓았다. 뒤이어 불도젤과 굴착기가 우르릉거리며 황토를 밀어 관짝을 파묻었다.    어느결에 불도젤과 굴착기가 소나무 숲에 커다란 묘지를 하나 만들어놓았다.    류씨 도적배에 오른 모든 탐관년놈들, 심지어 깡패들도 몽땅 무덤에 대고 큰절을 꾸벅꾸벅 올렸다…     여탐관 류려평은 애비 면려를 마치자 려향과 함께 류기가 모는  경찰차에 앉아 감옥에 돌아오는 귀로에 들어섰다.    경찰차가 떠나려고 할 때였다. 류덕재는 운전석에 다가와 류기를 보고 물었다.    “아버지 소식은 있느냐? 동생이 보고 싶구나.”    “이제 아빠를 찾으면 련락드릴게요.”    류덕재는 가죽가방을 하나 류기한테 내밀었다.    “이걸 너 애비를 보면 줘라.”    류기는 묵직한 가죽각방을 받아쥐고 의아해했다.    “뭔데요?’    “집에 가 열어 봐.”    류기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류려평은 그것은 류덕재가 류항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는 황금덩이라는 것을 진작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류기는 큰아버지 그런 자비를 받아들일까? 그녀는 시당위에 최군철 서기가 온 후 시당정부문 책임자들이 무더기로 바뀌는 것을 보고  점차 다른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이걸 절대 받을 수 없어. 류려평 고모한테 돌려 줘야지.)    경찰차는 덜렁거리면서 산기슭 아래로 달려내려갔다.    경찰차가 한참 달려 산기슭에 거의 내려갈 때였다.    “차를 세워라. 소변을 보겠다.”    “네, 큰고모.”    류려평은 소변 보겠다는 핑게를 대고 경찰차에서 려향을 데리고 내렸다.    류려평은 단풍나무 숲 속에 들어가서 소변을 보는 척면서 려향한테 나직이 말했다.    “외할아버지 관 안에 숱한 황금덩이와 금은장신구가 쌓여 있어. 이담 바쁠 때 그걸 파서 써라.”    그러나 려향은 대답 대신 침묵만 지켰다.    "오늘 밤에 네게 준 황금금고를 어떻게 건사할 예산이냐?"    "아빠한테 되돌려줄 예산입니다."    "무슨 반보 소릴, 네 몫은 네가 건사해라. 공원별장에 실어다 치워둬라."    "내 알아서 처리할게."    그들 모녀의 밀담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그 시각 류기가 류려평의 머리핀도청기를 통해 그들 모녀의 대화를 다 감청해 핸드폰으로 녹음하고 있을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며칠 전에 류기는 류려평한테 그 은머리핀을 선물해 손수 류려평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꽂아주었댔다. 그런데 기실 그 은머리핀은  미형도청기였다. 류기는 쥐도 새도 모르게 류려평의 애비 상수리나무관에 숨은 비밀을 몽땅 지혜롭게 탐지해냈다.    어디선가 뻐꾹이 우는 소리 밤하늘을 괴롭혔다.     뻐꾹, 뻐꾹, 뻑뻑꾹…
550    대하소설 황혼 제5권(95) 류씨네 도적배 김장혁 댓글:  조회:858  추천:0  2025-01-12
    대하소설 제5권        김장혁       95. 류씨네 도적배      황금 흑사심이라고 도적배에 오른  류씨네 대가정은 숱한 황금금고 앞에서 옥씬각씬 말썽도 많아 개난장판이 돼버렸다.    밤도와 황금금고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칼산별장 앞에 들어섰다.  류문도는 열쇠를 가져다 금고를 열고 전지불을 빌어 황급빛이 번쩍이는 황금덩이 무룩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입이 함박만해졌다.    류덕재 일당은 누구라 없이 모두 기뻐 밤하늘이 떠나가게 야단쳤다.    류덕재는 어둠 속에서 아무리 찾아 봐도 한문빈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처자들의 눈치를 흘끔 곁눈질하면서 왕춘영 옆에 가서 팔을 툭 치면서 나직이 물었다.     “어째 문빈이 보이잖는가?”     왕춘영은 안경을 춰올리며 류덕재와 함께 한쪽으로 갔다.    “내 목숨걸고 황금금고를 지혜롭게 빼내왔으면 됐지. 열몇살 밖에 안되는 애까지 데리고 갈게 뭐요? 걔는 아직 어린데 련루시키면 어쩌오?”    기실 왕춘영은 어린 문빈은 이번 사건에 련루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류덕재는 달빛과 별장 전등불빛을 빌어 왕춘영이 외까풀눈을 흘기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아니, 그런게 아니고. 이런 기회에 걔를 보자고 그랬는데.”    교활한 류덕재는 제꺽 림기응변해 둘러댔다.    “잘했소. 문빈을 련루시킬가 봐 나도 꽤나 근심했수다.”    “후에 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유. 빨리 언약대로 걔 몫으로 황금금고 3분의 1을 나눠주오.    류덕재는 왕춘영을 안심시켰다.    “조급해 하지 마오. 줄 걸 다 줄테니까. 별장에 들어가 천천히 얘기하기오.”    왕춘영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밤도 깊었는데 언제 별장에 들어가 한담이나 할 새 있소? 제꺽 싣고 가야겠소.”    한쪽 구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리문곤과 류문도 형제는 두덜거렸다.    리문곤은 두 아들을 한쪽 구석에 데리고 가서 쑤근덕거렸다.    “옛말에 후처에 감투 벗어지는지도 모른다더니, 저걸 봐라. 네 애빈 저년한테 푹 빠져서 너네 황금금고를 다 주겠단다.”    류문도는 외까풀눈을 희번뜩거리면서 윽윽 별렀다.    “흥! 그러기만 해보지. 도끼로 대갈통을 까 죽여치우겠소.”    류문비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말이 아니군. 엄마하구 토론하지도 않고 뭐요? 저년과만 토론해? 저 쌍년, 피맛을 좀 봐야겠군.”    리문곤은 붙는 불에 부채질을 했다.    “난 너네 애비 왼눈에도 없어.”    류문도는 주먹으로 옆에 선 소나무를 꽝 치기까지 했다.    마른 소나무 잎이 깜짝 놀라 삼복무더위 어둠 속에 날아내렸다. 하늘의 구리바라도 공포에 질려 반쪽얼굴을 구름 속에 감춰버렸다.    류문도는 이빨을 쁙쁙 갈았다.     “강청 같은 년, 계속 우쭐거려보지. 굴뱀한테 물려 죽을줄 알아라.”    굴뱀이란 류문도 깡패 일당의 별명이었다. 일단 수많은 굴뱀들의 마수가 뻗치기만 하면 누구든지 뼈도 추리지 못하였다. 그래서 시내 사람들은 “굴뱀이다!” 하면 혼비백산해 몽땅 도망쳤다. 그만큼 굴뱀 깡패는 이 시내 초패왕이나 다름없었다.    나그네 귀 석자라고 류덕재는 그들 삼모자의 말을 다 엿들었다. 그는 누구의 미움깨도 사지 말고 개난장판이 다 된 류씨네 이 도적배를 번져지지 말게 저어나가야 했다.    (한고조 류방 대황제님, 당신은 참 대단합니다. 어떻게 그 많은 황후, 황비, 처, 첩, 궁녀와 자녀들을 다 데리고 살았습니까? 진짜 재간입니다. 난 고작 몇도 안되는 이 놈 가정을 이끌기도 힘든데. 한고조 류방 대황제 조상님, 그대의 후손을 보우해주옵소서.)    그는 주춤 멈춰 서더니 두 손을 가슴에 합장하고 달도 질겁해 구름 속에 숨어버린 밤하늘을 바라보라보면서 속으로 빌었다.    (한고조 류방 대황제, 조상님, 말썽도 많고 개란장판이 된 이 후손의 대가정을 잘 이끌어나가게 도와주십시오.)    류덕재는 기도를 마치자 삼모자와 려향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 트럭 바곤에 일일이 기어올라가 살펴보았다. 금고는 모두 20개 밖에 안되였다.    류덕재는 트럭에서 내려 왕춘영한테 뒷근심부터 털어놓았다.    “어째 금고 수무개 밖에 안되오? 류려평 애비 것만 해도  대여섯개 되는 거 같던데.”    왕춘영은 손을 펴 류덕재 귀에 대고 나직이 쏭알거렸다.    “류려평 언니 애비 금고는 빼내오지 않기로 했잖았는가요? 꼬리를 잘라 둬야죠. 그래야 우리 금고를 바꿔치기한 걸 덮어감추지. 다 실어내오면 언제든지 꼭  꼬리를 밟히우지 않겠어요?”     “그렇긴 한데. 려향을 하나도 주지 않으면 큰 일 나오.”     왕춘영은 대수로워 하지도 않았다.     “이번에 내 꾀를 써서 저걸 빼내오지 않았더라면 려향인들 어쩐단 말이오. 당신 정말, 이러겠는가? 당신 날 억지로 여비서 시켜놓고 내 인격과 정조, 내 가정과 인생을 얼마나 짓밟았어?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당신 숱한 여비서를 간음한 죄상을 온 천하에 쫄딱 발가놓을 줄 아세요. 이 날 이 때까지 입을 꼭 담고 참고 사느라고 얼마나 고달팠는지 아는가? 저걸 다 줘도 모자란다는 걸 알아!”     왕춘영은 허수아비처럼 멍해 서 있는 류덕재를 흘끔 쳐다보면서 계속 줄욕을 퍼부었다.     “려향도 그렇지. 제 외할애비 재물에 눈길을 팔게 있는가? 법도 어기지 말고 회사나 출근해 자유롭게 살게지. 사람이란 만족할줄 알아야지. 출가집 외인이 너무 류씨네 집 안 재물에 눈독을 들여선 안되지.”     왕춘영은 고의로 려향이 들으라고 언성을 높여 지껄여댔다.    “좀 작작 떠드오.”    류덕재는 당황한 나머지 손으로 마구 왕춘영의 주둥이를 틀어막으려고 했다.    순간 흉악한 류덕재는 왕춘영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기까지 했다.  그는 진짜 왕춘영이 자기 앞길을 막아서면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류덕재는 최대한의 인내성을 발휘했다.     “뭐나 여지를 두고 말해.”     “이걸 놔!”    왕춘영은 목을 틀어쥐고 입을 막는 손을 탁 치며 뿌리쳤다.    “왜 목은 틀어쥐는가? 숨통이라도 끊을 작정인가?”    “아니, 그런게 아니오.”    류덕재는 황급히 손을 풀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는 리문곤과 왕춘영을 흘끔 번갈아 곁눈질하면서 너스레를 떨어댔다.    “어떻게 언감 왕처장을 다치게 하겠소? 고와서 비단보에 싸서 업고라도 다닐 지경인데.”    왕춘영은 류덕재가 지금 무슨 음흉한 속궁리를 다 할 지경에 이른 것도 모르고 어깨 으쓱해 계속 지껄여댔다.     “려향도 그렇지. 외할애비 관작을 실어내다 줘도 좋은줄 알아야지. 류려평 언니 여기 있어도 이런 건 리해할 건데.”    류덕재는 달빛을 빌어 려향의 외할아버지 관작을 실은 트럭 앞을 둘러보았다.     려향은 왕춘영이 하는 말을 다 엿들었던 것이다.     류덕재가 여겨보니 려향은 외할아버지 관작 앞에서 어깨를 들먹이면서 섧게 쿨쩍거리고 있지 않겠는가.     류덕재는 왕춘영을 데리고 더 멀찍이 가서 뒷근심을 털어놓았다.     “한가지 모른 거 같구만. 려향은 한국 회사에 있을 때 저 이번에 새로 온 최서기 비서로 있었댔소. 최서기는 목숨걸고 흑인강도 마수에서 려향을 구해준 구명은인이야. 최서기와 려향은 아주 친근한 사이야. 최서기는 려향을 꽤나 관심하고 있어. 려향이 최서기와 무슨 관계로 발전할지도 몰라. 자칫 려향을 잘못 건드렸다가 왕처장이나 내나 다 잘못 될 수도 있어. 알만해?”     그제야 왕춘영은 정신을 펄쩍 차렸다.     류덕재는 왕춘영의 귀를 쥐어 살짝 비틀어놓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여자!”    한참 후에야 왕춘영 처장은 해시시 웃어댔다.    “왜 웃어?”    왕춘영은 류덕재의 팔을 끼고 걸으면서 말했다.    “잘 됐구만. 장차 려향과 최서기 관계를 잘 리용해서 우리 이 배에 철갑을 겹겹이 두르고 방어진을 더 든든히 구축할 수 있겠군요.”    그녀는 주춤 멈춰섰다.    “이렇게 합시다. 똑 같게 4등분 해서 애들한테 저 금고를 나눠줍시다. 우선은 금고를 열어보고 재물을 분배합시다.”    류덕재는 처자들 앞이라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 왕춘영의 어깨를 툭 치면서 치하했다.    “이제야 왕처장 제정신이 들었구만.”    리문곤은 한쪽으로 피해 두 아들과 함께 왕춘영이 류덕재와 행악질을 하는 걸 아니꼬운 눈길로 쏘아보다가 나직이 쑤근덕거렸다.    “봐라. 너네 애비를. 저년과 딱 붙어서 노는 꼴을 봐라. 얼마나 메스껍니? 이전에도 저랬다. 너네 애비는 저년이랑 딱 붙어다니면서 집의 돈을 흔자만자 스면서 질탕하게 바람피웠어. 너네 애빈 은행에서 저년이랑 숱한  여비서를 갈아대면서 애인으로 데리고 살았어. 저년은 내 사랑과 남편을 다 빼앗아간 갈보야, 내 가정을 다 쑥대밭으로 만든 량심짝도 없는 년이야.”    그 말에 류문도와 류문비의 눈은 달빛에 반사돼 시뻘건 불티가 튕겼다.    리문곤은 그때라고 쐐기를 더 콱 박았다.    “지금 숱한 사생아들의 몫으로 너네 황금덩이를 빼앗아가려고 한다. 절대 양보하지 말라. 저년은 내 사랑과 가정을 파괴한 년이야.”    류문도는 허리춤을 매만지면서 이빨을 쁙쁙 갈았다.    “우리 형제 금고를 하나라도 다치기만 해 보지. 저년을 가만놔두지 않을테야.”    황금흑사심이라고 황금금고 때문에 눈앞에서 리해충돌이 벌어지자 이 놈의 류씨 집안 도적배에서는 피비린 냄새가 물씬 풍기기 시작했다.    류문비는 당장 허리춤에서 시퍼런 비수를 뽑아들었다.    “잠간!”    류문도가 류문비 팔을 잡아 당겼다.    “저년이 연극을 노는 걸 보고 손 써도 늦지 않아.”     이쪽에서 리문곤 삼모자가 시퍼런 칼을 갈고 있는 것도 모르고 왕춘영은 려향한테 다가가서 또 연극을 놀아댔다.    “려향아, 너도 류씨네 후대인데 당당하게 한몫 가져야지. 누가 딸은 자식이 아니라고 하더냐?”    왕춘영은 물앉아 우는 려향을 부축해 품에 꼭 겨안아 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려향아, 울지 말라. 네나 우리 집 문빈이나 다 본댁의 소생은 아니지만 류덕재 행장의 당당한 자녀들이야. 허리를 꿋꿋이 펴고 살아라. 이 이모가 있는 한 류씨네 집 안에서 널 어쩐다고? 너네 엄마하구 난 한 은행에서 언니, 동생 하면서 친자매처럼 지냈어. 전번에도 내 너네 모녀를 경찰들 손에서 구해줬잖았니? 날 믿어라. 너네 엄마가 당년에 날 영광스럽게 류행장 비서로 추천하지 않았던들 내 오늘이 있었겠느냐? 난 너네 엄마 지금 감옥에 들어가 있는 걸 생각할 때마다 가슴을 오리오리 저며내는 것 같다. 이젠 날 작은 엄마처럼 여겨라. 내가 너네 모녀를 목숨걸고 보필할테야.”    왕춘영은 달빛을 빌어 안경알을 벗어 닦아 다시 끼더니 류덕재를 흘끔 되돌아보았다.    그녀는 결론적으로 지껄여댔다.    “금방 류행장과 내 토론했어. 류행장한텐 아들 셋에 딸 하나 있다는 것이 밝혀졌어. 이제 사생아 몇십명 나타나도 상관없어. 저 황금금고를 네몫으로 똑 같게 네 자녀한테 나눠주기로 했다.”    “뭐라고?!”    류문도가 꽥 고함쳤다.    “누가 감히 우리 형제 금고에 손을 대? 까딱 하면 다 죽여치우겠다.”    류문도 형제는 참다 못해 허리춤에서 시퍼런 비수를 뽑아들고 왕춘영한테 다가왔다.    트럭과 기중기차 운전석 차문이 벌컥, 벌컥 열렸다. 꺽다리, 호랑이, 뚱뚱보 등 십여명 깡패들이 뛰여내려 비수를 뽑아들고 다가왔다.    깡패 소두목들이 손을 홱 저었다. 별장을 지키던 깡패들도 권총이랑 사냥총이랑 들고 덮쳐들었다.    당장 무력충돌이 일촉즉발할 위기가 닥쳐왔다.    찰나, 왕춘영이 권총을 뽑아들어 공중에 대고 쏘았다.    땅!    쒹-    야무진 총소리와 함께 달빛어린 하늘에 빨간 신호탄이 날아 올라갔다.    “꼼짝 말엇!”    왕춘영은 깡패들한테 권총을 겨눴다.    “뭐야? 신호탄?!”    류덕재는 황급히 몸을 돌려 류문도랑한테 손사래를 쳤다.    “잠간! 얘들아, 무슨 일인지, 좀 기라려라!”    류덕재는 왕춘영을 노려보며 물었다.    “네년, 지금 경찰을 부르는 거야?”    왕춘영은 한발자욱도 물러서지 않았다.    “네놈들이 왕처장을 협박하면 별 수 없어. 이 왕처장이 검찰원에서 공밥을 먹었는가 해? 나도 사병을 숱해 길렀어! 털끝 하나 건드리기만 해봐라. 네놈 별장을 쑥대밭을 만들줄 알라!”    류덕재도 음흉한 외깔푼눈으로 왕춘영을 노려보았다.   (야들야들해 보이던 이년 보기와는 판판 달라. 고잘난 수사처장 시켰더니 꽤나 우악스럽게 변했구나.)    달빛에 류덕재 외까풀눈에서 씨뻔걸 불빛이 번뜩이었다.    “그래, 끝장 볼텐가?!”    “당신들 핍박하지 않고 내 하자는대로 하면 아직도 늦지 않았어.”    교활한 류덕재는 왕춘영한테 다가가면서 억지로 타협했다.    “금방 말했잖아. 문빈이나 려향이나 다 내 자식이니깐. 준다고. 빨리 경찰을 물리쳐라.”    왕춘영 처장은 간사하게 깔깔깔 웃었다.    “‘밭머리뱀’, ‘토황제’, ‘초패왕’도 경찰을 겁나할 때 있구만. 호호호.”    류문도가 비수를 들고 확 달려드는 걸 류덕재가 두 팔을 벌려 막아섰다.    “안돼. 이럼 다 죽는다, 죽어!”    류덕재는 당년에 깡패 우두머리- 밭머리뱀 겸 조직부 부장질을 한 조직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정치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우린 다 류씨 대가정의 도적배에 오른 사람들이야. 이 배에서 우리끼리 싸우면 우리 류씨네 배가 망망한 바다에서 희뜩 번져져! 그럼 누구도 살아남지 못해. 지금 바깥에서 검경이 혈안이 돼 우릴 수색하고 있어. 세상풍랑이 세찬데 우리끼리 황금금고 때문에 싸우면 절대 안 돼. 다 좋은 끝장이 없어. 알만 해?”     그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집 식구들과 깡패 소두목들을 돌아보면서 옆구리에 두 손을 지르고 서서 한바탕 연설했다.    “우린 일치 단합해 이 배를 안전한 대안으로 몰고 가서 함께 오래오래 향락을 향수하면서 살아야 해. 모두 눈 앞의 리익만 따지지 말고 한발 물러서서 전반 국면을 돌봐야 해.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다 금은장신구 한몫씩 있어. 걱정말라.”    그제야 왕춘영은 허리에서 권총을 뽑아 다시 공중에 대고 쏘았다.    땅!    씽!    이번에는 새파란 신호탄이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뭐야?”    “또 신호총인가?”    “긴급집합 취소하는 신호탄이오!”    그래도 류덕재는 시름놓지 못했다.    그때 칼산 넘어와 칼산 기슭에서 파란 신호탄이 날아 올랐다. 그것은 왕춘영이 미리 대기하게 포치해놓은 남편과 본가집 왕씨네 형제들로 된 사병들이 보낸 신호탄을 보고 긴급집합 취소한다는 신호탄이었다.    류덕재는 돌발상황에 간이 콩알만해 류씨형제를 돌아보았다.    “경찰들이 이 칼산별장에 눈길을 돌릴 수도 있어. 빨리 금고를 처리하고 이 자리를 뜨자.”    류덕재는 리문곤과 류문도 형제를 데리고 별장 지하실에 들어갔다.    그는 처자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날 믿어라. 내 마음 속엔 그래도 너희들과 너네 엄마 밖에 없다. 너네 엄만 젤 어려울 때 나와 함께 뜷고 나오면서 살아온 조강지처야. 왕처장이랑 류려평이랑은 다  일시 놀음감에 불과한 년들이야. 너네 형제는 내 적자들이야. 문빈이나 려향은 다 겯가지들이야. 우리 앞을 가로 막기만 하면 언제든지 사정없이 쳐버릴 곁가지들이야.”    그는 류문도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말했다.    “넌 아버지 장손 아니냐. 장차 우리 류씨 집 안의 掌门人이야. 뭐나 장원하게 타산해라.”    류문도가 물었다.    “그래 금고를 어떻게 나눠 주자고 그럽니까?”    “저 금고를 지하주차장에 가져다 가만히 나누자. 너네 네 자식이 한몫씩 가지고 너네 엄마도 한몫 주자. 그리고 별장에 있는 황금덩이랑 금은장신구랑 깡패들한테도 얼마간씩 나줘라. 이 별장은 숱한 눈에 띄였기에 더는 비밀아지트로 쓸만한 곳이 아니야. 왕처장네 문빈한테 주자. 배는 달라도 너네 형제 아니고 뭐냐?”    류문도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결국 려향이나 문빈이나 다 우리 형제만큼 주자는게구만.”    “우린 어데가 살겠소?”    류덕재는 두 아들을 와락 껴안더니 나직이 귀속말을 했다.    “우린 저 금고를 다 싣고 삼형제산별장으로 옮겨가는 거야.”    그제야 처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었다.    “이번 저 금고는 왕처장과 려향과 걸버무렸기에 이렇게 나누자. 려향은 새로 온 최서기 한국 회사에 있을 때 여비서로 있었다. 최서기는 려향의 구명은인이야. 시간이 없어 길게 말하지 못하겠는데. 우린 려향을 리용해 최서기 마수를 막아야 해. 때문에 눈앞에 리익만 너무 따지지 말라. 뭐나 장원하게 타산해야 해. 그리고 너네만 알아둬라. 너네 몫으로 내 더 많은 금고를 여기 칼산별장 부근에 묻어두었다. 언제 위치를 알려주면 그걸 너네 형제 다 가지면 돼.”    그제야 류문도 형제는 애비를 믿고 수긍했다. 생각 밖에 엄마한테도 한몫을 준다고 하자 그들 형제는 좀 만족하는듯했다.    그러자 리문곤은 애비 말에 수긍하는 두 아들을 흘겨보았다. 그녀는 왕춘영이 미워 아직도 생불을 켰다. 하지만 혼자 용빼는 수 없어 어둠 속에 보이지 않는 시퍼런 복수의 칼을 잠시 숨겨버렸다.    류씨네 도적배는 잠시나마 안정을 찾고 풍랑이 잠잠한 대안으로 헤가르며 나가 멈춰 섰다.    어두운 밤을 타 류씨네 도적배 일당들은 황금금고를 열어제끼고 황금덩이를 나눠 챙기기에 밤이 가는줄도 모르고 떠들썩했다.    굶은 이리떼들이 밤중에 소나무숲 속을 쌍불을 켜고 쏘다니다가 무덤에서 해골을 물어뜯어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느라고 으렁거린다.     류씨네 도적배는 밤도와 암초는 요행 피해나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방대한 그물이 도적배를 서서히 조여들고 있었다.
549    대하소설 황혼 제5권(94) 특대황금금고절도사건 김장혁 댓글:  조회:843  추천:0  2025-01-08
     대하소설 제5권             김장혁     94. 특대황금금고절도사건       리문곤은 부엌에서 가정도우미와 함께 점심 밥을 하다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나왔다.    그녀는 두 아들을 불러 침실로 들어가 문을 꽁꽁 닫아 걸더니 나직이 말했다.    “얘들아, 애비를 따라 작작 나쁜 짓을 하고 제 노릇이나 해라. 너네 애빈 숱한 애인들을 해서 숱한 사생아를 낳았다. 왕춘영 처장네 둘째아들도 너네 애비 사생아란다.”    류문도는 경악했다.    “뭐라고? 그래 유전자감정을 했답데?”    “그래. 전번에 너 애비 화장실에서 왕처장과 전화 하는 말을 다 들었다. 친자유전자감정 결과 왕처장네 둘째아들 한문빈은 너네 애비 친아들이라더라.”    류문비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문빈은 몇살이나 된답데?”    “아마, 열댓살 되는 모양이더라.”    류문도는 코웃음쳤다.    “아버진 여기저기 씨도 많이 뿌려놨구만. 남들이 알면 뭐라겠소. 참, 창피해서 어떻게 머리 들고 살겠소?”    리문곤은 침실 바깥 동정을 살피고나서 뒷말을 이었다.    “지금 왕처장은 제 새끼한테 너네 할아버지 산소의 황금을 몽땅 줘야 한다고 떼를 쓰더라. 오늘 또 전화 왔잖았니? 전번에도 네 애비하고 검찰원 창고에 차압된 그 황금금고를 골동품금고와 바꿔치기 해서 꺼내 가질 꿍꿍이를 꾸미더라.”     “뭐? 그년 죽지 못해 환장했어?”    “너네 애비 보구 금고 열쇠를 달라더라. 문도야, 절대 열쇠를 그 년한테 주지 말라.”    류문도와 류문비는 뜻밖에 몽둥이에 정수리를 한대 맞은 것처럼 머리 뗑해났다. 그들은 맥없이 침대에 풀썩, 풀썩 물앉아 한숨만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리문곤은 두 아들의 어깨를 다정하게 부여잡고 신신당부했다.    “할어버지 산소에 묻어둔 건 너네 형제 거야. 손바닥이 다르고 손등이 다른 법이야. 머절싸하게 너네 형제 재산을 왕처장네 사생아한테 주겠느냐? 이젠 애비 따라 사람을 잡는 일을 작작 하고 자기 재산이나 잘 챙겨라.”    류문도 형제는 머리를 끄덕였다.    류문도는 이를 악물고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낄로 애비 한창 전화하는 화장실 쪽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엄마, 근심하지 마오. 아직도 우리 형제 세살짜리 애들인가 하오?  까딱 말고 어떻게 해놓는가 보오.”    한편 류덕재는 화장실에서 대머리에 땀을 줄줄 흘리면서 왕춘영의 전화를 받았다.    “령감태기, 어서 금고 열쇠를 내놓지 못하겠소? 빨리 손 쓰지 않으면 검찰원에서 그 황금금고를 국고에 걷어넣는단 말이오. 미리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준비하란 말이오. 내 적당한 때 전화하면 류문도 형제를 시켜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빼내오란 말이오.”    류덕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백주에 어떻게 금고를 실어내온단 말인가? 정신 나간 소릴 작작 해.    “골동품금고와 황금금고를 슬쩍 꿔치기 해서 실어내가잔 말이오. 마치 에서 량산박 호한 원씨네 삼형제 어주를 바꿔치기 하듯 말이오. 류문도 형제로 안되면 려향과 문빈이도 거들게 하기오.”     “검찰원 창고를 경찰들이 지키겠는데 어떻게 실어내오느냐?”     “근심말라구. 류려평 애비 관작을 실어내가는 차에 미리 황금금고를 실어뒀다가 슬쩍 바꿔치기해 빼내가면 돼요.”    류덕재는 왕춘영의 뜻밖의 묘수에 저도 몰래 개탄했다.    순간, 왕춘영을 너무 나약한 녀자로만 착각했다는 것을 느꼈다.    “왕처장, 참 묘수구만. 좋긴 류려평네 금고도 실어내오면 좋겠는데. “    “걷어치우오. 류려평 애비 관작만 내가도 괜찮은줄 아오. 류려평 금고를 국고에 바쳐야 당신 죄를 덮어감추고 금고도 빼내오지.”    (더라운 년, 자기 수사성과를 내고 금고도 챙길 작정이구나. 저년, 저게 보기와는 달리 무서운 년이구나.)    류덕재는 속궁리와는 달리 지껄였다.     “열쇠는 류문도한테 줬는데. 금고를 실어내오기만 하면 그때 금고 열쇠를 꼭 찾아줄게. 건데 금고를 파묻어둔지 오래서 금고 자물쇠 열리겠는지 몰라.”    “좌우간 열쇠를 달라구. 당신 여직껏 문빈한테 해준게 뭐 있는가? 황금금고는 문빈한테 주는 젤 좋은 선물이야. 알만해?”    류덕재는 코웃음쳤다.    (더러운 년, 누굴 속뽑이 해? 실용가치도 없는 금고 열쇠를 해 뭘 해? 여자들의 소견이라곤 비좁기로서니, 참.)    류덕재는 될수록 어조를 부드럽게 조절했다.    “자물쇠 열리지 않으면 그때 산소절단기로 금고문을 절단하고 황금을 꺼내면 돼. 다 녹이 쓴 금고를 해 뭘 하겠어? 황금만 꺼내면 되지.”    교활한 류덕재는 먼저 손 써서 말로라도 인심을 내고 볼 판이였다.    “왕처장, 그간 문빈을 키우느라고 애썼소. 이제 금고를 실어내오면 문빈 몫으로 황금덩이를 줄게. 아들이 셋이나 되니깐. 3분의 1을 주면 안 되겠소?”     “되구 말구. 문빈도 당신과 내 열렬한 사랑의 기념품 아닌가요? 문빈한테도 걔 몫으로 재산을 톡톡히 나눠 줘야죠. 안 그래?ㅎㅎㅎ. 절대 실언하지 마오. 당신 여비서 애인 숱한게 이제 사생아 몇이 나오겠는지 어떻게 아오? 그때 가면 문빈이 먹을 알이 있겠는가? 색마행장, 미리 말해두지만. 사생아 숱해 뛰어나와도 그때 또 문빈한테 준 황금을 내놓으란 소린 꺼내지도 마시오. 내 싸지르기만 하고 제 새끼도 내 몰라라 해보지. 그땐 당신 죽고 내 죽어. 알만해?”    류덕재는 장등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였다. 그는 왕춘영을 구슬리면서 얼려 넘기려고 들었다.    “여보, 문빈도 내 피줄인데. 제 새끼를 생각하지 않는 애비 어디 있겠소? 근심하지 마오.”    류덕재는 피뜩 최군철이 떠오르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왕처장, 요즘, 주의하오. 새로 온 최서기 반부패투쟁을 하겠다고 시당위 확대회의에서 떠들어댔다는데. 주의하오.”    왕춘영은 깔깔깔 웃었다.    “최서기를 대처할 방법도 많고 많지요. 당년에 류행장도 내 치마폭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던가요? 호호호.”    류덕재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최군철은 나와 차원이 다른 놈이야.”    “뭐가 달라. 그 놈은 문화국 최정호 국장의 친아들이라잖는가요? 색마, 부패분자 아들이 뭐 다들게 있는가요? 싸리 그루에서 싸리 나지. 최서기라고 난 애비와 다르겠습니까? 영웅도 미인관을 넘지 못한다는데요.”    류덕재는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왕춘영, 꿈도 꾸지 말라. 오산이야, 오산! 넌 당년에 내 눈에 들었던 이팔청춘 아니야. 이젠 마흔고개도 넘은 여자야.”    “호호호. 색마도 한참 모르는구만요. 여자는 40대가 호랑이 같다잖아요? 젤 성숙미 있고 성욕도 최고조인데. 난 아직도 색이 시들지 않았는데요. 최서기 쯤은 홀딱 반하게 만들수 있는데요. ㅋㅋㅋ.”    류덕재는 말이 통하지 않아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까짓 색 믿고 너덜거리지 말라.”    “류행장, 맨날 이 시내 ‘토황제’라더니 최군철이라는 애숭이를 겁내오?”    “겁내긴? 그 놈도 밭머리 뱀을 잘 못 건드렸다간 엉망진창이 될 걸. 흥!”    류덕재는 이를 쁙쁙 갈았다.     “이제야 토황제 같구만.”    왕춘영은 음험한 궤계를 다 내놓았다.    “그 놈이 미인계에 걸려들지 않으면 물에 빠뜨려야죠. 황금 흑사심이라고 그 놈인들 황금 보면 탐내지 않겠는가?”    “꿈도 꾸지 말라. 그 놈은 한국 대형반도체 회사에서 년금 백만원도 더 넘어 타던 놈이야. 강남에서 사비로 부동산개발도 해 돈이 몇십억도 더  있다더라.”    “그런 놈일수록 탐욕스럽지. 정 그것고 안되면 그 놈의 애비 꼬챙이에 꿰들어 위협공갈하고. 그놈을 성당위에 무함해 곤경에 빠지게 할 판이죠.”    류덕재는 길게 말하기 싫었다.    “너도 주의해라. 먼저 금고나 빨리 빼내오고 보자.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작성해 보내라. 우리 세심하게 검토해보자. ”    “알았소. 내 전화를 기다리오.”    해가 어슬어슬 져갈 때였다. 저녁노을이 서산 하늘을 붉게 물들여갔다.    류덕재 핸드폰이 불시에 요란하게 울렸다.    왕춘영한테서 온 긴급전화였다.    “전번에 토론한 방안대로 오늘 밤에 행동합시다. 트럭에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실어두었죠?”    “응, 애들이 대기 중.”    “내 그리로 갈게. 거기 가서 말할게.”    이윽고 왕춘영이 검찰원 경찰차를 타고 칼산별장으로 달려왔다.    류덕재와 류문도 그리고 려향이 마중나갔다. 려향은 외조부모 관작을 꺼내 와야기에 나서게 됐다.    왕춘영은 차에서 내리더니 자기 차를 가리켰다.    “저기 경찰복이 있소. 몽땅 경복을 갈아입소.”    류덕재는 왕춘영의 세심한 포치에 저으기 놀라웠다.    (여자들이 더 꼼꼼하지.)     그러나 그는 피뜩 근심되는 점이 있었다. 그는 류뮨도랑 경복을 갈아입는 새 춘영을 잠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나직이 물었다.     “검찰장의 비준도 없이 창고 관작이랑 마음대로 실어내가서 되겠소?”     왕춘영은 코웃음쳤다.     “이 왕춘영이 검찰원에 가서 그저 놀았는가 하오? 검찰장이구 부검찰장이구 다 삶은 개다리처럼 물물 물러나게 푹 삶아놓았소. 근심도 마오.”     “또 미인계?”    “건 묻지 마오.”    류덕재도 한심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만 썩었는가 했더니 온 시내 푹 썩었구나.”    “오빠, 기쁜 소식 기다리오.”    왕춘영이 손을 홱 저었다.    트럭들과 자그마한 기중기차가 궁둥이를 덜썩거리며 밤도와 칼산 소나무숲을 헤집고 시내로 달려내려갔다. 헤드라이트들이 어지럽게 밤하늘과 수림을 누비며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이윽고 차대는 검찰원 대문 앞에 이르렀다.    당직경찰은 대문 어귀에 나와서 트럭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의아해했다.    “밤중에 무슨 일입니까?”    젤 앞에 선 경찰차 창문이 쭉 내려졌다.    “나도 알아보지 못하오?”    “오- 왕처장이구만. 밤중에 무슨 일입니까?”    “밤중이라니? 이제 겨우 저녁 여덟신인데.”    당직경찰은 뒤에 서 있는 트럭 운전석에도 경찰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    “밤중에 웬 일입니까?”    왕춘영은 아주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전번에 차압한 관작을 실어내가야겠소. 또 성에서 금고를 성에 실어오라는 긴급지시를 내렸소. 어서 문을 여오.”    “예- 검찰장이랑 아는 일입니까?”    “날 믿지 못하겠는가? 그럼 검찰장한테 전화를 쳐보오.”    왕춘영은 당장에서 핸드폰을 꺼내 검찰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검찰장님, 저 왕춘영인데요. 전번에 차압한 관작을 실어내가려고 그러는데요. 당직경찰이 대문 앞에서 막아서는군요. 예, 당직경찰한테 전화 바꿉니다.”     그녀는 핸드폰을 당직경찰한테 건넸다.     “검찰장님, 당직경찰입니다. 네. 알았습니다. 당장 대문을 열겠습니다.”    검찰원 대문이 쭈르륵 열렸다.    트럭들은 곧추 검찰원 차고에 달려들어갔다.    그들은 보초를 세우고 당직경찰이랑 차고에 접근하지 못하게 엄밀히 봉쇄했다.     류문도랑 계획대로 기중기로 먼저 황금금고를 싣고 우정 잘 눈에 뜨이게 금고 위에 관작을 덩실하게 실어놓았다. 기중기는 숨돌릴 새도 없이 황금금고를 창고 안에 있던 차에 옮겨 실어 놓았다. 눈깜짝 할 새에  “어주를 바꿔치기”한 판이였다.     왕처정은 손을 홱 저었다.    “빨리 나가자.”    그들은 도적고양이들처럼 쥐도 새도 모르는 잠간 사이에 금고와 관작을 옮겨 싣고 검찰원 대문을 빠져나갔다. 당직경찰이 보니 트럭에 관작이 덩그렇게 실려 있지 않았겠는가. 그는 별로 의심하지도 않았다.     트럭이 다 빠져나간 뒤에야 젤 뒤에 왕처장의 경찰차가 스르르 미끌어져 다가왔다.     “오늘 먼저 관작을 가족들이 파묻게 실어내가고 황금금고는 래일 실어가기로 했소. 밤중에 모두 성소재지까지 가기 싫어하지 않겠소?”     그때 때마침 먹장구름 속에서 번개가 번쩍 하더니 우뢰가 꽈르릉 하늘 땅을 뒤흔들어놓았다.     “소낙비도 내리겠는데 교통사고라도 나면 어쩌겠소.”     그것은 황금금고를 원래대로 뒀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황금금고를 빼내간 일을 덮어 감추려는 사전 포석이었다.     그러나 당직경찰은 왕처장의 주밀한 꿍꿍이라는 걸 모르고 대문을 주르르 닫으면서 중얼거렸다.    “글쎄, 밤중에 어떻게 성까지 간다고?”    왕춘영은 당직경찰을 얼려넘기고 경찰차를 몰고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당직경찰 둘은 왕춘영 등의 밤중거동이 하도 의심스러워 혹시나 해 검찰원 차고로 가서 열쇠를 열고 금고를 실은 트럭들이 제대로 있는가 보았다.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 그들이 바곤에 바라올라가 전지불을 비춰 보니 금고도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제야 당직경찰 둘은 트럭에서 내려 차고 문을 잠고고 당직실로 돌아갔다.     왕춘영의 "주도면밀하고 빈틈없는 어주 바꿔치기"  전술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트럭들은 밤중에 멀리 에돌고 에돌아 밤중에야 칼산 별장에 들어섰다. 돌아올 때는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고 차를 몰아 쥐도 새도 모르게 숨어들어왔던 것이다.    그들은 아주 지혜롭게 금고를 탈취했다고 생각하고 야단쳤다.    왕춘영은 칼산별장 앞에 이르러 경찰차에서 내리자마자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리문곤과 류문도 형제들 앞에서 류덕재와 손바닥까지 마주치며 밤하늘이 떠나가게 환성을 질렀다.     “금고탈취 대성공!”     류덕재는 처자들의 눈치가 보여 머리를 푹 숙이고 비실비실 뒤로 물러섰다.     진짜 토비경찰에 검사들이 잠시 살판치는 판이였다.     그러나 그들은 보이지 않는 법망이 조여올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548    대하소설 황혼 제5권(93) "저승사자" 암살사건 김장혁 댓글:  조회:1034  추천:0  2025-01-06
      대하소설 제5권           김장혁         93. "저승사자" 암살사건    류문도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이를 악물고 호통쳤다.    “호랑이야! 당장 저승사자를 처단해라. 전번처럼 어설프게 실수하면  네놈 목을 칠테다! 알았어? ”    류문도의 호통소리에 꺽다리는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꺽다리의 눈 앞에는 이를 악문 코수염쟁이 험상궂은 낯이 떠올랐다.    (류문도 형님은 목을 친다면 친다. 이 일을 어쩌는가?)    무섭기로 호랑이란 별명으로 온 시내에 소문난 꺽다리도 류문도 우두머리 앞에서는 쩔쩔 맸다.    류문도의 훈계는 계속 됐다.    “전번에 그게 뭐야? 그 종호 놈새낄 단칼에 없애치우지 못하고. 엉?! 류기한테서 들을라니 종호는 병원에서 되살아났다더라.”    “아니, 무슨 소리오? 내 분명 그놈 옆구리에 칼을 푹 박았는데. 그 놈이 옆구리를 붙잡고 혀를 가로 물고 쓰러지는 것도 봤는데.”    “네놈이 칼로 옆구리를 찌른 건 리성호란 놈이야. 그 놈도 죽어 싸다. 그 놈은 우리 시내에 소문난 정의용사야. 그런 놈들이 살아남으면 우리 깡패들한텐 후환이야.”    꺽다리는 구구히 변명하려고 들었다.    “종호란 놈도 분명 내 칼로 가슴을 찔렀댔소. 그 놈새끼 큰길 바닥에 쓰러졌댔소. 아래애들이 재차 쇠파이프로 대갈통을 까부셔 놓았댔는데. 되살아나다니오?”    류문도는 코웃음쳤다.    “흥! 큰소리 탕탕 치더니. 고까짓 놈 둘도 처치 못해? 네놈은 돈에 눈이 멀었어. 돈뭉테기를 보구 종호 핸드빽을 채가지고 달아난 걸 내 모르는 거 같아? 핸드빽을 채가는 시간이면 어째 종호 놈새끼한테 한칼 더 안기지 못했어? 그랬다면 그 놈새끼 오늘 이때까지 아직도 살아있을 수 있겠어? 뚱뚱보나 네놈이나 다 밥통들이야. 뚱뚱보도 병원에 재차 보냈는데 헛탕쳤어. 물론 리성호란 놈을 재차 칼로 찔러놓긴 했어. 이제 오래잖아 썩어질 거야. 허나 철천지 원쑤, 배신자 종호를 없애치우지 못했어. 지금까지 종호와 성호 종적도 찾지 못했어. 밥통 같은 것들. 이번에 실수 하면 네놈들의 손목을 잘라버리겠어.”     그러나 꺽다리는 찍소리 치지 못했다.     “양, 형님, 알았소. 건데 내 목과 손목을 치면 누가 종호랑 저승사자랑 처단하겠소? 형님,…”    류문도는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 올라 버럭 고함쳤다.    “잔소리 작작 하고 당장 저승사자를 암살해버려라!”    그 말에 류덕재가 옆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류문도는 그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    핸드폰에서 꺽다리 소리 들렸다.    “저승사자란 도대체 누구요? 별명부터 귀신딱지 붙은게. 참. 불길한 놈이구만.”    류문도는 랭소했다.    “어째 호랑이도 겁먹는 때 있니? 어째 손이 떨리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제대로 알아야 암살해치우지.”    류문도는 정색했다.    “저승사자는 녀자야. 이름은 최혜영.”    꺽다리는 코웃음쳤다.    “오- 하하하, 흥! 그런 거 ‘저승사자’라니까. 뭘 대단한 인물인가 했지. 닭 모가지를 비트는데 작두를 쓸 필요있소? 내 아래 애들 둴을 보내면 해치울 걸 가지고.”    “여자라구 업신여기지 말라. 그년은 검찰원 부검찰장에 반탐오국 국장 출신이야. 그년 손에 걸리면 부패분자들, 아니, 부자들 다 죽어.”    “무슨 말이오?”    꺽다리는 의아해 눈섭을 이마빽까지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년은 예순이 넘었는데 시집도 가지 않고 변태적으로 사람잡이만 한다. 그래서 모두 그 년을 변태적인 ‘저승사자’라고 해. ‘저승사자’는 공상국 국장 오승룡, 광고회사 총경리 리굉팔, 문화국 국장 최정호까지 다 잡아치운 년이야. 그년 손에 걸리면 국장이구 시장이구 몽땅 살아남은 자 없어.”    “그년 그렇게 손이 맵소?”    “그래, 우리 부친도 그년의 손에 걸렸다. 그년을 없애치우지 않으면 우리 다 좋은 끝장이 없어. 저승사자를 제거하지 않으면 우린 살 길 없어. 알만해?”    꺽다리는 험상궂은 낯을 일그려뜨리며 을러멨다.    “저승사자, 그년부터 저승에 보내야겠군. 형님 근심하지 마오.”    꺽다리는 어찌나 상을 찡그렸는지 칼자욱이 난 낯빤대기가 더 험상궂어 보였다.    그는 텁쑥부리 머리를 뒤로 쓰다듬어 넘기고나서 버릇처럼 가재수염을 슬슬 매만지면서 물었다.    “형님, 그년 거처 어디오? 어디로 자주 드나드오?”    류문도는 상을 찡그리는 애비 눈치를 흘끔 건너다 보면서 꺽다리한테 알려주었다.    “그년 저승사자는 남호공원 북쪽 호수가에 있어. 호천가 경흥아파트 2단원 14층 1호에 있어.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까지 있어. 리 성호와 종호가 구급실에서 생사선에서 헤매기 때문에 요즘 그년은 가능하게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차를 몰고 병문안을 갈 가능성도 있어. 지금 병원마다 뚱뚱보가 애들을 데리고 종호랑 어디 숨어 치료받는가 훑고 있어. 너넨 그년 거처 부근에 잠복해 있다가 손을 써라. 내 수시로 드론으로 그년 행동거지를 발견하는 족족 알려줄게.”    “알았소. 형님, 그년 목을 쳐오지 않고선 다시 형님 앞에 가지 않겠소.”    그런데 꺽다리는 근심되는게 있었다.    “잠간, 형님, 저승사자를 해치우는 건 아무 것도 아닌데. 거 날아다니는 금발미녀가 사달이란 말이오. 전번에도 경찰보다 그 금발미녀가 날아와 덤비는 바람에 실수 했소. 이번에도 그 놈 금발미녀가 나타나면 큰일인데.”    류문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도 AI첨단과학기술로 제작된 미녀로봇 앞에서는 용빼는 수 없었다. 그제야 자기가 무지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수하들 앞에서 무기력한 감을 보이지 말아야 했다.     “근심하지 말라. 내 드론으로 사격하면서 저격할게.”     “안되오. 뚱뚱보 말이 전번에도 권총으로 쐈는데도 가슴에서 불꽃이 튕길뿐 끄떡도 하지 않더라오.”     “근심말라니깐. 당장 거사를 개시하라.”    류문도는 핸드폰을 거두고 애비를 마주 보며 물었다.    “아빠, 금방 왜 상을 그렇게 찡그렸소이까? 뭐 타당하지 않은게 있소?”    류덕재는 와까풀 빈대눈으로 류문도 형제를 번갈아보면서 말했다.    “류기가 병원의 종호와 성호 소식을 전했다는 말은 어째 하니? 만약 호랑이나 뚱뚱보 경찰에 체포돼 류기가 불면 어쩌니?”    류문도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대수롭잖게 여겼다.    “아빠처럼 이것 저것 다 의심하다나면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꺽다리와 뚱뚱보 그리고 애꾸눈은 손가락을 베고 혈주를 마시면서 맺은 결의형제입니다. 그 애들도 믿지 못하면 이 세상에서 누굴 믿겠습니까?”    류덕재는 류문도를 손삿대질하면서 핀잔했다.    “뭐나 여지를 둬 랑패없어. 아무리 믿는 형제라도 절대 제3자 말을 하지 말아야 해. 뭐나 단선련계를 해야 해. 지금 무슨 세월이라고   그래? 수사일군들이 혈안이 돼서 우리 꼬리를 밟으려고 미쳐 날뛰는데. 내 말 명심하지 않으면 이제 후회할 날이 있을 거야.”    류문비가 다행히 머리를 끄덕이면서 애비 말에 동감하였다.    “형님, 아버지 말이 옳소. 뭐나 여지를 둬서 랑패없소.”    류덕재는 용기를 내 한마디 더 했다.    “또 한가지 있다. 내 그 놈들을 죽이지 말고 뒤통수를 쳐서 다신 정신만 차리지 못하게 하라고 했는데. 어째 죽이라고 했니? 너넨 절대 살인죄를 지지 말라는데. 참.”    류문도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빠, 참 답답합니다. 그렇게 긴급한 관두에 애들이 어떻게 쇠파프로 치면 딱 죽지도 않고 정신만 잃게 친단 말입니까? 꺽다리새끼, 별장까지 줬는데도 돈을 탐내 핸드빽부터 채간게 문제입니다. 그 새면 종호새끼를 얼마든지 처단했겠는데 말입니다. 개놈새끼,” 류덕재는 손사래를 쳤다.    “나쁜 일이 좋을 일로 될 수도 있어.”    류문도 형제는 의아해 애비 길쭉한 말대가리상을 쳐다보았다.    “꺽다리가 돈묶음이 든 핸드빽을 채갔기에 수사일군들은 깡패들의 단순한 돈강탈사건으로 오판할 수도 있어. 그럼 우리 보복상해사건을  의심하지 않을 수도 있잖어? ㅋㅋㅋ.”    그제야 류문도 형제는 머리를 끄덕였다.    류덕재 핸드폰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류덕재는 버릇처럼 자식들 앞에서도 전화받지 않고 교활한 눈길로 처자들을 살피면서 도적고양이처럼 화장실로 슬금슬금 기어 들어갔다.    그때 부엌에서 보모와 함께 점심 밥을 하던 리문곤이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나왔다.    리문곤은 두 아들을 불러 침실로 들어가 문을 꽁꽁 닫아 걸고 나직이 말했다.    “얘들아, 애비를 따라 작작 나쁜 짓을 하고 제 노릇이나 해라. 너네 애빈 숱한 애인들을 해서 숱한 사생아를 낳았다. 왕춘영 처장네 둘째아들도 너네 애비 사생아란다.”    류문도는 경악했다.    “뭐라고? 그래 유전자감정을 했답데?”    “그래. 전번에 왕처장 전화 내 다 들었다. 친자유전자감정 결과 왕처장네 둘째 한문빈은 너네 애비 친아들이라더라.”    류문비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문곤은 침실 바깥 동정을 살피고나서 뒷말을 이었다.    “지금 왕처장은 제새끼한테 너네 할아버지 산소의 황금을 몽땅 줘야 한다고 떼를 쓰더라. 오늘 또 전화 왔잖았니? 전번에도 네 애비하고 검찰원 창고에 차압된 그 황금금고를 골동품금고와 바꿔치기 해서 꺼내 가질 꿍꿍이를 꾸미더라. 뭐? 금고 열쇠를 달라더라. 문도야, 절대 열쇠를 그 년한테 주지 말라.”    류문도와 류문비는 뜻밖에 몽둥이에 정수리를 한대 맞은 것처럼 머리 뗑해났다. 그들은 맥없이 침대에 풀썩, 풀썩 물앉아 한숨만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리문곤은 두 손으로 두 아들의 어깨를 다정하게 부여잡고 신신당부했다.    “할어버지 산소에 묻어둔 건 너네 형제 거야. 손바닥이 다르고 손등이 다른 법이야. 머절싸하게 너네 형제 재산을 왕처장네 사생아한테 주겠느냐? 이젠 애비 따라 사람을 잡는 일을 작작 하고 자기 재산이나 잘 챙겨라.”    류문도 형제는 머리를 끄덕였다.    류문도는 이를 악물고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낄로 화장실 쪽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엄마, 근심하지 마오. 아직도 우리 형제 세살짜리 애들인가 하오?  까딱 말고 어떻게 하는가 보오.”    한편 류덕재는 화장실에서 대머리에 땀을 줄줄 흘리면서 왕춘영의 전화를 받았다.    “령감태기, 어서 금고 열쇠를 내놓지 못하겠소? 빨리 손 쓰지 않으면 검찰원에서 그 황금금고를 국고에 걷어넣는단 말이오. 미리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준비하란 말이오. 내 적당한 때 전화하면 류문도 형제를 시켜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실어오란 말이오. 골동품금고와 황금넣은 금고를 바꿔치기 해서 실어내가잔 말이오. 필요하면 문빈이도 거들게 할게.”     “검찰원 창고를 경찰들이 지키겠는데 어떻게 실어내오느냐?”     “근심말라구. 류려평 애비 관작을 실어내가는 차에 미리 황금 금고를 실어뒀다가 실어내가면 돼.”    류덕재는 왕춘영의 뜻밖의 묘수에 그녀를 너무 나약한 녀자로만 본 착각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왕처장, 참 묘수구만. 좋긴 류려평네 금고도 실어내오면 좋겠는데. “    “걷어치우오. 류려평 애비 관작만 내가도 괜찮은줄 아오. 류려평 금고를 국고에 바쳐야 당신 죄를 덮어감추고 금고도 빼내오지.”    (더라운 년, 수사성과를 내 바라오르고 금고도 챙길 작정이구나. 저년, 저게 보기와는 달리 무서운 년이구나.)    류덕재는 속궁리와는 달리 지껄였다.     “열쇠는 류문도한테 줬는데. 금고를 실어내오기만 하면 그때 금고 열쇠를 꼭 찾아줄게. 금고를 실어내오면 문빈 몫으로 얼마간 줄게. 아들이 셋이나 되니깐. 3분의 1을 주면 되겠지.”     “되구 말구. 문빈도 당신과 내 열렬한 사랑의 기념품 아닌가요? ㅎㅎㅎ. 절대 실언하지 마오. 당신 여비서 애인 숱한게 이제 사생아 몇이 나오겠는지 누가 아오? 미리 말해두지만. 사생아 숱해 뛰어나와도 그때 또 문빈한테 준 황금을 내놓으란 소린 꺼내지도 마오. 그땐 당신 죽고 내 죽어. 알만해?”     류덕재는 장등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였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류문비는 형의 분부대로 바깥으로 나가 연신 드론 두개를 띠웠다.     류문도 형제는 드론을 조종해 최혜영네 아파트를 면밀히 감시했다. 그들은 먼저 류씨 집 안의 걸림돌부터 제거한 후 왕처장과 황금금고 분쟁을 해결하기로 했던 것이다.     컴퓨터 화면에는 남호공원 드넓은 호수가 떴다. 그 북쪽에 30여 층이나 되는 경흥아파트가 나타났다. 류문도가 핸드폰을 꺼내 나직이 물었다.     “꺽다리야. 지금 어디냐?”     “경흥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라. 드론으로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그년이 금방 집에서 나갔어.”     “아파트 바깥에 보이지 않는데.”    “엘레베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 갈 수도 있어. 빨리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라.” 꺽다리는 대화기로 호통쳤다.    “차 두대는 바깥에서 대기하고 한대는 지하주차장으로!”    불호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차 한대가 지하주차장으로 씽 달려내려갔다.    “그년 차번호를 아오?”    “검정색 벤츠, A1959.”    “알았소. 지하주차장에서 차에 오르기 전에 없애치우겠소.”    “아니야. 지하주차장에서 손을 쓰면 보복살인 꼬리 드러날 수도 있어. 그년의 차를 추적해 꽝 쳐 놧! 교통사고를 낸 담 그 년을 병원에 호송하는 척하면서 재차 손을 써라.”    류덕재는 엄지를 척 내둘렀다.    “이제야 머리를 잘 쓰는군. 허허허.”    그는 맏아들을 대견하게 바라보면서 길쭉한 말대가리상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었다.    한편 지금 이 시각에 최혜영은 신변에 위험이 덮쳐가는 줄 하나도 모르고 엘레베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그녀는 종호와 성호가 깡패들한테 기습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하러 떠났다.    (종호는 전번에 내 준 돈까지 다 털렸다는데. 치료비용이 없어 어쩌겠는가?)    최혜영은 이번에도 돈을 찾아가지고 병문안을 하려고 벤츠에 올라 벨트를 맸다.    그때 맞은 편에서 도요다찌프 한대가 주차장 출구로 쏜살같이 달려들어왔다. 좀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그녀는 별로 개이치 않고 차를 몰고 출구로 천천히 달려나갔다.     그런데 달려들어오던 차가 아츠란 스토프소리를 내면서 차머리를 홱 돌려 뒤꽁무니를 따라서는 것이었다.     그제야 최혜영은 이상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바깥에는 드론이 왱왱 떠돌아다녔다. 딱 아침부터 자기 아파트 유리창문 바깥에서 날아다니던 드론 같아 보였다.     그러나 아파트 주변에는 낯선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최혜영은 차를 몰고 아파트를 벗어나자 곧장 저금소를 바라고 쏜살같이 달렸다.     “형님, 저년이 병원과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소.”     “드론으로 다 보고 있다. 잠시 손을 쓰지 말고 기다려라.”     “형님, 저년이 저금소 앞에서 차를 세웠소.”    “잘 됐어. 그년이 돈을 찾아내오면 돈강탈사건으로 위장해.)    아니나 다를가. 최혜영은 은행 저금소 앞에 차를 세우더니 자지색핸드빽을 들고 저금소에 들어갔다.    류문도는 이를 악물고 호통쳤다.    “그 년이 저금소에서 나오면 추격해 차로 들이받아라!”    “근심마오. 아우 해치우는 거 기다리오.”    이윽고 최혜영이 저금소에서 불룩한 핸드빽을 들고 나왔다. 그녀는 주위를 두루 둘러보더니 차를 몰고 쏜살같이 달렸다. 그녀는 드론이 하늘에서 뒤따르고 있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 하늘과 차 뒤에서 위험이 들이닥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십자길에서 오른 쪽으로 굽인돌이를 돌 때였다.    “꽝!”    갑자기 꺼먼 도요다차 한대가 그녀의 차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최혜영의 벤츠는 십자길에서 옥창이 된 채 몇바퀴 뒹굴며 쭉 미끌어져 나갔다. 충돌을 낸 뒤 차도 앞대가리 옥창이 돼 멈춰섰다. 순간 파손된 차 앞대가리에서 시꺼먼 연기 피여올랐다. 뒤이어 씨뻘건 불길이 타올랐다.    꺽다리가 손을 홱 휘젓자 복면한 깡패들은 차에서 뛰어내려 번져진 차에 달려갔다. 그 놈들은 옥창이 다 된 차 문을 열었다. 최혜영은 머리가 피투성이 된 채 핸들을 붙잡고 까무러쳤다. 생사를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깡패들은 최혜영의 옆 조수석에서 피범벅이 된 핸드빽을 훌 채가지고 줄행랑을 놓았다.     꺽다리는 뒤에서 따라달려오다가 멀찍이 차에서 내려 숱한 구경들 속을 헤치고 흘끔거렸다. 최혜영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최혜영은 까딱하지 않고 피투성이 된 머리를 핸들에 푹 파묻은 채 쓰러져 있었다.    까만 선글라스를 낀 꺽다리는 살기 찬 낯빤대기에 징그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코수염을 슬슬 매만지면서 험상궂게 랭소했다.    (잘코사니야. 저승사자 암살 대성공!)    그때 요란한 경적소리 울렸다. 교통경찰들이 경찰차를 몰고 달려왔다.    뒤이어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차 앞뒤에 세우고 벤츠차 한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벤츠차는 불타고 있는 사고 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멈춰섰다.    경찰들이 다가가 벤츠차 번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    00001호!    (아니, 시 1호 차 아닌가!)    벤츠에서 훤칠한 번대머리가 내렸다.    교통경찰들은 번대머리를 따라 차에서 내린 비서인듯한 자와 물었다.    "저 분은 누구요?"    비서는 그것도 몰라 하는 눈치였다.    "새로 온 시당위 최서기요."    교통경찰은 혀를 홀랑 내밀며 뒤로 물러서더니 번대머리한테 군례를 척 붙였다.     수행인원들과 경찰들이 번대머리를 옹위해 사고 차량에 다가갔다.    대머리는 우멍눈으로 사고차량 운전석에 다가가 들여다보더니 뒤에 대고 손을 홱 저었다.   "뭣들 하는가?! 빨리 운전자를 구하지 못하고?!"   못 박힌듯 서 있던 경찰들은 그제야 제정신이 펄쩍 들었다.     번대머리는 경찰들을 지휘해 옥창이 된 차문을 절단기로 절단했다. 번대머리는 손수 피투성이 된 최혜영을 운전석에서 안아냈다.    그는 우멍눈으로 여운전수를 살피더니 고함쳤다.    "아니, 최국장 아닙니까? 최국장, 정신 차리십시오. 군철이 한발 늦었습니다."    최군철 서기는 손을 최혜영의 코구멍에 대보았다.    "아직 숨이 붙어 있습니다. 빨리 120을 부르십시오!”    뒤이어 120구급호송차가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면서 쏜살같이 달려왔다. 경찰들은 최혜영을 구급호송차에 실어 병원에 호송했다.       한편 최군철 서기는 핸드폰을 들더니 고래고래 고함쳤다.   "박국장, 백주에 이게 무슨 일입니까? 최혜영 국장이  차에  치웠습니다."   이윽고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박동묵 국장이 쏜살같이 경찰차를 몰고 달려왔다.   최군철 서기는 박국장을 보고 지시했다.   "당장 사고도주자를 수색해내십시오."    "예, 당장 수사에 착수하겠습니다."   박국장은 옥창이 된 두대의 차를 돌아보면서 중얼거렸다.    "싯허연 대낮에 대형교통사고를 냈구만."   최군철 서기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단순히 교통사고 같잖습니다. 피해자는 검찰원 정의용사 최혜영 국장입니다. 여기 교통경찰들의 반영에 의하면, 강도들은 사고를 친 후 돈까지 강탈했답니다. 꼭 범죄자들을 나포하십시오."   최서기는 지시를 마치자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최혜영 국장, 꼭 아무 일도 없어야겠는데.)   그는 두 손 모아 빌고 또 빌었다.   (우리 시 반부패투쟁엔 최국장과 같은 정의용사들이 수요됩니다.)    박동묵 국장은 당장 형사경찰들과 교통경찰들을 지휘해  사고현지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들은 구경군들한테서 차사고  상황과 사고차량 운전자 용모 등을 일일이 조사했다. 경찰들이 교통사고를 낸 뒤차에 다가가 보고 깜짝 놀랐다.    차 패쪽도 없는 黑车가 아니겠는가.    경찰들은 삽자길의 몇개 몰카에 촬영된 차 충돌사고 당시 동영상과 도주한 차량 운전자와 동석자들의 동영상을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경경찰들이 사고차량 운전수를 찾았을 때에는 꺽다리네가 사건현지에서 도적고양이처럼 유유히 사라져버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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