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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과 현대적 감각
장춘식(중국사회과학원 민족문학연구소 연구원, 평론가)
말과 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것이 문학작품이다. 우리의 문학을 끝까지 지켜야 하는 리유가 여기에 있다.
모 위챗그룹에서 리기영의 《두만강》을 읽고 싶다는 글을 읽고 갑자기 ‘과연 어떤 글이 아름다운 글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였다.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리기영의 《고향》이나 《땅》, 《두만강》과 같은 소설의 문장을 아름다운 글의 전범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선배작가들, 가령 김학철이나 김철, 림원춘, 리원길 등의 작품에서 우리는 우리의 문학전통을 전승받았으며 그래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조선의 현대작가들, 그들의 글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문이 열리면서 우리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 문학작품의 잘 갈고 닦여진 언어에 매료되여 한동안은 우리의 전통문학어에 대한 애착이 시들해지고 심지어 어딘가 촌스럽다는 생각마저 들기에 이르렀다. 이런 차원에서 2000년대 초반 우리의 신진작가들 특히 녀성작가들의 매끄러운 언어, 분명히 한국문학에서 섭취했을 그들의 언어능력을 평론가로서 높이 사주게 되였다. 실제로도 이는 우리 작가들의 진보요, 우리 문학의 환골탈태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우리의 촌스런 언어에 대한 향수가 생기고 문학어 즉 글이 아름답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가 라는 의문이 들게 되였다. 그리고 박경리의 대하장편 《토지》를 읽게 되였다. 령남사투리와 호남사투리에 대한 박작가의 거침없는 사용과 이를 다루는 능수능란함은 글에 대한 나의 생각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되였다. 그 이전에 읽었던, 매끄러운 문장의 극치라 할 만한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에서 느꼈던 1% 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얼마간의 답을 얻게 되였다. 문장은, 혹은 글이란 매끄럽기만 하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시대 민중의 생존과 언어의 실질 즉 민중의 참모습을 재생시킬 수 있는 말, 글이라야 진정 아름답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의 문학어가 과거 시골문화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리기영 시대의 언어는 농경문화의 산물이며 인구의 다수가 농민이였던 시대에 적절한 언어로서 그 시대의 독자들에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어는 항상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만 한다. 제6세대 작가로 분류되는 2000년대 세대 즉 이른바 ‘70후’ 세대로부터 그 이후의 우리 문학어는 도시문명 시대의 언어적 특징을 반영한다. 이들의 언어가 한국문학의 언어특징을 닮았다는 것이 중론인데 이는 한국의 문학어가 도시문명의 시대 우리 문학어를 대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산업화를 실현한 한국이 우리에 한발 앞서 도시문명의 문학어를 이루었다는 말이 되는데, 그러나 한국의 문학어는 도시문명의 특징을 대표하는 매끄러운 언어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서구화하여 농경사회에서 이루어진 우리의 아름다운 고유어가 어려운 외래어, 우리에게는 더구나 생경한 외국어에 밀려난다는 안타까움을 동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가?
일단 도시적인 감각이 담긴 한국의 문학어를 꾸준히 습득해야 한다. 도시화 시대에 ‘촌스런’ 시골언어를 가감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발 앞서 도시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하여 한국의 문학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바른 자세는 아닐 것이다. 가령 지나친 외래어 람용이나 신조어를 걸러내지 않은 채 그대로 문학작품에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문학어를 오염시키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리기영 시대의 문학어 또한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이를 이어받은 우리 문학선배들의 언어와 더불어 도시화 시대 우리의 새로운 문학어를 확립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현대 삶의 환경에 어울리는 현장언어를 이러한 전통과 결부시켜 정화시키고 재창조함으로써 한국이나 조선의 문학어와는 색다른 우리만의 문학어를 확립하는 것이 우리의 진로가 아닐가 한다. 이것이 변두리에서, 틈새에서 생존해가는 우리 문학의 전략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출처:<장백산>2018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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