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 기타
나의카테고리 : 사회 이야기
방을 따로 쓰자는 남편의 전격적선언은 리나에게 실로 충격적이였다. 결혼후 지금까지 리나의 머리냄새를 맡아야 잠이 온다던 남편이였다. 그런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방을 따로 쓰자니 이건 뭐가 잘못되여도 크게 잘못된 일이였다.
그동안 사실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는 구실로 남편에게 소홀한 점도 없지 않았다. 아침저녁 꾀죄죄한 몰골로 대문을 나서는 남편이 안스러운 적도 한두번이 아니였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야 한다는 구실로 사사건건 남편의 일상사에 제동을 걸며 꾸려온 살림이였다.그덕에 요만한 집 한채나마 장만할수 있었다고 위안해보지만 마음 한구석이 늘 개운치 못한것도 사실이였다.
여하튼 남편의 돌연적인 행동은 리나를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렇다면 혹시 남편에게 새로운 녀자라도 생겼단 말인가? 그러나 리나는 인차 고개를 가로저었다. 적어도 새로운 녀자를 거느리려면 환한 용모, 넉넉한 지페, 녀자를 꼼짝 못하게 할 기술 등이 있어야 하는데 리나가 보기에 남편은 아무리 후한 점수를 주어도 그 어느 한가지도 해당사항에 없었다.
그날 아침의 선언이후 가뜩이나 말수 적은 남편이 저녁을 먹기 무섭게 서재를 겸한 자기방에 밤새도록 들어박혀있는것이였다. 그렇다고 잠을 자는것도 아니였다. 남편방의 불은 거의 밤새도록 켜져있었다. 이런 불안한 날들이 보름째로 접어든 어느날, 리나는 뜻밖에도 남편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였다. 그것은 어느날부터인가 남편의 손에 들린 검은색가방이였다.방을 따로 쓰자고 제의한 다음날부터 남편은 검은색가방을 신주모시듯 가지고다녔다.
가방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가? 리나는 몹시 궁금했다. 어느날, 리나는 남편이 화장실로 간 틈을 타서 남편의 그 검은색가방을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5개의 사진첩이 들어있었는데 펼쳐보니 리나가 세상에 태여나서부터 여태까지 찍은 사진들이 년대순으로 배렬되여있었다. 어떤 사진은 리나 자신도 잃어버려 못보던 사진이였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돌아온 남편을 보고 물었다.
“당신, 이 사진들을 어디서 모았어요?”
“당신이 시집오기전의 사진은 내가 장모님과 처가집 친척들을 찾아다니면서 모은것이고 당신의 유치원때의 사진과 졸업사진은 유치원선생과 당신의 유치원동창들을 찾아다니면서 모은거라오.”
놀란 표정을 짓는 리나를 바라보면서 남편은 나머지 말을 이었다.
“래일은 당신의 40돐 생일이요. 이건 당신의 생일선물로 준비한것이요. 우리가 방을 따로 쓰는것은 일시적인 일이요. 하지만 당신의 40돐 생일은 한번밖에 없음을 생각하면…”
“여보…”
어느새 리나의 두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정문적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