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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별의 약속
2010년 04월 30일 08시 53분  조회:3407  추천:0  작성자: 人和

 

 

내가 10년째로 일하고있는 차술집은 바다가에 지어진 7층건물의 꼭대기에 자리잡고있는데 차술집의 천장은 전체가 유리로 되여있다. 이 차술집에 “찬란한 별”이란 이름이 붙은것은 이때문이다. 손님들은 우리 차술집의 푹신푹신한 의자를 뒤로 젖히고 비스듬히 누워 차를 마시며 하늘을 바라보길 좋아한다. 낮에 수영복차림의 미녀들이 반듯이 누워 일광욕을 하는가 하면 밤에 련인들이 의자를 붙이고 나란히 누워 간단히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별자리를 찾기도 한다. 게다가 혹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유리에 부딪치는 비방울들을 보기 좋아하는 련인들도 있다.

 

나는 우리 차술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지켜보길 좋아한다. 실제로 나는 이 차술집에서 만났다가 결혼을 한 많은 련인들을 보았으며 그들의 꿈 또한 잘 알고있다. 나는 비록 꿈을 잃어버린채 살아도 다른 사람의 꿈을 지켜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수 있다. 어느덧 “찬란한 별”은 내 꿈이 되여버린것이다.

 

나는 이 차술집에서 일한지 10년째지만 아직 주인을 만나보지 못했다. 주인은 항상 팩스로 내게 간단한 쪽지를 보내군 했다.  나는 그가 어디에 살고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그저 인터넷으로 가게수입을 주인의 구좌에 예입하고 다시 각종 령수증과 서류를 팩스로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나는 이 차술집을 운영하며 내가 주인인것처럼 착각하기도 했다. 나는 돈을 모아 언젠가는 주인에게서 이 차술집을 살것이라는 소망을 품고있다.

 

가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겨울을 예고하는 비가 내리는 밤이였다.  그날 한 남자가 들어왔는데 나는 한참후에야 그가 10년전에 이 차술집에서 본적 있는 남자라는것을 기억해냈다. 10년전에 밥벌이를 목적으로 여기 해변으로 온 나는 마침 그때 “찬란한 별”을 그만두는 사람이 있어 이 차술집을 도맡았는데 그날부터 예쁜 처녀와 멋진 총각이 매일 함께 와서 차를 마시는것을 보았다. 그들은 나란히 누워서 비방울이 유리로 떨어지는것을 함께 바라보거나 레몬처럼 달이 환한 밤하늘과 보석처럼 별이 깔려있는 밤하늘을 바라보기 좋아했다. 나는 우연히 그들의 대화내용을 들은적이 있었다.

 

“저 있잖아요. 이렇게 멋진 곳에 눈이 내리면 얼마나 좋을가요? 눈이 소복히 유리창에 쌓인다면…”

“여긴 눈이 오지 않소.”

“언젠가는 눈이 꼭 오겠죠. 우리가 변치 않는다면 언젠가 첫눈이 오는 날 여길 다시 찾을거구요.”

 

그들중의 총각이 바로 지금 찾아온 그 남자였다. 그날 이후로 그들은 다시 “찬란한 별”로 찾아오지 않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남자가 홀로 다시 찾아온것이다.

“그 녀자분은 어디 있지요? 헤여졌나요?”

“글쎄요. 어딘가에서 이 하늘을 보고있겠지요…”

그는 잠시 천장을 올려다보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그녀는 비오는 날을 가장 좋아했지요. 비방울이 유리창에 끝없이 부서지는 모습을 사랑했어요. 또 그런 비방울들이 온통 눈송이로 변한다면 하는 꿈을 꾸면서…지금은 다 끝나버린 일이예요.”

그는 담배를 찾아 물었다.

“올 겨울에도 눈은 내리지 않겠죠? 여긴 너무 따뜻하니깐…”

“헤여지다니요? 리해할수 없군요.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끔찍해보였는데…”

“다 내 잘못이지요. 그녀는 내가 떠나는게 항상 두려웠어요. 내가 여길 떠나고 난 뒤 그녀는 언제 깨여져버릴지 모르는 행복을 견딜수 없어 먼저 떠나려 했어요. 난 그녀를 잡지 못했죠. 그저 멍하니 뒤모습만 보고있었을뿐이죠. 바보같이 그녀가 꼭 돌아올것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한 사흘후면 웃으며 돌아올것이라고 믿으며 그냥 보내주었어요.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았죠.”

“그 아가씨는 돌아올겁니다. 꼭 돌아올겁니다!”

나는 그를 위안하느라고 제법 힘있게 말했지만 그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소용없어요. 난 별빛이 눈부신 밤하늘을 볼 자신이 없어요. 밤하늘을 아무리 찾아도 내 별이 없다는걸 알아내고 실망하는것이 두려워요.내 별은 저 하늘엔 없어요. 아니 내겐 그런 하늘조차 없는거죠.”

 

그는 일어섰다. 축 처진 어깨로 차술집에서 나가는 그의 모습이 나를 아프게 했다. 그후로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깊어가고 성탄절을 며칠 앞둔 어느날, 나는 더 추워지기전에 유리를 닦으려고 “휴일”이라는 패말을 내붙이고 아침부터 유리를 닦기 시작했다. 맑은 겨울하늘을 더 잘 보려면 꽤 많은 시간을 들여서 깨끗이 닦아야 했다. 천장의 바깥유리를 닦을 때였다. 비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할수 없이 일을 그만두고 차술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비방울을 보려고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나는 그만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이 오는것이 아닌가! 드디여 수십년만에 이 고장에 눈이 오는것이다. 드디여 “찬란한 별”의 유리지붕에도 눈이 쌓이는것이다!

나는 허겁지겁 1층밖으로 달려가 “휴일”이란 패말을 걷어들였다. 그리고 불을 켜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눈이 오다니?! 정말 가슴 벅찬 일이였다. 눈 내리는 하늘을 보게 되다니!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첫손님이였다.

 

“아무도 없나요?”

녀자손님이였는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있었다. 아마도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 모양이였다.

“문을 연지 5분도 안됩니다. 기다리시지요.”

“그래요. 오늘은 밤을 새서라도 기다려야죠.”

그녀는 긴 머리에 묻은 눈을 털 생각도 하지 않고 창가에 앉아 눈이 내리는 바다를 보고있었다.

“뭘 드시겠습니까?”

“커피 한잔.”

나는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볼수 있었다. 아니, 이럴수가?!  바로 그녀였다! 10년전의 “녀주인공”! 얼마전에 찾아왔던 “남주인공”이 기다리던 그녀였다!  나는 그때 그 “남주인공”의 련락처를 알아놓지 않은것을 후회하고있었다.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멍하니 출입문만 바라보고있었다. 나 역시 그녀의 마음처럼 안타까왔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깔리는가싶더니 곧 어두워지고 밤이 찾아왔다.

 “찬란한 별”의 유리지붕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유독 그녀만은 천장을 올려다보지 않고 눈내리는 바다만 지켜보고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남주인공”이 들어왔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약간의 흥분을 감추지 못한채 말했다.

 

“여기에 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듣고 비행기로 세시간을 날아왔소! 10년만에 처음이라죠. 한번만 이 모습을 보려고 왔소. 마지막으로 한번만…”

“마지막이라고요? 천만에!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녀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가 그녀를 발견한것과 동시에 그녀도 그를 보고 일어났다. 그는 놀랍고도 기쁜 표정을 짓더니 다급히 나를 보고 말했다.

“이럴수가!  주인,  전화기밑을 들춰보면 빨간 단추가 있을것입니다. 그녀를 위해 준비한거지요. 그건 정말 바보짓거리라고 수없이 자신을 비웃으며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준비한건데 그녀가 돌아왔어요! 정말 돌아와줬어요!”

 

나는 그가 기쁜김에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되여 “어서 가봐요! 당신을 기다린지 오래요”라고 하면서 그의 등을 밀었다. 그가 내 손을 잡고 소리쳤다.

“내가 바로 ‘찬란한 별’의 주인이란 말이요! 진짜 주인! 어서 단추를 찾아 눌러요!”

나는 놀라움과 당황함속에서도 전화밑의 단추를 찾아 허겁지겁 눌렀다. 그러자 “찬란한 별”의 유리지붕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것이 아닌가! 유리지붕이 열리며 하얀 눈이 차술집안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커피잔우에도, 탁자우에도 잠시 헤여져있었던 남녀주인공의 머리우에도…

 

그후 나는 두 사람이 한달후 결혼을 하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멋진 한쌍이 될것이다. 아주 멋지고 행복하게 살아갈것이다. 영원히…그날은 내게도 잊혀지지 않을것이다. “찬란한 별”의 주인을 처음 보았고 또 유리지붕에 숨겨진 비밀도 알았으며 아주 아름다운 사랑도 보았다. 그리고 “찬란한 별”이 처음으로 눈속에 파묻힌 그 눈부신 밤을 보았다.

한달후 팩스가 왔다. 주인이 보낸것이다.

“우린 신혼려행을 왔는데 여긴 그녀가 좋아하는 눈이 지천에 깔렸소. 그녀도 이제 눈에 질리기 시작했지만 그때의 ‘찬란한 별’의 눈은 결코 잊지 못할것이요. 그건 눈이 아니라 별이였으니! 당신이 ‘찬란한 별’을 사고싶어했죠? 난 당신에게 ‘찬란한 별’을 넘겨줄테요. 하지만 함부로 지붕을 열지 말기를 바라오. 당신의 꿈이 이뤄지기전까지는… 계약은 돌아가서 하기로 합시다.”

 

이듬해 성탄절 나는 “찬란한 별”의 매매계약서를 손에 쥐고서 전화기밑에 숨겨진 단추를 눌렀다. 자정이 지난 밤하늘에 별빛이 내려온다. 꿈이 내려온다.                                                                  

《도시생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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