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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희열의 만남
2016년 10월 08일 07시 56분  조회:956  추천:0  작성자: 최세만
사람은 살면서 수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것을 통상적으로 ‘접촉’이라고도 한다.

애수에 잠긴채 이별의 슬픔을 안고 이별했던 친인, 친구, 연인과의 희열적 상봉은 통상적 접촉을 벗어 난 ‘접속’이라 할 수 있다.

주전자에 물을 끓이려면 플러그를 먼저 전원에 꼽아야 한다. 접속이 되지 않으면 물은 절대 끓지 않는다. 사랑하는 남녀도 서로 입맞춤을 통해 ‘접속’을 시작한다. 마치 주전자에 전원을 꽂은 것처럼 온 몸이 금시 뜨거워진다. 그래서 남녀가 사랑을 느끼는 순간을 전기가 통한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요즘 현대화한 교통수단으로 만남의 빈도도 높아졌다. SNS, 위챗의 접속으로 소식이 번개같이 오간다. 인터넷, 스마트폰이 발달해 음성이 전파되고 얼굴모양이 찍혀나간다. 직접 만남 못지 않은 효과를 내고 있다. 인터넷글, 스마트폰글도 너무 쉽게 너무 자유분방하게 분수마냥 배설해지고 있다. ‘전 지구적인 작가시대’ 가 온 것이다. 이처럼 만나는 폭과 오고가는 목소리나 문자가 과거 비해 크게 확대 되었다. 하지만 양은 폭발적으로 늘었어도 깊이는 얕아졌다. 남녀의 사랑도 동전의 양면 바뀌듯 경박해지고 있다. 접촉은 모래알처럼 많으나 ‘접속’은 황금처럼 귀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조조가 교활해도 마음 주는 친구가 있었고 유비가 착해도 원수를 피하지 못했다. 오늘의 만남은 마음 주고 보듬어 주고 사랑을 주는 그런 만남이 고갈되고 있다. 세상이 행복해지도록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럼 만남이 사라지고 있다. 서로 배척하려 들고 손해 볼까봐, 자기것 이 더 나갈까봐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오히려 많아졌다. 그나마 왕래, 전화 없다가도 결혼식이요, 생일잔치요 하는 축하연이 생기면 재빠르게 ‘스티커’를 날려 보내 만나는 기회를 주어 천만 다행인걸로 생각한다.

이와는 다른 부류의 친구들도 있다. 달포 전에 오래 못 본 친구의 전화를 받은 일이 있다. 식당에 나와 술 한 잔 하자고 했다. 나는 연속 출근으로 가지 못했다. 후에 그의 딸 결혼식에 초대되었다. 결혼식이 끝난 며칠 후 친구는 또 한 번 술을 샀다. 이 친구는 돈 계산보다는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성실한 친구였다. 이와 같은 친구의 만남으로 마음까지 후련해졌다. 형제간도 친척간도 만나지 않으면 남이 된다. 그래서 이웃이 사촌보다 낫다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사촌, 육촌으로 내려가면 거의 남남이 되기도 한다. 거의 만나지 않는 까닭이다. 왜 만나는 걸 꺼려할까? 과거의 만남은 형제 혈육 간 서로 마음이 와 닿는 기꺼운 상봉이었다. 요즘의 만남은 그렇지 않다. 만나려고 하는 사람은 형제, 친척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만나는 걸 꺼려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 내가 어려울 때 너희들 얼굴짝 한번 내밀었어”하며 냉정하기 짝이 없다. 도움을 청하는 친척의 애로사정을 해결해 주려는 도량을 가졌다면 이럴 수야 없을 것이다. 멋진 아파트, 고급외제차를 가진 부자들한테서 인심을 보기가 힘들어지는 현실이다. 이 산 가면 저 산이 높은 듯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오늘의 주조(主潮)입니다. 부자들한테서 ‘어질 인(仁)’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인(仁)’의 형상은 등 뒤에 짐을 진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다. 남의 짐을 대신 진 자가 어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깊은 물에 고기가 모인다.” “쌀독에서 인심난다.” 이런 말은 벌써 진부해졌다. 가진 자의 비인자(非仁慈)와 부도덕성, 없는 자의 아부와 비굴함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지금은 일부 사람들은 형제나 친척, 친구가 명성이 높고 돈이 많고 기업을 하면 그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나 자신이 못 난 것도 많겠지만 이 것만으로 자부심을 느낀다.

18년 전, 미친 듯한 한국수속에 큰돈 8만5천위안을 날린 적이 있다. 그때 그 엄청난 경제타격에도 형제들한테 손을 내밀지 았다. 내 외사촌형제들이 한국, 일본진출로 부유해졌다는 말을 이미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 형제들을 만나고 도움을 바라보려는 생각을 티끌만치도 가져보지 않았다. 한국에 오니 이 외사촌형제들이 나를 찾았고 나를 만나려 했다. 만나서 대하는 눈길부터 달랐다. 미안해하면서도 역 경을 디디고 일어선 나를 극구 치하까지 하였다.

오늘 우리의 만남은 정이 감돌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 고충을 덜어주는 그런 만남이 되어야 할것이다. 서로 뜻을 같이 하고 마음을 나눌 때 우리의 삶이 진정 빛을 뿌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오늘이다. 2016년 10월 6일

동북아신문 2016-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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