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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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 “난치”가 온다이,
2013년 11월 22일 14시 05분  조회:8172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이보, “난치”가 온다이,
                                   
                                                            최 균 선

    오늘 아침, 골목길에 나서는데 3층집 김선생이 창문을 열고 나를 불러세운다.
   “여보, 어제저녁 난치가 왔다이, 그집도 난치가 옵데? 인젠 살았다이…”
    올려다보니 80객이 되는 김선생이 만면춘풍이 되여 손짓을 하였다.
   “좀 오는것같던데요. 허, 대가리를 삶았는데 귀때기가 아니익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우? 문학선생이 돼서 그런가?”
   “글쎄요, 그저 그렇단 말입니다. 허허허…”
    그렇다. 인제 진짜 겨울이 와도 될듯싶다. 적어도 나흘째 정황을 보면 어디선가 서성거리던 동장군님이 갑자기 군림하여 설한풍으로 대지를 휘초리질하며 호령질해도 무섭지 않을듯싶다. 아닌게 아니라 늦어진 봉창을 하느라고 그러는지 진종일 폭설 을 퍼붓더니 지금도 그치지 않는다. 그 어디에선가 기한에 떠는 사람들에게는 설경조차 반갑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오지랖이 아니 넓더라도 내 배부르니 종보고 저녁을 짓지 말라하는 격으로 세상을 볼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튼 잡담제하고 내부터 등따스워 고마운 일이라 절로 손가락이 자판위를 달린다. 성나면 보리방아를 더 잘찧는다는격과 같은것인지, 더운듯해서 
깡마른 열정이 달아오르는지…
   사연은 이러하다. 13일날 오후, 여러가지로 속이 번거로워서 강둑에 나갔더니 몇몇 마을사람들이 모여서“난치”문제에 대하여 의론하였다. 물론 의견이 아니라 원성이였다. 그들의 말에 나도 풍을 치는데 느닷없이 핸드폰이 울리여 받아보니 민화 사회구역위원회에서 걸어온 전화였다. 장금화주임이 그냥 “난치”가 안오는가고 문의하여왔다. 그냥 그 상태라고 곧이곧대로 대답했더니 그러지 않아도 6시쯤 시건설국, 시독찰국, 열공급공사, 관도수리공들과 함께 현장조사를 하러가겠으니 집에서 기다 리라고 하였다. 희출망외였다. 하회를 기다려보자고 재작년처럼 말썽피우지 않고 누구네 말마따나“례의주시”하고있는데 설중송탄이 아닐수 없다.
    역시 우는 아이를 젖준다던가, 그런데 여섯시에 온다던 사람들이 여덟시가 되여서도 아니왔다. 루대에 바람소리만 요란하고 비는 아니오는갑다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장주임이 그때까지도 사무실에서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오면 곧 가겠으니 아래에 내려와 기다려달라고 하였다. 반갑던차 손전등을 가지고 달려내려가니 미구에 자동차들이 들이닥치였다. 한데 모이니 한 20명가량 될듯싶었다. 결과야 어찌될지 모르나 내사 개선장군이 된듯 우줄거리며 그들을 안내하느라, 정황을 말하느라 나이답지 않게 설레발쳐대였다. 스스로 우스워났지만도,
    그 와중에도 금상첨화인가, 소문에 시독찰국에서 사업한다던 옛날 도문5중에서 가르쳤던 나의 학생이 조사조성원으로 내려와 반갑게 인사하는 바람에 또 한번 희출망외였고 똑 마치 난파선에서 허우적거리는데 구조선이 득달한 격이라 하겠다.
   “그런줄 모르고 왔는데 선생님네 집도 여깁니까?”
   “그렇소, 욕심은 굴뚝같지만 손에 쥔게 있어야 훌 떨쳐버리고 이사가지?”
   “이런 곤난이 있으면 언녕 해당부문에 반영하고 해결받아야지요?”
  “고맙네. 원래 이눔의 곳은 여러가지로 말썽이 많은 곳이여서…”
   사제간에 오고간 짧은 대화는 접어두고 아래층 두어집에 들어가 실제정황을 확인한후 6층 우리집에 올라왔다. 어디서 온 누구인지“집이 춥지 않네” 하고 말했다. 옆에 다른 사람이“밖에 얼다가 들어와서 그런거지”하고 뒤를 달았다. 누군가 온도계 를 보더니 18.3도라고 하며 수첩에 적는것이였다. 18도면 열공급기준치에 도달한 셈이니 자칫 할말이 없게 된다. 인정은 가변이여도 수자란 이렇게도 딱딱한것이다.
   못들은척 할가하다가 쐐기를 박았다. “물론 국가표준에 도달했지만 그게 온종일 해볕이 들어와 덥혀준덕이지 스팀덕이 아니지요. 이제 열시쯤 되면 그 온기마저 없어지고맙네다. 그리고 검사한다니까 오늘 보이라실에서 정성을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주착없는 늙은이처럼 횡설수설 말씀이 많았다.
    대여섯되는 보이라공들이 윗층복도에 있는 스팀관도를 가지고 역사질하며 열성을 피우는 모습을 보며 생각은 별스레 비틀어졌다. (아무튼 위에서 검사오면 무서운 모양이군, 시끄러울정도로 전화질할 때는 힝힝 마이동풍이더니 된통에 들었나?…) 나는 마을에 주민들이 해당기관에 신소하려 갈참이였는데 이렇게 와주어서 고맙다고 치사하는것을 잊지않았다. 그렇게 한창 벅구작을 피우는것을 보며 맥도모르고 침질하지 않나하는 의구심은 버릴수 없었다. 아니면 아궁이에 촛불을 켜두는격이던가…  
    독찰국에서 내려온 옛제자가 래일까지 기다려보다가 그냥 열공급이 잘 되지않으면 전화하라고 하기에 맥이없는“로우”가 비벼댈 언덕이 생긴셈이라고 저절로 입이 벙글써해졌다. 비록 스팀이 당장 뜨거워난것은 아니지만 마음부터 후더워졌다. 참으 로 사람의 마음이란 가지기에 달린것인가? 그동안 혼자 풀풀거리던 노여움도 춘삼월 봄볕에 잔설이 녹듯 스르르 녹았다.…
    아닌게 아니라 검사조의 위력이 무정하던 보이라를 침질해놓았는지 차갑기만하던 스팀이 오늘 저녁에도 온기를 띠고있다. 온도계를 보니 20도여서 솜조끼를 벗어도 될만큼 감각이 좋았다. 오뉴월 화로불도 쬐다 물러나면 서운하다고 하였던가? 사람이 늙으면 콩밭쪾으로 한다고 혈기가 쇠잔하니 불(온기)이 더 사랑인것을 말릴수 없다. 마음이 따스하니 덩달아 “정치”도 절로 나오는 모양이다.
    습근평동지는“우리의 일체사업의 성과를 검험하는것은 최종적으로 인민들이 진정 실혜를 얻는가, 인민생활이 진정 개선되였는가 하는것이다….우리는 당의 군중로선을 견지해야 하며 인민의 주체적지위를 견지하여 언제나 군중의 안전과 위험, 추위와 따스함을 마음에 새겨두고 제때에, 정확하게 군중들이 생각하고 바라는것, 근심하고 급해하는것 등 군중사업을 심도있고 세심하고 투철하게 해야 한다…”고 하였다.  (《求是》杂志2013年第1期,第6页)
    이 말을 거역할 사람이 있을가? 만약 아래에서 이 리념대로 군중사업을 한다면야 무슨 시야비야 할게 있겠는가? 아무것도 아닌 내가 중뿔나게“난방(暖房)정치”에 신경을 쓰는지 스스로도 싱겁고 부질없지만 그럴 사연이 없는것도 아니다. 자초에 우리 사범학교구역에“집중열공급”인지 시작하던 2008년 7월께였다. 하루는 정신없이 글을 끄적이고 있는데 난데없이 복도층계에서 무엇을 뚫는 기계소리가 요란한지라 나가봤더니 계단구석쪽을 구멍을 세개씩 뚫고있었다. 내사 무슨 령도인것처럼 뭘하느냐고 물었더니 스팀관도를 새로 설치한다고 하였다. 내가 이건 개인소유의 건물인데 누구맘대로 이러느냐고, 이건 범법이라고 고아댔더니 개 방구뀌는 소리로 들었는지 그냥 멋대로였다.
    그때만도 시비깨나 좀 하는 사람들이 살고있던지라 문제를 내놓고 의론해보니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어쩌냐고 남의 일처럼 말하였다. 그것이 “꼴찌새서ㅡ사투리”“그러면 슨상님들 앞으로 추운고생을 한번 해보이소”하고 쓴소리를 했다. 그동안 줄곧 사범학교에 보이라가 있어 추운고생을 해보지 못하였다. 좀 추울듯싶으면 보이라실에 가서 누구네 말투처럼“우리가 남이가?”하며 롱담도 할수 있어 좋았더랬다. 게다가 우리 집 맞은켠에 보이라실을 책임진 사람이 살고있어 취난에 각별히 신경을 썼으니 추울리가 없었다. 그러나 일단 집중열공급을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내가 무슨 선견지명은 없지만 선입견은 확실하게 서있었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한 보이라전문가가 연길시로 볼 때 집중열공급하면 여러가지 여건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하던말에 혹해서였는지 모른다. 집중열공급을 실시하는것은 정부차원의 시책이지만 구체적으로 열공급을 하는것은 사인기업이다. 사인기업과 소비자는 무슨 복무, 피복무관계가 아니라 상품매매관계이다. 계획경제운행도 종국적으로 리윤이지만 공급차원에서 복무 혹은 복리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사인경제는 우선 리윤을 선행시킨다. 잘 모르긴 하지만 그 운행원리는 별로 심오할것이 없다.
    집집의 현관에 내붙인 공시를 찬찬히 읽어보니 자원원칙하에서 하기에 주민의 60%이상 동의하지 않으면 하지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거부할 정책의거가 있었다. 그래서 앞뒤, 좌우의 주민들속에서 대표 몇몇을 선출해서 진달래광장 어디에 있다는 열공급반공실에 찾아가서 협상하였다. 그들은 현지에 내려가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한후 결정하자고 하였다. 이튿날 주민들을 불러내여 의견청취를 해보니 거지반 불동의하였다. 막무가내라고 인정하였든지 그들은“손을 들었다.”
    그래놓고 나는 청도의 어느 사립대에 초빙받아갔다. 그런데 이듬해 소문을 들으니 관도를 새로 묻고 집중열공급을 시작했다는것이다. 이미 외지에 와있는 나로서는 어쩔수 없었다. 내집은 비여있어 관도를 이어놓지 못했지만 취난비는 그대로 내였다. 스스로 생각해보면 참새 방아간 지난격이요 절로 호박쓰고 돼지굴로 들어간 격이였다. 결국 사람의 소총명이란 아무쓰잘데 없는 총명이다, 3년 후인 2011년도에 고향에 돌아와서 부랴부랴 집안에 스팀관도를 새로 개조설치하였다.
    그동안 추워서 죽을번했다는 이웃들의 말을 들으며 간대루야 그정도였을가 하고 반신반의하면서도 혼자“잘코사니”를 씹었더니 웬걸, 열공급이 말이 아니였다. 우리 이 구역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지였다. 주민들속에서는 로반이 저질 석탄만 사들이는데 원인이 있다며 여러가지 설이 떠돌았다. 하루는 보이라실에 가보니 석탄이란게 거의다 돌탄이였고 돌탄이 아니여도 돌탄가루가 가득 섞여있었다. 듣는 말에 의하면 탄광에서도 옛날엔 가려내 던지던 돌탄을 분쇄하여 좋은 석탄에 섞어서 팔기에 자기네도 어쩔수 없단다.
    회의때 주건설국장에게“동천열공급소”은 그야말로 검은기업이나 다름없다고 꼭“취디”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제기했더니 그러지 않아도 해당부문에서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서 좋은 석탄 500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니 많이 나아질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주민들의 원성에 ××시장이 직접 우리 구역에 와서 시찰하고 상황이 악렬하다는것을 확인하였다. 그런후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 정황이 좀 나아졌는데 어느새 음력설을 지나 봄이 오고있었다…이듬해인 2012년에는 마침내 연길시열공급소에서 대리경영하게 되였는데 그런대로 과동할만 하였다….
    그런데 올해 또 문제가 생긴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급시우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주민구역에 내려와서 실제조사를 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기에 주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박절하게 해결이 요청되던 문제를 해결한것이니 못내 감사하다. 창가에 놓인 컴퓨터에 마주앉으면 솜바지를 입고 솜을 놓은 슬리퍼를 신고도 무릎이 시리고 발이 싸늘하던것이 인제 썰렁하지 않으니 만족해야 할것이다. 이 며칠 보기조차 싫던 스팀에 자주 손을 대보며 확인하군 한다. 이미 온이상 달아날수 없지만도 말이다.
    알고보면 연길시내 곳곳에 난방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열점문제가 아니면 12319 라는 열선전화를 설치하고 전문 난방문제상에서 제기되는 난제를 처리한다고 하겠는가? 새로 바꾸었다는“영덕열공급공사”에18243337572라는 열선전화를 설치하고 있지만 접수태도는 열정적이였으나 맥이 없는지 아니면“한편”인지 대답은 잘하면서도 실제해결은 묘연하다가 이번에 된통에 걸려서 스팀도 제법 열정을 내고있다.
    전번에 지각한 동장군님에게 고맙다고 했는데 오늘은 지각한“설중송탄”에 감사를 드려야 하겠다. 비록 다른 구역에 집들에서처럼 맨적삼바람은 너무 사치한 희망사항이고 온도가 20도에 매달려있지만 재작년처럼 솜바지를 입고 두꺼운 이불속에 옹송그리지 않게만 된다면야 어찌 감사에 린색하랴, 이 한달동안 한번도 오는 기별이 없던 열공님이 이붓아비 제사날 미루듯이 벼르고 별렀더라도 모쪼록 왕림하였으니 감지덕지하지 않을수 없고 내 심정인즉 이웃들의 마음이기도 하리라 믿는다.
    스팀에서 “气”를 빼지않은 탓도 아니고 온돌난방을 한 집들에 관도에 무슨 깡치가 들어차서 온기조차 없은게 아니였다. 그동안 관도안에서 두세번 물이 와르륵와륵 소란을 피웠으니 열공님이 오셨다가 가실 길도 막힌것이 아니였다. “공권력”의 힘이란 이런데서 느끼지 않을수 없다. 사회구조속에서 누구나 지켜야 할 사회결약은 이래서 유용한것이다. 개체간의 약속이란것은 고무줄같아서 늘었다 줄었다할수 있으나 사회결약은 그럴수 없는것이다. 그리고 지금 공민들은 옛날공민들이 아니다. 돈을 벌더라도 얼렁뚱땅하가는 큰코 다칠것이니 사회결약이란 어길수 없음을 알야 한다.
    아무튼 어느 부분에서 은을 냈는지 모르지만 닭알을 먹어보아서 감각이 좋으면 그만이지 기어이 어느 암탉이 낳은것인가를 알필요가 없듯이 우선 우리 민화사회구역에 사업일군들이 그동안 애쓴것을 알아주어야 할것이요 어디까지나 사회구조속에서 사는 공민으로서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밖에 믿을곳이 더 없음은 사실이겠다. 그 모두에 대한 내 고마움이 이 겨울내내 식지않기를 못내 바라는바이다. 졸문을 마치 고나서“난치팬”을 만져보니 정다웠다. 역시나 겨울엔 따스하고 볼판이다.
 
                                        2013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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