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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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씨 수상록 (9) 미모의 값
2014년 01월 11일 09시 18분  조회:6806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미모의 값
 
                                                                   최 균 선
   
    미모란 무엇인가? 글자그대로 아름다운 용모이다. 미란 무엇인가? 아름답다, 보기좋다, 눈을 즐겁게 하다. 등으로 표현할수 있는데 아름답다를 조선말로 곱다. 곱살하다. 예쁘다. 예쁘장하다.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할수 있다.
    미모는 그 임자에게는 자호감으로 거듭나고 타인의 눈에는 쾌감으로 인지된다. 미모가 뭇눈길에 쾌감을 산생시키는것이 용모뿐이란 말인가? 미감은 쾌감보다 한차원 높은 고급적인것이다. 우리는 눈과 귀로는 미감을 느끼고 코와 혀, 피부로 쾌감을 느낀다. 그러니 미모는 쾌감까지 포함시킨 최고의 감각이 되는것이다.
    그런데 미모의 표준은 한두마디로 확정하기 어렵다는게 문제이다. 무우와 배추가 각기 특점이 있듯이 심미표준도 각양각색이다. 시대의 변이에 따라서, 부동한 국도와 부동한 민족의 가치취향에 따라서, 그리고 천층만층 구만층의 개체의 표준에 따라서 다를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역시 이률배반의 현상일가?
    지역적으로 말하면 아프리카의 어떤 민족에게는 입이 큰것이 미이고 어떤 민족에겐 버들가지처럼 가는 허리가 미이고 시대적으로 고대애급에서는 키작고 똥똥한 녀자가 절대가인이였다하고 고대중국에서는 풍만한 미녀가 선호된 때도 있었고 초나 라왕은 바싹 여윈 미녀를 선호했다고도 한다.
    조선의 전통미녀의 표준으로 다섯가지가 있었다.
    첫째로 세가지가 커야 하는데 눈이 크고 젖가슴이 크고 엉덩이가 큰것이다. 이것은 서글서글한 심성과 생육능력을 고려한것이란다.
    둘째로 세가지가 작아야 하는데 입이 작고 손이 작고 발이 작아야 한다는것이다. 이는 섬세함과 품에 드는 매력을 고려한것이라고 한다.
    셋째로 세가지가 희여야 하는는데 살갗이 희여야 하고 눈의 흰자위가 희여야 하며 이발이 희여야 한다는것이다. 이는 밝고 깨끗함을 의미할것이다.
    넷째로 세가지가 검어야 하는데 머리칼이 검고 눈섭이 검고 눈동자가 검어야 한다는것이다. 이는 유인하는 매력이 있음을 의미할것이다.
    다섯째로 세가지가 붉어야 하는데 볼이 붉고 입술이 붉고 손톱이 붉어야 한다는것이다. 이는 건강미를 념두에 둔 표준일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무상하여 전통미는 도전을 받게 되였다. 20세기 80년대 이후 외래문화의 홍수와 더불어 심미표준도 홱 달라지면서 서시를 흉내낸“동시”들이 많아졌기때문이다. 하지만 자기의 본색미와 원색미를 보아내지 못했거나 무시하고 맹종하면서 자기를 학대하는 일면도 읽을수 있다.
    본색미란 보통 전통미를 이르는 말이다. 흑진주같은 새까만 눈동자에 하얀얼굴. 칠칠한 검은머리를 땋아내린 토배기미녀들은 지금 보고죽자해도 없다. 자연미야말로 진짜 원색적이고 건강한 미로서 꾸며낸 미는 어디까지나 진실성을 의심받게 된다. 로출의 집착으로부터 시작하여 옷차림새나 머리꾸밈새가 혁신되고 일매지게 금발을 선호하고있다. 동양미는 촌티나고 서양미만이 현대미라는 말이 되는것인지…
    아마 현대류행아가씨들의 심미표준에 의하면 세가지가 커야 한다는 전통표준에서  젖가슴이 커야 한다는데는 동감이여도 엉덩이가 커야 한다는데는 그만 실소를 금하지 못할것이다. 지금은 일매지게 약하고 또 약한것을 추구하는데 엉덩이가 커야한다니 얼마나 웃기는 심미표준인가? 네가지가 검어야 한다는것에서 머리가 검어야 한다는데도 실소를 금하지 못할것이다. 지금은 파란눈에 금발머리 미인이 우상이여서 늙은녀자들도 곧잘 노랗게 붉게 염색하는것이 류행인데 검은 머리라니 될말인가?  
    예로부터 홍안박명이란 말이 있다. 중국4대미인의 첫자리에 놓이는 서시는 나라를 망친 나쁜녀자라는 루명을 썼다. 후에 마음속으로 사모하던 사나이 범려와 여생을 보냈다는 설이 정말이라면 비교적 행복한 미녀라 할것이나 왕소군은 그 몹쓸 화공 모연수의 작간으로 새외에 시집가서 선후로 흉노왕 부자의 처가 되였고 초선은 여러 남자의 손에 넘겨지다가 결국에는 너무 곱다(牵强之极)는 리유로 관우의 손에 처결되였다고 전해지고있다. 한때 랑만적이였던 양귀비도 안ㅡ사의지란에 란도질을 당했다고도 하고 핍박에 의해 자살했다고도 한다. 그녀들의 경력과 최후운명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지만 결국《홍안박명》에 귀결된다.
    일신천냥에 눈이 팔백냥이라고 아름다운 눈이 매력의 근거지가 될것이다. 눈은 가장 박학한 언어대가로서 거기서 경우에 따른 추천장을 찍는다. 얼굴도 잘 생기고 몸매도 미끈한 녀자는 조물주의 은총을 받은 녀자이다. 이마가 반듯하지 않으면 심령도 반듯하지 못하다고 하였으니 마음의 창문이 되는게다. 아무튼 녀자로 태여나서 미모를 지녔다면 천연재부이고 으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미모를 타고나지 못한 녀자들에게는 외모가 평생의 유감이다. 중국에는《동시가 눈살찌푸리기를 흉내내다》라는 성구가 있는데 동시의 눈에는 다병한 미인인 서시가 노상 눈살을 찌푸리고있는 자태마저 매력적이였는지라 흉내냈지만 그 동기와는 달리 오히려 꼴불견이여서 천고의 웃음거리로 되였다는 얘기다.
    춘추시대에 나온 얘기인데 아름다움을 모방하더라도 자기에게 걸맞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삼고있다. 녀자로서의 동시가 미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나무릴것 없지만 문제는 자기를 잘 알지 못하고 무작정 모방하여 역효과를 자아낸데 있다. 이 성구를 자주 쓰면서도 사람들은 한가지 문제를 보아내지 못하고있는데 말하자면 동시가 자기의 원색적인 미를 모르고있었다는것이다.
    아름다운 녀자들을 제일 처음으로 꽃에 비유한 사람을 천재라고 하던가? 녀자를 꽃에 비유한것은 아름다워서만이 아니다. 스러지는 꽃의 운명도 말하고있지 않는지? 그러나 사상의 아름다움은 백배나 자랑스럽다. 진정한 재부는 심령이다. 미모가 꼭 심령의 거울인것은 아니나 심령은 확실히 인격의 거울이다. 잘생긴 녀자들은 지천으로 널렸으나 아름답게 보여지는 녀자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왜 그럴가? 공성인은 겉이자 속이니라 했지만 생김새는 사람을 곧잘 속인다. 잘생긴 미남자도 극악무도할수 있다는 사실은 조물주의 최대의 실수를 떠올리게 한다. 한 사람의 얼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순결무후한 어린애들의 얼굴에 국한된다. 외모는 인상에 그치고 인격은 본질적인 인품을 전시한다. 그래서 사랑스럽기에 아름다운것이지 아름답기에 사랑스러운것은 아니라고 하는것이다.
    녀자들에게 있어서 미모는 확실히 천연재부이다. 허지만 그 선택받은 재부도 남자들의 손에 들어가면 넝마가 될수도 있고 순결한 녀인의 눈도 공방형앞에서는 하나의 미궁으로 변할수 있다. 아무리 상품경제시대라 할지라도 미모가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되였다는것은 결코 미녀의 자랑거리는 아니다. 우둔한 녀자는 끊임없이 미를 개발하여 리용하려 하지만 총명한 녀자는 자기의 미모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미식거리라는것을 잘 알기에 쉬이 상품화하지 않는다.
    대저 녀자들이 뭇눈길, 특히 이성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고싶은것은 본능으로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나 남자들이 목숨걸고 미색에 빠지는것은 유다른 생리구조가 아니라 미모때문이니 미모가 고급상품이 될때 행불행은 예측불가하리라.
               
                                                   2008 년 4월 1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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