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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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 19 ) 우리의 역설시대
2014년 07월 26일 09시 09분  조회:5179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우리의 역설시대
 
                                                                  진 언
 
    우주만물은 천태만상, 류류별별이지만 자연발생적이고 고유한 흥망성쇠의 섭리대로 순서점진하는데 인간사회에는 모든것이 인위적이여서 역행하는 현상도 많고 또한 그만큼 인생일사에 역설적인것이 많게 되였는가? 표층적역설이든, 심층적역설이든, 상황적인역설이든, 시적역설이든 역설적인 우리가 바로 역설의 시대에 사는듯싶어 역설타령이 절로 나온다. 늙은이가 죽고싶다는말, 처녀가 시집을 가지 않는다는 장담, 장사군이 밑졌다는 소리는 세상 제일 큰 거짓말이면서도 결국 인간심령의 역설이다.
    그뿐이랴, 장사군은 내심 받아낼만큼의 값을 매겨놓고도 눅거리라 “싸구려”를 고 아대고 위군자가 늘 군자연하고 탐관일수록 청렴을 선양하고…층집들은 우후죽순마냥 일떠서도 빈집이 많은대신 집없는 사람이 지천이고 물질문명은 날이 갈수록 자랑떨 치는데 도덕은 미끄럼질타고 정으로 사는 세상이라지만 풋풋한 인정을 베풀지 않는 사람이 자기만 쏙 빼놓고 인정세계가 점점 사막화되여간다고 개탄을 배배꼬고…
    아츠랗게 치솟은 층집들에 창문은 다닥다닥 나있건만 사람들의 마음의 문에는 경계심이라는 문풍지로 도배되여있고 한복도에 출입문을 마주한 이웃간에도 생면부지가 보통이라 이웃이 사촌이란 미풍량속은 옛말책에서나 찾아볼수 있고 네거리는 넓어져서 앞이 확트인것같지만 길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고…
    돈을 많이 벌수록 탈세루세에 잔꾀를 굴리고 거부는 부지기수인데 자선사업에 이름난 사람이 누구누구인지 모르고 있고 넘치도록 가져서 뽐내면서도 욕망은 퇴직할줄 모르고 눈부신 유혹의 세계에 자극이 강렬하여 흥분점은 많지만 지적인 감동은 줄어들고 삶의 질향상에 열심하지만 무흥취, 무감동의 시대인듯 비리에도 덤덤하고 큰집. 큰집하지만 단란히 모여앉아 식사하고 담소할 식구들은 달랑 둘인 집이 많고...
    점수통수로 인재라는 “高材生”은 희출망외로 많아져도 실무능력배양은 뒤전에 밀리고 학벌은 어마어마하지만 물없는 저수지같은 유명무실의 학자들이 많아지고 오밀조밀 영양소 따져가며 진수성찬을 미식하지만 의난잡증이 난당이고 세상은 만화 경같은데 절로절로 웃음나는 정경이 신기루같이 희한하고 입에 걸리고 귀에 걸리는 말인즉 사랑타령이건만 그만큼 리혼행진곡도 날이갈수록 우렁차고…
    아이를 위해 코리안드림인지에 열광하는만큼 산돼지 잡으러 갔다가 집돼지 잃는 가정비극이 련속부절이고 얻은것이 많다고 배를 내밀때 잃은것이 등뒤에서 양공질하고 정화수가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고 “결벽증”이 우심하지만 환경오염이 극심함에는 한눈 감고있고 처처에서 핵분렬의 시대를 자랑하지만 고정관념, 편견은 금성철벽으 로 굳어있고 쭉쭉 빵빵 몸매들은 훤칠해도 인격은 난쟁이가 되는줄 모르고…
    유흥업소는 어서오라 손짓하는데 지적인 쾌락은 줄어들고 가진자는 코노래가 절로나서 흥겨운데 못가진자의 애탄과 눈물은 마를날이 없고 화해사회건설을 지향하지만 인간관계는 미묘하게 배탈리고 팽팽해지고 구두뒤축은 턱없이 높게 설계되여도 문 화소양추구는 밟고다니고 가슴을 높이는만큼 정조관념은 곰팡이낀 전통으로 치부되고 비웃음은 확연한데 진심된 미소는 숨박꼭질하고 눈에 보이느니 약방이고 명약, 보약, 전통밀방약광고가 전단처럼 흩날리는데 아픈타령 늘어나고 의료비는 하늘낮다 치솟건만 치료효과는 미비하고 의료설비는 현대적인데 의료사고는 그칠줄 모르고…
    입에서는 미사려구가 청산류수처럼 쏟아져나와도 흉금을 치는 진언을 듣기어렵고 옷차림은 명패로, 장신구는 번쩍번쩍 눈부신데 이미지는 회색이 되고 감각을 따라 가자는 구호속에서 리성은 뒤주춤하고 박애를 부르짖지만 리기심은 극한에 이르고, 무슨무슨 전문가들은 늘어나지만 미해결문제는 더 많아지고, 가진것은 더 많아졌지만 소유욕은 더 갈증에 모대기고…비리가 활개치니 정의가 뒤걸음치고…
    개체간만 그런가? 인류가 달에 오르는 고기술을 과시하지만 지구촌이라는 가원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리익집단으로 나누어진 민족,국가간에도 언필칭 민주, 인류공존 을 표방하고 평화만세가 지동치건만 미사일이 터지는 소리가 더욱 천둥치고 민주 건설의 기치아래 자원략탈이 앞장서고 기아와 살륙이 판을 치는 지구촌…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 (空卽是色)”이 기본교리도 되여있는 불교교리에도 기실 역설적인것이 퍼그나 많다. 례컨대 “문자를 세우지 말아라(不立文字)”,“입만 열 면 그르친다(開口卽錯)”,“마음을 비워라(無心)”,“욕심을 내지말라(無慾)” “모든 집착을 다 내려놓아라(放下着)”라는 말에서 “문자를 세우지 말라”는것 자체가 이미 문자를 세운것이요“입을 열면 그르친다”고 설교하나 스스로 입을 열었으며 “마음을 비우라는 생각”이 다시 마음을 채우게 되고“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욕심을 내게 되며 “모든 집착을 내려놓겠다”는 집착을 갖게 되니 사이비한 역설이 되는것이다.
    신이 만물을 창조했다지만  결국은 신도 역설적존재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그런 존재상황으로 믿는 한 부정할수도 해결할수도 없는 존재가 된다. 우리가 지금 파악할수 있는것은 단지 인간이란 이 우주공간에서 해명이 불가능한 하나의 존재양상일 따 름이라는것이다.“절대주체”,“절대자아”를 부르짖지만 그게 실현가능한 일인가? 그것은 곧 자아에 대한 집착(자아에 대한 무한긍정?)일뿐 어디까지나 자아표방이고 자아독백에 불과하다. 절대적무한이란 결국 인간만이 상상하는 경지이며 결국은 그것 들은 인간의 자기인식, 자기독백, 자기긍정이라는 관념의 변종일뿐이다.
  “영원불멸의 존재는 있다고 할수도 있고 없다고 할수도 없다”는 말은 인간의 역설적존재상황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진술이다. 그러므로 생각하는 갈대라고 지칭되는 인간인 우리는 절대적자아를 추구할할것이 아니라 나와 타인 그리고 자연과 함께 보다 조화로운 관계속에서 더불어 화해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것, 그런 환경속에서 나와 너의 행복이 동시에 성취되도록 노력하는 일밖에 더없다. 인 간이란 아무리해도 대자연의 일부이지 자연밖에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이 지구촌의 주인이 된것은 물질문명을 이루었기때문이지만 영원토록 이 세계의 절대주체로 군림할수 없다.  신화시대를 거쳐온 인간은 문명의 려명기에 인간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만물의 령장임으로 군림하면서 스스로를 절대시하였기 자아에 심취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꿈에서 깨여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하지만 너무나 늦었다. 존재론적으로 역설을 탈출할수도 없게 되였다. 
    인간존재가 역설을 벗어나는것은 역설을 만들지 않았을 때에나 가능하였을가? 현재의 력사단계에서 인간은 온갖 욕망에 떠밀려 너무 앞질러 나갔고 자업자득의 역설적상황속에서 자아구제불능이 되고말았다. 칸트는 “자연의 력사는 선량으로부터 시 작되였다. 한것은 그것이 하느님의 작품이기때문이다. 자유의 력사는 악으로부터 시 작되였다. 한것은 그것이 인간이 창조하였기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또 “인류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유를 운용하였을 때 큰 잘못을 저질렀다. 즉 금과를 잘못 따먹은것이다.” 라고 쓰고있다.
    석가모니는 가짜인 자기를 버리고 진짜자기를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아타(我他) 일체의 진짜 자기, 바로 너와 내가 구분되지 않는, 자아를 벗어던 “우주적자아”를 누가 실현할수 있는가? 원래 도리는 간단하다. 오직 타자가 있음으로써 내가 있으며 불완전한 존재인 나와 타자가 공생함으로써 자유로워지고 절대 혼자로는 이 지구에 존재할수 없음이다. 아, 참으로 기특한 령물이지만 반은 천사요 반은 악마인 인간이 엮어가는 무섭고 엄중한 진실이여! 진실의 오묘함이여!     

                                                  2011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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