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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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의 비극
2015년 03월 30일 09시 36분  조회:4985  추천:0  작성자: 최균선
                                허영의 비극
 
   인류의《정감사전》에 영예욕이 오른 그 시각부터 참된것과 허위적인것의 겨드랑밑에, 나발불기와 으시대는것의 내핵속에, 황당한 추구와 허무한 자족의 표피속에 허영심은 암세포마냥 확산의 기회와 응집의 매체를 노려오면서 끈덕지게 생성하여왔다.
   허영심은 줄곧 인간과 더불어 숨박곡질을 해왔다. 하여 어떤이는 그것으로 심리평형을 얻어 만면춘풍이 되고 어떤이는 그것으로 충실하지 못한 자기의 생명을 윤색해가고있으며 많은 부류의 사람들은 바로 그것으로 하여 자생자멸의 삶을 기탁한다.
    노랑머리소년은 자기 친구들에게 자랑한다.《어제 울 아버지 비행기타고 왔단말이야!높은 사람이구야 앉아다닌단 말야, 흥!》
   이런 노랑머리소년들의 자아표현에는 기특한 일면이 있다하겠지만 백발늙은이들 마저 희뜩머룩하는데는 머리가 저어진다.《난 그때 ××와 함께…참, 그와 나는 친밀했지…》××란 물론 권력가나 큰인물일것이다.
   이렇게 허영심은 소년시절부터 늙어 쇠잔해질 때까지 인간에게 묻어다닌다.
   허영의 번성기는 젊은시절이다. 청춘의 빛발아래엔 늘 허영의 그림자가 엎드려있다. 그것은 마치 금방 돋아난 새싹이 자기의 풍채를 하루 빨리 과시하지 못해 안달아 해하는것과 같다. 이런 의미에서 말하면 허영은 일종의 동력이란 하겠으나 너무도 취약한것이다. 그가 만약 한걸음만 앞으로 내디디면 인격과 품성을 갈아먹는 석마돌이 되고만다.
   허영은 영원히 자아를 원심력으로 원주운동을 하는바 단순한 자전가운데서 순간순간 쾌감을 맛볼수도 있지만 시간은 나중에 가서 무자비하게 그를 막다른 골목 에로 밀어넣고말것이며 광채롭지 못한 생활의 한페지를 남겨줄뿐이다. 그러기에 우리들이 성숙을 향해 나아갈때 문득 머리를 돌려 회고해보면 허영은 웃음거울마냥 비틀어진 인격을 비쳐주고 알찌근한 유모아로만 선물할것이다. 그가 만약 지성인이라면 자기 풍자속에 주렁진 열매만 짓씹을것이다.
   영예와 허영은 한글자 차이이지만 그 내포는 천양지차이다. 허영은 어느 명인이 말한것처럼 초불과 같아서 세차게 타오를수록 녹아내리기도 그만큼 빠른것이다. 하건만 사람들은 허영의 노예로 즐겨 충당되는데 인간의 원초적비애라 할는지…
   서부독일의 한 유명녀가수가는 남달리 유별나게 차리고다니는것을 좋아해서 자기의 머리칼을 금발도 아니고 종색도 아닌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다녔다. 하루는 그 가수가 분수가에 앉아 자기의 독특한 미를 과시하고있는데 마침 곡마단의 락타한마리가 지나가다가 맛나는 풀인줄 알고 마구 물어뜯었다. 녀가수가 죽는다고 비병을 질러댔지만 락타는 막무가내로 뭉텅뭉텅 잡아뜯었다. 이것은 확실히 기문이다. 이처럼 해괴한 거동들은 우리 신변에도 비일비재이다.
   어떤 과외작가가 몇해를 두고 고심참담 창작을 하느라 했지만 한편도 활자화된 작품이 없어 친구들의 비웃음을 자아냈다. 전전긍긍해있던차에 우연하게 한 잡지에서 동성동명인이 쓴 소설을 보게 되였다. 이에 기발한 생각이 든 그는 자기의 처녀작이 발표되였노라고 동네방네 자랑을 하였다. 썩은 알만 낳는 묵은 암탉이라고 비웃던 친 구들이 성공을 축하한다며 한턱 내라는바람에 그 알량한《작가》는 울며겨자먹기로 여윈 돈지갑을 툭툭 털었다 한다.
   서부독일의 녀가수는 머리카락때문에 혹사를 당했다지만 그래도 머리카락은 자라면 되는것이다. 그러나 생활속에 이러저러한《염색자》들이 각종 물감으로 자기를 분 장함으로써 빚어지는 희비극을 두고 우리 모두 포복절도할것인가? 아니면 방성대곡할것인가? 본색은 어디까지나 본색이고 원모습은 어디까지나 원모습이다. 노마에게 금안장을 얹어준다한들 천리가 될수는 없는것이다. 누가 만약 모종의 심리만족을 위해 허영을 추구한다면 차례지는것은 황련밖에 없을것이다.
   시대의 총아로 불리우는 적지않은 기업가들의 흥망사를 보면 거개 허영이 출연한 희비극이다. 그 자신은 지고 일어서지 못할만큼 나라의 대부금을 맡고있건만 무슨 회사요, 기금이요, 자선사업이요 하면서 통이 크게 노는데 받아안는것은 뜬구름같은 명성이요 돌아앉으면 벙어리 랭가슴앓기이다. 우리 말 속담에 웃돌빼서 아래동 괴이고 아래돌 빼서 웃돌 괴인다는 말도 있지만 나라돈을 가지고 멋을 부리는 거동이야말 로 가증한 일이 아닐가? 하긴 그네들에게도 이런저런 고충이 없는것이 아니지만 이런 허영의 희비극을 조장하는 여러가지 사회깆에 대해 대성질호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 해방군의 한 장군이 수수한 찦차를 타고 회의하러 가서 렬등려관에 숙박하 려하다가 가짜 장군이라는 오해를 사서 한바탕 활극을 벌린 사실을 세인이 다 아는바이다. 진실한 인격자로서의 장군에 대해 말하면 눈물겨운 감격이 앞서나 말썽을 일으키고 오해극을 논 그 녀복무원의 심리바탕은 어떻게 분석해야 옳은지…사회현상이 그 복무원을 그렇게밖에 사유하지 못하도록 키워놓은것이 아니겠는가?
   인간에게 있어서 허영심은 인간의 성실을 독살하고 인간자체를 훼멸하는 비상히 틀림없는데 어찌하여 인간은 허영을 껴안고 맴도는지…인간이 그 본연의 모습을 상실한다는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표징 즉 성실성을 상실한 뜻이 된다. 
   상품경제시대 허영심에 둥둥 떠서 부평초같은 삶을 영위해가는 사람들은 스스로 이 세상에 어떤 유익한 존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기실 대단히 귀찮은 존재들인것이다. 잘살아도 못살아도 제모습 그대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깨에 받들려 우리의 사회는 더 밝고 훌륭하게 되는것이다.
 
                     1991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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