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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을 쓰느냐?
2015년 05월 03일 17시 58분  조회:5529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왜 글을 쓰느나?
 
                                                                        최 균 선
 
     왜 글을 쓰는가? 라고 묻는다면 우답도 막연한 우문이다. 이는 도박군에게 왜 도박에 매료되였는가를 묻는것과 같고 등산애호가에게 산에 오르면 무슨 볼멋이 있는가 질문하는것과 같이 동질, 동형의 우문이다.
    “나에게 어찌하여 푸른산에 살고있느냐 묻는다면 나는 웃기만 하며 대답은 하지 않으리, 마음이 스스로 한가할뿐, 복숭아꽃 아득히 흘러가 있으니 인간이 살지 않는 별천지라네 (問予何事捿碧山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라는 의미로운 한시로써 우문에 중언부언하는바이다.
    혹자는 표현욕의 충동을 이지지 못하여 쓸수도 있다. 어떤 생각이 떠올라 그것을 사회독자들과 교류하고싶은 마음이 불붙을듯 할 때 글을 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글이 자연스럽게 거침없이 엮어질것이다. 일컬어 일필휘지라할 가? 물론 본원적으로 글짓기에 필수적인 자질이 따라야 한다. 여기서 필력문제가 제 기된다. 선천적자질도 있어야 하거니와 후천적인 련마도 있어야 함은 자명하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자기삶의 흔적을 남기기에는 글이 으뜸이다. 말하자면 글로써 존재의의를 찾을수 있다. 사람은 부귀빈천을 막론하고 생명가치를 지닌다.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등한 존재이나 어떠한 삶을 사는가는 자신의 의지와 여건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만일 어떤 사람의 삶이 가치있는것으로 평가되여 후세에 전할만하다면 글로 남겨지는게 관례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인간은 단지 생존을 위해 먹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말은 일반인에게도 해당된다. 생각 그 자체가 인간형상과 동일시되기때문이다. 물론 가치있는 생각을 말한다. 가치있다는것은 나에게 유 익한게 아니라 보다 큰 범주로는 나를 포괄하는 공동체 즉 사회적차원에서의 유익 함을 뜻한다. 결국 가치있는 유익함을 남긴 사람은 이름과 더불어 남는다는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무한한데 어쩌면 오래살려는 욕구가 전제가 될것이다. 이러한 욕망의 충족을 위해 글을 써서 남기려는 목적도 있을법하다. 황차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하지 않는가? 유한한 삶을 글로 연장시키려는 욕망을 누가 나무람하랴. 사실 세계적인 대문호들은 글을 남김으로서 영생하고있다. 우와같이 다양한 동기, 목적, 계기들에 의해 글을 쓴다고 하면 종합적이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때때로 자신에게 왜 글을 쓰냐?하고 자문하면 스스로 우문이라 정답도 없다. 원고료를 바라고? 지금 누가 얼마 안되는 원고료때문에 뼈를 깎는 역사질하겠는가? 하다면 명예를 위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글을 지어 남에게 유익한 계시나 조언을 주려고? 공자가 춘추를 지으시사 란신적자들이 두려워했다는데 내 글은 “란신적자” 들을 웃기지도 못하는데 왜 그냥 미친년 달래캐듯 글밭을 헤집는지…
    남들은 그래저래 쓰겠지만 대관절 나는 왜 쓰는걸가?신들린듯이라는 말은 내게는 사치하고 미쳐서 미친것도 아니니 악습처럼 자판에서 손가락을 꿈지럭거리지 않으면 생활의 곳간이 텅비는 느낌여서 그냥 글이랍시고 답새기는데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처럼 한사코 책을 읽지도 않다보니 알고 있는것도 언녕 바닥이나서 새롭고 그럴듯한 사상감정을 토로할수도 없어가지고도 그냥 무엇이든 쓰고 싶은것은 어찌보면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 만년의 조급함인가?
    “나는 글을 사랑한다. 글을 짓는다. 그러나 글재주가 없는것을 나는 잘 안다. 내 글은 세련이 없고 미숙하며, 내글은 현란치 못하고 난삽하며, 내글은 맑은하늘, 밝은 달같은 맛이 없고 흐린련못 진흙같이 틉틉한줄 잘 안다. 그런데 나는 글을 지으려고 애쓴다. 나는 다만 내가슴에 서리서리 엉킨 뜨겁고 의로운 정을 쏟치면 족할뿐이다. 세상이야 웃거나 욕하거나 나는 내 아들을 사랑한다. 내 아들이 잘나서 사랑하는것이 아니라 내 고통을 말하여주는것은 오직 내아들(창작)뿐인 까닭이다. 내 아들은 참말 못났다. 세상에 보이기 무섭게 못생겼다. 그러나 그는 내 고통을 알고 말하여준다. 나는 그러므로 사랑한다. ”
    이것은 열혈의 작가 최서해님의 “혈흔”에 한단락이다. 내가 외우다싶이 하고있는 최작가의 진솔한 표백의 마디마디가 내 가슴을 울리고 공감시키지만 “나는 그러므로 사랑한다.”는 말을 감히 마음에 담지 못한다. 왜냐하면 스스로 사랑할만큼의 글이 아 님을 잘 알기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글을 지어도 제정신이 아니게 집착한다. 쥐도 한 모뚫으면 성공한다고 해서도 아니다. 장끼가 아니라 아집인게 분명하다.
    베이컨은 “글을 써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 사라져라”는 지극히 “신랄”한 말을 한적이 있다. 살아있는 삶을 글쓰기와 동일시했으며 글쓰지 않는 삶을 죽음과 같이 여겼다는 말이다. 또는 살아 있으려면 글을 쓰고 죽음과 같은 삶을 하려면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이는 베이컨이 그만큼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징적인 말이였으며 실제생활에서도 자기가 말한대로 빛나게 실천했다. 
    베이컨의 말처럼 문화적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글을 써서 발표하는것만큼 확실한것이 없을것이다. 문자표현은 생명충동으로서 인간의 정신생활을 리드하고 심령세계를 꽃피운다. 인간의 본능적인 충동이 멈추지 않는한 글짓기도 단절될수 없다. 그만큼 글짓기는 즐거운 작업이여야 하는데 실은 뼈를 깎는 일이다.
    어떤 사람이 글을 지어낼수 있는가? 늘 생각하는 사람, 그러나 생각의 길이 남다른 경지에 이르는 사람, 창신의식이 강렬한 사람, 그리고 기질적으로 표현능력이 강한 사람, 문학수양이 있는 사람이 가능하게 어떤 성취를 따낼수 있다. 그만큼 어떤 종류의 글이든 진실의 표백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우선 필요한것은 나의 자아를 안으로 깊고 크게 성장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환골탈태한다해도 일만팔천리 떨어진 미달의 경지이다. 그래서 더구나 자괴감이 든다. 내 글은 문자유희인가 유희문자인가? 문자유희, 유희문 자가 무슨 가치함량을 가지고있는 문장인가? 혹시 공방형앞에서 경례를 하는건가? 스스로 좋아서 쓰는 글은 본래 상품이나 명성을 위한 수단만은 아니다. 금전의 빛이 문자에 투영된것이라면 문자역시 기필코 기기괴괴하게 될것이다.
    왜 발표하려 하는가? 나도 사고할줄 알고 감정이 있으므로 세상을 향하여 자신이 생동하게 살아있다는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인가? 만약 글을 쓰는것이 자기생명의 수요가 아니라면 우리는 평생 진실한 감정으로 글을 지을 필요가 없다. 정상인으로서 자발적인 표현수요 즉 글로써 또 다른 자아를 실현하려는 욕구가 없다면 머리아프게 글을 지으려 전전긍긍 할 필요도 없기때문이다. 생각없이 사는 사람이 있으랴만 자기 생각과 감정, 정서를 글로 발표하지 않고도 잘만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작가가 독자를 만들지만 독자없는 작품도 존재의 리유를 잃고만다. 이 세상에 글을 써내는 사람이 없다면 인생현장은 풀한포기 없는불모의 사막처럼 될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한사코 글을 쓰는 사람이 필수적이 되는 인생현장이다. 그런데 진실로 훌륭한 작가들의 대부분은 뻐스를 놓쳐버린 사람들과 같다. 한번의 인생밖에 살수 없는데 뻐스를 놓친다면 다른 실패자들과 함께 길위에 남아있을수밖에 없다. 나도 한사코 뻐 스를 놓쳐버린 사람이 되고싶어서인가? 그렇더라도….
                        
                                                    2013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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