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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에 생각이 따라(95-100) 허수네아비야 외 4수
2015년 06월 22일 11시 46분
조회:5163
추천:0
작성자: 최균선
(96) 그대 시인에게
야 조
그대 시를 쓰시는가
몽롱해진 의식으로
신경을 배배 탈아서
모호를 엮어내리는가
나만의 감각 떠올라라
꾸지도 않는 꿈결따라
문법은 가라 해탈만이
새 경지에 이르리라
그대 신들려 있는가
알쏭달쏭이 숨박꼭질로
알둥말둥을 얼싸 안느냐
시는 고상한자의 명함
몰라도 읽어야 하나니
읽노라면 더 알리로다
전통의 막은 내리워라
모더니즘 행차하는도다
그대 맑은 리성 밀어내고
비리성으로 다시 고치고
그래서 초인적감각님이
말하자는 시의 핵이 뭐야?
그래도 써내려 가려는가
읽는이 갸웃둥하는 멋이 좋아
읊어보라, 깨득은 백년후에 하고
먼저 천하의 맛을 새김질하면서
(97) 유서 쓴다는 지구
야 조
정말인지는 잘 모르지만
벌것벗은 어머니 지구가
헝클어진 시간을 빗으며
혈루로 유서를 쓴다하오
피부는 뜯기고 할키우고
속은 들쑤셔 성한곳없소
광란에다 도착증도 심한
자식들 왕거미 만들었소
유선암도 걸렸나 젖줄기
끊기고 마르고 썩어들고
배가죽이 찢기고 골수도
병들어 간도 앓는가보네
그래도 짓빨고 짓뭉개고
파헤치고 무한정 강탈로
앙상하게 뼈만남은 지구
하늘도 저주하는 설운몸
오염의 찌꺼기로 뒤덮힌
자궁속 생명도 마르는데
탐욕에 혈안이된 자식들
자멸의 열쇠를 절렁대오
(98) 봄이 와야
야 조
봄은 상기 아니왔나
봄이 와야 남산바람
봄날 구름 몰아다가
봄비 살살 내려주지
어매 봄이 몰래왔네
산에 고운 아지랑이
뒤산 붉은 진달래꽃
고운 입술 열었잖아
봄날 너와 단둘이서
봄이 웃는 꽃동산에
봄의 사랑 심어놓고
봄빛 고운 노래할가
(99) 허수네 아비야
야 조
재등의 조밭머리에
어느새 나와섰구려
허수네 허수아비님
넥타이 중절모차림
차림은 어방사한데
아무도 아랑곳없어
사정은 딱하지만도
맨날을 한자리이니
빈소매 펄럭이면서
우우우 목청돋구어
새떼를 쫓아야하지
조이삭 다털리느니
맨날을 요란떨어도
허랑한 몸짓하나로
구실을 하자는건가
허수애비 많은 세상
(100) 내게 시를 시로 다오
야 조
시는 짓는가?
쓰는가? 짓든지,
쓰든지 짜든지
가슴에 화끈하게 닿아서
마음속에
속속 스며들고
생각속에
훌쩍 들어서는
그런 시야,
넌 어디있니?
간지러운듯
느낌은 없고
전달은 하는듯
울림이 없고
애매몽롱해
잠꼬대같은
시는 다가고
내게는 참으로
시다운 시를
반갑게 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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