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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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평함
2015년 09월 25일 09시 59분  조회:487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돼지를 평함
 
                                     최 균 선
 
   농촌서 살면서 내가 길러 팔고 잡은 돼지가 저그만치 수십마리는 될게다. 기를 때는 그리도 정떨어지던 돼지를 말하자니 자가당착인듯 하지만 아무튼 돼지를 말하고 싶어진다. 돼지는 원만하고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돼지가 어떻게 되여 사람의 출생의 띠로 되였는가? 당승이 서천으로 불경을 취하게 되여 옥황상제를 감동되였다. 하여 천지의 정신을 계승시키기 위하여 당승의 세제자를 사람의 띠에 속하게 하려고 내정 하였단다. 사승은 원래 물귀신이여서 동물권에 넣기 불편해서 제외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얘기도 있다. 하나님이 닭과 개와 돼지에게 인간세상에 내려가 좋은 일을 하고 오라고 했다. 모두 일을 마치고 하나님앞에 섰을 때 하나님이 닭에게 먼저 물었다. "닭아! 너는 세상에 나가 사람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왔느냐?" "예, 제가 세상에 내려가보니 사람들이 아침에 늑장을 부려 일어나지 못하길래 아침에 해가 뜨 기전에 일밭에 나가라고 새벽같이 고고성으로 깨워주었습니다." "오냐,그래 잘하였도다. 내가 너에게 상으로 벼슬을 하사하노라!" 그래서 그때부터 닭에게 닭벼슬이 있게 되였다고 한다.
   그다음 개에게 물었다. "개야! 너는 세상에 나가 인간들을 위해 무슨 좋은 일을 하였느냐?" "예, 저는 세상에 내려가서 주인집에 드는 도적을 말려냈고 평시에는 주인을 따라다니며 충정으로 보필하였나이다." "허, 그래, 잘하였도다. 내가 너에게 상으로 다리 하나를 더 하사하노라!" 개는 원래 다리가 3개였는데 하나님이 상으로 다리하나를 더 주어서 지금처럼 다리가 4개가 되였고 그래서 지금도 오줌을 눌때는 상받은 다리에 오줌이 묻지 않게 한다리를 드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돼지에게 물었다. "돼지야! 너는 세상에 나가 인간들을 위해 무슨 좋은 일을 하였느냐?" "예, 인간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있었고 내 할일이 없어서 그냥 먹고자며 세월을 보냈습죠. 하오나 먹는것은 찌꺼기고 자는 곳은 측간옆이였나이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이놈 탐욕스럽고 게으른 돼지야!" 하고 진노하시며 돼지의 코를 썩뚝 잘라버려 뭉툭코를 가지게 되였다 한다. 믿거나 말거나 지어낸 이야기라해도 작자의 착상만은 너무너무 기특하다 하겠다.
   학술적으로 따지면 돼지가 인류문명에 동참한것은 4천 만년전으로서 중국에서는 야생돼지가 가축화된것을 6천년에서 1만년 사이로 보고있다. 아무튼 돼지는 인류의 식문화창조에 한몫을 담당하면서 희생의 력사를 기록하였다. 돼지가 없었더라면 사람들의 생활은 어떠했을가? 돼지는 고기외에도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많은것을 헌신한다. 우선, 돼지가죽은 가죽제품, 실내장식품 등에 많이 쓰이며 돼지피는 합판점착 제와 단백질사료, 직물의 날염 및 염색용 착색제를 만드는데 쓰인다. 그리고 제약에 서도 한몫 단단히 한다고 한다. 돼지는 버릴것이 하나도 없는 보배덩인셈이다.
   알고보면 정말로 총명한 가축이다 . 돼지를 충분한 공간에서 키우면 애완견이나 고양이와는 달리 훈련시키지 않아도 화장실을 가릴정도로 지능과 청결함을 가진 동물이며 더위에 약하기때문에 목욕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연구결론도 나와있다. 돼지가 더러운 동물이 아니라 돼지가 다른 동물에 비해 더러운것을 잘 참고 견뎌내며 내병성이 강한데 사람이 돼지를 더럽게 기르기때문이다.
   우리는 언필칭, 탐욕스러운것을 돼지에 비유하기 좋아한다, 돼지가 탐욕스러운가? 돼지가 탐식가이지만 생리수요에서 그런것이지 인간처럼 리성사유의 결과는 아닌것이다. 재미있는것은 돼지의 습성이다. 새끼돼지가 자기에게 할당된 어미의 어미의 여러개의 젖꼭지중에서 자기에게 할당된것을 정확하게 알고 형제들의것을 넘보지도 훔쳐먹지도 않는다. 또 어미는 새끼들 모두가 젖을 물었다는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젖을 흘려내보낸다고 한다. 돼지에게도 돈독한 모성애가 있는것이다.
   보통 돼지는 아둔하다고 한다. 돼지대가리는 현대바보의 대명사로 되였고 돼지코에 파꽂기, 저팔계가 거울보기라는 등 말은 다 돼지를 비하여 사람을 풍자하는 말들이다. 그런데 연구결과에 의하면 개의 IQ가 30인데 반해 돼지의 IQ는 50으로 오히려 개보다 영리한 동물이며 감각이 예민해서 소음 등의 스트레스에 약하며 다른 동물에 비해서 수영실력이 뛰어나고 최고 시속 48㎞로 뛸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돼지는 높이 쳐다볼줄 모른다. 돼지의 목뼈가 아래쪽으로 굽어있어서 아무리 고개를 바짝 쳐들어도 수평이상은 올릴수 없게 되여있다. 그래서 돼지는 평생 땅바닥만 뚜지며 먹고살게 되였고 하늘이 어떻게 푸른지도 모를것이다. 어쩌다 배때기를 위로 뒤집어졌을 때 하늘을 보지만 세상에 땅만 있는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하늘도 있다는것을 보며 신세계가 열린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것이다.
   이러한 모순된 존재인 돼지를 인간이 상하5천년 하느님의 허락을 받고 이잡듯이 했는데 인간은 돼지보다 낫게 자각하고 살았는가? 유감스럽게도  현재도 자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깨우치고 살아가는 인간은 그리 많지 않다. 돼지를 욕하면서 자신은 “탐욕스러운 돼지”보다 더 탐욕스럽게 살아가는 인간의 가치취향은 무엇인가? 타생명에 대한 도살이라는 의미에서 인간은 악랄한것임에 틀림없다. 누가 인간의 본성은 날때부터 선하다고 하는가? 인류는 발생초기부터 오직 자신의 생존과 리익을 위해선 타자의 생명을 아무 꺼리낌없이 살륙한 지극히 리기적이라 해야 할것이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크가 낫다는 말이 있다. 이 말속에 진짜 돼지는 없고 돼지마냥 살아가는 인간들을 빗대고 훈계하고 있을뿐이다. 인간과 돼지를 구분하는 분수령이 어디에 있을가? 그것은 잘난 인성과 자각에 있다. 인간들은 모두 자신만의 인생이 있고 가치가 있다. 자신의 가치가 물질적인 쾌락을 추구하는것일진대 그 가치실현에는 타자의 희생이 필요한것이다. 동상에 로대가 필요하듯이.
   인간을 만물의 령장이라 내세운것도 바로 인간이고 신의 걸작이라고 자칭한것도 인간이다. 그래서 천하지만물지중에 유인이 최귀이고 유일한 존엄의 생명이라고 자화자찬, 다른 생물들을 하등생물로 격하시켜 소유물인양 함부로 도살할수 있는 정당성을 분식했다. 동물세계에서 어떻게들 평판하는지 몰라서 그렇지 분명 죽일놈, 살릴놈하고 의분으로 들끓고 있을지 모른다.
   서유기에서 당승은 저팔계에게 오능(悟能)이라는 법호를 내주었는데 뜻인즉 사람을 감오시키는 에너지와 능력, 인내성을 키우도록 노력하라는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오히려 돼지몸에서 더 많은 감오를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신의 모든 아이들중에서 돼지는 가장 순수한 마음을 지녔다고 한다. 천진함과 믿음으로 사랑의 신의 보호속에서 거닌다. 자기 자신을 남에게 줌으로써 그 자신은 더 풍부해 지고 두배의 축복을 받는단다. 공동의 우애로 모든 인류와 련결되는 돼지의 선의는 우주적이여서 끝이 없다고 하니 돼지해는 사람에게 있어서 호의적인 해라고 한다.
   돼지고기를 마다하지 않는 나로서도 자가당착이지만 다른 생물의 도살은 정당하다는 오만한 사고방식을 랭정하게 반성해 볼 필요가 있고 먹으면서도 비하하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그러다가 한번에 하나둘도 아니고 수백수천명 씩 살육하는 고급령장동물인데 무엇을 더 말하랴 싶어지면서 할말을 잃는다.
                             
                               2007년 1월 5 일    2014년 9월 26일(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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