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의 기저를 이루는 음양오행사상(阴阳五行思想)은 우주를 형성하는 원리이자 질서의 원리로 인식되고으며 우리 민족의 모든것에 영향을 주었다는게 정설이다. 이는 무(巫)와 풍수(风水) 등의 론리적근거가 되기때문이다. 음양(阴阳)이라는것은 생성원리의 근본이며 존재질서의 상징관념으로 리해되고있다.
이 오행(五行)으로 물질과 계절, 정신, 신체 등의 모든것을 풀이하였다. 또 오행에는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이 있어 우주만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가는 방법과 질서를 나타내며 동양사상의 맥(脈)을 이루는 원리다. 이런 우주관념은 색채의식에도 체현되였는데 고대중국에서는 물론 우리 민족들도 음양5행설에 의해 색채를 정색(正色)과 간색(间色)으로 나누고 적(赤), 황(黄),청(青), 백 白),흑(黑)을 정색이라 칭하였다. 전통색의 근본이 된다고 할수 있는 “오방정색”의 다섯 가지색상과 간색, 잡색의 생성원리를 “음양오행”의 원리로 풀이하고있다.
색채의식에는 색채에 대한 인식의식과 표현의식이 포괄되여있다. 색채인식의식이란 상대적인 대비의식, 밝음의 대비의식 순도대비의식 및 랭온대비의식을 가리키는바 객관성을 고유하고있다. 부동한 색채는 보는사람에게 부동한 심리감수를 줄수 있다. 유심주의관념으로 획분된 색채설에는 존귀, 비천, 정통,비정통의 상징적의미가 부여되였고 그에 따라 복장제도에서도 색채의 상징적의미가 체현되였다. 이를테면 황색은 제왕지색이라하고 백색은 평민지색으로 정하였다. 상하유서(上下有序),존귀비천(尊贵卑贱)따위의 등급제도의 표시로, 권력과 지위의 상징으로 되였다.
색채에는 자체의 성격이 있다. 선명한 빨간색은 사람들에게 열정과 적극적이며 향상적인 정감반응을 주는 동시에 위험하다는 심리반응도 주는바 서방에서는 홍색이 왕왕 두려움과 류혈과 련관시킨다. 따스한 감을 주는 색채는 금색으로서 태양과 창조성의 색채이다. 황금색은 환락과 부유함과 영광과 음악적인 정감의의를 가진 색채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누른색은 쇠락을 련상시키기도 한다.록색은 “탄성이 있는 색채”로서 한방면으로는 생명, 청춘, 성장과 건강을 상징하는바 사람들에게 아늑하고 편안한 감을 주며 다른 한방면으로는 자칫 투기와 탐욕적인 정감의의를 시사한다. 람색은 리지의 색채로 간주되며 일종 청신함과 명석함, 합 목성을 상징하는바 람색을 보면 넓고 크고 심원하며 평온하고 랭정해지는 느낌을 안겨준다. 자색은 붉은색과 람색이 조합된 색채로서 왕왕 신비감과 환각을 련상시키며 때로는 고귀하고 부유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회색은 검은색과 흰색으로 조성되여 광택과 밝음도가 결여한 색채이다. 따라서 색조가 음침하고 어슴프레한 느낌을 주기에 언제나 흐리고 비오는 날씨와 재수없는 날들과 련계시키며 무취미. 해나른한 느낌을 준다. 종색은 대지의 색깔로서 토지, 비옥함, 관후함과 련계시킨다. 회색에 비하여 비교적 따스한 감을 주는 색조이다.
검은색은 캄캄한 밤처럼 일종 공포감과 억압적인 정감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흔히 사망, 침중함, 위엄성 등을 상징한다. 흰색은 실제상 강화를 거친 “무색채”로서 순결함과 정결함을 상징하면서도 창백함은 또한 력량결핍, 허약함을 상징하기도한다. 보다싶이 색채는 총체적으로 따스함과 차거움, 밝음과 어두움을 의미하고있다.
5색중에서“빨강”은 순수하고 고유한 우리 민족의 색이름이며 삼원색중의 하나이고 전통적으로 전해내려오는 오정색(正色)중의 하나이다. “빨강”은 설문해자(说文解字)에서 남방색이라 하였고 적(赤)땅과 불꽃을 가리키는 말로서 땅위의 불꽃이 후대에 이르러 불꽃으로 도치된것이라고 해석하였다.
하지만 색채가 리념의 상징으로 부연되면서부터 빨간색을 싫어하는 경향들이 생겨났다. 사회주의권에서는 붉은색이 혁명을 상징하고 백색은 반동, 투항을 의미한다. 옛날 쏘련에서 혁명군을 홍군이라고 칭하고 반대세력의 군대를 백파군대라고 불렀다. 그런데 옛날부터 공산주의자들은 눈이 빨갛고 공산공처하고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악선전을 해왔는데 기실 그렇게 선전한 자들이 먼저 코가 삐뚤어지게 웃었을것이다.
우습게도 일본에서는 경쟁관계에 있지 않는 당사자끼리 겨루는 경기를 대범하게 홍백전 (紅白戰) 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붉을 홍자가 싫어서 청백전(靑白戰)이라 부른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증권거래소에서 오르내리는 주가를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구분하는 현상을 두고 국민들이 무의식적으로 붉은색을 선호하게 되여 공산주의가 침투할 위험이 높다고 걱정한 “우국지사”도 있었다고 한다. 기특하다고 해야 하나?
“붉은악마”가 활약할 때 한 기독교극본주의단체에서 이른바“화이트엔젤”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여 웃음거리가 된적도 있었댔다. 가령 색갈콤플렉스로 손바닥만한 땅안에 온통《빨강》천지라면 누가 노랭인가?색채의 의미에 깜깜인가? 아니면 현대인들치고 코열고 살면서도 답답한 사유자들인가? 황차 옛날부터 오색에서 빨강색은 전통색이라 일러왔는데 지금와서 전통색도 무작정 부정하니 제혀를 씹기인가?
생각이 바뀌면 모든것이 변한다는 말이 있던데 맞는지는 모르겠고, 결국은 마음, 의식에 따라 색채에서 받는 감수는 달라지는것은 사실일것같다. 결국 의식문제이다. 아마도 인간의 리성적판단의 지배를 받는 령역이 의식이라면 마음이란 유전적으로 각인되여진 무의식세계라 할가, 집단적형태로 나타나는 무의식은 각 나라, 각이한 민족에게서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다. 그것은 아주 좋지 못한 징표이다.
동전의 량면과 같은 마음과 의식일진대 이 령역에서 마음이 보조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마음의 령역에서 의식이 부차적이 되는지 제쳐두고 색채에 대한 각이한 반응은 심리적일수도 있고 의식적인 판단일수도 있다고 가정한다면 색채의 의미는 우습게 비탈려져 각 리익집단의 손익이 기준이 될듯싶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것은 세계정치권에서 색깔은 정체성을 상징시키려하고 리념적동질감을 확인시켜 지지자들을 규합해내기도 하고 정치적피아(彼我)를 식별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는것이다.
특정한 상징을 지닌 색깔하나로 정치적메시지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수도 있다는 발상은 얼마나 기발한가, 동유럽과 중동지역의 민중혁명이“색깔”을 통해 정치적 결집효과를 시도하였댔다. 색채가 곧 정치이고 정치가 색깔자체라면 빨강색 불감증은 가변적인가? 지금 현상적으로 보건대 색채관념이 바로 인지되는듯싶다. 그렇게 질겁하고 질색이던 빨강색옷이 한 당파의 통일복이 되더니 빨간색채의 옷이 류행이다.
목적성의 관념이란 참 무섭다. 아무리 비유적표현이라도 “빨강이”를 옛날 보편적으로 코범벅이를 해가지고 다니던 아이들이 손등으로 쓱 문질러 좌우볼타귀에 쳐바르던식으로 아무데나 붙이는것은 3류유모아도 아니다. 적대적이고 마음에 안들고 잘못된것, 불만스러운 현상, 사람을 마치 부르기좋은 개똥녀이름처럼 네편에도 내편에도 붙이고 저사람에게도 이 사람에게도 붙이니 도무지 색채의식이 없는건가,
통천하에 빨강색의 사물이 지천이다. 세상에 홍인종들은 무엇이라 불러야 할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빨강”으로 적대적인 사상분자를 비유하는 말일지라도 좀 사리에 맞아야 웃든지 공감하든지 할게 아닌가? 그렇게 관념이 경직되였다면 혈관속에서 흐르는 피도 람색인종의 푸른피로 바꿔넣어야 하지않을가?“빨강”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민족의 전통색채이다. 알고모르고간에 집체무의식적으로 된장인지 고추장인지를 불문하고 덩둘해서 입에 바르는것은 지각이 있는 사람으로서의 언행이 못된다.
2007 년 11월 12 일 초고, 2013년 11월 12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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