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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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친구라는 친구
2016년 01월 09일 14시 59분  조회:472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친구라는 친구
 
     지금은《사랑》이라는 말과 같이 가장 흔하게 굴러다는 말이 친구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친구를 찾는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로신선생이 일찍 구추백선생에게 준 족자에《인생에 하나의 지기를 얻으면 만족하여라.》라고 썼듯이 하나의 지기를 얻는다는것은 더없이 소중한 행복이 아닐수 없다.
      그러기에 력대의 문인들의 붓끝에서 우의에 대한 찬미시가 많이도 씌여졌고 우정에 관한 미사려구도 무지 많다. 우정! 우정은 엄동설한의 숯불, 오뉴월 염천의 우거진 그늘, 급류우에 놓인 징검돌, 안개낀 바다우에 등대, 보이지 않는 맑은 공기, 잡을 길없는 양광…
      우정은 만천하에 널려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없기도 하다. 맑스와 엥겔스의 서한집에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주는 우정의 사시가 엮어졌고 두보의《꿈에 리백을 그리다.》는 시에서 창해보다 호한한 우정을 읽을수 있으며 류비, 관운장, 장비의 《도원결의》에서 영웅호한들의 의기와 의협심의 귀감을 새길수 있다. 이러한 우정이야말로 세계적이고 력사적인 우의인것이다.
      예로부터 파멸의 골짜기, 오해의 실금, 중상의 암전, 암해의 비수, 공간의 저애, 시간의 흐름의 망각…이 모두는 인간심령의 꽃이 받아내기 어려운 시련이였다. 그러나 혈연보다 더 친밀한 우의는 리간을 도발하는 음산한 바람, 천재인화(天灾人祸)의 고난, 빈곤의 차디찬 서리, 음모궤계의 짙은 안개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도망치지 않 았으며 소원해지지 않고 지심속에서 솟아나는 샘물처럼 줄기차게 흘렀다.
      하지만 이런 우정은 리기적이고 용속한 무리들은 영원히 미치지 못할 고상한 정조이다. 특히 모든것이 상품화된 현시대에는 금전에다 술과 고기를 곱한 적과 같은 우정을 흔히 보게 된다. 술친구, 도박친구, 마작친구가 거개 이 류에 속하는바 자기가 파묻고도 자기가 밟을수도 있는 지뢰이기도 하며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친구의 의미를 다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친구란 무어냐? 참된 우정은 어디에 있는가? 친구는 복합개념이기도하다. 그만큼 친구의 의미는 여러가지 친구의 종류도 여러가지이다. 누군가 친구는 크게 세가지 류형이 있다고 했다. 빵과 같은 친구는 항상 필요하다. 약과 같은 친구가 있는데 때론 필요한 친구이다. 그러나 병균과 같은 친구도 있다. 이런 친구는 피해야 한다. 개를 친하면 벼룩밖에 옮을게 없으니까,
      그래서 구라파의 어느 명인이 우의의 나무에도 잘라버릴 가지가 있다고 한 금과옥조(金科玉条)를 친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좌표로 삼을만도 하리라. 어진자가 어진자를 알아보고 지혜로운자 지혜로운자를 알아본다지만 재래로 성숙한 사람, 지성적인 현자들은 벗을 허투로 사귀지 않고 많이 사귀지도 않았다.
      우의란 해빛속의 그림자와 같아서 맑은 날에만 나타난다는 리언도 있다. 역시 다른 측면에서의 우의에 대한 정의라 할수 있는바 환난지우(患难之友) 라는 말도 이에서 나온 말이다. 삼척동자도 다 알고있는 이쏘프의《두 친구와 곰》이라는 우화가 이를 설명해준다.
      어찌 생각하면 친구란 인생길에서 하나의 사치품에 불과한것이라 할수 있다. 친구가 있다해서 자기에게 무엇이 더 많아지는것은 아니다. 하긴 친구가 없다면 사는것이 사람같지 않을것이요 정으로 얽히고 서린 이 인간세상에서 스스로 소외도여버린 가련한 존재이지만도 말이다. 이는 벌써 별개의 문제이니 일언이페지하고…
      곰곰히 따지고 보면 우정은 어디까지나 주요하게 감각이지 실용이 아닌것이다. 왜냐하면 우정은 물질적인 사랑이 아니며 어떤 리익을 위해 맺어지는 전투동맹이 아니다. 아리바바의 보물동굴처럼《들깨!문열어,》하고 한번 소리치면 열리고 열리 면 금은보화가 쏟아져나오는 그런 보배굴이 아니란 말이다. 어떤 곤난이 있으면 해결해주는 전지전능하고 대자대비한 관음보살도 아니다. 우정은 성격과 취미가 공통한데서 맺어지는 동맹이기때문이다.
      늙은 개와 늙은 안해와 금전만이 가장 미더운 친구가 되여진 이 각박한 인정세계에서는 가장 친밀하고 가장 미더운것이 친구이지만 반대로 가장 가장 미덥지 못하고 위험한것도 친구일수 있다. 당신은 믿어지지 않는가? 우리는 많은 소설과 영화들에서 이런 슬픈 우정의 악과를 절감하게 되지 않는가? 비록 예술실제이지만 생활이 예술을 낳기에 우리는 소설에서 생활을 읽고 영화에서 생활을 보는것이다.
      병은 언제나 눈섭에서 떨어지듯이 재화도 언제나 자기 신변에서 발생한다. 죽은 사람을 왜 좋다고 하는가? 죽은 사람은 자기와 다툴수 없기때문이다. 그래서 죽은 사람을 춰올리고 내 주위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을 욕한다. 바로 그 산사람들속에 내 친구도 있는것이다.
      사람들은 낯모를 사람이 잘되는것은 윤허하지만 신변에 사람이 잘되는것을 보아주지 못한다. 이게 우리 현대문명인의 특점이라면 특점일것이다. 예로부터 황제를 질투하지 않고 가까운 이웃들이나 친구를 시기하고 질투하게 되는 심리바탕도 다 그것이다. 벗이란 먼 산에서 한번 웨쳐부르면 미구에 화답하는 메아리라고나 할가? 그 메아리속에서 사람들은 자기를 들으면서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고 긍정할수 있을뿐이다. 이런 심리가 바로 벗을 찾는 리유라면 리유일것이다. 아무튼 벗이란 하느님보다 더 실제적이고 소중하다. 하느님은 아무리 불러도 대답할줄 모르니까.
      련애를 하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좁아지고 우정을 나누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넓어진다. 사해의 친구를 널리 사귀기 좋아하는 호한의 기품이 있을지라도 그대여, 부디 철새와 같은 벗은 찾지 말고 만들지 마시라. 철새는 날이 차가와지면 절로 알아차리고 날아가버린다.
      벗을 꿀발린 빵떡처럼 전부 핥아먹으려 해서도 안된다. 성실의 옥토에서만 진실한 우정의 상록수가 자란다. 벗의 따가운 충고를 받아들일 아량이 없다면 아예 친구를 사귀지 말라. 정신방면에의 대립을 용인할수 있는 우정이라야 참된 우정인것이다.
      혹시 친구에게서 당할지도 모를 재난을 상상해보라. 자고로 적이 앞에서 쏘는 화살보다 친구가 뒤에서 날리는 암전이 더 무섭다고 하지 않던가? 서로 미쳐서 날뛰던 10년 동란시기에 나는 친구의 의미를 눈물을 머금고 가슴치며 읽었다. 그때 받은 상처에 딱지가 두껍게 앉았지만 지금도 다치기만하면 그냥 피고름이 나온다.
      옷은 새것이 좋고 벗은 옛벗이 좋다는 쉐익스피어의 말을 지금 젊은이들이 다 알고있지는 못하리라. 벗을 찾는 길은 멀지 않다. 그러나 그 길은 해가 비추는 큰길이 아니라 멀고 험한 밤길일수도 있다. 참된 인격은 어둠속에 있으니까.
 
                               2004 년  4 월 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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