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청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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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안 게시판의 구인카드를 심중이 대하자
2011년 05월 13일 12시 26분  조회:7871  추천:37  작성자: 주청룡
전철 안 게시판의 구인카드를 심중이 대하자

 

방문취업제로 하여 해마다 중국의 조선족들이 몇만 명씩 한국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이 처음 한국땅을 디디어서 가장 조급한 것이 구직이다. 일자리를 얻어야 거처도 정하고 빈 몸으로 온 것이 일하여 돈을 벌어야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낯선 땅을 디디어 어디에 가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는가? 하여 전철을 타고 직업소개소를 찾아 다닌다. 그러다 보면 전철 안 게시판에 붙은 구인카드가 눈에 띄운다. 구인카드를 보면 대부분 직원모집, 사원모집, 급구 등으로 적혀 있다.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동포들에게는 그저 보고 지날 일이 아니다. 하여 그것을 뽑아 들고 보면 보편적으로 내근직, 사무직, 대상: 35~65, 교포가능, 시간: 8~5, 월수입 120~200만원으로 되여 있다. 이런 내용을 보면 힘도 들이지 않는 마음에 드는 일자리이다. 특히 일자리를 얻기 힘든 고령동포들에게는 이 이상 더 좋은 일이 없다. 하여 카드에 적힌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면 사무실이 아무 아무 곳이니 찾아 와서 면담하라는 것이다. 이런 구인카드의 공통점이라면 전화번호와 연계인의 이름(이름 대부분은 가명)이 있을 뿐 주소가 없다. 하여 전화에서 찾아 오라는 곳으로 가서 보면 마중 나온 사람은 있는데 대부분은 회사의 간판이 없다. 아래에 이런 구인카드를 보고 일자리를 찾은 몇 사람의 사례를 들어 보자.

 

사례1: 길림에서 온 정씨는 구인카드에 따라 찾아가니 모 정수기 판매회사였다. 면접은 본부장이 하였는데 중국에서 무슨 일을 하였는가 하는 물음에 원래 모 기관에서 공무원으로 있었는지라 사실 그대로 말하니 참 좋다며 며칠 동안 회사의 업무에 대하여 학습하고 학습성적이 좋으면 사무실에 앉히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 회사에서 중국 광주에 대리 판매처를 앉히는데 중국말을 잘 하는 사람을 거기에 파견하는데 잘하면 거기에 파견하겠다는 것이었다. 정씨는 중국에서 공무원 사업을 한 경력이 있는지라 모든 것이 자신이 있었다. 하여 이튿날부터 실무학습에 참가하였다. 일주일간의 실무학습을 하고 시험을 쳤는데 순조롭게 통과 되였다. 정씨는 몹시 기뻤다. 그런데 제일 마지막 관이 면접할 때 말이 없던 이 회사의 200만 원짜리 정수기 한 대를 사든지 팔든지 해야 이 회사의 정식사원이 된다는 것이었다. 정씨는 그것을 사자니 돈이 아깝고 그만두자니 광주는 둘째로 치고 그 사무실 자리가 아까웠다. 하여 우유부단해 있자 본부장과 국장(본부장 위에 국장)이 앞으로 사무실에서 사업하다가 중국 광주대리 판매처에 주요 책임자로 파견하겠는데 이 좋은 직업을 그 200만원 때문에 버리겠는가 하는 끈질긴 설득에 200만원을 주고 정수기 한대를 샀다. 그런데 며칠 가도 사무실에는 앉히지 않고 이일 저일 창고정리 등 잡일만 시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본부장과 물어 보니 한달 기한을 주며 한달 내에 정수기 열대를 다 팔면 사무실에 앉히고 다 팔지 못하면 파는 수량에 따라 돈을 계산하여 준다는 것이었다. 기가 딱 막힌 일이었다. 이미 산 그 한대도 그저 안고 있는데 산 설고 물 선 이국 땅에 와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어디에 가 한달 기간에 10대나 처리한단 말인가? 그래도 그 사무실자리가 욕심나서 한달 동안 사처로 뛰어 다녔지만 그 안고 있는 한대도 처리 못하고 그만 두었다. 결국은 200만원을 허망 떼인 셈이다. 독신으로 고정거처 없이 제한 몸 건사하기 바쁜 신세에 그 큰 정수기를 어디로 들고 다닌단 말인가? 

 

사례2: 흑룡강성에서 온 김씨는 구인카드에 따라 찾아가니 금은장신구 회사였다. 이 회사도 사람을 끌어 당기는 수법이 [사례2]의 수법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먼저 실무학습을 거친 다음 낮은 가격으로 회사의 금은장신구들을 사서 시장 격으로 팔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이미 실무학습을 걸쳤는지라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여 200만 원어치의 금은장신구들을 샀다. 그것을 가지고 시장에 나와 실무학습 할 때 말한 가격대로 팔려 하니 하나도 사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 지나도 안 팔리니 회사에서 내온 본전에 팔려고 하여도 사는 사람이 없었다. 김씨는 지금도 그것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 본인도 모르고 있다. 그도 결국은 200만원을 떼인 셈이다.

 

사례3: 연변에서 온 이씨도 그런 구인카드에 따라 찾아가니 그것은 투자회사라고 하였다. 한꺼번에 500만원 투자하면 매달 이자가 50만원씩 저금통장에 입금되며 한 사람을 가입시키면 또 50만원 상금, 과연 해볼만한 일이었다. 어마 안 가서 본전을 다 뽑고 부자가 될 것 같았다. 그리하여 자기도 500만원 투자하고 친척, 친우들을 끌어 들였다. 처음 두 달은 이자와 상금이 저금통장에 어김없이 입금되던 것이 세 번째 달부터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전화를 거니 전화가 안 통하고 회사를 찾아가니 문은 자물쇠를 잠근 채로 있었다. 그도, 친척, 친구도 따 돈을 떼우고 말았다.

 

이상의 사례들로부터 보면 전철 안의 구인카드를 그렇게 쉽게 믿을 것이 아니다. 동포들이 일자리 찾기에 너무 급해 하지 말고 모든 구인광고에 대하여 심중이 대하기를 바란다.

 주청룡기자

2008 12 19 <<한민족신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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