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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조합의 향기
2019년 03월 16일 16시 32분  조회:940  추천:0  작성자: 방순애

                              --"연변일보" 2018년 3월29일 실린 리성호 시를 읽고
                                                      -- 시의 산책3/방순애                                                                      


     시는 언어의 예술이다. 생각이 많다고 시를 지을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다룰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연변일보" 2018년3월29일에 실린 리성호의 시 "석양" "빛" "뉘시던가" "사랑의 미소지을 때" "바람" 작품들 속에서 "석양"이 주목을 끌었다.

    그의 시는 "석양"에서 주관과 관념을 배제하고 설명적이지 않고, 해석적이지 않는 언어조합들이 독자의 참여 공간을 확대시켰다. 아래에 시 "석양"을 보기로 하자


연지 바른 저녁이 웃는다

보금자리 찾는 새들

이쁜 깃 자랑한다


노래하던 내물 눈 감는다

고개 숙인 풀 향기가 젖는다

목동의 노래소리

고요가 웃는다


하루의 눈섭 옷 벗는다

그리움 초불 켜들었다

사랑은 아픔 핥았다

서산 너머 별들이

출근준비 바쁘다.


-- "석양" 전문

 
  시를 보면 시행이 짧고 련이 간단명료하며 전체적인 시 형태 또한 간결하다. 하지만 시어를 잘 살리고 언어조합이 독특하기에 시의 깊이를 확보하고 있어 시의 저력을 느끼게 해준다.

   "연지 바른 저녁", "내물 눈", "고요가 웃는다", "하루의 눈섭 옷 벗는다", "그리움 초불 켜든다", "사랑의 아픔 핥는다", "별들의 출근" 등은 새로운 언어조합의 새로운 생성물이겠다. 서로 성질이 다른 단어들을 결합하여 신선한 시의 세계를 펼치였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언어조합은 예술적 총체성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면서 참신한 언어들의 예술 현상을 만들어가는 구성요소가 되겠다.

   시 1련 '연지 바른 저녁'은 저녁 노을을 말한다. 이인화하여 묘사한 것이다. 석양을 연지 바른 저녁이라 한것은 시인이 창조한 실재이며 욕망이라 본다.
'보금자리 찾는 새들 / 이쁜 깃 자랑한다' 밤자리에 드는 새들의 형상이다. 시인의 마음과 감각에 의하여 떠오르는 새라는 대상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쁜 깃"이라고 하였다. 이쁜 깃이란 묘사를 통하여 자연에 순응하여 사는 사물을 노래한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기에 "이쁜"이란 두글자를 잘 썼다고 생각한다.

  시 2련 '노래하던 내물 눈 감는다' 내물은 눈이 없다. 하지만 내물에 눈을 그려넣어 땅거미 드는 풍경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눈이다. 없는 눈을 만들어 넣음으로써 내물이란 언어를 해체하였다. '고개숙인 풀 향기가 젖는다'는 땅거미속에서의 풀의 모습이다. 현실의 향기는 젖을 수 없다. 하지만 시인은 되지 않는 말로, 틀린 말로 가상현실을 만들었다. 시 속의 가상현실은 통한다고 하겠다. '목동의 노래소리/고요가 웃는다' 아주 조용하고 잠잠한 밤의 상태를 묘사한 것이다. 정적인 추상어 고요를 웃는다는 동적인 언어와 결합시켜 놓아 이미지가 생동하게 재현된 같다. 영상이 은근하고 아름답다. 고요를 뜨는 달의 효과와 결합한듯 하여 고요가 웃는다는 새로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 3련 '하루의 눈섭 옷 벗긴다' 밝은 날이 끝나고 어둠이 깃든다를 뜻한다. 하루의 눈섭 옷 벗긴다는 강압적 언어결합이다. 하루에는 눈섭도 팔도 다리도 없다. 하루의 눈섭이라는 새로운 언어조합으로 자연의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한 것이다. 그리움 초불을 켜들었다는 별들의 반짝임을 이야기한다. '사랑은 아픔 핥는다'. 핥는다는 혀가 물체의 겉면을 살짝 닿으며서 지나가는 것이다. 사랑이란 정적인 추상어에 핥는다는 동적어를 조합함으로써 촉각화를 하였다. '별들의 출근'은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이란 말이다. 언어를 치환하였다. 인간들이 일터로 근무하러 나가는 것을 출근이라 하는데 별이 출근을 한다고 하였다. 언어를 대체한 셈이다. 이 시는 깔끔하고 선명하면서도 감각적이라 하겠다 .

  웃는다, 감는다, 젖는다, 벗는다, 켜들었다. 핥았다 등의 현재형 종결이미지가 보여주고 있는 어떤 사실(현상)의 순간적 변화가 의식의 흐름이 아닌 무의식의 깜박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시각이 지배하는 디지털 세계의 불연속적인 언어들인 노을, 새, 사랑의 아픔, 그리움 초불, 별들의 출근 형상이 담겨져있다. 그의 시는 석양이란 언어의 다양체를 구성하면서 사물자체의 의식을 넘어서서 표현하였다고 하겠다. 무의식으로 건져 올린 사물의 형상을 순간적이면서도 순수언어로 드러냈다는 점이 독특한 같다.

  그의 시는 자기만의 신비한 시의 세계를 그려냈다. 또한 시에서 많은 이미지를 생성하고 언어를 분렬하면서도 련합시켜 새로운 언어령역을 개척하였다. 거이 행마다 횡적구성이 되였고 횡적으로 구성된 시구의 내용들은 윗 구절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시로 이루어져 신선한 예술작품으로 승화하였다고 볼 수 있을 같다. 시의 언어 사용은 평범한 것 같으나 평범하지 않고, 모호하면서도 선명한 사고의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새로운 언어조합은 상식적인 언어체계를 파괴하고 새로운 언어질서를 건립하게 되며 새로운 언어조합으로 된 이미지는 하나의 세계이고 우주이다. 리성호 시인은 변형의 안테나를 곧추 세우고 다양한 시각으로, 예술적 감각으로 소화시켜 언어를 해체하고 조합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함으로써 다양체의 전도사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언어가 언어를 넘어서는 다양한 시로를 통해 시의 예술령역을 무한히 넓혀갈 수 있었겠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2018.11.8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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