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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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의 '희생양'이 된 중국동포
2009년 02월 09일 05시 50분  조회:5009  추천:173  작성자: 김범송

 

  요즘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화두가 된 유행어가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말이다.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의 일종으로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를 일컫는 말이다. 발생원인은 ‘뇌의 전두엽에 이상이 오는 것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코패스들은 대개 이중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충동적이며 도덕성과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 순간적 충동으로 반도덕적,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은 서구식 ‘묻지마 범죄’와 유사하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며, 피해자에 대한 아무런 감정과 미안함이 없고 본인의 범행에 대해 반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사이코패스들은 악명 높았던 살인범 유영철과 정남규, 보성 연쇄살인범 어부 오종근 등이 있다. 요즘 ‘뉴스인물’이 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사건도 ‘사이코패스 범죄’에 속한다. 지난 2004년에 검거된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정신감정을 통해 ‘희생자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범죄라는 것이 처음으로 확정되었다.

  연쇄살인범 대다수가 사이코패스의 성향은 갖고 있으며, 이들을 ‘두 얼굴의 인격체’라고 부른다. 주목되는 것은 요즘 한국사회를 경악케 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에게 살해당한 네 번째 희생자가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 매장된 중국동포 여성이라는 점이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추적하면서 경찰이 골프장에 매장된 시신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신 발굴이 갈수록 난항에 부딪치면서, ‘골프장 공사과정에서 시신이 유실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결과가 나와서 더욱 안타깝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강호순에게 피살된 부녀자 7명 중 3명이 노래방 도우미로, 범죄자가 범죄행각의 초반 범행대상을 모두 노래방 도우미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노래방 도우미 중 세 번째로 살해당한 피해자가 바로 ‘골프장에 매장’된 중국동포이다. 상대적으로 노래방 도우미들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여성들로, 자신을 방어하거나 범죄피해를 당했을 때 구제방법이 취약하다. 특히 2006년 음악산업진흥법이 출범된 후 노래방 도우미 고용행위가 불법으로 금지되면서, 업주와 도우미 모두 사소한 범죄피해는 신고를 못하고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강호순이 범행초기 노래방 노우미를 표적으로 삼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재한중국동포 여성들이 성폭행과 흉악범죄의 사각지대에 노출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중국동포여성 K씨는 식당 동료의 성폭행을 피해 달아나다 3층에서 떨어져 중태에 빠졌다. K씨는 인근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중국동포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범죄자들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외국인여성, 특히 불법으로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중국동포 여성들의 ‘약점’을 악용하여 그녀들을 범행대상자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묻지만 범죄’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3명의 중국동포 여성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자 13명 중 6명이 중국동포 여성들이었다. 2008년 1월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에서는 중국동포 10여 명이 숨졌고, 2007년 2월 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 때도 중국동포를 포함해 10명의 외국인노동자가 사망했다. 이처럼 무차별 살인의 ‘묻지마 범죄’나 ‘인위적’ 화재참사,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무고한 중국동포들이 피해자가 되었다. 이는 (재한)중국동포들의 생명안전이 그만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화재 및 고시원 참사, 성폭력 범죄를 통해 재한중국동포 여성들의 힘겨운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고시원 쪽방이나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묻지마 범죄’와 성희롱 · 성폭행의 표적이 되고도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열악한 환경과 차별 · 경시에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중국동포 여성들이 이번에는 사이코패스의 ‘목표’가 되었다. 중국동포들은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성범죄에 노출되는 ‘직업 선택’에 심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돈 버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생명안전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국에서 취업하는 많은 중국동포 여성들이 식당에서 일하고 있지만, 일부는 다방이나 노래방 등 서비스업종에서 ‘불법취업’을 하고 있다. 이는 성폭행 등 성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곳으로,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또한 범죄자들이 노리는 ‘약점’이 되고 있다. 한국의 외딴 골프장에 억울하게 묻혀있는 중국동포 원혼(冤魂)을 삼가 위로하면서, ‘묻지만 범죄’나 사이코패스들의 흉악범죄에 중국동포들이 ‘희생양’이 되는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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