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에서 70세가 될 때까지 직장에서 일하는 '70세 현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희망자에게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을 기업의 의무로 규정하는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결의했다. 이번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2021년 4월부터 발효된다.
60대 80%, "70세 넘어도 일하고 싶다"
일본 산와전기제작소 최고령 근무자인 사와다(77)씨. 하루 6시간 정도 근무한다. 회사는 건강 상태와 금전상황 등을 고려해 직원이 원하는 시간대로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택하고 있다. 윤설영 기자
현재 일본의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실질적으로는 '65세 정년' 사회다.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에 따라 일본 정부는 기업들에게 희망하는 직원들이 만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년 폐지 ▶정년 연장 ▶계약직으로 재고용 등 3가지 방법 중 선택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정부 집계에 따르면 종업원 31인 이상 기업 중 만 65세까지 이 같은 고용 확보 조치를 갖춘 곳은 99.8%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80%는 '계약직 재고용'을, 나머지 20%는 정년 폐지나 연장을 채택했다.
이번 개정안이 발효되면 기업들은 원하는 직원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년 연장 등 기존 방안 외에 ▶프리랜서 계약 ▶창업 지원 ▶사회 공헌 활동 참여에 자금 제공 등도 대안으로 인정한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의 65세 이상 취업자는 892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70세 이후까지 일하고 싶다는 60세 이상 노인은 80%에 이른다. 반면 2019년 현재 70대까지도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일본 기업은 전체의 28.9%에 불과하다.
'젊은층 노동시장 잠식' 우려도
일본 세이부 신용금고 아라이 지점장(66·오른쪽)이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아라이 지점장은 정년 나이가 지난 후에도 현역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윤설영 기자
이번 법안은 ‘100세 시대'를 맞아 원하는 이에게 평생 일할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이른바 '생애현역(生涯現役)' 정책의 일환이다. 국민의 생애 주기에서 일하는 기간이 늘어나면 사회보장 재원이 늘고 연금재정 부담은 줄일 수 있어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단, 일본 정부는 기업들의 부담을 고려해 현행법으로 의무화한 '65세 고용 확보 조치'를 지키지 않는 기업이라도 법적으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확보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고 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한다. '70세 고용 확보 노력'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감시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일정 나이가 되면 일률적으로 은퇴하는 정년제는 '연령 차별'로 영미권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추세”라며 “일본도 장기적으로 나이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연령 차별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과제가 많다. 인건비 부담이 상승하면서 현역 세대의 임금을 낮추거나 신입사원의 채용을 억제하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 70세 고용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프리랜서 계약 등 불안정한 근무 형태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닛케이는 "고령자 고용 촉진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맞춰 기업들이 채용 방법이나 인사 평가, 임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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