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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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돌이켜보니 부끄럽기만하다

이름없는 보통당원들
2013년 09월 11일 11시 32분  조회:1164  추천:0  작성자: 김명록

 
3월 8일, 이날도 도문행급행렬차는 제시간에 맞추어 새벽정적을 깨뜨리며 안도현 남구역을 쏜살같이 지나갔다.
“탕, 탕, 탕” 어지럽게 들려오는 문두드리는 소리.
“문 열어주십시요. 문 좀…” 뒤따라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이봐요. 누가 왔어요. 빨리…” 왕영명의 안해는 공포에 떨며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워낙 말수가 적고 무던한 왕영명은 안해의 다급한 소리에 와닥닥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그가 봉당에 내려서려는 순간 와지끈하고 문걸개가 마사지는 소리가 나더니 뒤미처 장승같은 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아.” 왕영명은 흠칫 놀랐다.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뒤따르는 의심과 함께 그는 방어태세를 취하였다.
때마침 안해가 전등을 켜자 캄캄하던 집안이 불시에 환해지며 두 검은 그림자의 형체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딱 붙어있었다. 그중 한사람은 온 얼굴이 피투성이였다.
“아!” 왕영명내외가 그들의 두발에 채워진 족쇄를 보았을 때 저도 모르게 새된 소리를 질렀다. 안해는 그저 벌벌 떨기만 했다.
 (도주범!)
왕영명의 틀림없는 판단이였다. 그는 궁리했다. 오래 머뭇거리고있어서는 안된다. 이자들의 몸에 무슨 흉기가 있지나 않는지? 탈옥범인지, 아니면 압송도주범인지 딱히 알바는 없으나 경찰을 해지고 도망나온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 나같은 사람을 해치기는 아주 헐할것이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그들을 전혀 당할수가 없다. 그렇다고 곰상곰상 그들의 말만 들어준다면…
“자, 이쪽 방으로 들어갑시다.”
이런 저런 궁리를 돌리던 왕영명은 아무일 없는듯이 자신을 진정시키면서 건너방에 들어가 쉬라고 두 도주범에게 말을 건늬였다. 두 도주범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여간 주의하지 않았다.
왕영명은 도주범을 피하며 단한번의 눈짓을 하였다. 그것은 이 위급함을 빨리 사람들에게 알리라는 신호였다. 이 신호는 특별한 훈련된 동작도 아니요, 부부간이 사전에 약속을 한것도 아니였지만 안해는 곧잘 그 신호의 함의를 알수 있었다.
남편이 도주범을 데리고 건너방에 들어가며 문을 꾹 닫자 안해는 문을 열고 바람같이 밖으로 나왔다. 남편이 “알리라”고 눈짓했는데 도대체 누구부터 알려야 하는가? 남편은 당원이다. 그러니 가장 바쁠 때면 그래도 당원들을 찾아가야 되지 않겠는가? 그녀는 무작정 촌당지부서기네 집으로 뛰였다.
“웬일이요? 빨리 들어오시오.” 당지부서기 양만해는 다급히 문두드리는 30대의 그녀를 인차 맞아주었다.
왕영명의 안해의 말을 듣고 난 양만해는 사태가 긴급함을 느꼈다.
양만해는 더 생각할사이 없이 집을 뛰쳐 나왔다. 그는 남구소학교 교장이며 당지부 선전위원인 진해양을 첫사람으로 찾았다. 찾아온 사연을 대충 들은 진선생은 재빨리 옷을 주섬주섬 주어입으며 밖으로 나왔다.
조직위원네 집으로 향하던 양만해서기는 인차 발길을 돌려 전화가 있는 기간민병인 양동무네 집으로 달렸다. 공안기관에 먼저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번개쳤던것이다. 전화는 인차 걸렸다. 안도현공안국형사경찰대에서는 인차 갈테니 범죄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시간만 지연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양만해서기는 그 즉시로 당지부 조직위원과 기타 당원들을 찾아 떠났다. 그런데 길가에서 그는 남구역 역장을 만났다. 남구역 역장도 양만해서기를 찾던중이였다. 역장의 말에 의하면 급행렬차가 남구역을 지날 때 웬 사람이 창문유리를 마스고 달리는 렬차에서 뛰여내려 도망했다는것이였다. 그래서 도주범이 아닌가싶어 찾는중이라고 했다. 양만해서기는 역장(공산당원임임)을 보낸후 로인과 병자들을 제외한 젊은 당원과 기간민병을 거의다 동원하였다. 10여명이 잘되였다.
이럴즈음 왕영명의 집안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
“좀 먹을것이 없소? 촐촐해서 죽겠소.” 한도주범의 말이였다.
“당신들은 왜 도망하는거요? 이 밝은 천지에서 도망을 하면 어디로 간다구 글쎄..”
게걸스레 밥을 입에 퍼넣는 그들을 보고 왕영명은 롱삼아 이런 말을 걸었다. 도망에 명을 맡긴 죄인들이라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모를쇠를 놓는것이 오히려 그들의 의심을 더 자아낸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아니, 우리는 큰 죄를 지은것이 아니라 렬차안에서 옷견들을 훔치다가…” 그들은 뒤말을 흐리였다.
“큰 죄도 아닌데 도망은 왜 하는거요?”
사람들이 모여들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겠다고 생각한 왕영명은 무척 관심을 모으는듯 우정 이런 저런 말을 늘여놓았다.
“야 이거 말도 많다. 그러지말구 이 족쇄나 끊어주오. 그러면 이 은혜를 한일 잊지 않겠소.” 두 도주범은 눈을 부라리며 위협도 해보고 좋은 말로 구슬려보기도 했다.
“다른걸 해달라면 해줄수 있지만 이것만은 정말 못하겠소. 죄를 지으면 혼자서 지을게지 나까지 죄를 짓게 해서야 되겠소? 난 못하겠소.”
집주인의 방조를 받을수 없게 된 그들은 집구석을 두루 살피다가 도끼를 발견하자 그것으로 족쇄를 까부시기 시작하였다.
“짤랑!” 족쇄가 끊어졌다. 때를 같이하여 마을 사람들이 문을 떼고 욱 모여들었다.  인젠 “자유”를 찾았다고 기뻐하던 두 도주범은 아연해졌다. 너무나도 생각밖이였다. 그것은 아련해 보이는 집주인의 안해가 지금도 그냥 저쪽방에서 우들우들 떨고만 있으리라고 여겼던것이다.
뒤이어 공안일군을 태운 찌프차도 들이닥쳤다. 도망하여 한시간도 못되여 두 범죄자는 또다시 법망에 걸려들고 말았다.
 
   ≪흑룡강신문≫ 1989.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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