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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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풍경
2013년 02월 12일 00시 09분  조회:2050  추천:1  작성자: 리창현
     설날이 내리는 눈송이와 함께 깨끗한 축복을 싣고 다가온다.  수많은 그리움을 힘겨웁게 등에 지고 갈곳을 열심히 찾아 간다.  내리는 눈송이마다에는 그리움의 자욱이 력력하기만하다. 부모, 형제, 부부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샘물에 헹구어 마음의 빨래줄에 열심히 걸어둔다.  마음의 언저리에 어지럽게 쌓였던 오물들을 세척하면서 잔잔한 행복으로 삶에 또 다른 산소를 공급하는 그런 기다림의 설이건만 말없이 밀려오는 서글픔으로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점점 비여가는 마음의 구석은 채울길 막막하고 서글픔은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기에 분주하기만 하다.  낡은것은 비우면서 자리를 내줘야 더 많은 아름다움이 다가선다고들 하지만 비울길 없는 구석에는 석유등잔만 가물거리며 얄미운 움직임을 만들고 있다.  힘든 마음 가볍게 정리하고 뜨거운 정으로 마음청소 해야 할 때건만 청소기는 줄끊어진 존재이고 걸레마다는 물기를 가두지 못한다. 엄마의 잔소리도 당시(唐诗)처럼 골동폼으로 굽은 등 펴지 못한채 한많은 사연을 거문고에 쏟는다. 줄 끊어진 거문고의 존재는 그냥 아픔만 반주할 뿐 모든 음조는 나무속에 묻혀버렸다.  거부기의 울음소리엔 바다속에 갇힌 모든 사연들이 그대로 연주를 하고 있다.  비행기의 고동소리에는 조상들의 숨결을 담은 바이올린의 아츠러운 연주가 날개에 젖은 그대로 구름의 희롱을 당하고 있다.  당하는 곳마다에는 촉촉한 그리움들이 쌓인다.  설날이다.  가족의 열기로 싸우나를 하고싶은 절절한 마음엔 파아란 잎들이 누렇게 말라가고 있었다.   옆집의 나무는 무성하게 잘도 자라건만 내속의 나무엔 가지마저 찾아볼길이 없었다. 남으로 길게 끊어진 흔적은 그대로 보이건만 드리운 아픔은 모든 나무를 통채로 삼켜버리고 있었다. 바람이 두렵고 비가 두려워서 몸부림을 남긴 유표한 흔적앞에서 새들마저 둥지를 털어간다.  스스로 무너지는 마음을 달래면서 어설프게 널려있는 꼬챙이에 색갈을 올리지만 나약한 힘앞에서 무너지는 어린 마음을 가슴으로 누를길이 없어진다.  옆집의 수도물은 성수나게 잘도 흐르건만 녹이 가득 쓴 끊어진 수도꼭지에는 파아란 이끼가 검푸르게 신음을 흘린다.  메마른 물방들은 갈길을 찾느라 방황하건만 여전히 길은 막혀있었다.  이처럼 좋은 아침에 갈곳도 없었고 오는 길도 없었으니 하얀 벽에 그림을 풀어본다.  층계는 분주하게 동정을 만들고 있었지만 닫겨진 문은 손잡이가 끊어졌다. 아예 손잡이가 필요없는 존재가 더욱 편하고 아팠다.
     풍경아닌 풍경이 설날을 만들건만 시간은 허리띠에 묶이운채 내 몸에 또 하나의 년륜을 그려넣는다. 그처럼 아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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