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조선족녀성발전촉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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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길 아니여라>
2022년 11월 08일 18시 38분  조회:146  추천:0  작성자: 연변조선족녀성발전촉진회

   연변조선족녀성발전촉진회는 우리 민족 녀성들이 민족문화와 전통을 전승하고 꿈과 사랑을 나누는 꿈터로서 전체 회원들은 자아발전을 도모하고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멋진 인생을 수놓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해란강은 흐른다> 등 중한시문학축제, <조선말사랑> 시랑송대회, <시랑송의 밤> 랑송회, 예지아컵 시랑송경연 등 다양한 시랑송대회를 수차례 기획하고 조직하면서 우리말 시사랑과 보급에 혼신을 다 바치고 계시는 연변시랑송협회 송미자회장님의 2021년 '애심녀성컵' 제7회 생활수기 은상수상작품을 올립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아이들에게 언어문화의 꿈을 심어주겠다는 일념으로 뛰여온 세월이 아니였던가?

“요즘 애들은 우리때와 완전 달라요. 한어를 얼마나 잘 하는지 한족애들과 구분이 안돼요.”   

나는 진작부터 언어학원을 꾸리고 싶었던 차에 우리말 동화구연 교실을 차리는 것으로 첫 단추를 끼웠다. 홍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집이 찾아다니며 우리말로 이야기를 해주고 동화구연을 배워주기도 하였다.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도 같이 수업에 참가하여 덤으로 배우라고 권고하였다.

본딴말들로 재치 있게 표현한 재미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체험할 수 있었다. 리듬과 률동에 맞춰 우리말 동시도 읊어주었더니 재미 있다면서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어쩌면 우리말의 감화력에 어깨가 으쓱해나는 순간이였다.

‘아’ 발음부터 다시 배워주고 교정해주어야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였다. 혀를 펴고 “아”하는 소리로부터 혀를 령활하게 굴리는 훈련을 많이 시켰다. 권설음으로 “개구리, 오리, 꾀꼬리”하던 애들이 점차 혀를 펴고 자연스럽고 류창한 우리말발음으로 바꾸어갔다. 생각밖으로 입술발음을 못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이 오면 우선 발음부터 점검하였다. 

언어학에 대한 새로운 공부와 아이들의 개성에 맞는 끝없는 관찰과 탐구가 나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호흡으로 더듬증을 교정하여 성공하였고 몇초도 진정 못하던 자페증아이도 동화구연을 할라치면 눈빛이 변하면서 몇분간씩 나와 눈을 맞추어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률동동시 읊기와 동화구연은 아이들에게 정서와 구사력에 순발력을 키워주는 아주 매력적인 말놀이였다.

2014년말, 송구영신을 계기로 ‘조선말사랑’ 장끼자랑을 펼치였는데 수십명의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학부모들과 함께 모여왔다. 무대에서 나비처럼 팔랑팔랑 뛰여다니며 표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학부모들도 무척 흐뭇해하며 이런 무대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급기야 학생들의 방명록을 뒤져보니 그 학부모는 다름아닌 룡하수력수리발전유한회사의 리금숙 경리였다.

그러던 어느날 리경리가 내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러면서 3천원을 더 내놓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후원하겠다고까 약속했다. 실로 나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2019년에 연변독서절 계렬행사중의 하나로 들어가면서 ‘룡하컵’은 길림성독서절 브랜드행사로 떠오르게 되였다. 협회가 설립되여서부터 우리 아이들이 펼친 우리말 장끼무대는 14차례나 된다.

이는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업과 정부와 출판사와 민간단체가 함께 손잡고 연출하는 우리 언어의 플랫폼이 있기에 멋진 언어문화의 환경을 만들어 갈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이 무대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이런 문화행사가 잦은 연변에서 살고 싶어요.” 우리말 랑독, 랑송, 이야기 무대에 오르고 싶어 몇번씩 차를 갈아타면서까지 연길로 찾아오는 산재지구 어린이들의 한결같은 소망이였다. 

첫 경연 때 연길, 룡정, 도문에서 온 60여명 학생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전국 각지 수백명 학생들이 호응하는 규모로 성장하였다. 우리 민족 학교와 가정들에서 중시하는 데다가 각종 위문공연이며 장끼자랑 무대에서 우리말 구연과 시랑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일여덟살 되는 아이들이 윤동주의 동시를 비롯한 여러가지 동시 10여수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노래하듯 읊자 장내에서는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정말 보람 있네요. 사명감으로 하는 사업을 어찌 돈으로 가치를 매기겠습니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언어문화의 꿈을 심어주는 일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심금을 울리는 리금숙경리의 말에 나는 내가 선택한 일이 얼마나 뜻 깊고 보람찬 일인지를 다시 깨달았다.

 

 

 

시랑송의 감화력

 

 

내가 시랑송을 고집하는 까닭은 모어에 대한 사랑만이 아니였다. 내 부모에 대한 존경이고 자존감때문이였다. 우리말 아나운서로 키우고 싶었던 어머니의 념원때문이였고 외유내강의 조선족녀성으로 살아가라는 아버지의 간곡한 기대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우리말로 된 책을 밥 먹듯이 읽으며 자랐고 그만큼 우리말공부에 있어서는 천재라고 자부할 정도로 잘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경비와 무대가 부족한 우리 협회는 설립해인 2013년에 김부식선생님의 도움으로 글로리카페에서 첫 랑송모임을 가졌다. 시인, 작가, 랑송애호가들이 함께 한 랑송회는 커피향처럼 감미로웠다. 참가자들마다 시와 함께 하는 새로운 문화생활이 너무 우아하고 기품이 있어 좋다고들 입을 모았다.

그때로부터 연변시랑송협회는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듬해 봄부터 나는 ‘자랑스러운 내 고향 알기’ 문학캠프를 조직하여 우리 력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한편 시랑송모임도 겸하여 운영하였다.

“그때의 그 매력적인 랑송을 잊을수 없습니다. 보는 순간, 그토록 랑송을 좋아하시던 조선어문선생인 저의 아버지를 다시 떠올렸고 나도 같이 하고 싶다는 충동을 받았죠. 그래서 쭉 해왔는데 지금도 랑송을 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내 인생에서 참 잘한 일이죠. ”

그는 늘 “저에게 시랑송은 주업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시랑송에서 받는 에너지가 제 삶의 활력소로 되여줍니다.”라고 하였다.

교단에서 수십년간 수많은 문학인들과 랑송인들을 양성해낸 김동식선생님, 86세의 고령에도 시를 암송하고 젊은이들과 겨루어 금상까지 수상한 김형자선생님, 그들은 조상들의 얼이 스민 언어를 아름다운 예술적 형식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주고 있다. 그들의 경력과 랑송사랑은 나에게 시랑송문화가 얼마나 절실하고 필요했는지를 다시 한번 깨우쳐주고있다.

시랑송문화가 전국 각지로 확산되기 시작한 전환점은 2016년 연태에서 있은 전국애심녀성포럼 워크숍에서였다. 그 때 나는 처음으로 연변녀성발전촉진회 회원들의 시랑송을 준비해가지고 참가하였다. 3일간의 워크숍을 통해 나는 아이가 어른이 된 기분이였다.
   우리가 준비한 합송 〈혼의 노래〉가 장내에 울려퍼질 때 몇백명 녀성들이 같이 열광하던 감동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고향을 등지고 타향에서 살아가는 녀성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랑송이였다. 한번의 리허설도 없이 무대에 나선 리령 예술위원장의 무용이 퍼포먼스로 멋진 하모니를 이루면서 랑송예술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나도 굽은 나무 되리라
나도 못난 나무 되리라
지지리 못난 나무가 되여
고향의 선산 푸르게 하리라

 

당시 우리 합송이 주최측으로부터 특별상을 받으면서 시랑송문화의 가능성을 내다보게 되였다. 그때 받은 에너지가 나에게 멈출수 없는 막강한 힘으로 작용하였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이를 계기로 나는 시랑송으로 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광동성조선족녀성협회 전명숙회장은 연변시랑송협회에 가입하여 우리가 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경제적인 후원도 아끼지 않았다.

  전경숙의장은 솔선수범하여 선수로 나섰으며 “시랑송문화도 우리 언어문화의 정수”라면서 격변기에 처한 우리 언어문화를 살리기에 힘을 합치자고 호소하였다.

2020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온 세상이 마비된듯한 지루한 시간들이 지속되였다. 그 지루한 시간들속에 지친 령혼들을 보듬어 준것이 시랑송문화가 아니였을가고 자부한다. 시인들은 힘들고 지친 령혼들을 다독일 수 있는 시를 끊임없이 창작해 보내왔고 전국 각지에 있는 시랑송애호가들은 앞 다투어 그 시들을 읊어나갔다. 협회의 홍승현부장이 부지런히 음악을 제작해주었기에 모든 작업은 일사천리로 거침없이 이어갈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낯선 삶의 방식을 터득하면서 배려와 격려와 관심의 씨앗을 가슴마다에 뿌려준 2020년의 봄은 비록 불안하고 우울하였지만 시랑송이 있어 그나마 견뎌낼수 있었다고 많은 이들이 인정해준다.

오프라인 랑송강좌도 온라인 모드로 바꿨다. 처음의 음성강의로는 효과가 그닥잖아 영상강의로 바꾸었더니 전국 각지로부터 많은 젊은 랑송애호가들이 몰려왔다. 몇번의 강의를 듣고 나서 다음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나는 기뻤다.

“시랑송강의가 있는 화요일이 무척 기다려지네요. 갈증에 목 말라있던 제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입니다.”

  

슬프게 이 시를 읊조렸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어찌 혼자서 걸어온 길이라 하랴? 얼마나 많은 나와 같은 이들이 갈망하면서 함께 하여왔던가? 또 얼마나 많은,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이 응원해주고 힘을 보태여주고 있는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이 아니였음을 이제야 진정 알았다.

내물이 모여 강이 되고 강이 모여 바다가 되듯이 하나하나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우리는 외유내강의 자질을 갖춘 막강한 군체로 거듭 날 것이다. 그날을 기대해본다.

《연변녀성》 2021년 10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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