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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리영해
여름 연가
玉光 / 리영해
해묵은 느티나무에 앉은
뻐꾹새 입에서
뜨거운 아침이 터져나온다
더운 낮, 매미소리는
너와 나의 유년으로 돌아가
나로 하여금
여름 편지를 쓰게 한다
글을 쓰는데
가슴이 왜 이리 뜨거워질가
가슴 뜨거운 건 여름 탓만이
아닌 것 같구나
내 작은 가슴을 키웠던
맨드라미 봉선화 접시꽃들
괜히 우리 연가를 훔쳐 듣고
검연쩍게 웃음을 던지며
여름 앓이를 하는가 보다
가을 동심
허수아비가 흔든 황금물결
일렁이는 동심의 애틴 얼굴들이
벼 익은 논두렁에서 소리친다
놀란 메뚜기 방아깨비 당차게 뛰고
긴 석양 길 고추잠자리 맴돈다
그런 시절이 이젠 꿈만 같다
지금 개울물 흐른 소리
지금 넓고 깊은 파란 가을
지금 노랗게 익은 벼들
도화지 위의 삶이 수채화로 변해버렸다
빛바랜 탐욕도
지나간 애증도 털어버리고
알알이 숨겨둔 정(情)을 꺼내며
가을 허수아비처럼
가을 동화처럼 살리라
가을 사랑
가을엔 지나가던 사랑이라도
어부의 그물에
물고기가 걸리듯
내 마음그믈에 덜컥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여직 남국의 관문 밖에
못다한 노래를
주인 없는 문패처럼 걸어놓았습니다
태양과 별의 운명처럼
외로운 내 곁의 빈자리에
서러운 발걸음을 참아야 했습니다
이젠 숙성되여버린
세월의 짝 찾은 갈매기처럼
참그림자와 동행하며
황혼의 사랑은 함께 노을이여야 합니다
가을 편지
찬 이슬 내릴 때
마지막 한잎에
누군가의 그리움을 생각하며
한줄 두줄 끝까지
가을편지를 씁니다
엽서 받을 때의 마음으로
폰 열 때의 설렘으로
멀고 긴 회한을 넣고
애틋한 사연도 넣어
가을 여백에 사랑을 채워봅니다
마침표와 쉼표
아쉬운 짧은 여백도
다시 깊게 훑어보고
웅크린 봉투 봉인하여
가을 냄새에 실려 보냅니다
2022년《연변문학》제12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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