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연하
http://www.zoglo.net/blog/zhangyanhe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수필(살며 생각하며)

증명사진속 나의 모습
2009년 04월 08일 07시 11분  조회:2630  추천:42  작성자: 장연하
얼마전 기자증을 다시 하면서 . 편집부에서 통일적으로 사진관에 가 같은 규격으로 증명사진을 찍게 되였다. 오랜만에 찍는 증명사진이라 특별히 얼굴화장에 신경쓰고 옷색갈도 사진에 잘 나오는 원색으로 골라입고  갔다.

친절한 사진사의 안내에 따라 카메라앞에 앉는데 금방까지 내 맘대로 되던 안면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이 들어가 치켜떳는지 사진사가 앵글의 아래쪽을 보라고 주문한다. 미소는 지어야지 하면서도 어색하게 이를 앙다물고 눈은 째려보듯이 앞을 보다가 어쩡쩡한 기분으로 의자에서 내려왔다. 한번만 다시 찍어보자고 말해보고싶었지만 그냥 참고말았다.

그런데 그자리에서 나온  증명사진을 보면서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흰 바탕에 보통증명 사진보다 사이즈가 큰  사진은 아주 정직하게 나를 옮겨 놓았다. .정성들인 화장임에도 불구하고 더도 덜도 아닌 딱 내 나이만큼 보이는 영락없는 중년아줌마의 모습을 하고있는 나, 애매한 미소를 띤 모습은 어색하게 굳어져있었고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는 입매는 대칭이 안되게 나와있었다.

사실상 증명사진이라는게 혼자서 찍어야 하는거라 표정관리하기가 무척 어렵다. 친구들과 가족들과 어울려 찍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보통은 굳은 표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웬지 내 모습이 아닌것 같기도 하고 실망감은 더더욱 커지는것이다.

지금껏 가족과 친구들과 찍은  사진첩에 보관된 나의 사진들은 실물보다 잘 나왔다. 나를 조금은 괜찮게 보이게끔 만드는 기능이랄가, 여지가 있었다. 물론 내가 너무 정직하게 찍힌 이상한 사진들도 많았지만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슬금슬금 사라지고말았다. 마치 사진에 발이 달려 저들이 스스로 잠적해버린것처럼. 나는 잘된 사진만,  내가 보고싶은 사진만  보았다. 장점은 보고 단점은 외면하였다. 보고싶지 않고 인정하고싶지 않은 부분들은 머리 속에서 지우고 휴지통속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결코 잘생기지 않은 얼굴을 거울로  들여다보면서 그런대로 괜찮은 얼굴로 윤색해버렸고 마흔 넘은 나이에서 오는 여유까지 보태여 내 얼굴에 그지없이 너그러울수 있었던것이다.

그런데 사진속의 나는 불과 몇메터 앞에 놓인 카메라 렌즈를 의식한듯 입을 앙다물고있었다. 좀더 멀리, 먼 미래의 꿈을 향해 시선을 두었더라면 좋았을것이다. 바로 앞을 쏘아보는 눈매에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숨기지 못하고있는듯 하였고 뺨과 턱에는 욕심이 붙어 자라고있었다. .  증명사진속에는 애써 숨겨두고 인정하고싶지 않았던 나의 결점이 송두리째 드러나 있었다. 거짓은 언젠가, 어느 경로를 통해서든 드러나기마련이다. 남보다 나 자신이 먼저 알아보는 나의 참모습을 말이다.

. 누군가가 한 명언이 떠오른다  " 나는 나의 증명사진을 통해서 아무것도 증명하고싶지 않다. 어떤것을 증명하는것은 내가 아닌 내 사진들이고, 그 사진들로부터 가르침을 받는쪽은 나이다." 아주 쉬운, 단순한 말이지만 곱씹고 곱씹어 볼수록 너무 가슴에 박하는 말인것 같다.

증명사진을 보면서 나의 전부를 살아온 날들의 집합을 보는것 같다. 왜 좀 더 반듯하게 살지 않았을까…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번 사진은 내 사진첩속에서 오래도록 머물게 될것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1 ]

Total : 41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1 다정한 안부 2022-01-12 0 571
40 “두가지 부담 경감"후 달라져야 하는 것들 2021-09-13 0 635
39 기침례절, 손씻기는 건강을 지키는 기본수칙 2020-12-17 0 792
38 다시 떠올리는 장인정신 2020-11-19 0 856
37 제2의 사춘기 그리고 졸혼 2019-11-20 0 1280
36 스모그 ,미세먼지 남의 이야기 아니다 2019-04-11 0 1182
35 부모인가, 학부모인가? 2019-02-28 0 1148
34 풍요 속의 빈곤, ‘행복의 역설’에서 벗어나기 2018-05-28 0 1100
33 “밥상머리”교육 왜 필요한가 2017-12-06 0 1140
32 결혼식 "음악회" 2017-10-12 0 925
31 퇴직과 로년은 다르다 2017-08-04 0 1017
30 운전자의 인격과 매너 2017-04-27 0 1169
29 스마트폰 역설에서 벗어나기 2017-03-31 0 1114
28 연변으로 오세요! 2017-02-08 0 13897
27 나이값 하기 2017-01-05 0 1424
26 "굿가이 콤플렉스" 2015-07-09 0 1873
25 "우리 말을 잘 할수 없어서 부끄럽습니다" 2009-09-23 73 4134
24 몸도 마음도 백성들속에 머물러야 2009-07-09 63 2463
23 모아산 개발하지 않는것이 곧 개발이다 2009-06-17 42 3026
22 친구의 일침 2009-05-19 47 2593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