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http://www.zoglo.net/blog/zhengrenjia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없는 자가 너덜대기는?
2012년 07월 24일 14시 25분  조회:6612  추천:12  작성자: 정인갑

없는 자가 너덜대기는?


정인갑

 

‘穷哆嗦’란 말이 있다. 북경 음은 ‘츙둬숴’이고 동북 음은 ‘츙떠서’다. ‘없는 자가 너덜대다’이다. 우리겨레는 한족(漢族)에 비해 너덜대기를 좋아하며 그러므로 돈이 마를 수밖에 없다.

필자의 고향은 조선족1/4, 한족3/4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조선족은 논농사, 한족은 밭농사, 그 소출은 논은 무당(200평) 500kg, 밭은 무당 200~300kg이다. 벼는 kg당 0.3원(元)이고 밭곡식은 kg당 평균 0.16원이다(1980년대). 조선족이 한족보다 퍽 잘 살아야 맞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족은 벽돌기와집에서 살고 조선족은 오막살이 초가집에서 산다. 무슨 군일(결혼 등)이 생기면 한족은 100~500원씩 척척 내는데 조선족은 10원이 없어서 벌벌 떤다. 조선족은 평시에 너덜대며 다 써버렸고 한족은 웬만한 일에는 너덜대지 않다가 요긴한 대목에만 쓴다. 조선족은 아침, 점심, 저녁에 다 술이며 결혼, 생일 등 잔치도 많고 구경거리도 많으며 놀이도 많고 내는 턱도 많다.

마을에 한족 양 과부가 사는데 찌들게 가난했다. 그런데 아들이 장가갈 때 삼간 벽돌기와집을 짓지 않겠는가! “어디서 돈 생겼나?” 과부 왈: “돈이 80전 있으면 20전 보태 지갑으로부터 궤안으로 옮겨 넣고, 8원이 생기면 2원 보태 궤안으로부터 저축소로 가져가기를 25년간 하였더니 삼간 벽돌기와집이 생기더라.”

북경인은 대부분 각종 잔치를 안한다. 이따금 이런 일을 목격한다. 직장 동료가 각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시탕, 시옌(喜糖, 喜煙)!”하며 사탕 열 아문 알과 담배 한 갑 놓고 나간다. “언제 결혼했나?” “서너 달 됐어.” “축하!” 이것으로 끝. 단 신랑, 신부 불알친구 열 아문, 두 집 사돈 열 아문이 모여 밥 한 끼 먹으며 그때 내는 부조는 보통 2천~1만 원이다.

필자는 북경의 직장에서 25년 근무하며 같은 편집실 동료의 결혼 두 차례에 선물용으로 52원 쓴 것이 전부다. 만약 연길에 살았다면 월당 군일에 두 번 참가했어도 25년에 600번, 책 몇 권 쓸 시간이 낭비되었을 것이며, 한 번에 200원씩 부조했어도 12만 원, 또한 술 때문에 간병에 걸려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인도 너덜대기를 좋아하기는 마찬가지. 필자가 사는 인천 모 3거리에 며칠에 한번씩 ‘☓☓축제’라는 현수막이 바뀐다. 한국에 대형 축제가 1년에 1,200여 번이라고 한다. 인구가 한국과 비슷한 중국 요녕성은 대형축제가 1년에 1백번도 되나마나한데 말이다. 축제 한 번에 1~5억 원을 날린다. 축제에 몇 번 가 봤는데 너덜댈 뿐 별 효과가 없는 듯.

혹자는 말한다: ‘사람이 살며 너덜댈 재미마저 없으면 무슨 멋인가?’ 필자도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한족 속에 끼워 사니 ‘너덜댈’ 기회가 적어 단조롭다. 그러나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필자의 한족 동료들이 은퇴한 후에 부부동반으로 ‘작년은 유럽이다, 금년은 구 쏘련이다, 명년은 호주다, 후년은 미국·캐나다이다’라고 관광을 하며 유람기도 출판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족들은 고향나들이 한번 하려고 해도 경제력이 모자란다.

이제는 우리 겨레도 생활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모여서 술 몇 잔, 노래 몇 수, 춤 몇 번의 식으로 ‘너덜대’는 삶을 사는 것도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 수준을 좀 더 고상하고 뜻 깊은 데로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즉 재테크와 취미추구의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11 ]

Total : 13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9 '동이', '둥궤' 2006-06-28 69 7340
38 '찰떡 벽'에 대한 단상 2006-06-28 78 6591
37 령수증 趣談 2006-06-28 91 6153
36 중국인과 한국인의 청탁문화의 차이 2006-04-07 80 6607
35 중국인과 한국인의 보복문화의 차이 2006-04-07 97 6532
34 '총각' 2006-03-20 102 7568
33 '網言可畏' 2006-03-20 87 6416
32 天賦, 취미 및 三術 2006-03-20 83 6010
31 '개띠' 2006-01-13 88 5974
30 神刀 2006-01-11 57 5567
29 '本我' '自我' '超我' 2006-01-10 67 6613
28 심상치 않은 '손님' 화제 2005-12-14 86 11290
27 중국산은 맛이 없다? 2005-12-03 84 7053
26 '명함' 2005-12-03 72 6696
25 '儒敎' 析 2005-12-03 72 6451
24 中韓間의 고유명사 논란 2005-11-17 48 7402
23 한자와 우리민족 2005-09-07 82 7268
22 우리민족의 개고기 음식문화 2005-09-07 66 6896
21 북경진출 조선족 학부모에게 충고한다 2005-09-07 74 6360
20 조선어출판물에 한자를 섞어 써야 하는 리유 2005-07-07 74 6393
‹처음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