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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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검증(상)
2005년 02월 16일 00시 00분  조회:7113  추천:76  작성자: 관리자
역사의 검증(상)

정인갑|中華書局 編審, 辭典部長


어떤 문제에 대하여 현시점에서는 시와 비의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때 ‘장차 역사의 검증에 맡기자’라는 말을 잘 쓴다. 한동안의 시간이 흐르면 시비가 저절로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한동안의 시간’은 얼마 길어야 하는가? 문제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1989년 봄 베이징대학생들이 후야우방(胡耀邦)에게 사면복권 해 주어야 한다며 들고일어났다. 그것이 구 소련 공산당총서기 고르바초프를 따라 배워야 한다는, ‘선 정치개혁, 후 경제개혁’을 슬로건으로 하는 대학생들의 대형 시위, 톈안문(天安門) 광장 단식으로 이어졌다. 세계를 뒤흔든 ‘톈안문 사태’다.

약 1995년경에 이르러 구 소련과 유고의 해체, 전반 동구권 개혁개방의 실패, 유독 중국 개혁개방의 성공 등 사실 앞에서 중국의 ‘선 경제개혁, 후 정치개혁’이 옳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949년 중공 정부가 수립될 때 국호를 ‘중화민국’으로부터 ‘중화인민공화국’으로 고쳤다. 참신한 정권이면 의례 참신한 국호, 당시에는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 후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 가입, 타이완(臺灣)과의 관계 등 일련의 문제에서 국호를 고쳤기 때문에 입은 손해가 막심하였다.

1959년에 마우저둥(毛澤東)은 ‘원래의 국호를 썼을 것 잘못했다’고 후회하였다고 한다. 하물며 원 국호도 위대한 혁명 선행자 순중산(孫中山)의 신해혁명의 산물이며 새 국호와 의미상에서도 다른 점이 없고 다만 쟝쪠스(蔣介石)에 의해 잠깐 오염되었을 뿐이니 말이다. 이를 깨닫는데 10년이 걸렸다.

1950년대 후반 마우저둥은 무산계급독재 하에서의 ‘부단혁명론(不斷革命論)’을 구상해냈다. 무산계급이 정권을 쥐었지만 집권층 안에 자산계급 대리인이 많으므로 혁명을 통해 끊임없이 숙청해내야 한다는 그럴듯한 발상이다.

이 이론에 따라 1957년의 반우파(反右派), 1962~4년의 사회주의교육 즉 사청(四淸), 1966~9년의 문화혁명, 1970~5년의 비림비공(批林批孔)․반우경번안풍(反右傾飜案風) 등 정치운동을 수없이 하였다. 1978년 중국공산당 11기 3중 전회(十屆三中全會)는 이를 부정하는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정’을 내놓았다. ‘부단혁명론’의 오류를 인식하는데 20년이 결렸다.

1917년 소련이 창건되며 생산자료의 국유화와 계획경제를 핵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경제제도가 생겼다. 그 후에 생긴 12개의 사회주의 국가는 물론 모두 소련의 경제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그에 대해 의심한 자가 없었다.

그러나 계획경제의 병폐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재래식, 경전식, 계획경제식 사회주의가 1978년에 먼저 중국에서 부정되었으며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대체되었다. 장장 60년이 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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