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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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에 충고한다(상)
2005년 02월 20일 00시 00분  조회:6870  추천:68  작성자: 관리자
한국 기업에 충고한다(상)

정인갑|中華書局 編審, 辭典部長


필자는 한국의 큰 기업에서 현재 근무하고 있거나 과거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들에게 ‘한국 기업이 어떠냐’라는 질문을 자주 해보곤 한다.
본문에서 칭찬의 말은 할애하고 핀잔의 말만 거론하여 보련다. 핀잔의 말도 각자 다르지만 두 가지만은 거의 일치하다. 첫째는 ‘노 사원이 신입 사원을 못살게 군다’이고 둘째는 ‘고정된 퇴근 시간이 없다’이다.
신입 사원에게 업무 기능을 차근차근 가르쳐 주지도 않고 조금만 일을 서툴게 하면 “이 자식 개×도 모르네”라는 욕바가지를 퍼붓는다. “×팔” “싸가지 없는 새끼” 따위의 욕은 식은 죽 먹기고 심지어 뺨을 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들에게 한국 기업이 정말 이러냐고 문의하였더니 대개 맞는 말이라고 하며 이런 현상을 거의 정당하게 본다. 신입 사원을 ‘민며느리’처럼 다루며 길을 들여야 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신입 사원을 엄격히 요구하는 것은 좋지만 虐待型을 취해서는 안 된다. 인격상의 모욕보다 더 서러운 일이 있겠는가? 한국에서면 몰라도 중국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높은 봉급 때문에 마지못해 참는 것이지 달갑게 수긍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대받은 자의 마음의 상처는 두고두고 가셔지기 어려우며 학대한 자는 반드시 그로 인한 유형, 무형 또는 직접, 간접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저녁 6시 퇴근으로 돼 있지만 6시 정각에 퇴근하는 날이 많지 않다. 더 한심한 것은 팀장이 앉아 있으면 그 밑의 사원들은 할 일이 없어도 감히 자리를 뜨지 못한다. 컴퓨터를 켜고 허우적거리며 일 하는 흉내라도 내다가 팀장이 가방을 들고 나가야 비로소 회사를 떠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우선 노동법에 위반된다. 중국 기업이나 기관이 이렇게 처사했다가는 큰 일 난다. 근무 시간을 연장하려면 우선 본인의 동의를 거쳐야 하고 연장 시간에 따르는 보수를 주어야 한다. 그것도 간혹 있어야 하는 일이지 경상적으로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구미 회사에서 근무하는 자들에게 문의하니 팀장의 눈치를 보며 퇴근하는 현상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한다.
물품을 생산하는 일이면 몰라도 대개 일한 시간과 그 성과가 꼭 정비례되는 것은 아니다. 일을 시간 무제한으로 할수록 상쇄相殺되는, 쓸모 없는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중국이 주당 이틀을 쉬고 하루에 일을 6~7시간 정도만 하여도 고속도 성장하는 예가 이를 반증한다.
상기의 현상을 현대 기업의 관리 방법이라 할 수 있겠는가! 제집 식구들을 데리고 일하는 종친제의 탈을 아직 벗지 못했다는 느낌도 준다. 한강 기적을 창조한, 아시아 4마리용의 하나라는 이미지와 너무나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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