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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은 맛이 없다?
2005년 12월 03일 00시 00분  조회:7055  추천:84  작성자: 정인갑
중국산은 맛이 없다?

정인갑


이 글은 본 사이트에 실린 박영철 선생님의 문장 <중국산 김치에 대한 언론 플레이를 우려한다>(포럼마당글 No.389 참조)에 대한 보충으로 쓴다.

朴은 한국 언론이 중국산 농수산물은 무조건 저질이고 불량이라고 모독한데 대하여 못마땅한 행위라고 질책하였다. 잘 쓴 글이라고 생각되지만, 朴은 다른 또 하나의 문제―한국인들이 중국산 농수산물 자체를 맛없다고 하는 데 대하여 생각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朴의 문장에는 '중국산은 맛있을 수도 있는데 질량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저질을 한국으로 수출하였기 때문에 먹지 못할 물건이다'라는 저의가 깔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필자의 취지는 이것이 아니라, '중국산은 우수품질이라고 하여도 한국산에 비하면 맛이 없다'라는 문제이기 때문에 朴이 언급한 문제에 비하여 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필자는 한국을 자주 드나드는 중국인들, 특히 한국과 농수산물 무역을 하는 중국인들로부터 자주 이런 말을 들어왔다: "날마다 중국산 농수산물을 먹는 한국인들로부터 중국산이 한국산보다 맛없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상한다."

필자 자신도 이런 체험을 한 적이 있다. 한국에 갈 때 잣이나 참기름을 선물로 주곤 했는데 "중국 잣, 한국 잣보다 맛이 없어", "중국 참기름, 한국 참기름보다 맛이 없어"라는 말을 듣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상하곤 하였다.

이 말은 한국인들의 "身土不二"의 신념에서 나온 애국 정서의 반영에 불과하지 한국인들이 설마 마음속으로도 중국산을 무조건 맛없다고 여기겠는가고 필자는 생각해 왔다. 따라서 한국인들의 이런 정서를 좋게 해석하며 리해해 주었다.

그러나 아래의 체험을 통해 여기에는 한국인들의 편견이 없지 않음을 발견했다.
어느 우연한 기회에 필자는 서울 가락 농수산물 시장을 돌아보게 되였다. 한국에서는 가장 큰 농수산물 시장인데 없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중국산도 적지 않은데 모두 한국산보다 퍽 싸며 맛이 없기 때문이라고 가게 주인들은 일제히 말한다. 마늘, 참깨, 海魚 등을 두 무지로 갈라놓고 "이것은 한국산, 맛있으므로 비싸고, 저것은 중국산, 맛없으므로 싸다"고 하지 않겠는가!

두만강 양쪽에 위치한 같은 백두산에서 자란 잣이 도랑 하나를 사이에 두었다고 맛이 다를 소냐! 동풍이 불면 조선(한국)의 잣이 중국으로 날려 떨어지고, 서풍이 불면 중국의 잣이 조선(한국)으로 날려 떨어지는데 한국산, 중국산이라고 가를 수 있으랴! 너무나 語不成說이다.

한국의 西海와 중국의 渤海•黃海는 서로 붙었으며 물고기가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는데 한국산과 중국산을 가를 수 있으랴! 또한 중국 漁船이 한국 漁船과 이웃하고 고기를 잡으며 잡은 고기를 한국 어선에 밀수로 넘겨주는 예도 많다고 한다. 배가 다르기 때문에 맛이 틀릴 수 있는가? 터무니없는 소리다.

같은 품종의 농수산물이면 일반적으로 북으로 올라갈수록 맛이 있다. 아마 성숙하는데 걸린 시간이 길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내의 예로 입쌀, 밀가루, 고사리, 도라지, 깨, 목이버섯, 시금치…등은 모두 북방 산이 남방 산보다 맛있다. 그러면 한국산은 중국 북방 산보다는 맛없고 남방 산보다는 맛있음 즉 하다.

또 보통 건조한 지대, 사막지대의 농산품이 평원지대, 습한 지대보다 맛있다. 필자는 중국 新疆(신강) 출장의 체험을 통하여 그곳 사막지역의 밀가루가 다른 지역의 것보다 퍽 맛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다. 그것은 건조한 지대, 사막 지대의 토질에 알칼리성이 강하며(즉 짜며) 짠 흙에서 자란 농산품이 더 맛있다는 것이다.

사막지역의 양고기, 쇠고기도 다른 지역의 것보다 퍽 맛있는데 역시 그 짠 흙에서 자란 풀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필자는 어릴 때 한족이 3/4, 조선족이 1/4인 마을에서 자랐다. 조선족 집에서 돼지를 잡으면 한족들이 불티나게 사가곤 했다. 조선족이 기른 돼지고기가 더 고소하며 맛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을 물으니 조선족은 먹는 음식이 짜며 짠 음식의 찌꺼기를 받아먹은 고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계발을 받은 생각이긴 하지만 한국산 가축의 고기가 맛있을 가능성은 있겠다. 한국인의 풍속에 시골집에서 아기가 똥을 싸면 '워―리!, 워―리!' 하며 개를 불러 들여 먹이며 심지어 아기의 엉덩이, 항문까지 핥아먹게 한다. 한 집에 자식을 대여섯씩 기르는 그 시대에 아기 엉덩이만 핥아먹어도 반 포식은 했음 즉 하다. 그런 개고기나 제주도의 똥 돼지가 맛있는 원인은 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짠 간을 먹였기 때문이다. 한우가 미국산 쇠고기보다 더 고소한 원인 역시 먹인 사료의 구별 때문이다.

그러나 배합사료로 산업화•기계화 사육하는 현 시대에 이런 구별점도 점점 퇴색돼 가고 있다. 지금 뜨물을 먹여 키운 돼지, 아기 엉덩이를 핥아먹은 개, 콩깻묵을 먹여 키운 소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렇게 보면 한국산 가축의 고기가 더 맛있을 가능성마저 없어졌다.

중국산과 한국산을 대조하는 상기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같은 바다의 수산물은 맛이 같을 것이고 농산물은 어느 것이 더 맛있다고 말하기 딱하며(중국 淮河 이북의 농산물 및 서북 사막지대의 농산물은 한국산보다 맛있고, 淮河 이남의 농산물 및 동남 평원지대의 농산물은 한국산보다 맛이 없으며) 축산물은 그 산지가 주요하게 사막, 초원지대인 중국산이 한국산보다 더 맛있을 것이다.

만약 기어코 맛있다고 우기면 한국인의 습관에 따른 입맛이지 객관적인 맛이 아니다. 필자의 집에 식모를 여럿 써 봤는데 음식을 잘하는 식모가 만든 음식도 처음에는 맛이 없어 보인다. 식당의 요리사를 더 좋은 자로 바꾸어도 그 식당 단골 손님의 입맛에는 오히려 맛이 없어 보이는 수가 있다. 모두 이미 습관된 입맛 때문이다.

한국산이 중국산보다 좀 맛있어도 체면상 중국인 앞에서 좀 삼가해야 하겠는데 하물며 그런 근거도 없는 판에 이런 말을 식은 죽 먹듯이 할 필요가 있겠는가?

1987년 그때 한국 시장의 땅콩 소매가격이 중국 농촌의 땅콩 도매가격의 40배였다. 필자는 일찍 한국의 식품가공업자와 승용차로 중국 산동반도를 일주한 적이 있다. 서울 5•16광장 몇 배 크기의 땅콩 밭을 바라보며 그 한국인은 "아하! 중국에 비기면 한국의 농사는 소꿉장난에 불과하구나!"고 한탄한 나머지 "이제 우리는 중국을 파먹는 수밖에 없구나!"라고 하였다.

이것이 바로 한국 농산물과 중국 농산물의 게임이다. 이런 현실을 直視하고 '중국산은 맛이 없다'는 奇談과 '중국산은 무조건 저질이다'라는 怪論을 던지고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이로 하여 오히려 한국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루속히 포기하여야 할 때가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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