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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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 想 罪’ (정인갑57)
2007년 08월 02일 19시 48분  조회:5501  추천:74  작성자: 정인갑

‘思 想 罪’

정인갑

  필자는 최근 한 차례의 경력을 회고하며 ‘사상죄’라는 문제를 반복 심사숙고하고 있다.

  1970년 필자는 군인의 몸으로 長春第一自動車工場에 입주하여 지좌(支左: 혁명적 좌파를 지원)를 하였다. 공장의 혁명 좌파를 부추기고 '계급의 적'을 타격하며 그릇된 사상을 비판하는 정치운동을 진행하여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그 취지다. 필자는 發動機分廠 軸齒車間을 담당하였다.

  어느 날 오후, 車間에 나가니 車間主任이 필자에게 그 날 오전에 일어난 심상치 않은 사건을 알려주었다. 동우군(가명)이란 본 직장의 젊은 근로자가 출근하자마자 車間주임 사무실에 앉아서 외쳐대었다:

  “고구마, 고구마, 나는 감자, 나는 총사령관 감자! 전국적인 폭동 개시. 북경 총진격 당장 착수! 포병부대는 중남해를 포격할 것, 제1부대는 북경 서부를 진격할 것, 제2부대는….” 車間주임 등은 동우군을 공장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청진기를 동우군의 가슴에 대고 의사 문: “어디가 불편하지?” 동 답: “林彪는 나쁜 놈!” 의사 문: “머리가 아프지 않나?” 동 답: “劉少奇는 청렴한 관리.” 의사 문: “엊저녁 무슨 꿈을 군 것 아닌가?” 동 답: “문화대혁명은 엉터리.”…

  필자는 이내 동우군을 공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필자 문: “당신 오늘 무슨 큰 일을 하고 있다던데?” 동 답: “전국적인 폭동을 명령해 놓았는데 모르겠다.” 문: “당과 국가의 최고 지도자에 대해 무슨 견해가 있다면서?” 답: “없다.” “’임표는 나쁜 놈’, ‘유소기는 청렴한 관리’ 등 말을 했다면서?” “아, 그렇게 생각한다. 무슨 잘못된 점이 있는가?”

  “그러면 반동이고 나라를 반대하는 역적이 아닌가!” “왜 역적이라는 감투를 씌우나?” 필자 왈: “임표는 모주석의 계승자라고 헌법에 씌어있는데 임표를 반대하면 헌법을 반대하는 거고, 헌법을 반대하면 나라를 반대하는 역적이 아닌가!” 동 답: “그렇다면 나를 반동, 역적이라는데 동의한다. 반동, 역적이면 어쨌나!”

  필자는 이내 그를 발동기분창 廠長(군인)의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차간주임 전원 회의를 하다가 금방 휴식하는 때였다. 필자는 창장과 뭇 차간주임 앞에서 그와의 담화를 다시 한번 되풀이하고, “왜 임표와 문화대혁명을 그렇게도 적대시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흐느끼며 울부짖었다:

  “한번은 어느 거리를 지나는데 군중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나의 부친을 투쟁하고 있었다. 부친은 고깔모자를 쓰고 목에는 역사반혁명이라 쓴 간판을 걸고 꽹과리를 두드리며 ‘나는 역사반혁명분자다!’ ‘모주석과 혁명군중에게 사죄한다…’라고 외치더라. 그때 만약 기관총이 있었더라면 투쟁에 참가한 사람들을 다 갈려 죽였을 것이다. 희틀러 못지 않은 閃電戰(電擊戰)을 일으켜 공산당이고 뭐고 다 없애버리고 싶었다.”

  “이놈은 지금 극도의 반동 사상을 억제하지 못하여 이렇게 내뱉고 있다. 혹시 정신분열증에 걸렸을 수도 있고…”라는 말을 남기고 필자는 창장 사무실을 나왔다.

  공장 혁명위원회는 즉시 동우군을 길림성혁명위원회에서 지정한 公主嶺市 정신병 監定所 실어갔다. 이 소식을 들은 발동기분창의 수천 명 종업원들은 계급의 적개심에 격양되어 퇴근하지 않고 동우군 聲討대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8시경 동우군을 실은 차가 공장으로 돌아왔으며 ‘僞病(꾀병)’이라는 감정 결과를 선포하였다. 수천 명 종업원들은 즉시 동우군 성토대회를 열었다. 이튿날 성토대회는 전 공장으로 확산되었으며 5만 명 종업원들은 일제히 동우군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며 들끓었다.

  약 둬 달 후 길림성혁명위원회의 책임자 한 분(군인)이 찾아와 이미 조사한 동우군 사건 始末을 필자와 확인하였다. 그런 후 동우군에게 10년의 실형을 내렸다고 알려주었다. “아니, 이런 악독한 반혁명을 사형에 처하지 않는다니, 말이 되느냐?”며 필자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책임자 왈: “동우군의 사상이 극도로 반동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광범위한 군중을 煽動하는 행동에 옮기지 않았기 때문에 죄가 없다. 사상 자체는 죄가 아니다. 환자가 의사에게 한 말이나, 반역자가 국가 권력자 앞에서 한 말은 죄로 취급할 수 없다. 그가 창장, 車間주임에게 한 말을 죄로 취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신에게 한 말도 죄가 아니다. 군대는 나라 권력의 전형적인 대표이며 군인 개개인도 권력자에 속한다.”

  “마땅히 동우군을 무죄 석방해야 하는데 민심이 두려워 마지못해 일단 10년 언도를 한다. 오히려 당신에게 착오가 있으며 엄중하다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의 자백을 유도하였다. 다른 사람이 나쁜 말을 하게끔 유도한 행위는 엄중한 착오다. 물론 우리는 당신의 행위를 충분히 이해하며 당신을 처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팔자는 아연실색하였으며 심지어 당황해졌다….큼직한 계급의 적을 붙잡아냈다는 표창을 받기커녕 하마트면 처분을 받을뻔 하였으니 말이다..

  그 후 약 반년이 지난 어느 날, 필자는 아침 구보(驅步)훈련을 하다가 우연히 길가에 서있는 동우군과 부딪쳤다. 깜짝 놀랐으며 마음이 섬뜩하였다. 즉시 길림성혁명위원회 당국에게 왜 동우군을 놓아주었나 문의하였다. 그가 간헐적(間歇的)정신환자(정신이 들락날락하는 정신환자)이므로 무죄 석방하였다고 한다.

  필자 왈: “어떤 정신환자는 공산당과 모택동을 찬양하는 노래만 곧잘 부르는데 동우군의 경우 반동적인 말만하므로 그가 간헐적정신환자라고 하여도 반동이며 죄인이다.”

  책임자 왈: “정신환자가 아니더라도 죄가 없기 때문에 석방하여야 한다. 정신환자이므로 민심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석방하였을 따름이다. 정신환자가 한 행위는 당연 죄로 취급할 수 없다. ”

  이상이 필자가 말하자는 스토리의 전부이다. 이 사건을 회고하며 필자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문제를 음미해 보련다.

  1, 문화대혁명이라는 그 무시무시한 ‘홍색’ 테러 속에서 길림성 지도자들이 위와 같은 행동을 취했다는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나타난 요녕성의 張志新은 동우군과 유사하였다. 장지신은 문화대혁명에 대한 懷疑를 동료(요녕성 선전부 간부들, 역시 권력자에 속함)에게 말했지만 죄로 몰아붙였으며 1973년부터는 정신이상 증상이 보였는데도 무작정 사형에 처하였다. 길림성 지도자에 대한 경모의 심정을 금할 수 없다.

  2, ‘사상죄’는 ‘動機罪’라고도 하며 머리 속에 담아만 놓고 행동에 옮기지 않은 죄를 일컬을 것이다. 그러나 행동에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 무엇인지 아직 아리송하다. 일기에 쓴 것 만인지, 말로 토로만 하고 선동하지 않으면 되는지, 무단 투쟁 또는 폭력적 행위만 없으면 다 행동에 옮기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직 확실한 법적 규명이 없다.

  3, 길림성혁명위원회의 처사에 따르면 행동에 옮기는 것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환자가 의사에게, 백성이 국가 권력자에게 토로한 반역사상은 죄가 아니다. 그때 필자는 농민으로부터 군복을 입은지 반년도 안 되는 최하층 졸병이었지만 권력자였다.

권력자에는 국가 권력기관의 모든 사람­—관리, 공무원, 군인, 경찰 등이 포함될 것이다. 좀 더 확장하면 국영학교 학생이 선생에게 한 말도 죄가 아닐 듯 하다. 권력자에는 촌민위원회 간부까지 포함시켜야 됨 즉 하다. 상기 범위의 사람을 다 합치면 나라 인구의 10%는 될 것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 앞에서 반역사상을 토로해도 죄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1957년의 우파는 거의 다 공산당간부에게 의견을 제출하였기 때문이었다. 기독교 교리에 ‘나쁜 사상’을 머리에 담고만 있어도 죄가 된다. 2004년에 반포한 중국의 최신 헌법에도 ‘사상죄’는 죄가 아니라는 조목이 없다. 이 문제의 철저한 해결은 어느때 가야 될지!

이렇게 볼 때 1970년대의 길림성 지도자들이 더욱 돋보인다.

4, 길림성혁명위원회의 처사를 찬양하였지만 대국이 아니면 실로 이렇듯 조류에 거슬러(反潮流) 진리를 견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어렵다. 중국 수천 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국난의 시기, 암흑의 시기면 꼭 조류를 거슬러 나라를 재난에서 구하는 救星이 나타나곤 하였다. 그러므로 중국은 전도가 밝은 나라이다. 십여 개 사회주의 국가 중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하며 등소평도 바로 이런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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