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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인생의 스타트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10월11일 09시41분    조회:3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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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달리기경기에서 스타트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혹시 인생의 스타트 중요성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이에 대하여 내가 70년을 살아온 성숙치 못한 경험이지만 한마디 하고 저 한다. 즉 인생의 스타트는 한 사람이 바른 삶을 살아가는 길잡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다섯살 나던 해 우리집 네 식구는 아버지의 직장 발령에 따라 목단강시 동쪽 골안에 있다고 동고라 부르는 마을에 이주하였다. 편벽한 농촌학교의 면모를 개변시키기 위하여 교장 겸 교도주임인 아버지께서 맡은바 사업을 뛰여나게 잘하여 1964년 목단강시 우수 교도주임 영예를 안고 북경 천안문성루에까지 오르게 됐다.

1967년 늦가을 아버지가 갑자기 병독성 감기에 걸려 열이 40도로 오르면서 혼수상태에 이르자 목단강시내 병원에 입원하게 되였다. 아버지가 입원하여 병간호로 엄마와 오빠가 가고 15살에 나는 내가 세칸짜리 큰집 살림을 하며 동생 둘(10살, 5살)을 챙겨야 했는데 그때 어린 나이에 겪었던 일들이 50년 넘게 지난 오늘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힘들었던 일들이 바로 나 인생의 스타트가 되여 나로 하여금 생활이란 분투이고 그 속에서 바른 삶의 자세를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을 주어 너무 고맙다.

당시 집체로 농사를 지을 때여서 매일 생산대에서 쌀을 분배하는데 번마다 "쌀을 타가세요" 하는 방송이 울리면 다른 집에서는 기뻐서 난리지만 난 가지고 올 걱정에 한숨만 나갔다.

그래도 분배하는 쌀은 타와야 집에서 밥을 해먹을 수 있으니 쌀 마대를 들고 간다. 나는 쌀을 마대에 담아 놓고 비위를 무릅쓰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사정하여 겨우 집에까지 옮겨 올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고맙다.

집까지 가져온 쌀은 고간의 쌀뒤주에 넣어 마대를 비워야 다음에 또 쓸 수 있다. 키가 작은 나는 걸상 우에 올라서고 10살 나는 동생이 작은 대야에 쌀을 담아서 주면 뒤주에다 넣었다. 그러다가 대야를 엎질러버려 땅바닥에 쏟아진 쌀을 줏느라고 고생한 적도 있다.

그나마 이런 일은 괜찮았다. 제일 힘들고 나를 진짜 울린 것은 부뚜막 불 때는 일이였다. 생산대에서 집집마다 물이 질질 나는 가둑나무를 한차씩 길옆에다 부리워 놓았는데 울안으로 옮겨서 조막도끼로 자르고 이튿날부터 그 젖은 나무로 불을 때서 동생 둘을 밥해 먹여야 했디. 원래는 전해 가을에 싸리나무를 해서 놓았다가 겨울에 젖은 나무를 땔 때 불쏘시개를 해야 하는데 우리 집은 싸리나무를 준비 못해서 마른 나무 몇단밖에 없었다. 그 마른 나무를 아무리 절약하느라 해도 며칠 안가서 다 때고 나니 젖은 가둑나무로 불을 땐다는 것은 실로 하늘에 별 따기 마냥 힘들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신문지를 한무더기 깔고 그 우에 젖은 가둑나무를 올려놓고 불을 붙이면 신문지와 가둑나무 잎만 홀라당 타고 나무가지는 거멓게 그슬리고 나무 끝에서 비지직 비지직 소리내며 물만 흘러나오고 만다. 아침에 배고프다고 조르는 철부지동생들을 볼라니 더구나 급하다. 부엌에 엎드려 너무 불을 불다보니 얼굴은 검뎅이로 얼룩지고 서러운 눈물이 솟구친다.

아침 해가 서발장대로 떴지만 난 끝내 밥을 못하고 동네 한끝에 있는 합작사에 가서 과자를 사왔다. 동생들은 좋다고 먹어대지만 난 전혀 목구멍에로 넘어가지 않았다. 어째서나 불을 때야 언 구들도 덥힐 수 있고 물독도 얼지 않으니 말이다.

난 밖으로 나가 한참 돌며 생각했다. 어떡하면 불을 지필 수 있을가? 바로 그때 바자 울안에 서있는 여름에 줄당콩 순을 주느라 세워놓은 마른 나무가지가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났다. 달려가 몇가지 뽑아다 부엌에 넣고 그 우에 잎이 많은 젖은 가둑나무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또 신문지 몇장 꾸겨서 놓고 불을 달았다. 와, 나의 애쓴 보람이 효력을 발생했다. 마른 나무가 타면서 그 우에 놓은 젖은 나무가 타붙기 시작했다. 난 너무 좋아 나무를 련속 집어넣었다. 조금 뒤에 가마의 물이 끓기 시작하고 온 집안에 화기가 돌았다.

이렇게 그해 겨울 난 바자안의 줄당콩 받침대를 다 뽑아 때고 그것도 부족하여 멀쩡히 세워져 있는 울바자도 다 뽑아 땠다. 물론 그 젖은 나무를 때면서 불 조절이 안되여 밥도 여러번 태우고 설기도 했지만 엄마, 아빠가 집에 안계시던 시기를 용케 넘기고 우리 집을 지켰으니 마음만은 기뻤다.

이렇게 나의 인생 스타트가 옳바른 길을 인도하였기에 후에 나는 뭐든지 노력만하면 못해낼 일이 없고 두려운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난 이 말의 깊은 뜻을 더 잘 알게 되였다. 그래서 지금도 매일 헛된 시간 보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하면서 황혼의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성옥 (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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