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111] 그때 그 시절 그 학교 초불같은 선생님들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9월8일 09시06분    조회:393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나는 초불을 칭송한다. 초불은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묵묵히 자신을 불태우며 무언으로 빛을 내여 어두운 길을 비추어준다. 맥없이 가냘프게 눈물을 흘리면서도 최후의 빛을 뿌리며 간다. 나는 초불이 되여 내 삶의 길을 비추어주셨던 선생님들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 그분들이 너무 그립다.

고중을 졸업하면서

1971년 3월 나는 마을의 동학들과 함께 집에서 10여리 떨어진 공사 소재지에 있는 안도현 복흥중학교 고중반에 진학하게 되였다. 고중반에 진학하기전에 나는 연길 하방간부(下放干部)의 자녀로 대대학교에서 1년간 초중을 다녔다. 심한 교원 부족으로 담임선생님이 모든 과목을 책임지고 가르치는 학교였다. 우리는 수업시간마다 몇번 어록을 읽는 것으로 한개 교시를 끝마쳤는데 사실 초중졸업장은 손에 쥐였지만 문화지식 수준은 담론할 여지도 없었다. 고중반에 가기전에 공사 학교이니 대대 학교보다는 많이 나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학교로 갔다. 그런데 막상 가보고 나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흥중학교는 소학교 뒤 언덕에 흙으로 지은 나즈막한 초가집 몇칸 뿐이였다. 서쪽 마지막 칸은 우사칸이여서 소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 소영각 소리가 가끔씩 들려왔다. 학교의 다른 한쪽 끝의 앞마당은 돼지굴이여서 돼지가 꿀꿀 거렸다.

우리가 학교에 들어선 첫날 돼지죽을 주는 당번이 돼지죽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인지 돼지는 굴 우리 나무를 딛고 서서 꽥꽥 소리 질렀다.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거야?’ 나는 좋은 생각을 하며 교실을 둘러봤다. 회칠을 하지 않아 그냥 흙벽 그대로이고 창문에는 찢어진 비닐이 펄럭 거렸다. 책걸상조차 없어 교실 바닥에 나무 기둥을 박고 그 우에 긴 널판자를 놓고 책걸상으로 대용했다. 우리 고중반 3개 반중의 2개 반은 이런 교실조차 차례지지 않아서 소학교 창고를 빌려서 교실로 썼다. 어쩌면 이 모양이 저 모양이였다. 나는 온 집 식구들을 거느리고 편벽한 산골로 하방해온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이튿날 수업시간과 더불어 나는 새로운 ‘빛’을 보게 되였다. 과목마다 다른 선생님들이 들어와 가르쳐 주셨는데 선생님들의 외모가 출중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동거지, 교학 예술이 특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들은 모두 길림대학, 동북사범대학, 연변대학 등 대학교를 졸업한 우수한 교원들이라 했다. 과외 농업 로동을 지도하는 리상룡선생님도 연변농학원 졸업생이란다. 이는 당시 교원 부족으로 허덕이는 연변의 농촌 상황과는 판이한 대조를 이루는 주목할 만한 일이였다.

선생님들은 정규적인 교학을 했다. 과목마다 고중교재에 따라 배워주었다. 생각 밖으로 나에게 복이 떨어졌지만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문과는 그래도 따라갈 수 있었지만 수학은 따라가기 힘들었고 제일 골치 아픈 과목이였다. 실제 나는 소학교 5학년부터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연길에서 수학은 1원 1차 방정식을 배우다가 농촌 학교로 왔으니 말이 고중생이지 실제 수준은 1원 1차 방정식도 잘 알지 못하는 속이 텅빈 초중 졸업생이였다. 정규적이고 수준 있는 선생님들의 교학을 듣는 나는 감당하기 힘들어 어쩔바를 몰랐다.

학교 정황을 여실히 부모님들에게 회보하고 부모의 지지하에 나는 학교 숙소에 들었다. 숙소에 있으면 저녁에 선생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는 데 편리했기 때문이다. 오후 방과후 나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복습하고 저녁이면 책을 들고 수학을 가르쳐주시는 김경수선생님 댁으로 갔다. 김경수선생님은 연변대학 수학학부 졸업생인데 안도현교원진수학교에서 근무하다 하방되여 농촌 학교로 온 수준 높은 분이였다. 공부에 대한 나의 절절한 욕망과 안타까와 하는 나의 마음을 헤아린 선생님은 흔쾌히 나를 받아주셨다. 지난 세기 70년대에는 개별 보도를 받으려는 학생이 거의 없다 보니 선생님은 당연히 1 대 1로 보도해 주셨다. 소학교 고급학년 수학부터 초중 1원 1차 방정식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한단계, 한단계씩 올라가며 배워 주셨다. 교과서의 문제를 다 풀고 나면 선생님의 집에 있는 참고서적들의 문제를 내주어 풀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의 성적이 점차 제고되자 선생님은 어려운 문제를 내놓기도 했다. 나는 어느덧 수학에 푹 빠지고 말았다. 수학이 그렇게 재미있는 줄은 몰랐다. 수학가로 되고픈 욕망까지 생겼다. 분명히 어려운 문제인 데도 나의 머리, 나의 손을 거쳐 정답이 나올 때면 그 희열은 무엇으로 형용해야 할지 몰랐다. 선생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여나군 했다. 얼마간 공보하니 수학 성적이 제고됨에 따라 기타 과목 성적도 반급에서 앞자리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나는 예전과 다름없이 저녁마다 선생님 집으로 갔다. 놀러가도 선생님 집으로 가고 싶었다. 수학이라면 선생님과 나 사이의 대화는 잘 이루어졌다. 선생님의 사모님도 공부를 매우 중시하는 분이셨는데 내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마다 찾아가도 언제 한번 얼굴을 찡그린 적이 없이 열정적으로 맞이해 주었다. 지금도 나는 김선생님과 내가 웃방에서 상을 펴놓고 공부하고 사모님은 아래방에 앉아 일하시던 모습이며 공부가 끝나 돌아 갈 때면 사모님께서 언제나 대문 밖까지 바래다주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언제 봐도 자애로운 선생님과 사모님이셨다. 그런데 그때는 왜 그리 은혜란 것도 모르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에게 물 한잔이라도 권해드리지 못했고 선생님과 사모님의 관심만 받았다.

후에 특별히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는 선생님은 언녕 하늘나라에 가시고 사모님은 아들을 따라 외지로 가셨다고 들었다. 사모님을 찾으려고 해도 나로서는 찾을 길이 없었다. 사모님이라도 만나고 싶고 선생님의 아들이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지금도 간절하다.

리석재 담임선생님과 그의 안해 화학 선생님인 김계순

우리반 담임선생님은 길림대학을 졸업한 리석재선생님이시였다. 178센치메터의 훤칠한 키에 희고 멀쑥한 얼굴, 짙은 눈섭, 정기 도는 부리부리한 두눈을 가진 자애로우면서도 엄격한 빛이 어려있는 선생님이였다. 당시 30세 미만의 젊은이였는데 활기로 차넘쳤고 우리에게 물리를 가르쳐 주셨다. 화학 선생님은 리석재선생님의 안해 김계순선생님이셨는데 길림대학 화학학부 졸업생이시였다. 당시 학교에 실험의기가 없으니 선생님은 공사병원에서 버리는 빈병과 우정국에서 버리는 전지약, 공급판매합작사 창고에 흘린 화학비료 심지어 길을 가다 발에 걸리는 쇠줄도 모아서 실험도구를 만드는데 썼다. 그 락후했던 시기에도 우리는 화학실험을 하면서 공부했다. 정치를 가르쳐 주시는 백병룡선생님도 길림사범대학 졸업생이였는데 론리에 맞게 우리들의 사고방식을 키워주며 재미있게 강의하셨다.

목마른 사람이 물마시듯 나는 훌륭한 선생님들의 옳바른 가르침하에 마음껏 공부하였다. 선생님들도 열심히 공부하는 나를 여간만 귀여워하지 않았다.

나는 기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교실 청소는 물론, 돼지죽을 주는 당번도 열심히 했고 학교 농업기지의 일도 남보다 더 잘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모든 일에서 다 선두에 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다. 어느 한번 선생님께서 우리를 데리고 산에 가 풀을 베는 일을 했다. 우리는 한메터 간격으로 풀을 베며 앞으로 나갔다. 나는 젖먹던 힘까지 다하며 낫을 휘두르며 다른 사람들을 볼 사이도 없이 앞으로만 나갔다. ‘남보다 더 잘해야지’하는 생각만 가지고 정신없이 일하는데 선생님이 나의 곁으로 다가와 나보고 선생님의 하던 자리에 가서 풀을 베라고는 선생님이 내 자리에 들어서는 것이였다. 그때에야 나는 우리반의 꼴찌라는 것을 알게 되였다. 나는 나대로 애썼지만 농촌에서 자란 애들과 비할바가 못되였다. 한참 되여 선생님께서 또 제일 앞자리에 서게 되고 내가 다시 꼴찌로 되였다. 그러면 선생님과 나의 위치도 바뀌여 지군 했다.

그 시기 학생마다 정치상의 발전을 몹시 중시했다. 공청단에 가입하는 것은 학생들이 추구하는 목표였다. 단지부에서는 나의 각 방면의 표현을 보고 입단 중점 배양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나의 고모와 고모부의 문제에 련루되여 통과되지 못했다. 안타까운 나의 처지를 헤아려 선생님은 반대표를 든 학생들을 직접 찾아가 개별 담화를 하고 학교 단지부에 나의 정황을 여실히 반영하였다. 선생님의 노력으로 나는 끝내 입단지원서를 쓰게 되였고 학교에서는 정중하게 공청단복흥공사위원회에 보내 비준을 기다렸다.

그러나 공청단복흥공사위원회에서는 나의 사회관계가 복잡하다는 리유로 입단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 후에도 통과되지 못했고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나는 공청단에 가입하지 못했다. 마음 고통이 심했다.

담임선생님은 조용히 나를 부르시며 “너의 고모와 고모부는 연변의 영웅이다. 우리가 따라배워야 할 분들이다. 너는 앞으로 공부로 성공할 사람이니 꼭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라고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특별한 시기임에도 담임선생님은 나를 반급 학습위원으로 밀어주셨다.

개혁개방후 내가 정든 선생님들과 학교를 찿아갔을 때 기억속에 있던 선생님들이 몽땅 복흥중학교를 떠나가고 없었다. 담임인 리석재선생님은 교장으로부터 교육국장, 부현장, 현인대 주임으로 되였고 전국 우수 교사로 된 김계순선생님은 안도2중 교장으로, 백병룡선생님은 안도4중 교장으로, 김경수선생님과 장만송선생님은 현교사진수학교로 떠나갔다.

우리는 그 간고한 환경에서도 초불정신으로 자신을 불태우며 후계자 양성에 혼신을 다 하는 훌륭한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했다. 선생님들의 초불정신은 우리를 나라의 건설자로 성장하도록 고무격려하였고 각 분야에서 자신의 힘을 다하여 이바지하도록 밀어주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나는 그때 그 시절의 선생님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나의 인생길에서 거둔 성과 또한 그때 그 시절 그 학교의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갈라놓을 수 없다.

김순희/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2
  • 오는 ‘5.1’ 련휴 기간 전국 관광지는 점차 관광성수기에 진입하는 가운데‘5.1’ 련휴 기간 장춘공항은 리착륙 항공편 총 1,600편이 운행되여 연인수로 20만명의 려객을 운송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절기간 려객흐름은 주로 관광, 친척방문이 위주일 것인데 명절전 출행고봉을 맞이하게 되는 4월 28일 장춘공항의 하루 려객...
  • 2023-04-26
  • 첫 경기는 항상 어렵다. 4년만에 갑급리그로 돌아온 햇내기 연변팀,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석패로 아픈 신고식을 치렀다. 4월 23일 연변룡정팀은 갑급리그 제1라운드 경기에서 0:1로 소주동오팀에 패했다. 만리길같은 긴 리그에서 한경기 결과에 일희일비 흔들리지 말고 길게 보고 초심대로 차곡차곡 걸어가면 된다...
  • 2023-04-25
  • 최근 농업농촌부에서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우리 나라 농촌 소비시장이 회복성 성장을 가져오고 있다. 이는 일련의 조치가 한창 발효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지난 1분기 농촌주민 인구당 가처분소득은 6,131원으로 실제 4.8% 늘어나 도시주민 수입 증속의 2.1%포인트 높다. 농민들의 수입이 늘어나자 농촌 소비 공...
  • 2023-04-25
  • 제2편 중공 각급 지도간부 4. 현·구급 중공 지도간부 배동건(裴东健, 1907—?): 중공연화현위원회 서기 조선 함경남도 영흥 출신으로 1929년 4월 조선공산당 만주총국(화요파)에 입당하여 남만도에서 활동하다가 1930년 9월 중국공산당에 가입했다. 그해 10월, 중공연화현위원회 서기가 되였고 11월에 룡정에서 로씨야 10월...
  • 2023-04-24
  • 4월 22일 저녁 7시, 중국신문넷에서 ‘전국꼬치구이 PK 연길꼬치구이 출전신청'(全国烧烤大PK延吉烧烤申请出战)을 생방송하는 것으로 네티즌들의 인기를 모았다. 생방송은 90분가량 진행되였는데 중국신문넷 등 13개 국내외 플랫폼들이 동시에 생방송을 진행하였으며 방문수가 150여만 회에 달했다. 국내 다른 지역의 실외...
  • 2023-04-24
  • 일전 연길시주택과도시건설국에서는 연변대학부근의 왕훙탄막벽을 재차 업그레이드시켰는데 4월22일 저녁부터 정식 선보여 더욱 높은 차원의 시각성연과 더욱 안심할수있는 촬영환경을 마련해 연길의 왕훙탄막벽이 재차 관광객들의 인기몰이를 하게 되였다. 연길시주택과도시건설국 도시건설과의 관련 사업일군에 따르면 왕...
  • 2023-04-24
  • ‘세계 책의 날’을 맞으면서 23일 제17기 ‘서향연변’ 연변독서절 가동식이 연변로동자문화예술중심에서 열렸다. 연변조선족자치주당위 상무위원이며 선전부 부장인 김기덕 등 지도일군들이 가동식에 참석했다. 가동식은 ‘서향연변’ 전민독서 관련 홍보영상들과 다채로운 문화공연으로 연변독서절의 개막을 장식했다. ...
  • 2023-04-24
  • 마침내 4년만에 프로리그에 돌아온 연변팀, 갑급리그 첫 식고식에서 최선했지만 석패했다. 4월 23일 오후 소주올림픽중심에서 진행된 2023중국축구갑급리그 제1라운드 소주동오팀과의 경기에서 연변룡정팀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상대에 한꼴을 내주면서 0:1로 패했다. 경기후 있은 소식공개회의에서 연변룡정팀 김봉길...
  • 2023-04-24
  • 마침내 4년만에 프로리그에 돌아온 연변팀, 갑급리그 첫 식고식에서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했지만 석패, 졌지만 잘 싸웠다. 4월 23일 오후 19:30시부터 소주올림픽중심에서 진행된 2023중국축구갑급리그 제1륜 소주동오팀과의 경기에서 연변룡정팀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상대에 한꼴을 내주면서 아쉬운 패배를 쓴 답...
  • 2023-04-24
  • 마침내 4년만에 프로리그에 돌아온 연변팀, 갑급리그 첫 신고식에서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했지만 석패, 졌지만 잘 싸웠다. 4월 23일 오후 19시 30분부터 소주올림픽체육중심에서 진행된 2023 중국축구 갑급리그 제1라운드 소주동오팀과의 경기에서 연변룡정팀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상대에 한꼴을 내주면서 아쉬운...
  • 2023-04-24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