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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태근의 시골사랑과 그의 문학세계
조글로미디어(ZOGLO) 2012년10월13일 17시29분    조회: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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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름 : 리태근

작가 리태근

고향이란 과연 무엇일가? 사람들은 항상 배고프고 못살 때 고향을 어머니품으로 입버릇처럼 외운다. 고향을 떠나서 잘된 사람은 고향을 부모님 이름처럼 외우지만 고향을 떠나서 잘못된 사람은 비껴간 소나기처럼 외우기 싫어한다. 지위가 높고 환경이 좋아지면 고향을 까맣게 잊어먹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마다 고향을 념불처럼 외우지만 흘러가는 세월을 주름잡고 고향을 생각하고 진심으로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 들은 흔치 않다.

 

요즘 《연변문학》, 《연변일보》, 《길림신문》 등 문학지와 신문을 통해 애잔한 고향애로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문학인이 있다. 《깨여진 고향의 반쪽 얼굴》로 2010년 《연변문학》 윤동주문학상 수필부분 본상을 수여받은 작가 리태근씨가 바로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백만자에 달하는 고향작품으로 편벽한 시골마을의 어제와 오늘을 구수한 언어로 핍진하게 그려내는 리태근씨는 독자들의 넓은 공감은 물론, 평론가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이끌어냈다.

문학평론가인 연변대학 김관웅교수는 《리태근씨가 수필을 통해 애타게 부른것은 사라져간 시골 고향에 대한 초혼곡》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고향사랑은 리태근의 랑만적인 인생의 전부라고 할수 있다. 그는 고향사람들을 혈육처럼 아끼고 사랑해왔다. 《와룡사람》이라면 미친듯이 좋아했고 《와룡사람》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한해에도 몇번씩 고향을 찾아가서 농사일이며 땔나무며 가마목의 쌀과 간장소금까지 걱정해주는 사람이다.

정신분렬증으로 고생하는 남아무개는 리태근의 중점대상이다. 봄가을 약을 사서 보내고 사람들을 시켜서 땔나무까지 장만해준다.

고향친구들도 일만 생기면 그를 찾는다. 명태장사를 하던 친구가 한국사장에게 20여만원을 사기당하고 내외간이 머리가 삼검불이 되여 리태근을 찾았다. 농촌에서 한평생 목숨을 걸고 번돈을 협잡당했다는게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리태근의 도움으로 한달만에 일전 고르지 않게 되찾은 친구는 목이 메여 리태근의 두손을 잡았다. 《당신이 아니 였으면 우리는 자살했는지도 모르오.》

한번은 십여년동안 고향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던 친구가 찾아왔다. 와룡향이 서성진에 합병되면서 몇년동안 묵은 빚을 일전도 못 받고 빈털털이로 나앉게 되였다는 기막힌 사연이다. 정부에서는 향장이 바뀔때마다 주겠다고 대답하였지만 향장이 바뀌면 그뿐이라 빚이 몇십만원이 훌쩍 넘었단다.

며칠 고심하던 끝에 연변텔레비죤방송국에서 일하는 친구를 찾았다. 3대규률 8항주의는 우리당의 빛나는 전통이 아닌가? 군중의 바늘 하나 실 한오리를 다치지 않는다고 했는데 백성의 돈을 협잡해서야 될말인가? 리태근의 반복적인 설복으로 텔레비죤방송국에서 열선프로에 이 사실을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문을 닫은지 오랜 음식점의 녹쓴 료리가마, 깨여진 그릇과 십년 묵은 빚문서가 공개되였다. 화룡시 정부에 서는 즉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했고 십년묵은 빚은 이렇게 해결되였다.

속담에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다. 고향을 떠난지 40여년이 되였지만 리태근은 시종일관 고향의 송아지친구들을 잊지 않았다. 그는 《와룡사람》이라면 무작정 도와주지 못해서 애간장을 태운다. 한고향에서 죽마고우로 자란 김모가 흑룡강성 우쑤리강 치벽한 산골에서 근근득실 살아간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연변으로 데려왔다. 80년대 초에 5천원이면 큰돈이였지만 리태근은 서슴없이 호주머니를 털어 음식점을 꾸리게 하였다.

조양천에 출장갔던 리태근씨가 헤여진지 50년이 되는 친구를 만났다. 리혼한데다 아들까지 잃고 날마다 술과 동무하며 근근득식으로 살아가고있던 그 친구는 지금 어엿한 안마사로 되였다.

 

고향마을의 소학교앞에서 흘러간 옛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리태근씨(왼쪽 첫사람).

 

리태근의 고향사랑은 이뿐이 아니다. 중풍에 걸린 고향사람이 안해까지 한국에 가다보니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리태근은 그가 사망할때까지 5동안 그의 손발이 되여주었다. 그사이 경로원 원장은 리태근을 환자의 친형님인줄로 알고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몽땅 시켰다고 한다.

현재 《두만강, 화타병원》을 경영하고있는 리태근씨는 《와룡사람》이라면 무조건 무료검진이다. 거기에 밥을 사주고 교통비까지 대준다.

리태근씨는 자신의 문학관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렸을 때 마을에서 상사가 나면 죽은 사람의 옷을 벗겨가지고 지붕에 올라가서 혼을 부르는게 리해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을 메고 하얀 기발 날리며 산으로 가서 무덤을 만들고 귀신에게 뭐라고 부탁하는 건 더구나 리해되지 않았다. 사람은 죽으면 그뿐인데 제사는 왜 지내는가? 그런데 철이 들면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사람들이 죽었을 때 어쩐지 그들의 령혼이 영원히 우리들의 머리속에 나무뿌리처럼 끈끈하게 뻗어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였다.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산 사람은 죽을 때까지 령혼을 안고 살아가는게 현실이 아닌가? 나의 동년은 불쌍한 사람들과 함께 딩굴었다. 고향에 있을 때는 불쌍한 줄 몰랐는 데 책을 읽고서야 내고향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민초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어쩐지 벼짚이 흩날리는 고향이 싫어져서 환골탈태하려고 발버둥쳤다. 용케도 빈하중농의 추천을 받아서 대학을 졸업하고 도시에 진출하게 되였다. 오로지 내 가정 내 새끼를 위해서 동분서주하면서 고향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갑자기 고향이 그리워지는게 이상하다. 빈손타령을 부르며 령혼을 달래려고 필을 들었는데 웬일인지 생각대로 안된다. 오히려 혹떼러 갔다가 혹을 달고 온다더니 괜히 자는 령혼을 깨워서 밤마다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였다.》

리태근씨의 고향마을 한 귀퉁이.

이런 까닭에서일가? 리태근씨의 수필들에는 작가와 동년시절에 함께 뒹굴었던 《불쌍한 사람들》, 《이 세상의 가장 불쌍한 민초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한평생 토밥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숱검댕이를 얼굴에 바르고 살아온 톱쟁이 아버지, 숯쟁이 아버지를 비롯하여, 머나먼 산동땅에서 허위허위 살길을 찾아온 채씨네 부자, 온동네 이목을 한몸에 끌었지만 나를 매몰차게 대했던 시골처녀 미자… 《이 세상의 가장 불쌍한 민초들》의 희노애락으로 점철된 리태근씨의 수필세계는 필연적으로 초근서사(草根叙事)로 읽는 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달래여 준다.

리태근의 고향사랑은 문단을 떠나 고향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사색과 공명을 불러온다.


길림신문 김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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