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결혼 이주여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어서 대한민국 경찰관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울산 중부경찰서 외사계에서 근무하는 박연춘(46·여) 경사는 30일 여경의 날(7월 1일)을 맞는 감회를 이같이 밝혔다.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하얼빈(哈爾濱)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원래 하얼빈의 한 호텔에서 정원을 관리하는 조경사로 일했다.
그는 1995년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편과 결혼하면서 부산으로 와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관광통역안내사 양성 학원에 등록했고, 2002년 자격증을 취득해 통역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어 2004년 부산 영도경찰서 외사계의 민간통역사로 위촉되면서 경찰과 인연을 맺게 됐다.
박 경사는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로 자리를 옮긴 뒤 통역사 신분으로 형사들과 함께 잠복을 하고 수사에 참여하면서 정식 경찰관이 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일선 형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대한민국 경찰관에 매력을 느껴 나도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라며 "한번 마음을 먹으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늦은 나이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에 중국어 외사 특채 경찰관으로 지원해 이듬해 시험에 합격해 꿈에 그리던 경찰관이 됐다. 당시 박 경사가 응모한 특별 채용의 나이 제한은 만 40세로 막바지 턱걸이로 합격한 셈이었다.
박 경사의 업무는 관내 체류하는 외국인의 동향을 파악하거나 범죄 피해를 본 외국인을 상대로 상담하는 일이다.
또 외국인이 근무하는 업체를 찾아가 범죄예방교실을 열어 강의도 한다.
박 경사는 근무하면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결혼 이주여성들을 많이 만나는 일이 너무 화가 나고 괴롭다고 밝혔다.
그는 "결혼 이주여성 중 남편의 가정폭력 때문에 괴로워하는 분이 너무 많다"라며 "한국 남편 중에는 아내를 종이나 하인처럼 대하는 일도 있으며 심지어는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기도 한다"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 경사는 결혼 이주여성들이 경찰관으로 한국에서 씩씩하게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꿈을 가지길 바라고 있다.
그는 "이주여성들이 당당하게 한국 사회에서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라며 "누구든지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면 대한민국 여경 박연춘 경사를 찾아달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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