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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숙-살아 숨쉬는 식탁으로
조글로미디어(ZOGLO) 2009년11월26일 09시29분    조회:7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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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리연구가 리숙씨의 음식탐구 스토리

연길시중의 수백개소에 이르는 료식업체가운데 휴머니즘경영을 선언하고 유기농,무공해 식재만을 쓰며 고객들에게 알뜰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주인이 있다. 그가 바로 연길시 수상시장 청향관의 리숙 경리( 48세)이다.

“식당이라 하지만 영리성만 따진다면 그런대로 넘어갈수 있죠.  그런데 뭣보다도  손님을 인간답게 공경하고 제집음식을 만들듯이 알뜰히 조리해 이들의 건강을 챙기자는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황차 웰빙시대가 아닙니까!”

유난히 맑은 피부의 얼굴에 다소곳한 모습을 지닌 리숙 경리는 약간은 어질게 보일 정도로 담담하고 말수가 적었다. 하지만 당차게 스스로의 소신을 밝히는 자세는 너무나 인상적이였다…

7살때부터 음식조리에 남다른 끼를 보였던 그녀가 소문을 놓은것은 13살때 큰아버지네 집의 잔치에서였다.  투도 룡문의 큰아버지네 집에 희사가 있어 동네 농민들을 청하게 됐다. 당년의 대대의 촌민들인데 어림잡아 150여명은 착실히 됐다. 어머니가 다른 일로 가지 못하자 13살의 꼬마 리숙이는 큰엄마와 작은엄마를 도와 채를 볶고 지지고 잔치상을 만들었다. 어찌나 능숙하고 잰 솜씨로 음식을 조리했던지 그의 애된 모습을 보는 사람마다 혀를 끌끌 찼다.

“  뉘집 딸인지 솜씨두… 식당집 안깐네들을 찜쪄먹겠다…”

그에게 그런 재간을 키워준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봉제회사의 재단사인 어머니는 음식이면 음식, 봉제면 봉제…못하는것이 없는 재간 많은 주부였다. 초겨울이 되면 배추김치는 물론 깍두기 등 김치류와 더불어 장독밑에 늘 11가지나 되는 장아찌를 만들군 했다…  

기업의 고급공정사인 아버지와 재단사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늘 착한 사람이 될것을 주문했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권장했으며 그들을 마음의 부자로 키웠다. 자식들은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부모의 스타일을 배웠다. 리숙씨는 그런 영향으로  천성적으로 녀자로서 특유의 손재간을 갖고있었다.  뭘 하나 그렇게도 잘할수가 있어 재간둥이로 각광받아왔다. 13살때부터 그녀는 엄마에게서 재단도 배우고 봉제기술도 배워 스스로 옷을 만들어 입을 정도였다.  그는 녀동생이 대학갈 때 185쪼각의 천자투리로 파랑색과 빨강색을 섞어가며 꽃방석을 만들어 선물했는데 이 방석이 소문이 파다하게 돼 귀중한 민속품으로 정평이 나 민속박물관에 소장돼있다고 한다.

80년대 개혁과 개방의 열기속에서 그는 의류가공업체를 창업해 당시 시장을 풍미하는 이름난 복장가공기업으로 키웠다.  그러던 그가 료식업에 뛰여든것은 아주 우연한 일에서였다고 한다.  1993년에 남편이 식당을 경영했는데 여의치 못했다. 그래서 그녀가 나서기로 했다.

   “ 저는 식당을 운영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의류가공에 취미가 더 있었거든요…”

그녀는 1997년부터 “ 청향관”이라는 간판으로 토속음식을 주로 하는 식당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던 그가 시형이 조선무역을 하면서 조선 수산물과 송이버섯 등을 수입하자 그것을 식재로 특선메뉴로 내놓아 식당은 유명세를 탔다.   그녀가 식탁에 올리는 송이버섯은 시중에서도 품질이 가장 좋았기에 일본손님들이 문턱이 닳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만큼 고품질의 정직한 맛으로 승부수를 띄운것이다.

1999년에 그녀는 기업인으로서 스스로가 부족함을 절감했다.  “ 배우는게 살아가는 길이요, 평생교육이야말로 성공의 길이다.”  그해 그녀는 연변대학에서 평생교육 10년을 약속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000년 8월에는 연변대학 의학원 영양학박사 한춘희교수의 건강과 영양학 관련 코스를 밟았다….

20여종목의 전문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리숙경리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료식업이란 인간을 상대로 필수적인 음식물을 제공하는 업종인데 보다 몸에 좋고 건강을 위한 슬로건이 없다면 존재가치를 잃게 될것이다. 기업이 금전지향보다는 우선 고객중심의 건강에 유조한 그런 업체로 거듭나는것이 가장 귀중한것이 아닌가?! ”

밤을 새워가며 이런저런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는 결단을 내렸다.

“우선 식재부터 비싸더라도 유기산과 자연산을 고집하자.”

그래서 그는 더덕이며 도라지, 달맞이꽃,  취 등 갖가지 식재를 자연산으로 택해 야산의 농부들에게 청탁해 전문 공급받기에 이른다.

그런 와중에 그는 솔화분랭면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과거 그는 솔화분의 자연속성과 약물가치를 공부해온터라 여기에 꿀을 섞어 형제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솔화분의 효능을 누구보다 많이 경험한 그녀는 이 자연산약재를 어떻게 음식에 접목시킬것인가를 두고  오래동안 고민해왔다.

“ 아참, 바로 이거야…”

그녀는 솔화분으로 랭면을 만들기로 했다. 말은 쉽고 생각은 굴뚝같아도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수백차례의  신고끝에 솔화분랭면을 개발했다. 패색이 짙었던 그의 얼굴에는 그제야 수줍은 미소가 떠올랐다. 2002년 7월 27일, 그는 자기의 영양학 교수였던 한춘희박사와 특허신청을 의논해 제출했고 2005년에는 정식인가가 되였다.  3년만에 이룬 쾌거였다. 그 뒤를 이어 솔화분랭면은 2004년 서울국제발명박람회 동상과 2008년 세계녀성발명특허대회 특별상과 동상을 받게 된다.

이런 일화가 있다. 시름시름 앓는 80세의 문씨할아버지는 젊은 시절엔 랭면을 그렇게도 좋아했으나 질환으로 앓으면서부터 랭면을 먹으면 속탈이 나서 먹을수가 없었다. 그러던중 청향관의 솔화분랭면 얘기를 듣고 먹기 시작했는데 매일 한그릇씩 2년간 먹었는데도 위장에 전혀 탈이 없고 현재는 건강도 회복했다는 후문이다. 문씨할아버지와 같이 건강에 좋다며 랭면을 매일 사가는분들이 많다.  그래서 현재 솔화분랭면은 이 식당의 “사계절 메뉴”로 불리운다.

수년전 이 식당에 한 료리사가 입사했는데 음식에 들어가는 용수가 전부 광천수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장백산맥아래 2500메터 묘남산에서 나는 광천수 “ 성룡천”을 공급받아 료리용수로 쓰고있는데 철저한 건강의식이 없이는 이런 용단이 나올수가 없다. 손님상의  남긴 음식도 미련없이 전부 버린다. 료리용 식용유는  가장 량질의 기름을 쓰기 위해 특정공급처로부터 공급받고있으며 두번 이상 쓰지 않고 전부 페기처리한다.  랭면에 들어가는 소고기도 근당 2원 더 비싼것으로 쓰며 닭고기완자도 껍질과 비게 등을 전부 알뜰하게 골라내 살코기로만 만든다.  이 식당의 영양돌솥밥은 18가지 영양가치가 풍부한 식재로 돼있는데 그중 밥은 배아미로 짓고있다.  요즘 해외에서 각광받고있는 새싹으로 비빔밥을 선보였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너무나 뜨겁다.  브로콜리싹,  순무우싹, 배추싹, 완두싹, 메밀싹, 부추싹으로 짭짜름한 토간장양념을 곁들어 비벼먹는 새싹비빔밥은 아삭아삭한 미각과 가뿐한 입맛으로 손님들의 절찬과 갈채를 받고있다.

청향관에서 쓰이는 식재중 80~90% 정도가 유기농재배가 아니면 자연산 등 무공해류를 택한다. 더덕이나 고사리, 달맞이꽃, 곰취 등은 야산에서 캔 걸로 쓰이며 배추도 유기농재배로 된것을 쓴다.  도토리묵도 자체로 하고있으며 김치류는 물론 간장, 된장, 고추장 등도 자체로 담가쓰고있다. 그중 려조된장은 4년간 발효한것이며 방부제나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았지만 꿀맛의 된장으로 각광받고있다.  그는 여느 업체와는 달리 식재에서만 10만여원 넘게 더 투자하고있다.

그녀는 늘 주변으로부터 “ 그렇게 재료를 비싸게 사들이면 수지가 맞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는 그저 담담한 웃음만 짓는다.    그녀는 늘 “ 저의 기업은 뭣보다도 고객의 건강만을 생각하는 료식업체로 남고싶을뿐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끝없는 음식탐구는 료리공부를 떠날수 없었다. 한국전통료리학원 원장을 모시고 열심히 배웠는가 하면 책을 통한 기본공 익히기에도 부지런을 피웠다.   해마다 한국행을 하게 되면 그녀는 패션따위는 뒤로 하고 교보문고에 달려가 료리나 영양학 도서코너만 살핀다.  이 몇년사이 근 100여권의 료리서적을 탐독했다. 그는 늘 11명의 료리사를 거느리고 직접 료리를 하는데 마치 전장에서 앞장선 지휘관을 방불케 한다. 료식업체 경리로서 주방에서 직접 조리하는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는게 업계관계자의 전언이다.

영국의 명문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하고있는  아들은 전화통화를 할 때마다 “어머니,  배워야 발전이 있으니 책을 많이 읽으세요”라고 당부한단다.   그것이 그렇게도 고마운 리숙씨이다.  그래서 밤을 패며 책과 씨름한다는 그녀는 늘 한춘희박사를 모시고 새로 개발한 메뉴에 대해 토론을 벌린다.

요즘도 중의학 관련 책을 보고 가을과 겨울에 좋은 보양식 “ 거위전골”과 “ 흑염소탕”을 선보였는데 국물맛이 깔끔하고 담백할뿐만아니라 영양가 또한 높아 고객들의 한결같은 찬사를 받고있다.

그녀는 어떤 시류에 좌우되는 상황론자가 아니라 떳떳이 스스로의 마인드를 고집해 실천하는 소신론자이며 원칙론자이다.그런 의미에서 리숙씨는 어찌보면 업계의 이단자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우리 웰빙시대의 선각자이며 인간의 건강만을 고집하는 미래지향 성향의 기업인이다.

연변대학 의학원 제1기 영양학 과정을 마친 그녀는 국가 고급영양사 자격증을 딴 우리 주의 굴지의 영양학전문가이기도 하며 주민속학회 부회장직도 맡아 사회활동에서 열성을 내고있다.

베짱이 두둑한 리숙 경리, 청향관을 철저한 봉사와 고객건강만을 챙기는 고품격 장수기업으로 키우겠다는게 그녀의 당찬 꿈이다. 그런 꿈을 키워가는 길에는 소소리 높은 파곡이 있을수 있다.  하지만  고객의 건강을 우선시한 정열과  정직한 맛을 위한 휴머니즘경영의 도전과 탐구는 계속될것이다며 꼭 성공가도를 달릴것이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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