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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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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거꾸로 세워 탄생한 추상화 댓글:  조회:437  추천:0  2024-02-26
바실리 칸딘스키 구성 No.4, 1911년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 20세기 초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가는 미술사적 대전환을 일으킨 작가다. 그런데 칸딘스키는 어떻게 추상화가가 된 걸까? 이 그림은 왜 명화일까? 러시아 태생의 칸딘스키는 대학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후 서른 살 때 독일로 가 화가가 되었다. 그는 1910년부터 29년간 총 10점의 ‘구성’ 연작을 제작했는데 ‘No.4’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이고,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그린 것이라 그의 이력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화면은 세 명의 카자흐스탄 병사가 들고 있는 긴 막대 두 개를 기준으로 양쪽으로 나뉜다. 왼쪽은 무지개가 뜬 언덕 위에서 전투 중인 기마병들을 통해 전쟁이 세상을 파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오른쪽은 상대적으로 평온하고 따뜻한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죽은 사람들이 깨어나는 장면을 통해 평화와 영적 부활을 상징한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미술사가들은 이 그림이 ‘파괴를 통한 생성’이라는 니체의 개념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당시 유행했던 요한 묵시록의 종말론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작 칸딘스키 자신은 선과 색채의 조합과 구성을 통해 정신적인 것과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을 뿐이다. 오직 그의 관심사는 음악처럼 비가시적인 세계를 시각화해서 표현하는 것이었다. 19세기 중반 사진기의 발명 이후 화가들이 더 이상 대상을 닮게 재현할 필요가 없게 된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사실 칸딘스키가 추상화가가 된 결정적 계기는 따로 있다. 이 그림을 그리던 무렵 그는 휴식을 위해 잠시 산책을 다녀왔는데, 그 사이 조수가 화실을 정리하다가 그만 그림을 거꾸로 세워두었다. 이를 본 칸딘스키는 무릎을 꿇고 엉엉 울고 말았다. 이유는 자신의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였다고 한다. 이후 칸딘스키는 구상화가에서 완전한 추상화가로 전환했다. 추상의 탄생이라는 미술사의 혁명은 바로 거꾸로 놓은 그림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1    <1>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명화 댓글:  조회:549  추천:0  2023-08-17
이브 클랭 IKB191, 1962 미술 강의는 특성상 슬라이드 자료가 없으면 불가하다. 하지만 이브 클랭의 파란색 회화는 예외다. 캔버스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고 파란 칠만 해 놓은 그림. 그러면 설명 끝이다. ‘IKB’라는 암호 같은 제목은 또 뭔가? 감상자를 ‘대략 난감’하게 만드는 그림이지만 수백억 원대의 몸값 높은 명작이다. 이쯤 되면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프랑스 니스 태생인 클랭은 부모가 모두 화가였지만 한 번도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19세에 그는 친구와 함께 남프랑스 바닷가에 누워 “푸른 하늘은 나의 첫 미술 작품이다”라고 말하며 어디엔가 사인을 했다고 한다. 물론 하늘 어디에 어떻게 서명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클랭은 이후 파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됐다. 그에게 파란색은 하늘의 색이자 정신적인 색이었으며 온전한 자유를 주는 색이었다. 1949년 첫 모노크롬 회화를 완성시킨 클랭은 이후에도 니스 바닷가에서 본 하늘색에 유난히 집착했다. 금색이나 분홍, 빨강, 노랑 등 다른 색도 실험했지만 1957년부터 파란색이 그의 트레이드마크 색이 됐다. 1960년 클랭은 아예 자신만의 파란색 물감을 개발해 ‘IKB(International Klein Blue)’라는 이름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신적인’ 파란색은 캔버스에 칠해지면서 200점 가까운 IKB 회화를 탄생시켰다. 작품명 뒤의 일련번호는 클랭 사후, 그의 아내가 매긴 것이다. 클랭의 이런 실험들은 당시 화단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미술의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그리지 않고 오로지 색 하나로 그림을 완성시킴으로써 ‘그림을 그린다’는 인류의 오랜 관념과 ‘대상의 재현’이라는 미술의 전통을 전복시켰다. 이렇게 미술의 역사는 틀을 깨는 사고와 과감한 실행력을 가진 예술가들이 만들어 간다. 그래서 클랭의 파란 그림은 매우 불친절하지만 위대하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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