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 또 쓰레기주머니 두개가 놓여있었다. 빈 음료수병과 파지따위가 담긴 주머니와 음식물찌꺼기가 담긴 주머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며칠 전까지도 여러 가지 색상으로 울긋불긋한 쓰레기주머니들이 복도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지정된 구석에 놓인 커다란 통에 담겨있었고 청소부들이 수시로 날라갔다. 그렇게 몇해가 지난 뒤, 바로 며칠 전에 주택관리처에서 이제부터 쓰레기를 바깥에 내다 지정된 쓰레기통에 넣으라는 통고를 내려보냈다. 그것도 네가지로 분류해서 넣으라는 것.
첫째 음식물쓰레기, 둘째 재활용쓰레기, 셋째 유해물질쓰레기, 넷째 기타쓰레기였다. 소문에 따르면 상해 등 대도시들에서는 진작 이렇게 했다고 한다. 쓰레기가 도시를 삼킬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란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도시의 쓰레기처리는 내가 보기에도 심각한 문제였다. 특히 도시의 음식물쓰레기는 환경보호부문의 두통거리로 하마 십년전부터 대두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식생활수준의 부단한 제고와 함께 음식물쓰레기도 부단히 늘어갔다. 게다가 음식물쓰레기를 담은 비닐주머니들 자체가 유해물질이였다. 그것들을 태워버릴 때 연기가 여러 가지 암을 불러온다는 소름 끼치는 소문도 있었다. 도시의 쓰레기처리 문제는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엄격하게 말해서 국계민생에 직결되는 문제였다.
주택관리처의 공고가 주민들에게 발송된 후 시끄럽게 된건 사실이였다. 생활용쓰레기를 네가지 부류로 나누어 내간다는 것은 쉽지가 않은 일이였다. 분류를 하지 않고 버리다가 발각되면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지정된 곳이 아닌 데다 함부로 버리면 더 과중한 벌금을 부과한다고 했다. 설전까지 쓰레기 분류작업 교육을 마치라는 문구도 공고에 덧붙여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명춘각 2층 복도의 한구석에는 벌써 사흘째나 지저분한 음식물쓰레기주머니 하나와 빈 음료수병과 배달용 비닐밥곽 따위가 담긴 주머니 두어개가 보란듯이 떳떳하게 놓여있었다.
첫날은 아침부터 점심나절이 되여도 그대로 놓여있는게 눈꼴사납고 기분이 뒤틀려서 내가 나가는 김에 내다버렸다. 그랬더니 이튿날 아침에도 또 쓰레기주머니 두개가 눈에 밟혔다. 점심 나절에 청소부 리씨가 와서 그것들을 거두어갔다.
“밤낮없이 수고하는 청소부들을 위해서라도 저러지 말아야 하는데…”
그와 류사한 쓰레기주머니들이 오늘 아침에도 내눈을 자극했다.
이번엔 건드리지 않았다. 그것을 대신 내간다는 것은 나쁜 버릇을 길러주고 범죄를 조장하는것처럼 부정당한 행위라는데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였다. 그런데 오후가 되도록 그 쓰레기주머니 둘은 까딱하지 않고 그 자리에 박혀있었다. 구멍이 생겼는지 음식물찌꺼기의 비닐주머니에서 흘러나온 시뻘건 물이 바닥에 흥건했고 거기서 풍기는 냄새에 구토가 날 정도였다. 설도 가까워오는데 이게 뭐란 말인가.
“밤낮이 따로 없이 바삐 일하고 있는 청소부들을 다소라도 동정하는 사람들이라면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량심없는 사람들...”
우리 이 명춘각 2층에 사는 주민은 모두해야 다섯집, 한집은 이태째 비여있으니 네집 뿐이다. 이 네집 가운데서 나를 제외하면 다른 세집이 의심 대상이다. 그 세집 중의 어느 한집이겠는데 증거가 없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따져 묻고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누구도 승인하지 않을것이 뻔했다.
나는 주저하다 못해 주택관리처를 찾아갔다. 재수없게도 내가 미워하는 턱짧은 녀자가 혼자 있었다.
내가 그녀를 미워하는 리유는 턱이 짧게 생겼다는 데서 생긴 것은 절대 아니였다. 솔직이 말해서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내 안해를 내놓고는 녀자들의 얼굴을 품 놓고 흔상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리고 녀자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결함에 그리 신경을 쓴 적도 없다. 관리처의 그 녀자가 턱이 짧게 생겼다고 느낀것은 그녀가 내게 잘못 보였기 때문이였다.
한번은 엘리베이트 두개중 하나가 고장난 것을 일주일이나 그대로 두는 것이 꼴사나와 관리처를 찾아갔더니 그 녀자가 주임을 제쳐놓고 앞에 나서서 고아댔다. 주민들 리익을 위해 봉사하는 우리가 왜 수리하려고 않겠는가. 수리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너무 낡아서 새것으로 바꿔야 한단다, 그래서 공장에 주문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그런걸 어찌하라는가, 왜 다른 사람들은 참고 사는데 당신 혼자만 못참는가 하고 련주포를 쏘아댔다. 너무 괘씸해서 물끄러미 쳐다본즉 턱이 너무 짧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무슨 일이죠?"
슬며시 돌아서려는 내 발목을 반갑지도 않는 그녀가 잡았다.
"우리 2층 복도에 사흘동안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소."
"누가 그랬어요?"
"모르오."
턱짧은 녀자가 짧은 턱을 간신히 쳐들고 또 물었다.
"그래 그 쓰레기가 사흘 동안 그대로 있었다는 말이예요?"
"첫날은 보다못해 내가 내갔구 이튿날은 청소부가 내가는 걸 봤소."
턱 짧은 녀자의 얼굴에 비웃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것 봐요. 선생님이나 청소부나 부질없는 짓을 하지 않았나요. 그러니까 그냥 복도에 버리지요. 대신 치워주는 사람이 있는데 하고 말이예요. 첫날에 찾아와서 알릴 걸 그랬어요. 일이 더 커진 담에 알리는건 옳지 않아요. 그건 잘못을 키워주는 행위지 뭐예요?"
나는 문제를 반영하러 갔다가 뿌옇게 닦이우고 말았다.
그렇게 뿌옇게 닦이우고 돌아온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청소부 리씨 아줌마와 마주쳤다. 중경에서 온 리아줌마네는 아이가 넷이여서 생활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처리해야 할 낡은 책이나 종이상자들을 모았다가 그녀에게 주군 했다. 그래서 그녀는 나와 익숙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그녀는 무거워보이는 커다란 주머니를 질질 끌고 있었다.
"복도에서 주은 쓰레기들이죠?"
나의 탁한 물음에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요. 그런데 대부분은 쓸만한 물건들이예요. 선생님처럼 고마운 분들이 저를 동정해서 돈이 될만한 빈병사리나 빈 밥곽이나 파지나 낡은 책들을 문앞에 내다놓군 해요. 요즘은 세밑이어서 입을만한 옷들까지 정리해서 내놓는데 애기 옷들은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더라구요.."
나는 입을 딱 벌렸다. 새삼스럽게 뇌리를 스치는 무엇이 있었다.
청소부아줌마와 게으르고 자각성없는 주민들 지간의 무언의 약속! 그것은 그러니까 명문으로 규정되지 않은 약속이였다. 그 명문으로 규정되지 않은 말없는 약속앞에서 문명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명문으로 내건 쓰레기처리규정이 무참하게 빛을 잃고 짓밟히고 있음을 주민들의 리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주택관리처의 그 턱짧은 녀자나 환경보호를 부르짖는 모든 사람들이 어쩌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