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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과 바꾸고 싶은 하나의 유혹
2019년 11월 16일 19시 39분  조회:951  추천:0  작성자: 선수기
나는 문학반에 다니면서 미자씨를 알게 되였다.

모임이 끝난 뒤면 집에 돌아가는 길이 같아서 우리는 늘 얘기를 나누며 걸어서 가군 하였다.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보니 서로를 많이 알게 되였고 많은 공동언어도 생겼다.
매양 집에 돌아가 잠자리에 누워 그녀의 말을 되새겨보면 참 좋은 책 한권을 읽은듯한 잔잔한 감동까지 받는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서 몇번 미자씨 주변의 친구들 모임에도 합석해보고 미자씨에 대해서도 좀씩 깊이 알아갔다.
그런데 웬 일인지 미자씨한테서 종래로 녀자들이 입에 달고있는 “우리 남편”이란 말은 없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나는 어느날 끝내는 조심스레 물어봤다

“남편은 어디 출근해요?” 미자씨는 시무룩이 웃으며 대답했다.
“헤여졌어요.” 나는 남의 아픈 상처를 건드린것 같아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냥 의외라는 표정만 지었다.

미자씨는 그런 내 마음을 알기나 한듯이 담담히 웃으며 얘기했다
“사람들은 그냥 입버릇처럼 좀만 언짢아도 리혼하자고 오기를 부리는데 정말 말이 씨가 된다는걸 절실하게 느꼈어요. 저도 필경 오래동안 자기 사업을 해온 사람이라 배짱이 좀 두둑해요. 남편에게 의지해 사는 연약한 녀자라면 혹시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리혼을 후회하는 목소리일가?
어쩌면 그런것 같기도 하고…
그녀는 차분하게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남편은 외국에 가 십년 있었다고 한다. 남편이 외국에 간지 처음 얼마간은 앞으로 어떻게 혼자 살겠나 걱정이 태산같았는데 어쩌다보니 장사도 남편이 있을 때보다 더 잘되였고 외롭다보니 여기저기 모임에 다니며 친구들도 많이 사귀였고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이런저런 학습반도 다니며 지식면도 많이 넓어졌다

어떤 일은 미리 예고되여있는듯하다
남편이 10여년만에 귀국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십여년 갈라져있은데다 한 사람은 엄청 성장하고 다른 한 사람은 제자리걸음을 하다보니 두 사람 사이에 제일 기본적인 공동언어가 없어졌다. 대화도 대화지만 생각의 차이, 습관의 차이, 관념의 차이 거의다 극과 극 같았다. 한국에서 십년동안 남의 밑에서 시키는 체력로동만 하다 돌아온 남편은 뭘 마땅히 할수 있는 일이 없다는 핑게로 매일같이 마작판에 빠져 새벽이 다돼서야 집에 돌아오군 했다.

남편이란 사람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일 놀음을 밥 먹듯한다면, 또 그런 상황이 몇년씩 이어진다면 어느 안해인들 감당할수 있을가? 게다가 십년씩 한국에서 독신생활을 해온 남편은 내놓은 들말이나 다름없었다.

오래동안 외국생활에 가족분위기도 그리웠으련만 전혀 그런 눈치가 없이 늘 어중이떠중이 친구들이 더 좋고 마작에 대한 유혹이 더 컸으며 일찍 집에 돌아와야 된다는 개념 자체가 없이 밤 12시를 넘기기가 일쑤였다. 아무리 타이르고 각서를 씌워보고 해도 그 상이 장상이였다.

그래서 다투기도 많이 다투었다.

물론 다툰 뒤 며칠은 마작 놀러 안 가는척했지만 며칠 안 지나서 마누라 화가 좀 풀렸다싶으면 또 마작판에 “출근”했다.

남편은 자기가 한국에서 벌어온 돈을 다 집에 들여놓았다며 떵떵댔지만 사실 그 돈들은 집 살 때 선불금으로 충당되였다. 게다가 외국에서 돈 벌어왔노라고 자기 소비돈은 얼마나 펑펑 써대는지…

막무가내였다.

미자씨는 매일같이 마작판에 빠져있는 남편, 친구밖에 모르는 남편과 다투는 일도 지긋지긋해났다.
전에 그나마 애틋했던 정도 싹 사라질만큼 십여년간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부부사이의 격차는 상상 그 이상이였다.

종이로 불을 쌀수 없다더니 일은 끝내 터지고말았다.

“단지 자식만을 위한다는 책임감에서 이렇게 문제투성이인 사람과 결혼이라는 멍에를 지고 계속 함께 살아야 할가요? 남보기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게 아니잖아요. 내가 전혀 행복하지 않은데 자기 감정을 속이고 사는 자체가 비극이잖아요. 하물며 친구도 맘이 통하지 않으면 발길을 돌리는 판에 평생 같이 갈 부부사이가 이래서야 될가요?” 미자씨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하는 얘기, 그동안 얼마나 마음속으로 갈등이 심했을가?

이런걸 일컬어 감정이 깨졌다고 하나보다.

미자씨는 한때는 그래도 타향에서 고생하는 남편이 불쌍하여 귀국하면 잔소리 말고 잘 대해줘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는데 귀국해서 5년 동안 놀고 먹고 마작에 빠져있는 남편이 너무 정 떨어져서 더 이상 련민의 정도 생기지 않더라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많이 싸우는게 부부사이라 하더니 그 말이 맞는것 같다.
하긴 제일 가깝고 또 제일 많은 시간을 함께 부대끼기때문이겠지.

“사람이 그런것 같아요. 부부사이에 다툰다는건 또 다른 의미에서 보면 잘못된 부분을 고치면서 잘살자는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어느날부터인가 미자씨는 더는 일찍 집에 오라, 마작 제발 좀 그만 놀아라, 고향에서 뭐든 시작해서 기반을 잡아나가라 등등 잔소리를 뚝 멈추었다.

대신에 헤여지자고 조용히 그러나 드세게 밀어붙였다.

어떤 사람들은 자식을 보더라도 좀 참고 살라고 권고했지만 미자씨로서는 이제는 자기 인생을 살고싶었다.

정말 단 하루를 살아도 정이 가는 사람과 살고싶었다.

남들이 리기적이라고 손가락질한다 해도 무서울게 없었다. 남들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사는건 아니라고 확신했다.

자신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앵돌아진 마음을 다시 돌려세우기가 쉽지 않더란다.

고민끝에 미자씨는 단호히 리혼을 결심하게 되였던것이다.

자기 인생이니 누구와 상론할수도 없고 상론해봤자 무슨 정답 같은게 있을가?

정말 어느날 후회해도 자기가 한 선택이니 스스로 감당할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기어코 리혼을 고집하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남편은 죽어도 리혼을 못해준다고 나누웠다

돈 잘 버는 기계로만 보이던 안해의 반란이 이 정도로 강력하게 리혼까지 가려니는 생각지도 못했을것이다.

남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그 많은 재산도 다 포기하고 안해가 정말 단지 이런 리유들로 리혼하자고 나설가? 남편은 리해 못하는 눈치였다

다툰 뒤면 안해가 종종 리혼을 들먹이긴 했지만 그것이 정말 현실로 이어지려니는 예상을 못했던것 같았다.
하지만 미자씨는 남편한테서 이미 떠나버린 마음을 돌려세울수 없었다.

반년만에 끝내 두 사람은 남남이 되였다.

그동안 잘살아보겠다고 애면글면 모아놓은 재산은 혼인의 결속과 함께 가차없이 두쪽으로 나뉘여졌다.
가슴이 아팠다. 실제로 한 가정이 깨지기까지는 이런 과정,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거구나 실감했다!

그럼 리혼후의 생활은 어떠했을가.
과연 생각처럼 행복했을가?

현실은 그게 아니였다.
미자씨는 리혼한 뒤 한 1년간은 홀가분하게 살았다.
예전처럼 늦게 귀가하는 남편때문에 잠을 설칠 일도 없고 일찍 들어오라 잔소리할 일은 더더구나 없었다.

그동안 가끔씩 소개 들어오는 사람도 만나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미자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나보았다.
그 사람은 학벌도 있고 직위도 있고 단위도 괜찮은데다 가정부담도 없었다.
인물체격이 좋은데다 녀자를 이뻐해주고 유머감각도 있었다.

이 나이, 이 조건에 어쩌다 이런 호박이 넝쿨채 굴러들었냐 싶을 정도로 너무나 완벽했다.
그야말로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였다.

세상에 어쩜 이 같은 행복이…
미자씨는 이제야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무등 기뻤다.

그런데 그 남자가 서서히 본색을 드러냈다.

술만 마셨다 하면 누구나와 걸고들어 시비를 걸었다.
그 남자의 못된 술버릇에 질린 친척이나 지인들은 모임에 아예 그를 부르지도 않았다.

참으로 어이없었다. 그러나 미자씨는 조건 좋은 그를 쉽사리 포기하고싶지 않았다
자기 같은 조건에 어디 가서 이만한 조건의 사람을 만나랴 싶었다.
그래도 사람이 인정스러운 면이 많았고 한편으로는 불쌍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남편과는 부부정이라고는 모르고 살았지만 이 남자는 그나마 자기를 이 세상의 전부로 알아주고 그렇듯 소중하게 여겨주었던것이다.

정이 뭔지 모르고 살아온 그 세월, 외롭게 살다가 어쩌다 자기를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니 쉽게 잃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떡하나 주풍을 바로잡아주고 같이 살고싶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술을 안 마실 때는 순한 양 같다가도 술만 마시면 야수같이 돌변했다.
이중성격자인지 정신이 든 다음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하늘이 야속했다.

전남편은 도박군, 두번째로 만난 남자는 주정뱅이…

여태 살아오면서 남한테 해코지 한번 하지 않고 착실히 살아왔는데 어쩜 남편복이 이토록 없단 말인가.
때로는 차라리 전남편과 회복하고싶었다. 도박군이 주정뱅이보다는 나을듯싶었다.

이 남자는 만날 술에 취해있다보니 언제 맑은 눈동자를 서로 마주보며 얘기를 나눌수도 없었다.
그제는 정신상태도 좀 이상해진듯했다. 결국엔 마음을 모질게 먹고 헤여지기로 작심했다.
그런데 갈수록 심산이라더니 그렇게 온순하던 남자가 헤여지자고 하니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전남편은 그래도 자식이라도 있으니 막 나가지는 않았는데 이 남자는 달랐다.
어찌나 무섭게 나오는지 당하면 어데 가서 해볼데도 없었다. 그제는 손톱만큼의 미련도 안 남았다.
정말 갖은 수단을 다해 겨우 그 남자와 헤여졌다.

그렇게 두번째 혼인에서까지 실패하고나니 그녀는 인생에 회의가 들었다.

게다가 요즘 들어 시집 갈 나이가 다된 딸애한테 부모가 리혼했다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것을 생각하니 죄책감이 더 커졌다.

그래서 그녀는 말한다.

애가 있는 부부들은 웬만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라고. 세포 하나하나로 깨달은 그녀의 인생담, 어둡고 소름 끼치는 기나긴 턴넬 그끝까지 가본 사람의 절절한 부탁이였다.

요즘 사람들은 돈보다, 명예보다 더 그리운게 감정인가보다.

그렇게 풍족하게 살았었지만 감정이 없으니 못살겠더라는 미자씨는 가지고있던 소중한 아홉가지로 바꾸고싶은 한가지가 바로 부부정이라고 했다.

요즘 세월 돈벌이때문에 부부가 서로 떨어져 사는걸 보면 서글퍼진단다.

자기네도 잘살겠다고 떨어져 살다가 결국엔 이렇게 되였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처음엔 내 집 마련을 위해 아글타글, 그뒤에는 더 많은걸 갖추느라 다람쥐 채바퀴 돌듯 살다보니 부부감정따위엔 신경 쓸 사이도 없었는데 어느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보니 서로간에 제일 중요한 정을 무시하고 살았던것이다.

미자씨의 비극이 우리 시대의 비극이 아닐가싶다.

요즘은 부부사이에 정이 다 사라져 리혼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부부사이에 좀더 대화를 가지고 부부감정을 차곡차곡 다져간다면 이러한 비극은 피할수 있지 않았을가.

매일같이 코를 맞대고 사는 부부들은 가깝기때문에 더구나 서로의 감정따위를 무시하면서 사는 경우가 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은 돠지 말자.

내것이라고 이름 짛었던 내 남편 내 안해도 당신의 무관심과 외면속에서, 거듭되는 실망으로 남남이 될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자.

일단 정말 비극이 일어나면 제일 상처받는건 당신과 당신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다.
 
미자씨 인생담이 좋은 귀감이 되였으면싶다.

연변녀성 2015년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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