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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추정”이 낳은 비극과 인권보장
2015년 02월 05일 14시 21분  조회:3489  추천:2  작성자: 채영춘
 

살인사건제보자가 살인용의자로 추정되여 죽음을 맞는다면 그보다 더 억울함은 없을것이다. 살인사건현장을 발견한 뒤 주저없이 경찰에 달려가 신고한 정의감 있는 젊은이를 어이없게도 고의살인죄, 건달죄로 몰아 사건발생  61일만에 가차없이 처형해버린 18년전 내몽골 훅호트“4.9”사건이 바로 그 모델이다. 그런데 “인성”을 되찾은 살인진범의 량심선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건제보자의 억울함을 벗겨주는 절대절명의 키로 되면서 결국 18년 후인 지난해 년말에 “죽은 이”가 무죄로 확정되고 억울한 죽음을 만들어낸 수사관계자들이 심판대에 오르는  반전상황이  벌어진것이다.

살인진범의 “량심발견”이  몰고온 뜻밖의 상황은 오심을 뒤엎는 사법기관의 용기와 더불어 우리 사법제도의 진보를 이끌어내고 인성을 재인식하도록 반성할수 있는 값진 카드를 제공한 셈이다.

참으로 운명의 무상함을 절감케하는 극적충돌이 아닐수 없다.이같은 극적충돌을 야기한 문제의 “장본인”은 “추정”(推定)이다. 사전의 해석에 따르면 그렇지않다는 명백한 반대 증거가 없는 경우에 인정하는 일을 추정이라 한다. “추정”이 “유죄”와 복합될 때 한 인간의 운명은 쑥대밭이 되는것이다. 민중이 오심에 주목하는 특별한 리유가 자신에 대한 관심때문이라 할수 있다. 남이 쓴 억울한 루명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읽으려는것이 사람들의 심리이다. ( 만약 그날 사건을 제보한 사람이 바꿔서 내라면 어떻게 됐을가? 나는 자신이 절대 죄를 짓지 않는다고 장담할수 있겠지만 언제 범죄용의자나 피고인으로 덤터기를 쓸지는 장담할수 없는 노릇이다. 살다보면 내가 우연히 범행현장을 지나갔을수도, 범행자와 옷깃이 스쳤을수도 있지 않을가? ) 그런데 이같은 “살다보면”의 우연한 에피소드가  일단 “유죄추정”사유에 “련행”된다면 비극은 오심의 지정법칙에 따라 서서히 진행된다는 도리를 훅호트”4.9”비극이 잘 설명하고있다.

얼마전 절친한 친구로부터 그가 썩 오래전에 겪었던 한 살인사건제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서 그 어떤 한기를 느꼈던 적이 있다. 이야기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였다. 어느날 이른아침, 연집하제방뚝을 따라 조깅을 하던중 제방뚝아래서 녀성시신을 목격한다. 서둘러 공안기관에 사건제보를 하고나서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을 지킨다. 뒤이어 나타난 경찰들에게 사건현장 발견당시 상황을 까근하게 설명하면서 경찰수사에 적극 배합한다. 그로부터 며칠동안 친구의 저택은 수사경찰이 시도때도없이 들락거리며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처음에는 별로 개의치 않아하다가 점차 동네주민들의 이상한 시선, 가정에서의 핀잔까지 겹치자 친구는 불쾌감을 드러내게 된다. .드디여 자신이 사건제보자가 아니라 혐의자로 추정받는듯한 섬찍함을 느끼면서 애초에 나서지 말걸 그랬다며 크게 후회했다. 결국 사건이 밝혀지여 신문에 경찰의 살인사건 해명과정을 대서 특필한 (시민의 협조따위는 일언반구도 없는) 보도가 나가면서 친구의 “혐의”도  벗겨진 셈이란다. 그러나 경찰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는 것이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되는바가 많았다. 경찰은 친구를 한낱 “유죄추정”의 대상후보자 정도로 다룬것이다. 만약 필자의 친구도  다른 시민들처럼 사건현장을 보고도 시치미를 떼고 경찰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면 그는 적어도 심리부담을 안아야할 리유가 없었을것이다. 만약 필자의 친구가 제보한 그 살인사건이 지지부진하면서 살인진범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친구가 경찰의 “유죄추정”화살을  빗겨나갈수 있었을가?

모든 범행은 대체로 경찰과 멀리 떨어진 외딴곳에서 은밀히 벌어진다. 그만큼 범행현장제보는 경찰보다도 시민들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 된다. 때문에 이들의 적극적인 제보와 협조가 없다면 경찰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에 봉착할수 밖에 없다. 시민제보자들이 혐의덤터기를 쓸 위험과 심리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경찰수사에 동조하는 어려운 선택을 한다는 점, 이들에 대한 따뜻한 태도와 고마운 마음이 시민과 경찰의 긴밀한 협조로 사건수사를 풀어가는 량성순환의 흐름이 된다는 점을 필자의 친구가 표출한 유감이 잘 보여준다.

일전에 중앙정법회의가 “유죄판결률” 등 지금까지 시행해온 불합리한 심사지표들을 전면 페지하기로 한 최대의 목적은 억울한 안건의 발생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국민의 인권보장에서 획기적전환을 가져오려는데 있는것으로 알고있다. 재작년 우리나라 각급법원이 116만명 범죄피고인에게 내린 판결가운데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825명, 말하자면 유죄판결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말이 된다. 우리 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전주 각급법원에서 법정심리기한내의 사건종결률이 99.73%,  검찰기관의 유죄판결률이 100%인것으로 나와있다. “지표락실, 임무완성”과 점철된 불합리한 “유죄판결률”등 항목자체가 “유죄추정”의 낡은 리념과 궁합을 맞추면서 억울한 안건을 파생시키는 산실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

내몽골 훅호트”4.9”사건같은 비극의 재연을 막고 필자의 친구가 겪은 유감천만한 사연이 더는 생기지 않게 하려면 “유죄추정”사유를 말로가 아니라 행동상에서 철저히 백지화시킴과 더불어 인권에 대한 사법보장의 원활한 운행을 위한 감시체계가 정상화돼야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출처-연변일보 2015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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