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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소비 기억
2019년 01월 03일 10시 36분  조회:1967  추천:0  작성자: 채영춘

일전에 안해와 함께 국자교 남쪽에 위치한 4D영화관으로 영화관람을 갔던 적이 있다. 오랜만에 부부동반으로 가보는 영화관 행차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으로 사전에 예매한 영화표를 영화관 안의 셀프서비스기기를 통해 손에 넣은 후 매대에서 팝콘 한봉지를 사들고 영화관 관람석에 입석했다. 푸근한 안락의자에 앉아 영화에 푹 빠져보는 짜릿한 흥분과 더불어 필자는 저도 모르게 고급스런 실내분위기에 사로잡혔다. 이런 영화관이 시안 여러 곳에 있다는 직원의 소개를 들으며 현대적인 문화소비공간과 등지고 살아온 자신이 못내 민망스러웠다.

필자의 영화관 기억은 쓰딸린극장(후에 인민영화관으로 개칭)이 그 전부다. 로동자문화궁을 비롯하여 또 몇곳 영화관이 있었으나 조선말 배음을 전담한 지정영화관은 단연 인민영화관 뿐이였던 탓이다.

지난 세기 50년대 영화관 시설은 더없이 초라했다. 관람석의 걸상은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장의자였고 환풍시설이 락후하여 찌는 듯한 여름철이면 영화관 안은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였다.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구하기 힘든 입장료를 구입한 것만도 감사할 따름이였고 영화관에 입장하여 장의자 좌석번호까지 확인하고 착석했을 때는 그야말로 붕 뜨는 기분이였던 같았다.

영화관이 유일한 문화소비공간이였고 영화도 지금처럼 마음껏 선택해서 볼 수 없었던 시절이라 영화입장권 구입은 굉장히 힘들었다. 새로 개봉된 영화 상영날이면 영화관 앞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손이 나들만한 작은 매표창구 우에는 쩍하면 “오늘 영화 만원(满员)”이라는 분필글씨 게시판이 내걸려 사람들을 실망시키곤 했다. 무작정 인파 속을 비집고다니며 “영화표 없슴둥?”을 애타게 련발하다가 요행 입장권을 손에 넣기라도 하면 그 기쁨은 이를 데 없었다.

크지 않은 영화관 실내공간은 늘 관람객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관람석 사이사이의 통로는 물론 사람이 비집고 들어설 공간이라도 보이면 관객들이 진을 치고 앉았으며 무대 우 영사막 주변에까지 몰리여 직원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되였다.

60년대 초반에 와서 인민영화관의 장의자가 철거되고 대신 일인일석의 고정된 등받이의자로 교체되면서 영화관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계급투쟁이 강조되던 시절이라 영화관은 사회주의, 애국주의 일원화 교양의 중요한 장소로 되여있었다. 영화관을 대신하여 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었다. 영화종결벨이 울리고 문이 열리며는 벌겋게 충혈된 눈을 슴벅이며 쏟아져나오던 관람객들의 웃음기 없는 진지한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교양의의가 상당한 영화가 만들어내군 하던 인간풍경이였다.

영화관의 이 같은 기능은 80년대 초반까지 이어져왔다. 개혁개방은 국민의 문화소비담체를 새롭게 갱신확장시킨 원동력이였다. TV가 출현함에 따라 영화관으로만 몰리던 문화소비인파가 점차 분해되여 가정안방의  TV스크린 앞에 모이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TV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TV 화면이 14인치 크기로부터 18인치, 24인치, 32인치 크기로 끊임없는 변신을 거듭하는가 싶더니 얼마 안 가서 비디오의 안방 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영화와 드라마를 비디오테이프로 마음대로 볼수 있게 되였다. 시중에는 비디오방, 비디오 대여점이 하나둘 생기고 대신 영화관은 한파를 맞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후 컴퓨터의 등장이 가시화되면서 재래의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기술혁명의 시대가도래한다. 비디오테이프는 음반으로 바뀌고 가정에서의 비디오는 DVD로 교체된다. 이 모든 변화는 불과 10여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필자도 얼마전 이미 도태돼버린 몇대의 비디오와 몇 박스 되는 영화 비디오테입을 무자비하게 처분해버린 적이 있다. 지금 리용하고 있는 DVD기기도 사실 수년 전에 구입한 기종으로서 언녕 ‘박물관’에 가야 할 로후품이다.

오늘날 전통적인 영화관이 력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그 빈자리를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4D영화관이 멋지게 메우고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가정 안방에서 TV스크린을 통해 시청하는 영화의 느낌과 4D 영화관에서 고화질 대형 영상화면을 고성능 음향과 복합시켜 관람하는 영화의 느낌은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시대가 바뀌여도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는 리유이다. 거기에 관람석을 비롯하여 실내 분위기를 가정안방처럼 최상의 서비스로 편안하고 아늑하게 꾸며놓는다면 시민들이 멀리할 리유가 없는 것이다. 그날 4D영화관에서 느낀 감수이다.

시청각을 즐겁게 하는 것을 제외하고 또 다른 인간의 문화향수란 없을 것이다. 시각으로 즐기는 영화와 더불어 청각으로 즐기는 음악은 아무리 세월이 변하고 기술수단이 갱신되여도 시민문화소비주역으로서의 지위는 요지부동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레포츠가 국민 삶의 중요한 내용으로 급부상하면서 음악이 시민문화소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록음기, 음향기기의 수요가 급증하고 그 성능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진다. 인터넷 디지털시대의 도래는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접속 등 데이터 통신기능에다 TV와 라지오 시청취방송서비스와 MP3, 카메라를 포함한 다방면의 문화기능을 일체화시킨 고차원의 문화소비의 즐거움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게 한다.

눈부신 문화소비의 발전변화 템포는 너무 빨라 적응하기가 숨가쁘다. 필자의 장속에도 새것과 다름없지만 언녕 도태신세에 있는 각종 류형의 카세트 더블록음기와 디지털 미형 록음기들이 몇 박스 잘되는 클래식 음악테이프와 더불어 짧은 수명을 아쉬워하며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그 옆에는 135형 필림을 장착하여 촬영을 즐겼던 필림카메라들도 눈에 띄인다. 8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 사이 20년 세월 필자의 문화소비 기억을 담은 유물들을 보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오늘도 필자는 얼마 전 도태시킨 MP3플레이어 대신 아들이 선물한 고성능 이어폰을 착용하고 클래식 음악에 심취하면서 모아산 등산길에 오른다.

연변일보 20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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