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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에 따르는 힘
2016년 03월 10일 15시 09분  조회:1492  추천:2  작성자: 최세만

    최세만

출판 언론자유가 열려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온라인이나 트위터에 난무하는 악성 댓글을 보고는 경악스러울 뿐이다. 조선족에 대해서도 많은 네티즌의 반발과 부정적인 태도에 안타깝고 마음이 허전하다.
 
한국인이 중국동포들에 대해 반목하고 불신이 커가는 데는 여러 가지 역사적 요소, 이념적 차이, 현실 동포들의 처사로 인기(引起)된 것이 아닐까.
 
썩 거슬러 올라가 3~40년대 국민당 정부는 조선반도에서 건너 온 우리 민족을 소수 민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중화의 ‘대 가정’ 성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우리 민족을 소수민족으로 인정하고 단합의 대상으로 삼았다. 조선족이 일제의 억압과 지주, 자본가를 반대해서 뛰쳐 나선 점에서 공산당의 주장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조선족은 항일전쟁, 해방전쟁에서 영용무쌍하게 싸우면서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쳤다. 그래서 공산당의 신임을 얻게 되었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하자 자랑스레 중화의 당당한 일원으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또 ‘6.25항미원조’에는 선두에 나섰다. 이런 ‘사변’은 한국인에게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 ‘빨갱이 물에 길들어진 자들’, ‘6.25전쟁에 진두에 선 자들’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념 갈등, 전쟁에서 온 대립정서는 엄청난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냉전시대 서로 반 세기 동안 긴긴 세월 빗장을 굳게 잠그고 있다가 ‘88서울 올릭픽’을 계기로 국문이 빠금히 열렸다. 조선족도 친인척 방문을 통해 약장사도 하면서 부를 쌓기 시작했다. 2007년, 방문취업제가 출현되면서 수십만 조선족이 대량 한국에 몰리게 되면서 허다한 사회문제와 마찰이 일어났다.
 
한국에 나온 대다수 조선족을 보면 ‘인민공사집체화’ 때를 경과한 사람들, 개혁개방후 개체농사를 했던 분들이다. 거기서 하던 일은 너무 빡세지도 않았고 두루 시간이나 맞추면 되었다. 또 단간(单干)때는 자기 농사만 다 지어 놓고는 할일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 한국 와서 고강도의 일, 지루한 연장근무에 잘 적응되지 않는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그렇지 않다. 일할 때 보면 아주 걸 싸다. 한국 일군들 중에는 너무도 많은 ‘노동모범’이 있다. 중국에서는 개방 전에 그런 ‘노모(劳模)’가 많았다. 지금은 그런 ‘노모’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유제로 넘어 간 기업에 그런 ‘노모’가 두루 있기는 하지만.
 
그러니 회사를 자기 집 일처럼 생각하고 책임감 높게 일하는 한국인관리, 매니저들이 누가 일에 서툴고 요령을 피우는 사람을 보기만 하면 고함지르고 ‘XX놈’이란 쌍말도 막 나간다. 불법체류시기엔 그런 모욕을 당해도 참고 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다. 그런데 합법체류 비자인 지금에 와서는 그렇지 않다. 된 욕을 당하면 팔소매를 걷어붙이며 달려드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런 과격한 행동이 한국인의 눈에 나고 한국인을 격노시킨다.
 
그리고 우리 일부 동포들이 자아 감각이 뛰어나고 고향 땅 충성심이 강한 듯싶다. 날로 강성해 가는 중국을 자랑하고 한국을 ‘폄하’하는 현상이 존재한다. 이런 것이 무의식적으로 한국인의 신경을 자극 주기도 한다. “너 나라가 좋고 잘 사는데 왜 한국에 와 ‘꿀’을 빨아 가니!”, “너 들은 동포가 아니라 중국 소수 조선족이야!” 온라인에는 이보다 더 험한 악플들이 올라와있다.
 
우리가 이국땅에 왔으면 ‘굴욕’도 좀 참아 가며 몸을 낮추면서 돈이나 벌어가는 것이 장땡이다. 한편 한국의 관리자 고용주들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우리 동포들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에 와서 저들도 피해가는 3D업종 일, 식당 일은 우리 동포들이 도맡아 한다.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사장은 이런 말을 했다. “한국 건설현장, 식당 일은 동포가 없으면 안 되지요.”
 
많은 한국인의 눈에는 중국동포들이 저들 나라에 와서 돈 버는 것만 생각하지 저들 한국인이 중국 와서 돈 버는 것은 잘 생각하지 못한다. 지금 중국 거주 한국인이 100만에 진입하고 있다. 베이징시에 20만 한인이 있는데 베이징 왕징(望京)에만 10만이 있다. 칭다오(青岛)에 10 만명, 상하이에 7만 명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한국기업인들이 중국에 들어오면 조선족이 통역을 서주면서 큰 몫을 한다. 한국인이 인건비 저렴한 대륙을 택해 그들의 경제이윤을 높인다. 또 중국 일군들은 한국 기업인이 투자해서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 일하면서 자기의 수입도 올리고 있으니 그 보다 좋은 것이 없다.
 
한국인과 동포지간 모순은 옛날 이념 갈등과는 다르다. 지금은 한국 사업환경, 노동현장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주면 한국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밖에 강력 범죄, 쓰레기 무단투기, 공동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것은 한국인의 신뢰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사람지간 서로 믿고 신뢰를 쌓고 서로 아우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마음을 열고 화합의 길로 나가는 데 황금 열쇠를 쥔 거나 다를 바 없다.
일찍이 성인 공자는 신뢰를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꼽았다. 어느 날 제자인 자공이 나라를 세우는데 필요한 요소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식(食)’,‘병(兵)’,‘신(信)’을 들었다. 경제, 국방, 신뢰라는 얘기다. “부득이 셋 중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라는 제자의 물음에 “병을 버리라”라고 말했다. “만일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재차 묻자 공자는 “식을 버려라”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이 “신뢰”이었다. ‘무신불립(无信不立)’,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신뢰가 그만큼 중요함을 시사해 준다.
 
한국에 나와 일하는 우리 동포들, 동포공동체가 한국인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한국사람, 관리자, 매니저, 고용주들도 더 큰 그릇으로 저들 국가에 와서 고생하는 동포들을 이해하고 믿어 주고 진심으로 헤아려 줄 때 존경과 신임을 얻을 수 있는 게다. 그렇게 된다면 동포들은 보다 책임감 있게 보다 열정이 차 넘치게 일하고, 한국의 여러 가지 규제도 양호하게 준수하며 나갈 것이다.
 
사막을 건널 때 제일 좋은 동반자는 가족, 친구, 동료라 했다. 서로 믿고 돕고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야 험난한 고비 사막을 넘어 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나 중국동포들도 가족같이, 친구같이 하나로 융합될 때 그 힘이 막강한 것이다.

동북아신문 20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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