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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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글에서 본 민족언어의 혼란성과 문화심리의 이질화
2012년 06월 17일 16시 01분  조회:11277  추천:1  작성자: 최균선
                                              간판글에서 본
                                       민족어의 혼란성과 문화심리의 이질화
                                                    
                                                            최 균 선
 
    큰거리 작은 골목들에 즐비하게 내걸린 각양각색의 잡다한 간판글들에 눈길이 걸리면 상품경제시대의 활성화를 체감하게 되면서도 간판글의 혼란성에 눈살이 찌프러지고 한편 혼란한 우리 민족언어와 그에 따른 문화심리도 투시되여 마음이 쓰이는것은 내가 지성적이여서가 아니였다.
    경영자의 소망에 따라 나름대로 내걸수 있는 간판이긴 하지만 역시 공공의 문자생활이므로 가급적으로 규범화를 촉구해야 할 당위성이 제기된다. 이는 민족언어의 순도와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데서의 전 민족적인 사회문제로서 결코 소홀히 할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살펴본 전형적인 몇가지 문제점을 두고 소감을 피력하려 한다.
1. 조한문번역상에서의 혼란성
우선 규명해둘것은 조한문 두가지 문자사용에서 선후 위치를 관계할것 없이 거개 그 기본을 한자에 두고있다는 사실이다.
례: “惟一食堂ㅡ독별식당”
여기서 “惟一”“唯一”이든 ”“独、只有”의 뜻을 가지고 있으나 “독별”이란 너무 엉뚱하여 불가사의한 간판이 되였다.
례: “沙龙发型ㅡ사룡파형실”
“沙龙”이란 프랑스어에 어원을 두고있는데 1.응접실(salon, salle de séjour.) 2.사교 모임 (salon) .  3. 고급술집 등으로 두루 통하는 말로서 “문학살롱”,“음악살롱” 이라는 말은 있어도 파마점에 “살롱”을 가져다 붙였으니 격에 맞지 않을것은 당연하다. 이와 비슷한것으로  “夜沙龙美发厅ㅡ야사룡미발청”도 있었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밤모래룡”으로밖에 읽을수 없다. 심지어 “白马夜沙龙ㅡ백마밤살롱”이라고 쓴후 뱀에게 발을 달아주듯이 아래에 “백마불고기”라고 주해식으로 소제목을 달기까지 했으나 동문서답격이다. 
간판글은 일반적으로 명사를 쓰기좋아하는데 한자는 뜻글자이고 조선어는 소리글자이므로 간결한 간판글에서 표현상 어려움도 없지 않으나 령활하게 의역할것은 의역해야 하지 그냥 음차하면 우습게 될수밖에 없다. 조선어문법구조에 맞지 않게 곧이 곧대로 번역하여 잡스러운 느낌을 주는 간판들도 많았다.
례: “好来登食堂ㅡ호래등식당”, “万家乐商店ㅡ만호락상점”“万家乐电器商店ㅡ가가락전기기계상점”,등 간판들에서 사람마다, 혹은 집집마다에서 오기좋아한다는 의미로 손님을 끌려한것 같지만 소기의 목적과는 너무 비탈려있다. 직역해도 제대로 해야 한다. “宏光食品商店ㅡ홍광식품상점”“雨晨食品商店ㅡ우선식품상점”은 어떤 특정된 의미전달에 실패한것이다. “美春发型ㅡ 미봄파마”“符离集鸡店ㅡ부리집구운닭점”,“高乐思美发厅ㅡ고러스파마청”같은 간판에서는 조선어의 특성을 살리려고 하였으나 번역가님이 그만 너무 고명하게 번역해서 엉터리가 되고말았다.
직역이든 의역이든 두가지 언어에서 어휘의 뜻이나 문법구조를 대비하면서 사리에 맞게 번역해야 번역비를 챙겨도 면괴하지 않으련만, 간판은 그 상점, 혹은 기업의 얼굴이라고 할수 있는데 얼굴이 기형이고 사람을 끌 녀자가 없는것과 같은 도리가 적용된다.“美娜里小吃部ㅡ미나리음식점”이 있었는데 한어음차도 아니고 조선말 음차에 기준하여 “미나리ㅡ水芹”로 혼동할 소지가 충분하다.
2. 조, 한문에서 억지“창조”로 하여 조성된 혼란성:
연길시내 적지 않은 간판들을 보면 뜻글자로서의 한자어의 우점만 념두에 두고 제나름의 소망과 기원을 만들어내였는데 유감만 남긴다. 례하여 “神密美发ㅡ신밀리발”,“兰法食品商店ㅡ란걸음식품상점”,“卡西美发厅ㅡ카시미미발원”,“ 常盛小吃部ㅡ상성음식점” 등 간판들에서는 어떻게 해석해도 의미가 석연치 않다. “兰法ㅡ 란걸음”은 이도저도 아닌 조합이다. “까짓 간판의 번역이야 아무렇든…”한다면 남의 제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싱거운 걱정으로서 할말도 없어지겠으나 문제가 그렇게 개체적인것만은 아니다.
3. 간판글에 비낀 문화심리의 이질화:
우리 연변지구 각 현시의 간판들에 외국숭배심리에서 기인된것일지도 모를 서양냄새를 피우기 좋아하는 풍조도  비쳐지고있다. 례: “골든호프ㅡ戈登冷食店” ,“골든카라OK”,“花园캬바레”, “빠찐꼬” ,“레스토랑ㅡ 고급향수” “코리앙패숀 ㅡ’패션이겠지. 필자주” 등 영어, 프랑스어, 일어 등에서 따내여 품위를 높이려하는것 같지만 곤혹스럽다. 간판의 첫째가는 구실은 고객들에게 그 하는 업종의 내막을 알게 하는 광고가 이니겠는가?농촌에서 온 할머니들이 흔히 간판을 보고 저건 무엇하는 집인가 물을 때 대답은 “나도 모름”이 된다.
“威娜宝美发厅ㅡ위나보미발청”, “美洲美发型ㅡ사요파마실” 등 간판들에서 외향성경영의식이 반영된다고 해야 할지 모르되 서방문화사조의 충격력을 구석구석에서 느끼게 된다. “꿈속의 별미발청ㅡ梦星星美发厅”,“무궁화식당ㅡ无穷花食堂”“진달래식당ㅡ金达莱食堂”등 민족문화심리특징을 부끄러움없이 살리려는 영업주들의 얼굴이 친근하게 떠올라 반갑게 찾아들어가고싶어진다.
한편 조, 한문의 우점을 잘 발굴하여 깐지고 의미롭게 단 간판들이 이목을 끌었다. “不一样初级美发厅ㅡ같지 않은 초급미발청” “一加一美容美发ㅡ일 가하기 일 미용미발”등 간판들에는 부족점이 없지 않으나 그런대로 사람들을 대할만 하였다. 전자의 경우 “初级가 超级”을 말하자는것은 아닐가? 하다면 “같지 않은 보다 남다른” 이였으면 어떨가 생각해보았다. 생각이 싱겁긴했지만도,
이상에서 간판글에 비낀 민족언어사용에서의 혼란성과 이질적인 문화심리를 고찰하면서 빙산일각을 보고 빙산을 보았노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한가지만은 명백하게 강조된다. 우리는 언어가 밝혀주는대로 현실, 사물을 인식하며 현실은 또 언어문자를 통해서만 그것의 일정한 상태와 구조를 드러낸다. 따라서 언어문자는 일정한 문화정통성을 이어가면서 발전하며 그 언어공동체적인 겨례의 얼굴을 담아 빛낸다.
사회경제문화의 발전과 동보하여 인간은 부단히 새기호를 만들어내고 이 기호에 모종의 가치를 부여하여 의사소통에 도구로 삼지만 인간의 모든 기호중에서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조직규률을 갖는다는것을 외면할수 없다. 말하자면 간판글 하나에도 우리 말의 정확성, 순결성을 확보하는 민족적자세가 요청된다. 해당부문에서도 이런한 문제점을 모르는바가 아닐테니 하잘것없는 내궁리에 정부차원의 기대를 얹어보았다.
 
 ※※주: 이 졸문은 1997년 4월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연길의 큰거리, 작는 골목을 두루돌며 부지기수 가운데 몇가지만 베껴와서 썼다. 후에 1997년 4월 28일 “연변공상보”에도 게재된것을 옮겨놓았다. 그때로부터 세월은 15년을 흐르면서 사회양태는 더욱 다양했졌고 그때 간판들이 지금 있는지 알수 없으되 갈수록 간판글의 혼란성이 극성이기에 묵은 장독에서 된장을 꺼내놓고 횡설수설하듯 끄적여보았다.       

                                                                2012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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