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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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씨수상록 90)“새도래”를 떠올리며
2015년 08월 26일 18시 46분  조회:681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새도래”를 떠올리며
 
                              야 조
 
    지금은 어떤지 내가 농사군으로 살때까지만도 밉광스럽도록 경망한 사람을 “새도래”,“홀리떼기”,“핼래깨비”“당개보살”이라고 비난했는데 다가 웅숭깊지 못하거나 도무지 진득한 멋이라곤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서 어원이 어찌된 사투리인지 몰라도 잘만 통했다. 가볍고 방정맞게 야단을 피우는 말이나 행동을 이르는“호깝쓴다.”는 말보다 더 자극적이여서 그랬던지 모른다.
     그때는 “새도래”라는 말이 사투리거니만 하고 썼는데 인터넷 어학사전에서 보니“새도래”가 “새퉁이”이의 방언으로서 밉살스럽거나 경망한짓. 또는 그런짓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며 우리 연변에서도 잘 써왔던“얄개”와 비슷한 뜻이란다. 우리는 야살스러운 짓을 일삼는자를 얄개디(둥이)라고 불렀지만,
    아무튼 우리 농촌에서는 새도래나 당개보살이나 핼래깨비들을 지각이 든 사람이면 모두 꺼렸다. 정서와 기분에 잘 휘둘리는 인간인만큼 군자가 아닌이상 경박함과 경망스러움과 태생적으로 등질수는 없지만 명색이 ×찬 남자로서 체질적으로 새도래가 되거나 당개보살, 핼래깨비라면 심리불건자라 할것이요 성격상 불치의 결함이 있다고 할것이다. 헌데 당사자들은 자신이 어떤지 모르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새도래란 흔히 아낙네들에게 잘 붙이는 칭호였지만 간혹 남자들속에도 있다. 내가 왜 귀찮은 “새도래”들에 인상이 련련한가? 역시나 그당시 새도래들 못지 않게 사회상에서 따돌림받던 귀찮은 존재이다보니 공수높은 공정판같은데는 보내주지 않고 논물관리나 건조실 불때기나 과수원일같은 기술로동은 “미더운 후계자” 자격이 없어 못하다보니 하릴없이 오리무리에 꽁지빠진 수탉처럼 아낙네들을 묻어다니며 밭김을 매고 논김매기에 “선줄군”이 되여 새도래들과 남달리 도타와질수밖에 없었던것이다.
    혼자 있을 때를 빼놓고 무작정 꿀먹은 벙어리상을 해도 새도래 아낙들의 상대가 되여질 때가 다반사였다. 례컨대 벼모철, 모상판에서 벼모를 뜨는 아낙네들의 궁둥이 뒤에 널린 모춤을 주섬주섬주어 지계에 담을때나 논김을 맬때면 계급의식이 탁월한 새도래들은 시간마다, 날마다, 해마다 말해야 한다는 계급투쟁 각오와 의기가 하늘을 찔렀는지“원쑤들은 복벽을 꿈꾼다.”느니 “계급투쟁 잊지 말자!”느니 하는 노래를 고창하며 좋으나 궂으나 나더러 특별청중이 되라는것이였다.    
    울며겨자먹기라도 “제밀헐”이였다. 그러나 내놓고 두덜거릴수 없었던지라 그저 못들은체 하거나 피하는것이 상책인데 피할수도 없어 고스란히 들으며 누가 “복벽의 꿈”을 꾼다는것인지 곤혹에 몰두할수밖에 없었더랬다. 하여 숫핼래깨비나 “암새도래”들이라 하면 지레 진저리쳐지면서 질색이 되였다.
    그때 만약 “꼴깝을 떨다”라는 욕을 알았다하더라도 곤백번 외우면서 자아위안을 할수도 없었을게다. “꼴”은 얼굴을 말하지만 욕으로 쓰일 때는 병신같은 얼굴이란 뜻이고“깝”은 물건에 대한 값어치지만 병신같은 얼굴자랑하는 값어치이고 떤다는 몸을 떤다. 지랄병하는 사람이 몸을 떤다는 말로서 멀쩡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다 가는 모가지가 뎅겅 날아날 큰욕이라니 말이다.
    먼훗날 꿈처럼 신세가 덜컥 바뀌고  마침내 도시에서 훈장질을 하면서 새도래들은 농촌에만 있는게 아니라 사람사는 곳이면 어디나 다 있음을 절감하게 되였다. 도시새도래들속에는 녀자새도래들에 못지 않은 남자새도래들도 많았다. 유식한 새도래 들은 만사통인체 하는데 시기질투가 특기이다. 남은 무조건 깔보려하면서 남의 말에 토를 잘 달고 어문이 전공이 아닌데도 과장법이 놀라우며 비약을 잘하고 같은 문제라도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하는데 달인들이다.
    새도래들은 거짓말이 난당이다. 물론 자타를 포함하여 허다한 말들은 사실에 준하지 않고 제감정을 앞세우고 한다. 새도래들은 자기가 하는 말이 거짓말인줄 모르고 제좋을대로 말하는 버릇도 무성하다. 거짓말이란 별게 아니다. 일구이언도 곧 거짓말이다. 이렇게 말했다가 곧 저렇게 말하고 가능하다고 하다가 제혀를 씹으며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방금 좋다고 말했다가 뒤번져 좋지않다고 하고 옳다고 말했다가 얼마후 틀렸다고 하면 곧 거짓말이다. 원체 심지가 뒤틀렸기에 그럴것이다.
    자신의 리기심으로 인해 자기가 싫어하는 상대편에게 유익되는 말을 하지 않고 마냥 해치는 말을 해도 거짓말이다. 자기 리익에 좇아 혹은 제구미에 맞춰, 선호도에 준하여 말하는것도 거짓말이다. 제허물을 숫제 숨기고 좋은것만 말하고 자신에게 유익한것만 말하고 불리한것은 제좋게 꾸며대는것도 거짓말이다. 그네들은 많은 경우 고의적으로 사건의 절반을 남겨두고 말하지 않는다..
    호들갑인지 새도래인지 소총명을 발휘하면서 양양자득한다면 참새 방아간 지나는격이 되기 십상이다. 녀자라해서 일언경천금이라 하는지 모르겠으나 사내를 상대해서“장부일언 중천금”이라고 하는데 사내라면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 하므로 언행에 약속력을 선행시키면서 시종일관 근신하라고 경계하는 말일것이다. 새도래인지 새퉁이인지 어쨋건 인종치고는 말째들이요 그들을 위해서 불행이 아닐수 없다.
    하긴 어른들속에만 새도랜지 핼래깨비들이 있는게 아니라 옛날 아이들속에도 드문히 있었다. 서로 척을 지고있는 아이를 두고 노상 호들갑을 떨어대는데는 그야말로 허구픈 웃음부터 나왔다. “어제 그새끼랑 말쌈했는데 찍소리 못하게 즉살멕여줬거든, 이제 쌈하면 저레 까디를 해치울 작정이야, 그래야 내 말이라면 썰썰 길테니깐…”
    만약 딴 재미를 보고싶은 지꿎은 애가 있어 “아새끼, 핼래깨비같은게 너 그애를 이긴다구? 너 그애보다 더 쎄다면 몰라두…” 그러면 더구나 콩팔칠팔이다. “모르면 말하지 마라, ××가 내편 들어준댔어, 그새끼 어방이나 있겐? 내 형니미 뒤에서 어슬렁거리기만해도 근마새끼 찔 얼거든 헤헤헤…” 싸가지없는 약자의 호가호위였다.
    개체 인간들속에 새도래나 핼래깨비들은 기특한대로 두루 어울려 살아가지만 만약 한 나라의 국정운영자가“핼래깨비”여서 호들갑을 잘 떤다거나 공공언론인들도 발라맞추기에 급급해서“예의 주시하거나”,“차차 두고봐야지”를 팽겨치고 사사건건 보살을 떤다면 곤란하다. “공적인 일에서 나를 생각지 말고 사적인 일에서는 감투를 생각하지 말라”는 전고가 있더라면 급공근리에 날뛰는데 그말이 무슨 대수랴!
   하지만 호들갑은 어떤 문제를 설굴뿐 해결에 아무도움도 못된다. 새도래들이  아무리 그럴듯하게 분장하고 나서도 큰일을 성사시키지 못하기때문이다. 큰일 작은 일마다에 유난히 떨어대는 호들갑이 민족의 렬근성이 되여졌다면, 말마따나 새도래가 어느 한 민족의 이미지가 되여졌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수 없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일생동안 받들면서 살만한 한마디 귀중한 말씀을 하여주십시요."라고 청들었다던가, 그러니 공자님이 "용서해라! 자신이 하고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마라."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인생마당에서 수없이 많은 일에 모대기며 어려운 일이 많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 "용서"하는것이다. "자신이 하고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마라. (己所不欲,勿施于人)" 는 우리 모두에 참조계로 되지 않을가?
     자기 위주의 편향은 금물이다.“문제가 생기면 남의 잘못이다. 나는 문제가 없고 선량하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심리편향을 말한다. 자고로 리익쟁탈의 인간세상에 금을 그어놓은 정의란 없었다. 자신이 불리하면 같은 편끼리 찧고 까불리며 떡가루를 내고 제먹기 좋은 빈대떡을 빚으려 한다. 이는 새도래들의 특기의 일종이기도 하다.
                                      
                                          2015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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