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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최 균 선
1
해변가 승지. 구라파식지붕을 한 호화별장의 베란다에 한 미모의 녀인이 서있다. 찬란한 일광아래 굼실거리는 푸른 물결을 바라보고 서있는 그린듯한 자세는 너무너무 멋져보인다. 비록 잠옷차림 그대로이나 보기들물게 아릿다운 얼굴과 동탕한 몸매는 왕자를 만나러 바다에서 헤여나온 전설속의 미인어를 련상시킨다. 미인과 바다경치! 그것은 한폭의 풍경선이였다.
이 녀자의 이름은 함소(含笑)이다. 지금 동거하고있는 사내가 달아준것이다. 그녀가 늘 미소를 머금고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불렀지만 미모의 녀자들이 일단 귀하게 되면 거개 그러하듯 이 녀자에게서는 하냥 도고함과 랭기가 쌩— 풍기고있었다.
나이는 스물다섯. 성감의 극치를 자랑하는 한창때와는 조금 처지게 얼굴이 애되여서 더구나 유혹적이다.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만큼 희한하게 부풀어있는 젖가슴과는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곡선을 그어내린 날씬한 허리, 그 아래 탐스럽게 통통 여물어버린 둔부…어느모로 보나 사내들의 가슴을 녹이고도 남음이 있다.
녀인은 성이 맹가인 싱가포르화교상인의 대륙부인이자 그가 주해에 꾸려놓은 고급화장품상점의 대리경리였다. 그녀가 어데서 왔고 어떤 경로를 거쳐 거부의 보배로 되였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녀의 삐여난 용모와 극히 성감적인 몸매가 추천장 일것이라고 추측할뿐이였다.
늦은 아침결, 녀인은 50대 중반의 혈색좋고 끼끗한 신사의 팔을 끼고 멋스러운 포즈로 언덕을 내려 까만색 하이야에로 다가갔다. 마치 황제를 대기하고있는 궁정노복처럼 허리 꺾고 서있던 젊은 사내가 차문을 열어주며 아침인사를 올렸다.
《총재님, 밤새 유쾌하셨습니까!》
《음, 고맙네. 나야 늘 유쾌하지. 앗하하…》
자가용은 별장동네를 벗어나 해변가 포장도로우로 미끄러 지듯 달리고있다. 해초내음과 소금기를 머금은 비릿한 바다바람 이 차창으로 밀려들어와 폭포같이 드리운 녀자의 머리칼을 희롱 한다.
《이 차가 마음에 드나? 독일에서 특별히 주문해온 벤츠꼬당 이야!》
《저를 주려구요? 아이 고마워라. 정말 그럴듯해요!》
《고맙긴. 함소는 나의 백설공주야. 당당히 타고 다닐 자격 이 있구말구. 그러나 함소는 나 하나에게만 속하겠다는걸 단단히 약속해야 해!》
《아이유! 절 몰라서 또 그 당부인가요? 령감님ㅡ 시름을 푹 놓으시라요. 당신은 저의 은인이구 둘도 없는 백마왕자인데요.》
《좋아. 허지만 사랑은 은혜에 대한 보답만이 아니지. 그리 구 자꾸 령감소릴 하지마. 녀자에겐 극품에 속하는 년령이라구. 알아듣겠나! 녀자들과의 정으로 말하면 20대 남자는 멋모르는 차품이구, 30대는 열광적이구 힘이 있으니 정품이라 할수 있지. 40대 남자는 바쁜중에도 아량있게 녀자를 다루니까 진품이라 하지. 헌데 50대야말루 지천명에 이르러 촌음을 아끼는 극품 인거야. 사랑에 늦은 지각생이니까. 또 섹스는 그저 뚝심으로 즐기는게 아니거든…》
버릇처럼 사랑세대론으로 세대차이에서 오는 육체적인 허수 함을 감싸고 도는 맹씨의 설교에 녀인은 종이장같은 엷은 미소로 반응을 보여주었다.
《이 차는 좌석을 특제한거야. 제끼면 제법 침대가 되지. 밀월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서말야.》
《욕심이 굴뚝이시네. 주착도 없이…》
《상관없어. 우리 세상이니까.》
《그래두요. 그리구 어쩌면 힘도 그리 좋으실가?》
《넌 아직 다는 몰라. 성유희란 남녀간에 평생 끝내지 못할 인생숙제야. 끝냈나싶으면 새 숙제가 제기되구 내용도 바뀌구 말이야. 자 즐겨보자구. 응. 쾌속도우에 실린 향연의 극치일 테니까.》
50대중반이면 자연쇠퇴의 표징이 먼저 성에서 알리건만 보양이 잘되여있는 그는 녀색을 야하게 즐기는 기호가 있는데다 기력이 곰같았다. 그래서 해수욕장, 잔디밭, 수림속…어데서나 꺼리낌이 없이 육욕의 만찬을 베풀려들었다. 자연인의 원모습 대로 환원된다는것이였다.
돈도 많이 쌓아두었으니까 평생 녀자들과 즐기는것을 최고의 인생락으로 삼아온 이 해외사내는 벼라별 해괴한 짓거리들을 고안해내여서는 그녀를 닥달했다. 그런데 녀자는 기술적으로 잘 적응되지 못하고있을뿐만아니라 여직껏 심리상에서도 그냥 수동 적이다. 생각만해도 머리카락이 쭈볏해지는 루추한 곳에서 흑야 차같이 흉포한 사내에게 무참히 처녀를 짓밟히고 시달림받았던 그녀로서는 남자의 성기라면 그저 역겨움과 증오심부터 앞섰 던것이다.
돈 많은 신사풍의 남자였지만 침실에서는 완연히 딴 사람이 되였다. 문제는 그녀로선 이 사내의 시도때도 없는 성요구를 거 절할 처지가 못되는것이다. 오래동안 거친 비바람속에 일엽편주 로 떠돌던 녀자. 그녀에게는 이 사내가 가장 안전한 항만이였고 마음의 보금자리였다. 더구나 사내는 섹스에 이골이 튼 경험자로 서 어찌나 은근하고 기교를 피우는지 공포심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 단맛을 추구할 마음의 여유는 생기지 않는다.
《…헉…좋아. 각별해. 너도 감각을 찾아! 이런 일은 마음 으로 해야 해…》
두 사람의 체중이 실린데다 격렬한 운동까지 가해지니 침대에서 신음소리가 새여나온다. 아니였다. 그것은 형언할수 없는 육체가 내는 미묘한 음악이였다. 질주하는 자동차, 리드 하는 사내… 녀자는 난삽한 심정을 주체할수 없어 눈을 꼭 감아 버렸다… 운전수는 반사경을 돌려버리고 핸들만 꽉 잡고 속도를 내고있다…
함소는 오랑캐령너머 두만강변의 선녀동태생이였다. 함소의 어머니 분녀는 처녀시절 원근에 소문짜한 시골가인이였다. 스무살에 시집가서 밀월이 끝나기도전에 남편이 조선전장으로 나갔고 그렇게 떠난 남편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그런데 청상 과부로 15년 세월을 수절하던 그녀가 자기를 빼여닮은 귀동딸을 낳았다. 그때 마을에 조선특무, 집권파로 몰리여 로동개조하는 억철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몇해전 사회주의교육운동때 이 마을에 내려와 분녀네 집에 하숙을 정한 억철이는 돌아오지 못한 분녀의 남편과 생김이 너무나도 흡사했으며 또 분녀의 남편과는 생사고비를 함께 넘던 전우였다. 그 억철이가 녹쓴 자물쇠를 채워두었던 분녀의 심방에 뛰여들었던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분녀 홀로 사랑의 쪽대문을 열고 정을 끓인것이다. 그러나 억철이는 죽은 전우의 미망인에게 어떤 사심도 없었다. 과부집 문전에 넘치는 류언비어때문에 억철이는 선녀동사업을 후힘에게 맡기고 훌쩍 떠나버렸다.
인사도 없이 떠나는 사내를 말없이 바래며 고개턱 황철나무 아래에 쏟았던 동이눈물은 몇년이 지난후 마침내 사랑의 무지개 를 걸어주었다. 어느 여름밤, 별빛 소근대는 과수원 오두막에서 그녀는 참고 참았던 정염의 보따리를 마음껏 풀었다. 그러나 새 생명의 탄생으로 선량하고 후덥던 열혈의 사나이 를 빼앗겼다.
렬사의 안해를 점했다는 죄명을 쓰고 뭇매질당 하다가 비명 횡사한것이다. 사랑의 원혼ㅡ억철이가 함소의 아버 지였다. 꽃씨 야 누가 뿌렸던간에 산수 좋은 선녀동에서 사랑의 열매인 옥경 이(함소의 원명임)는 제2대의 가인으로 자라났다…
이런 특수한 출생경력을 가진 옥경이는 설음 많은 홀어 머니의 잔약한 손길아래 외로움과 빈궁과 애비없는 설음으로 동년의 꿈을 얼룩지워놓았다. 시골애들이 거개 그러하듯 돈과 물질적부가 가져다주는 만족감이 어떤것인지 상상도 못하면서 쓰디쓴 체험으로 잔뼈가 굳은 옥경이가 현성고중에 다닐 때 절감한 돈의 의미는 누구보다 각별했고 처절했다.
눈물겨운 숙사생활 3년끝에 옥경이는 대학입학통지서를 받아 쥐였다. 하지만 병약한 과부의 몸인 어머니는 외동딸을 금봉황 으로 나래쳐가게 할 힘이 없었다. 눈물로 몇밤을 패우다가 드디여 절망한 옥경이는 눈물에 절은 통지서를 두만강 흐린물에 띄워보내고 간다온다는 말없이 오랑캐령을 넘어섰던것이다.
그러나 설계도가 곧 건축물이 아니듯이 돈벌어 다시 공부 하겠다는 동경은 현실이 아니였다. 엉터리 잡지들에서 서술하고 있는 이야기중에서 가장 비참한 이야기들도 그녀가 겪은 경난에 비하면 거리가 멀어도 한참은 멀었다.
고향의 품을 떠난 녀자들중에서 많은 녀자들은 제가 원해서 육체교역에 나서기도 했겠지만 보다 많은 녀자들은 빼앗기고 강점당하고 그리고 차차 타락하게 된것이다. 이 세상 아름다운 것의 60프로를 차지한다는 생활의 꽃들을 남자들은 돈과 권력과 야성과 무치한 완력으로 소일거리삼아 깔아뭉개버린다.
유린당하고있는 꽃들은 절망과 자포자기속에서 피눈물을 쏟고있다. 그러나 남자들은 녀자들의 애원과 신음소리속에서 오히려 만족감을 느끼고있다. 이것은 인간악의 일종이다. 그런 인간악이 수천수만의 사회악의 꽃들을 키워내고있다. 옥경이가 바로 그런 꽃이였다. 인간의 뿌리깊은 악습과 도회문명의 제물로 충당된것이 옥경이 자신의 본의가 아니였던것은 사실이다. 흔들 리는 이 인생박투장의 우왕좌왕하는 수천수만의 농촌처녀들가운 데서 그녀의 조우가 제일 처참한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숙명에 가까운것이였음은 명백하다.
2
큰 고기가 작은 고기를 잡아먹는 바다속처럼 험악한 바깥세상인줄을 옥경이가 전혀 모르고 집을 뛰쳐나온것은 아니였다. 청도에서 어느 한국기업에 취직하고있는 먼 친척을 태산같이 믿고 떠났는데 안될 놈은 가루 팔러 나서면 바람분다고 그 친척되는 사람은 벌써전에 청도를 떠나고 없었던것이다.
박우물 마시고 자라서 겉치레를 할줄 몰랐던 시골의 처녀는, 그 순결무구함으로 남을 제마음처럼 믿기만하는 햇내기 가인은 산설고 물설은 타향에서 전전긍긍하다가 한 한국기업가의 눈에 우연히 들게 되였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학교시절엔 미모가 녀자의 첫째가는 자본이라고 자긍했는데 이 사회에서는 그것이 무거운 보따리로 될줄을. 한달 못미처 거기서 나오지 않으면 안되였다.
녀자만 보면 설쳐대는 한국남자들이라는 소문이 헛말이 아니였다. 그치는 이 동포미인을 아예 대륙부인으로 만들려고 몹시도 치근거렸던것이다. 나오고보니 알맞고 안전한 직업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돈이 거덜났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림시 구급책으로 보모소개소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그 한발자국에서 그녀의 인생비극은 예고되였던것이다.
거기서 네한족처녀애들처럼 순진함과 단순함에 떠밀려 그만 악마의 봉고차에 운명을 싣게 되였다. 하루해가 꼴깍 지도록 내처 달리기만하던 봉고차가 들어선 곳은 청도에서 몇백리 떨어진 즉묵이라는 곳이였다. 그것도 교외의 으슥한 곳에 지은 《상아오락성》이라는 간판을 건 3층집 뒤뜨락이였다.
망아지같은 검둥개 두마리가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컹컹 짖어대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들이 욱 모여들자 불길한 예감이 든 처녀들은 돌아가겠다고 야단쳤다. 그러나 대답 대신 무지한 발길질과 쌍욕이 쏟아졌다.
《야, 이 거지 같은 년들아, 올 때는 제발로 왔지만 나가 는건 마음대로가 아니야. 뭣들 하고 섰는거여. 저 뒤방에 빨리 몰아넣엇!》
옛날영화에서나 소설책에서 볼수 있던 그런 정경이 현실로 펼쳐졌다. 녀자애들은 도살장으로 끌려들어가는 새끼양들처럼 매매 울며 어둑시그레한 방에 갇혔다. 그 밤은 옥경이와 네 처녀 애들의 수난의 첫밤이였다. 거기서 옥경이와 호남처녀가 주인 무가에게 차례로 당했고 그 이튿날부터 매음에로 내몰렸다…
무가는 가근방에 소문난 악패였다. 법은 그자의 주먹보다 멀었다. 그녀들의 자유란 이리같은 개다리들의 독기어린 감시밑 에 뒤뜨락을 거닐거나 빨래를 널때뿐이였다. 사내놈도 악질이였 지만 녀편네년은 암펌이였다. 옥경이는 그녀앞에서 무릎 꿇고 애원도 하고 사정도 해보았지만 암펌은 제사내를 홀린 요정이 라고 생트집을 부리며 앙갚음을 해댔다.
악몽같은 몇달이 지나갔다. 로임은커녕 오입쟁이들이 던지고 간 팁도 고스란히 바쳐야 했다. 그야말로 인간지옥이였다. 더는 배겨낼수 없어 절망한 옥경이는 3층에서 뛰여내려 자살을 시 도했으나 마침 그밑에서 어슬렁거리던 개의 등허리에 떨어지는 바람에 중상만 입고 죽지는 못했다.
무가는 소문이 새여나갈가봐 병원치료를 못하게 했다. 인정 많은 자매들이 애걸복걸 빌기도 하고 단식투쟁도 하면서 소란을 피워서야 현성병원에 입원하게 되였다. 물론 무가 녀편네와 개다리의 감시가 붙어섰다.
세상은 어두워도 착한 사람은 어디건 있는법이다. 몸이 회복되여갈 무렵, 옥경이는 호사에게 자기의 처경을 하소연하고 구원을 청했다. 호사는 동정을 하면서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무가놈이 두려워서였다. 못하는 짓이 없는 무뢰한인데 다가 큼직한 놈을 등에 업었는지라 지방공안국에서도 한눈을 감아주는 놈팽이였다.
그런데 죽을 고비에 살길이 나진다고 안해에게서 옥경이의 사정얘기를 들은 호사의 남편이 발벗고 나섰던것이다. 그는 산동땅의 유명한 고려인후손마을에 태생인 박씨였던것이다. 동족 이라는것이 그를 일떠세웠던 모양이다. 교묘하게 방법을 대여 병원에서 빼돌린후 멀리 떨어진 자기의 고향마을에 숨겨두고 몸이 완쾌될 때까지 보살펴주었다…
그후 남방의 여러 도시를 떠돌다가, 대륙에 상업망을 벌리고 한국과도 장사를 하는 싱가포르상인의 번역 겸 비서로 들어가게 되였다. 비록 엄청난 호색한이긴 하였지만 인정미도 돈독했던 이 남방사나이는 얼마 안지나 북방의 이족미인—옥경에게 각별한 감정을 가지게 되였다.
아직 대도회지의 풍류아가씨들에 비하면 채 성숙되지 못한 표정이였으나 천생려질의 자색은 가공된 현대미인들보다 실제 적이고 진실해서 첫눈에 홀딱 반했는지 모른다. 흔히 때이르게 터쳐버린 꽃망울들은 한번 시들면 그만이였건만 백두산의 정기를 타고난 탓인지 그야말로 백두산 비바람속에서 살아나는 만병초처 럼 뿌리깊은 활력소가 풍기는 싱싱함과 향그러움은 이 50대 사나이의 욕정을 새롭게 불태워주었다.
돈 잘버는 솜씨만큼 돈으로 녀색을 즐겨온 그는 저무는 인생길에서 만난 타민족미녀의 아름다운 육체에서 진해가는 욕정 과 허수해지는 마음을 한껏 보상받고싶었는지 모른다.
혈기방장하던 때는 녀자들을 수없이 탐닉하였었다. 아름 벌어지게 풍만한 서양녀인들도, 피부감각이 류다른 깜둥이계집도, 가살스러운 일본녀자도… 아마 줄을 세우면 다국부대 한개련쯤은 될것이다. 화류계에 싫증이 난 이때에 와서 손에 넣은 이 녀자는 비록 동정은 잃었지만 정신만은 순결했고 마음씨마저 비단결 이였다. 더구나 늘 수집은듯 절제하는 그 몸가짐과 은근한 례절 은 사나이로 하여금 제 나이의 진공력에 안성맞춤한 녀자라고 확신하게 하였다.
스스로 방종하는 사나이들도 자기 녀자만은 안전계수가 높기를 요구하는 법이다. 사내의 방탕한 마음을 사로잡은 옥경 이의 그 정숙함과 믿음성은 다른 어떤 녀자에게서 보아내지 못했던 미였다. 다른 젊은년들은 사내가 일단 곁을 비웠다 싶으면 젊은 놈들을 끌어들여 제 재미를 보고 돈 빨아낼 궁리에 빠져 악바리쓰기가 일쑤였다.
그런데 이 녀자는 돈을 더 후려 내려고 가살을 피우는 법도 없는, 가정적기분까지 안겨주는 녀자였다. 달라고 앙탈하는 년은 밉상이였지만 녀자가 얌전하게 나올수록 더 생각해주고싶은 사내의 마음이였다. 참으로 청순 함과 미모와 관용의 희한한 조합이 아닐수 없었다.
함께 있는 날이 길어질수록 사내는 이 산골처녀를 더욱 사랑했고 나중엔 대륙부인으로 들여앉혔다. 사내는 섹스의 전서 인 소녀경을 전수했을뿐만아니라 상업술과 인생살이,처세에 대한 많은것을 일일이 터득시켜 아주 세련되고 우아한 기품의 귀부 인으로 환골탈태시켰다. 본국에 돌아갈 때를 내놓고는 한시도 곁에서 떼놓지 않고 그림자처럼 달고 다녔다. 동업자들이 함소를 찬탄할 때 사내는 자기의 걸작에 어깨가 으쓱해있었다. 시골 녀자—옥경이는 땡잡은셈이랄가.
옥경이는 50대 중반의 이 능구렝이같은 사내가 그의 말처럼 극품이여서 극진하게 대하는것은 아니였다. 그 일에 들어가서 사내란 죄다 한통속이긴 하지만 이 늙은 남자에게는 적어도 안전 감이 있어 갈갈이 찢기던 아픔과 굴욕감과 수치심 같은 심리장벽 이 없다. 사내는 우선 정으로 얼어붙었던 그녀의 성랭담증을 녹여버렸고 거부감도 제거해버렸다. 그러나 옥경이—함소에게는 지금까지 그저 순종과 곰살가운 헌신만이 있을뿐이였다.
이 사내에게 한생을 기탁할 타산이 없다면 무리를 써가면 서라도 돈을 후무려야 하겠지만 그러고도 싶지 않았다. 엄마의 만년을 보장할만한 돈이 마련되였으니 이제 목숨걸고 시행해야 할 그 일에 수요되는 경비만 장만하면 되였다. 아무튼 잠시는 이 사내의 그늘을 떠날수 없으니 자기에게 차례진만큼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그녀의 마음이기도 했다.
이제 무엇을 바랄수 있을것인가! 처녀의 아름다운 꿈은 이미 묵사발이 되였다. 자기 인생을 어떻게 새롭게 설계한다는 계획 같은게 더 있을수 없다. 령욕의 안팎을 꿰뚫어 본 이상 신비할 무엇도 없다.
사내가 싱가포르의 본부에 돌아가있을 때면 그녀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 참혹했던 지난날을 두고 가슴치며 슬피 울었다. 일반 처녀들이 평온하고 꿈많던 그 시절의 장미색 순정과 첫 가슴띠와 처음 받은 꽃편지를 잊지 않고있다면 아름다운 추억 이란 별로 없는 그녀에게는 피맺힌 원한만이 처마끝의 더러운 고드름처럼 들쑹날쑹 맺히고 덧쳐가면서 무서운 악몽속에 서리발 장검이 되여 그녀를 괴롭혔다. 세월은 많은것을 색바래게 한다 지만 그 마음의 고드름들은 녹을 대신 복수의 칼날이 되여가기도 했다. 자신은 이미 마음 착한 시골처녀로 돌아갈수 없게 되고 독즙을 머금고 핀 악의 꽃이라고 자인할 때 검은 피가 더구나 거꾸로 흘렀다.
3
군자의 복수가 10년도 늦지 않다면 녀자의 복수는 한생을 두고 벼르는것이리라. 근 반년만에 령감이 돌아왔다.
《어이구 내 사랑둥이야, 널 보고싶어 환장할번 했어…》
함소를 얼싸안고 한식경이나 끓던 사내는 그제야 마누라가 심장병으로 죽었노라며 가볍게 한숨지었다. 마치 오래동안 입고 있던 낡은 외투를 잃어버린듯 대수롭지 않은 기분으로 내뱉는 말에 함소는 남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었다. 자신도 언젠가는 오래되고 낡아버린 옷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으랴!
뭇처녀애들은 돈만 많다면 70고령의 령감한테도 얼싸 들어붙지만 그녀는 엄마를 두고는 극락에로 간다해도 생각이 없었다. 하긴 엄마가 여생을 먹고 살만큼의 돈은 이미 보냈지만 그녀에게는 돈이 문제가 아니였다.
령감은 그동안 녀자를 절제하였다며 신혼의 단맛을 본 젊은 애들처럼 열광에 빠졌다. 함소 자신도 겉보기엔 담담한듯했으나 내심으로 사내가 은근히 기다려졌던 모양, 사내가 하는 모든 짓 거리들이 싫기는커녕 좋았다. 육신이 비비꼬이는 강렬한 욕정 속에 자신을 완전히 내맡긴채 남자를 향수하기에 열중했다.
첫시작은 역시 순종하는 자세로 솜처럼 부드러운 몸태를 내주었다. 욕정을 폭포처럼 쏟아내려고 서두르는 남자의 푸들거 리는 근육의 따스한 접촉과 숨막힐듯한 애무속에서 아늑한 위안 과 확신을 몸 전체로 느꼈다.
매음녀들은 돈과 감각을 함께 얻는다고 하지만 성애란 어디 까지나 서로가 원하고 탐할 때 지적인것에 받들려 평등을 가지고 해야 자극적인거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긍정하고나니 오래동안 잠자던 화산이 이글거리는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그 용암은 대단한것이였다. 과거와 오늘과 래일을 마구 삼키고 불태워버 리는 거대한 반충력과 진동을 동반한 훼멸성적인것이였다. 누가 녀자들이 성에서는 영원히 피정복자라 했는가! 녀자도 일단 성에 애착을 가지면 남성을 삼켜버릴수 있는것이다.
사내의 따뜻하고 매끄러운 입술과 혀가 가장 보수적인 거기를 끝없이 파고들자 형언할길 없는 짜릿짜릿한 감각속에 혼신이 한껏 평화속에 잠겨버린다. 이제 사내의 잘 버려진 페니스가 기세차게 밀려들어오리라는 막연하고 몽롱한 기다림이 속살을 전률하도록 자극해온다. 사내를 받으며 허파에 바람이 든듯 입에서 가벼운 꽈리소리가 연신 터졌다. 《허, 이년이…》 사내는 노루를 덮친 호랑이마냥 으르렁거리며 태질했다.
순수의 원시적평화의 순간이 사라지고 오고야말 폭풍우가 들이닥쳐 땅과 천정이 요동쳤다. 괴성을 지르며 룡트림하는 사내가 처음으로 장해보였다. 그 격렬한 률동감도, 부르르 전률 하는 우습꽝스러운 동작도 모두가 사내가 할탓에 맡겨버린채 자기는 자신을 위해 더이상 어떻게 해볼수가 없었다. 다만 몸속 깊은 곳에서 참을수 없는 흥분과 진통과 적라라한 야성이 파괴의 쾌감으로 꿈틀거릴뿐이다. 드디여 향락의 절정에 아슬아슬하게 떠밀려올랐을 때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지고 사내의 하얀 등허리에 기다란 손톱이 밭고랑을 가득 지어놓았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높이 떠서야 애욕의 피리가 찬양하던 밤의 활극이 남겨놓은 끔찍한 흔적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잠자던 악의 꽃은 그제야 눈을 떴다. 그녀는 라신그대로 침대를 내렸다. 침실 량켠에 걸린 벽거울속에 라체의 두 미인이 나섰다. 이제 더 꺼리낄것이 무엇이고 감출것이 무엇이랴.
그녀는 거울속의 자기를 얼없이 바라보았다. 실한오리 걸치 지 않은 녀자의 육체는 얼마나 연약하고 상하기 쉬운 조각품 같은가! 어찌보면 섬세한 인체미의 극치를 자랑하는 정교로운 예술품인것 같았지만 뒤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 또 미완성품 같기도 하다. 그녀는 숫처녀시절에도 자기의 육체미에 남다른 자호감을 가져보지 않았다. 지금은 더구나 철이 지난 꽃을 보는 애틋하고 처연한 감정이 온 몸을 휩싸면서 스스로가 가엾어졌다.
작은 물방울도 곧 튕겨나리만큼 한껏 살찌고 탄력있던 젖몽 우리가 어느새 속으로 무너져내리기 시작했고 하얀 평원에 침적 이 생기면서 잘룩했던 허리에 날씬한 멋이 확연치 않았다. 미끈 하게 뻗어내린 두 다리우에 보기좋게 솟은 두개의 눈봉우리 가 아직 육감적이긴 하나 흐물흐물 옆으로 퍼져간듯했다…
사내가 지칠줄 모르고 파고들지만 자기로서는 순결과 특색을 잃은 흰 도자기꽃병같다고 자인해야 했다. 사랑의 향그러운 꽃들이 채워져있을 대신 모멸과 원한과 증오심의 독기가 가득 채워져있는 위험한 조각품이였다.
녀자가 자기의 육체때문에 해를 입지 않고 죄악을 범하지 않는다면 행복한 녀자이다. 스스로 라체미를 의식하고 자긍하는 순간부터 녀자는 비참해지는것이 아닐가? 자기의 살찐 유방을 자랑하며 다니는 녀자는 실제상 《나를 정복해주세요.》하는 선언과 같다지않는가.
녀인이여! 녀인! 너는 어떤 의미에서는 아름답고 유순하고 사랑스러운 동물이지만 또다른 의미에서는 야비하고 경망하며 유혹적인 악의 꽃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함소는 자기의 운명의 화근인 탐스러운 몸을 두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행복한 운명의 녀자들에게는 흔히 결핍한 그런 천부의 미를 아빠, 엄마가 주었다고 불공평한 운명의 신은 어이하여 그 타고난 아름다움이 행복의 보금터로 되게 하지 않고 한낱 사내들의 발설공구로, 비게덩이로 되게 만들어버렸는가?
그녀가 자연인으로서의 자신과 대화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찬란한 눈길이 그녀의 몸 어디라없이 감빨며 감탄표를 찍어가 고있었다. 분명 명화가의 붓끝에서 창조된 한폭의 라체미인도 였다. 귀염성스러운 턱에서 미끈한 목으로, 목에서 탄탄한 어깨 로, 어깨에서 다시 궁형을 그리며 유연하게 뻗어내린 상체의 절묘한 곡선미, 허리의 유연한 곡선은 탐스러운 엉뎅이를 휘영청 타고 돌아 비단실이 끌려내린것처럼 미끈한 종아리아래 외씨같은 발까지 흘러내렸다…
《천생려질이야. 천생려질! 늦게 만난게 한이로구나. 허지만 난 만년에 녀자복을 타고났구나. 좋아! 음— 좋아! 어디 가까이서 만져보자구 응?》
《아이 얌치없는 량반, 도둑괭이같이, 으응, 그럼 난 싫어, 이제 곧 싫증나겠는데 뭘.》
함소가 잠옷을 걸치며 애교를 피웠다.
《모르는 소리야. 난 함소를 만나기전엔 침대우의 녀자는 자주 바꾸는게 남자의 멋이라고 여겼지만 이제 나이까지 들고 또 알맞는 성정의 너를 얻고보니 마음속에 딱 자리잡을 녀자는 너뿐이라는걸 심심히 느끼고있어. 우리 결혼하자구. 그래 좋 지?》
《그—래—요? 정말 복이 넝쿨채 떨어지네.》
사내가 다시 자기를 가슴아래 눌러붙였을 때 이 검질긴 사내에게서 벗어날수 없다는 위구심에 감겨들면서 속으로 뇌까렸다. (그래, 이제부터는 내가 너를 마음껏 주물러대고 깔아 뭉개며 향락할거다. 누가 배기나보자! 이것도 남자에 대한 보복 인거야…)
그것은 악의 꽃이 실행하려는 가장 은밀하고 치명적인것 이였다.그날 이후부터 섹스의 주동권을 녀자가 쥐였다. 너무나도 야만적이게 고통을 겪은 섹스였기에 영원히 저주하리라고 뼈물렀지만 지금은 막혔던 물목이 터졌다. 녀자의 미묘한 그리고 불가항력적인 변화는 사내를 젊은 시절로 환원시키면서 한없이 즐겁게 했다. 그것은 오산이였다. 극히 빈번한 자극은 그를 조금씩 두려움에 쌓이게 했다. 녀인이 찾는 감각은 지구적이였고 전률은 마치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려는듯 강렬한 욕망의 몸부림과 경련이였다. 함소의 육체의 구석구석에까지 확산되여 가는 숨길수 없는 흐느낌같은 전률은 사내를 아찔하게 만드는 순간마다 지진처럼 일어났고 그 여파 또한 훼멸성적이였다.
옥경이가 마치 치통을 앓는 미인이 짓는 그런 이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유혹해오고 선손을 써올 때 늘 상승장군으로, 무적의 정복자의 자세로 신심가득하던 호색한은 스스로 풀이 죽어가게 되였고 지칠줄 모르던 남자의 상규무기가 뿌리로부터 위축되여갔다. 남색을 즐기기로 작심한 젊고 정력적인 녀자의 감당하기 어려운 벅찬 호소와 흡인력이 자석처럼 끌어당길 때 남녀간의 정사에 자기마당의 법칙이 있음을 무섭게 자각했다. 더는 만용을 부릴수 없게 되였고 부담스러움과 더불어 심리평온 을 회복할수 없었다. 무서운 녀자다! 그제야 녀자에게 남자도 당한다는 말의 의미를 터득했다.
밤마다 거르지 않고 보채는 어린애같이 그의 남성과 육욕을 내심으로부터 끈질기게 꼬드겨내면서 끝없이 정기를 빨아내고 있어도 녀자의 타는듯한 큰 눈속에 활활 타번지는 정염의 불길에 감겨들며 몰래 자탄했다. 아, 아, 내가 그 많은 녀자들의 자궁속 에 마음껏 쏟아넣었던 그 부정한것에 대한 보복을 이 산골미인 에게서 당하고있지 않는가…이래서는 안되겠다고 리지는 소리 쳤지만 녀자는 그의 절정이 끝나버린후에도 페니스를 자기의 몸안에 머물러있게 하는 마술을 피워 얼마후엔 본의아니게 다시 팽창시켜버린다.
정신이 몽몽해지고 허탈상태에 빠져 어찌할바를 모를 때에야 달콤하게 속삭인다.《너무 너무 멋져요. 사랑하는이, 좋지요? 응?!》 그 소리가 마치 꿈속에서 들리는 사형선고같이 오싹해지 게 하는것은 무엇때문인지…
사내가 신비스러운 꿈속에서 안정을 바랄 때에도 녀자는 맹공격을 들이대였고 서슴없이 체위까지 바꾼다. 이 녀자가 무엇 을 느끼려하는지 무엇에 도달해야 성차할지 그는 도저히 알수 없었고 그럴 때마다 녀자가 그렇듯 생소하게 안겨왔다.
《넌…넌 기막힌 계집이구나. 늦바람이 곱새를 벗긴다더 니.》
《피—당신이 배워준게 아닌가요. 힘들어요? 녀자도 마찬가지 라구요. 마음가짐 단단히 하고 힘 부쩍 내시라요 응?》
《내가 너에게 이면에서 손들고말줄이야. 후유—나이가 원쑤 로구나.》
불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피운 불에 데기 마련이다. 사내는 차츰 혈색이 빠져버리더니 다리근육부터 홀쪽해지기 시작 했다. 그래도 《남보》요, 뭐요 하는 온갖 정력제를 사다가 복용 시키면서까지 녀자는 남자를 놓아주지 않고 송두리채 삼켜버릴듯 그냥 극성이였다.
그녀가 토해내는 거칠고도 숨넘어가는듯한 신음소리는 아지 랑이 언덕에서 갑자기 날아오르며 우짖는 종다리울음소리 같았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자기의 줄기찬 생명뿌리가 녀자의 속으로 솟구 쳐들어가면서 요동치는동안 자기 가슴밑에서 내는 피정복자의 신음소리를 즐거운 멜로디로 들었고 그 소리가 절절할수록 사내 로서의 용기가 백배되였지만 이제는 뱀처럼 칭칭 휘감고있다가 겨우 떨어져나갈 때 그는 참을수 없는 자포자기에 빠져들었다.
오, 향락에 빠지는것! 그것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사회병 환자를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생동하는 엉뎅이의 적극적인 률동 을 멈추고 얼굴에 머리칼을 흐트러뜨린채 가슴우에서 빠끔히 내려다보는 모습은 탁상등의 불그레한 불빛속에 몸서리쳐지는 아름다움을 과시하고있다. 그것은 불가사이한 신비로운 공포감을 주는 마녀의 아름다움이였다.
대륙에서 눌러살겠노라던 맹씨는 석달이 못미처 싱가포르로 날아갔다. 떠나기 전날밤 그는 소중한 꽃병을 다루듯 함소를 껴 안고 어루더듬으며 한숨을 쉬였다. 그 처연한 한숨소리는 함소의 가슴에 사내가 가엾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내가 오지 못할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별장은 있고싶 은데까지 쓰고 벤츠차는 네꺼니까 마음대로 해. 그리구…》
《기다리겠어요. 이제 와서 난 당신이 더없이 좋아졌어요. 휴양 마치면 오세요.》
맹씨는 녀자의 등을 어루만질뿐이였다…
4
드디여 복수할 시기가 되였다.
며칠전에 사람을 띄워 무가의 행처도 알아왔고 《접대》할 안성맞춤한 곳까지 마련해놓았다. 몇해를 두고 몸서리치며 악몽 속에 쫓기던 즉묵땅에 들어섰다. 이튿날 옥경이는 사내들을 시켜 무가를 랍치해오게 했다.
《두 년놈을 쥐도새도 모르게 모셔오세요.》
《문제없을겁니다.》
《돈을 많이 주겠다고 하고 자원하는 사람들가운데서 우악스 럽고 건장한 청년로무일군 네댓을 불러오세요. 사연은 알고있 지요?》
일일이 지시를 내리고난 옥경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온몸에 살기가 쭉 뻗었다.
…그날밤, 쌍침대 하나와 외침대 하나가 댕그랗게 놓인 방에 갇힌 그들은 쌍침대우에 오구구 모여앉아 밤을 새웠다. 제 녀편 네와 함께 외침대에서 자던 무가가 소리쳤다.
《너 이리와, 이 어른께서 실습을 시켜줄테니. 냉큼 오지 못해!》
무가가 옷을 홀랑 벗고 옥경이를 덮쳤다. 녀자애들이 얼굴을 싸쥐며 기겁초풍했다. 악을 쓰며 발악하는 옥경이를 깔고앉으 며 무가가 꽥 고함질렀다.
《뭣하구 섰어. 이 계집애 팔을 눌러붙여!》
무가의 녀편네까지 거들고보니 옴짝 뛸데 없었다.
《아주머니, 살려주세요. 같은 녀자가 아니예요. 다른 일은 뭐나 시키는대로 할께요.》
그러거나 말거나 두 년놈은 옥경이를 발가숭이로 만들고 사내놈이 올라탔다. 죽기내기로 악을 쓰는 옥경이의 관자노리에 돌같은 주먹세례가 가해졌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모지름쓸 때는 이미 늦었다. 무엇인지 생각하기조차 무서운 엄청난것이 하신을 찢으며 무지막지하게 몸속을 뚫고 들어오는 순간, 죽음과 같은 절망속에 천장이 핑그르 돌더니 그대로 내려앉는것 같았다. 상상하기조차 난삽했던 남자의 그 짓에 육신이 뭉그러지고 오장이 벌컥 뒤집혔다. 족히 한시간이나 희닥질하던 무가는 옥경이가 죽은것처럼 늘어져버린후에야 떨어져나갔다.
새벽녘, 옥경이는 녀자의 죽어가는 비명소리에 소스라쳐 깨여났다. 한잠 자고난 무가가 이번엔 열일곱살이라는 깜찍하게 생긴 호남처녀를 깔아뭉개고있었다. 처녀애가 애처롭게 울어도 놈팽이는 발정난 황소처럼 련신 씩씩거렸다. 얼마나 지났는지 녀자애의 가냘픈 가슴우에 억대우같은 무가놈이 무너진채 코를 드렁드렁 골고있었다. 실로 현대악마의 향연이였다. 그후 남은 세 처녀도 무가에게 차례로 짓밟히고 개다리놈 들에게도 쩍하면 당하였다. 그리고 매음이 강요되였다. 워낙 외딴곳이고 감시가 어찌나 엄했던지 도망이란 어림도 없었다.
이곳엔 경찰도 없는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옥경이는 항거도 많이 했고 매도 줄매를 맞았다. 무가놈은 손님 이 없는 밤이면 옥경이의 방에서 잤다. 그래서 무가 녀편네는 옥경이라면 색을 먹고 달려들었다. 그때 살아서 마귀굴을 벗어나 는 날이면 뼈를 갈아 팔아서라도 이 원쑤는 꼭 갚겠다고 평생 목표를 세웠던 옥경이였다.
…철천지 원쑤 무가네 내외가 모셔졌다. 무가는 북극곰처럼 더 둔탁해졌고 녀편네는 더구나 앙칼져보였다. 마음 같아선 칼탕치고싶었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자를 의자에 개처럼 단단히 묶어놓고 저년은 침대에 비끄러매세요. 좀 있다가 신호하면 그 사내들을 들여보내세요.》
《무가야, 이년아! 어째 여기로 왔는지 알만하냐? 이 악마 들아!》
《넌 랍치죄를 범하고있다. 이걸 풀어라. 제밀 씨팔것.》
《개소리치지 말아. 네가 다섯처녀를 기편해 강간하고 매음에 내몬것은 무슨 죄냐? 이 악마야!》
옥경이가 어찌나 세차게 이발을 갈았던지 무가가 움씰 놀랐다.
《간단히 말해주마. 네놈이 여럿이 보는데서 두 처녀를 겁탈할 땐 인간이 아니였으니까 그 애들의 눈물이 어떤것인지 알수 없었겠지만 이제 제 녀편네가 백주에 여러 남자에게 당할 때 어떻게 좋아하는가를 보면 기쁘지는 않을게다.》
말을 마친 옥경이가 가위를 들고 침대에 다가가자 무가녀 편네는 살려달라고 애걸했다. 옥경이는 아무말없이 녀자의 옷을 갈갈이 찢어발겼다. 벌거숭이 사내가 넷이 들어왔다.
《저 녀자를 마음껏 가지고 놀아도 돼요. 몇시간이고… 죽지 않게만 해요.》
《무가야, 똑똑히 보아두어라. 녀자의 치욕과 한이 무엇인지 네 녀편네가 보여줄게다.》
옥경이는 옆방에 건너가 유리창으로 현대야만극을 구경했다. 벌써부터 연장들을 곤두세우고있던 사내들이 이리처럼 달려들 었다. 무가의 녀편네가 몸부림치고 오장을 훑어내는듯 신음하며 바락바락 악을 쓰고있었다. 차마 눈뜨고 볼수 없는 정경에 무가가 퉁방울눈을 휩뜨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한사내가 녀자의 팬티를 무가의 입에 틀어박았다. 한 사내에게 두세번씩 당하고 있는것을 본다는건 무가로서는 참을수 없었다. 그러나 고정의자 에 묶이운 그는 닭똥같은 눈물만 흘릴수밖에 없었다.
옥경이가 무슨 약을 넣은 주사기를 들고 들어왔다.
《무가야, 너같은 놈은 남자가 아니라 그저 수컷일뿐이다. 너따위들이 녀자를 점유하고 생육하며 산다는것은 녀자들의 치욕이다. 수많은 처녀들을 위해 너도 징벌 받아야 해.》
《누가 이 주사를 저놈의 그것에 놓겠어요? 천원 줄테니 까요.》
옥경이가 돌아서자 무가의 웅성이 훼멸되는 단말마적인 비명이 귀청을 때렸다… 옥경이의 하얗게 질린 얼굴에 두줄기 굵다간 눈물이 흘러내렸다. 스스로도 더없이 악착한 마녀가 되여지고 복수가 너절한것이여서 가슴이 쓰라렸던것이다.
…비내리는 축축한 밤하늘을 헤가르며 려객기가 서쪽으로 날고있다. 기창가에 그린듯 앉아 담배연기를 내뿜고있는 귀부인 차림의 요염한 녀자가 공중아가씨의 주목을 끌었다. 홀로 화술을 마시는 남자는 녀자를 수요하고있는것이라면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는 녀자는 남자들에게 지친것이라던가?
《어디 불편하신가요?》
공중아가씨가 묻는 말에 녀인은 눈을 감아버렸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것은 무엇인가? 사랑해줄 남자도, 사랑해주고싶은 남자도 없다. 사랑의 꽃송이—그녀 자신은 이미 영영 사라져버리 고 독기어린 악의 꽃만이 남았다. 그외의 모든것은 다 허무맹랑 한것들이다. 많은 돈도, 호화별장도, 벤츠자가용도…
사회가 낳고 기른 악의 꽃이 그 어디에서 다시 향그러운 꽃으로 피여날수 있을는지…그녀는 며칠전 령감에게 편지를 썼다. 그동안 고마웠노라고. 진정 남자를 알게 해주어 잊을수 없노라고. 자기의 귀숙은 둘이 함께 향불을 피워올렸던 무이산 절이라고 밝히면서 원하신다면 정성껏 섬기련다고 진심으로 알렸다.
기창에 대롱대롱 맺혀있는 굵다란 비방울을 덤덤히 바라보며 그녀는 또 한번 《흐흑…》하고 흐느꼈다 —
도라지 1999년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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