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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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에 깃든 혼
2011년 05월 16일 14시 33분  조회:3897  추천:67  작성자: 김희관

풍 향 계

              기와에 깃든 혼
            
                                      김희관  


    
2000
년 국경절 연휴 때 였다. 나는 막 저믈어 가는 20세기가 너무도 아쉬워서 문화예술계의 친구들과 함께 <두만강전통문화탐방팀>을 무어가지고 지난 세월 두만강반에 남겨진 겨레의 전통문화 흔적을 하나라도 더 찾아보려고 두만강변으로 떠났다. 이번의 탐방 프로젝트는 검은 기와를 수집하는 작업이였다.

 

    30여년전 <연변일보> 농촌조 기자를 할 때는 두만강반의 조선족마을을 취재하려 많이 다녔다. 어느 봄날 삼합에서 점심을 대충 먹고 대소사과농장으로 취재를 가려니까 뻐스가 없어서 몇십리길을 그냥 두발로 걸었다. 혼자 걸으면서 산과 마을에 활짝 핀 사과배꽃 등 백화들을 바라보느라니 고달픈도 잊을수 있었다. 그러던중 조동마을을 지나는데 검은 기와를 쓴 전통 한옥 한채가 내눈에 들어왔다. , 검은 기와집을 활짝 핀 새하얀 사과배꽃이 포옹하고 있으니 그 또한 선경이 아닐수 없었다. 그 때 가장 아쉬운것은 카메라가 없는것이였다.

 

 2000년가을 우리는 약 한달간 두만강 천리길을 답사하였다. 전통한옥으로 유명한 훈춘시 경신진 회령봉마을은 물론이고 룡정시 지신향 명동촌, 장재촌을 비롯해서 화룡시 숭선진끝자락 두만강발원지까지 무릇 인가가 있는 곳이면 다 답사를 했다.

 

 두만강전통문화탐방활동은 수확이 아주 많았다. 우선 백여년좌우되는 검은기와와 막새기와를 수집해 놓고 보니 참 볼만했다. 많은 기와들은 백여년전에 조선에서 구워서 건네온것이라 해수를 따질수가 없었다. 다행이도 일부 기와에는 조선어로 <>자가 새겨져 있어 아주 반가웠다. 당지에서 구은 기와에는 한자로 <중화민국 2>이라고 새긴것도 있었다. 왜놈들이 명동학교에 불을 질러 교사가 무너지니까 동네 농민들이 주어다 지붕에 언젔다는 기와에는 <1915>년이라는 년호가 뚜렸하게 새겨저 있었다. 막새기와들은 더욱 보기 좋았는데 매화꽃문양과 태극문양이 태반이였다. 지신향의 한 기와집 지붕에 우뚝솟은 치미기와는 아침해살을 반기며 힘차게 울어대는 수닭의 꼬리를 련상케 했다. 또한 훈춘시 밀강진에 있는 귀면와들도 참 생동했는데 우스꽝스러운 귀신상들은 악귀를 쫓기에는 괜찮을것 같았다. 달라재 장재촌의 한 기와집에는 처마 네귀에 한자로 <> <>가 새겨진 기와를 달아놨는데 우리팀이 아무리 탐내해도 집주인이 < 그 기와를 가지려면 이 집을 통채로 사라>는 바람에 사진만 찍고 그만 물러서고 말았다. 그 때 들은 얘기인데 이미 몇년전부터 어떤 사람들이 이런 마을들을 돌아 다니면서 일부 막새기와를 사갔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유지들은 아예 한옥 한채를 몇천원에 사서 검은기와만 벗겨다가 다른곳에 한옥을 짓는바람에 전통한옥들이 헐값에 팔리여 허물리기 시작한지 몇년이 된다고 했다. 올봄에 두만강변에 진달래구경을 하려 가면서 보니까 달라재 장재촌의 그 <>  <>기와를 처마에 달아놓은 한옥은 이미 헐리여 흔적을 감추었을 뿐만아니라 다른 전통 한옥들도 많이 없어졌다.  

 

두만강전통문화탐방과정에서 우리팀은 점차 새로운 과제를  구상하게 되였다. 그중 저항시인 윤동주생가의 기와가 혹시 어디에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은 우리들을 매우 흥분시켰다. 마침 우리팀에는 명동에서 나서자란 친구가 있어서 그 자초지종을 쫓을수가 있었다. 몇번의 시도끝에 우리는 옛날 윤동주시인의 생가를 사서 30년간 살았던 일가를 찾았고 80년대초 그 집이 팔리면서 기와는 누가 벳겨가고 재목은 누구네가 사갔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몇차레의 현지답를 거쳐 우리는 윤동주생가의 막새기와를 끝내찾아 냈다. 그 막새기와를 보는 순간 우리팀 모두는 황홀한 나머지 말을 잊었다. 막새기기와는 둥근테두리속 상단 량켠에 두개의 십자를 새겼고 중앙에는 태극문양이 넉넉히 부각돼 있었으며 하단 량켠에는 무궁화 두 송이가 아로 새겨져 있었다. 이러한 막새기와 문양은 당시 <3.13룡정반일대시위>에 앞장섯던 김약연선생을 비롯한 항일투사들이 민족의 정신을 분발시키기 위해 특별히 고안해서 구워낸 막새기와가 틀림없었다. 그런데 아쉬운것은 대동란시기 이런것들도 잡귀신이라고 해서 석회칠을 막 해놓아 우리들의 가슴을 몹시 아프게 하였다.

 

우리팀이 윤동주생가의 막새기와문양을 조선과 한국의 수백종에 달하는 막새기와도록과 대조해 보았는데 윤동주생가의 막새기와문양은 아무데도 없었다.  

 

윤동주시인 생가와 기타 전통 한옥들의 한장 한장 이끼덮인 검은 기와들은 마치도 조선족백년사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처럼 우리에게 많은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속에는 겨레의 희노애락과 혼이 슴배여 있다…>.

 

우리팀은 그러한 전통기와에 깃든 얘기들을 사진과 문자로 상세히 기록했는데 지금 그 앨범을 펼쳐 보느라면 이건 진짜로 조선족력사의 한부분이 틀림없다. 지금 천리 두만강반에서 한옥을 비롯한 겨레의 전통문화유산들이 그대로 방치되여 비바람에 사라져 가고 있는것을 보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다행이도 당국에서 조선족민속촌을 개발한다는 희소식이 있다니 학수고대 한다. 부탁이라면 전통문화와 문화전통을 잃으면 겨레의 뿌리를 잃는것이니 부디 신중을 기하기를 바란다.

 

2002년봄 우리팀은 연변TV제작팀과 함께 명동촌에서 년로하신 윤동주시인의 녀동생내외분을 모시고 윤동주생가의 원래 상황과 막새기와를 재확인 했다. 그해 연변TV제작팀의 녀류PD <기와에 깃든 혼>이라는 TV다큐멘타리를 제작하여 국제상을 탔다.  

 

                 <연변일보 >2005 85  
                
                            (
작자 연변TV방송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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