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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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련정
2018년 12월 28일 10시 50분  조회:1261  추천:0  작성자: 한영철
고추장 련정
 
 
      지금은 고추장이라고 하면 누구나 별로 라고 생각할수 있다. 슈퍼에 가면 각양각색의 상표를 붙인 여러가지 맛의 고추장이 진렬되여 있다. 장마당에나 시장에 가면 빨간색의 큰소 래에 고추장을 가득 담고 파는 아줌마들의 모습도 볼수 있다. 허나 70년대 중반기만 해도 상품으로 된 고추장이라는 것이 없었다. 우리 살던 마을에서도 고추장담그는 집이 몇집 안 되였다.
 
       나의 부친은 경상북도 월성군 산내면 출신이다.  비록 18살 나이에 중국에 들어 오시였으나 고향음식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시였다. 경상도사람들 매운것을 즐기는지라 부친께서는 고추장을 좋아 하시였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경산도 말씨를 구사하는 우리 아버지를 보고 붉은군대라고 하였다. 따뜻한 경상도에 살다가 찬바람 불어치는 만주땅에 들어오니 얼굴피부가 얼어든것 처럼 붉게 변하였다. 1947년도 학강에서 해방을 맞이하고 해방군에 입대하였고  조선전쟁에도 참가하였다. 산전수전다 겪어오신 아버지지만 음식습관만은 변하지 않았다. 하기에 우리 자식들도 어려서부터 고추장을 접하게 되였고 또 즐겨먹게 되였다. 우리 모친은 비록 함경북도 출신이였으나 고추장을 좋아하는 남편덕분에 맛있는 고추장을 담그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어머님이 고추장을 만드는것을 보아 왔다. 고추장을 담그려면 손이 많이가야 한다. 이름에서 알수있다 싶이 우선 좋은 고추가루가 준비하여야 한다. 가을에 고추장을 만드는 첫 순서로는 메주를 만들어 천정에 걸어 놓는 것이다. 우리 연변의 된장을 담글때 쓰는 메주모양은 대체상 반원체 모양이다. 그러나 고추장을 담글때쓰는 메주는  조개떡 모양으로서 엷고 작다. 이런 고추장메주를 대여섯개씩 짚오라기로  묶어서 천정에 걸어 놓는다. 한해동삼 걸어놓고 있노라면 집안의 온도와 습도가 메주를 잘뜨게 하는 작용을 한다. 봄이 면  어머님은  메주를 물에 씻는다. 솔로 여기저기 불순물을 깨끗이 씻어 버린다. 그리고 쪼개여 햇빛에 바싹 말리운다.

    

      다음 순서는 방아간에가서 메주를 가루내는 작업이다.  나는 어려서 어머님과 같이 방아 찢으려 자주 다니였다. 우리 동네계시는 황선생님의 집은 팔간집으로서 뒤울안에 방아간이 설치되여 있었다. 방아간도 과거에는 잘사는 집에만 설치되였나보다.  평소에 방아간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자물쇠는 영화에서나 볼법한 구식자물통이였는데 마치 할머님들의 비녀같이 생긴 쇠막대기가" ㄷ" 자형의 자물통에 꽂혀 있었다.

      나는 다리에 힘을 넣어 발판을 딛는다. 쿵덕 쿵덕 방아소리가 난다. 어머님은 방아가 호박을 떠나는 순간에 잽싸게  손으로 메주덩어리를 이리저리 번져준다. 이러기를 반복하다가 바가지로 메주가루를 떠내여 채에 친다. 어둑시그레한 방아간에서 나와 어머니는 손을 맞추어 방아 찢는다.  이렇게 쿵덕쿵덕 방아찢고 가루를 내였다. 한줄기의 햇볕이 방아간에 비쳐와 힌 머리수건을 친 어머님의 얼굴을  환하게 비춘다. 메주가루에서는 특유의 발효냄새가 났다.

      집에오면 우선 큰 나무함지에 메주가루를 쏫아 붓는다. 거기에 곱게 가루낸 고추가루와 소금가루를 두르고 잘 섞어 준다. 다음 물엿과 찹쌀죽도 넣는다. 그리고 또 번져주기를 반복하는데 아마 여러가지 원자재가 고루 섞겨야 발효가 잘되고 맛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고추장은 발효음식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조건이 잘 구비되여야 한다.



    다음 고추장단지에 퍼담는다. 고추장단지는 보통자기로 된것인데 배는 불룩하고 아구리는 작다. 다 담은후 알소금을 뿌린다. 장맛이 달아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라 한다.  덮개를 닫고 단지를 집뒤쪽의 벽밑에 놓는다. 이렇게 서늘한 곳에서 고추장은 발효되고 맛을 낸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빨같던 고추장이 약간 검른색을 띤다. 다 익었다는 신호다.

    여름 터밭의  채소가 한창 일때 밥상에서 고추장이 빠져서는 안된다.  쌈을 싸먹어도  오이 파 풋마늘을 먹어도 고추장이 있어야 한다. 맵고도 달콤하며 쨍한 우리집 고추장은 입맛을 당기게 하는 마력(魔力)이있었다.

     고추장은 그무엇과도 배합이 잘된다. 겨울철 뚝배기에 된장을 풀고 감자를 넣고 끓인다. 말리운 푸른고추를 손으로 비벼 넣고 마지막으로 고추장을 떠넣는다. 지글지글 끓는 뚝배기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데 필수다. 세치네탕에도 고추장이 들어간다. 더덕구이에도 고추장이 들어간다. 고추장은 당년 우리 집의 유일한 조미료였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때 늘 산에 가서 방목 한다거나 삼을 자래웠다. 덕분에 우리는 곰취며 더덕이며 고사리 같은 야채를 알게 되였고 그런 것들이 늘 우리집 밥상에 오르게 되였다. 곰취쌈을 싼다던지 고사리무침에 밥을 비빌때에도 고추장이 빠져서는 안된다. 더욱히 더덕은 고추장을 발라서 구워야 제맛이다. 어머님께서 손수담근 일년 먹을 고추장이 반년 정도면 굽이 난다.  그러면 어머니는 또 고추장을 담그는데 발효시간이 짧아 아직 제맛이 아니라만 그래도 나는 좋았다.  지금 우리집 아들은 고추장을 먹지 않는다. 세대차인가 보다. 매운것을 먹으면 속이 아리다 한다. 나는 자극성이 강한 맵고 얼얼한 것이 좋은 반면에 애들은 고소하고 정갈하고 담백한 것을 좋아 한다.  



      이전에 우리는 고추장을 먹으면 싸움 잘 한다고 들었다. 하여 나는 싸움에서 이기라고 우리집 수닭에게 고추장를 많이 먹이였다. 그래서인지 우리집 수닭은 뼛이 진붉고 키가 크고 발톱이 날카롭다. 웬만한 닭과의 전투에서는 지는법이라곤 없다.

      우리집 고추장에 찹쌀죽이 들어가는 것이 특별하다. 어머님이 어디서 배운비법인지 모르나 방송에서 나오는 고추장담그기 절목에서도 그런것이 없었다. 하기에 우리집 고추장은 항상 하르르하고 달콤하다. 아마 "소영표"고추장의 비법이리라.
고추장은 익어 갈수록  매운맛이 줄어드는 반면에 달고 은은한 맛이 깊어진다. 마치 사람이 나이 들수록 모(角)는 줄어들고 지헤로와지는 것과 흡싸하다할가. ㅎㅎㅎ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30년이 넘는다. 하지만 지금도 어머님의 손맛이 배인 그 고추장맛을 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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