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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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꺽기
2019년 05월 20일 09시 06분  조회:934  추천:0  작성자: 한영철
고사리 꺽기       

        요지음이 고사리 철이다. 올해는 왕년에 비하여 조금 늦은 감도 든다.  지난해 겨울 눈이 적게 오고 금년 봄에 비가 적게 온 탓이다. 기온은 높지만 땅은 말라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집옆 산으로 향한 시골 아스팔트길에는 갖가지 차량들로 시끄럽다.  대부분 야채 뜯으려 다니는 사람들이다. 교통공구의 우세로하여 지금 산에 가면 촌사람보다 시내사람 더 많다. 오토바이쟁이들도  많은데  대체로 전업 나물 채집공들이다.

 
     고사리 꺽어 보기는 지난해가 처음이였다. 지난해 5월중순 나는 마반산에서  형님 그리고 사돈들과 합류하여 고사리 꺽으려 시리봉으로 갔다. 요지음은 시골길도 다 포장도로로 되여 있어 운전하기도 편리하다.
 
     마반촌에서 부암방향으로 달리다보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웬쪽으로 꺽어들면 부암촌이고 계속 원래 방향으로 달리다가 산등성이를 넘어 가면 장안진 흥가촌이다.

 
     그날아침 7시 좌우에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를 길역에  주차하는데 차가 너무 많아 애를 먹었다. 나의 생각에는  일찍 한줄로 알았는데 벌써 차들이 가득 주차되여 있었다. 어디가나 부지런한 사람들이 있다.  요지음 산에가 나물채집하는 사람들보면 시내사람들이 오히려  집요하다.


 
     형님이  고사리 꺽으려 몇번 시리봉에 다녀 온적이 있었기에 우리 일행은 형님의 뒤를 따르기만 하였다.  여기 저기 살펴보며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한족 부부가 산에서 나온다.  내가"고사리가 많아요" 하고 물으니 별로 없다고 했다.  그들이 든 도료(涂料)통에는 고사리가 절반 넘게 담겨 있었다.  나와 말하며 지나가던 남자가 잰걸음으로 소나무 긁 방향으로 걷는다. 그는 소나무긁에서  고사리 여러대를 꺽었다. 나도 방금 그쪽에서 걸어 오면서도 고사리를 발견도 못했는데 . 저사람이 내 코앞에서  고사리를 꺽다니.

 
     나는 유심히 나무긁을 살피였다. 옳거니. 나의 눈에도 도사리가 들어왔다. 너무도 좋아서 냉큼   건너가 고사리를 꺽었다. 야들야들한 고사리는 손쉽게꺽을수 있었다. 한대를 꺽고보니 또 한대가 보인다. 오 . 원래 이런판이로구나. 볼줄아는것이 첫째 요령이였다.
 
      고사리는 한대두대씩 서 있는 것도 있고 무더기로 나 있는 것도 있다. 헌데 사람들이 고사리채집에 나무 많이 나오다보니 방금 한팀이 지나가면 그뒤로 또 한팀이 들어 선다. 허나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른가보다. 고사리 꺽은 줄기에 즙이 나와있는걸 보면 방금 누가 지나간 자리다. 헌데 그옆에서 나는 또 몇대를 꺽을 수가 이었다. 아 . 원래 이런거로 구만. 하나님이 우리를 고루고루 먹고 살라 하셨나 보다.

 
      운이 좋게 무더기로 발견될 때면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마음이 즐거워진다. 다른 사람들은 나무밭에서 두리벙두리벙 하며 고사리를 찿아 헤매일때 나는 운이 좋게 고사리 무더기를 선사 받은 것이다. 고사리가 집중된 곳은 대부분 고사리가 자라서 잎이 피고 말라버린 자리였다.  그자리에는 새순이 마른 풀 잎사이로 뾰족뾰족 가득 올라와 있었다. 큰 것은 한뽐 되고 작은 것은 한두치 정도 되였다. 푸른색도 있고 자주색도 있다. 기분 만점이다. 나는  부지런히 고사리를 꺽었다. 대는 탱탱하고 고사리손은 꼭 쥐여져 있었다.
 
     허나 매냥 고사리 무더기가 보이는건 아니다. 나의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서 허리를 굽히고 고사리를 꺽는다. 헌데 나는 왜 못 보았지. 피장파장이다. 나만 먹고 살라는 법도 없지 않는가.

 
    고사리를 꺽노라면 길을 잃을 때가 종종 있다. 하여 혼자서 무리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팀을 리탈하였을 때는 소리쳐 불러야 한다. 나물 뜯으려 산에 들어 갈 때에는  될수록이면 붉은옷 노랑옷을 입는것이 좋다. 그래야 야외에서 선명하게 보인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전에 한단위 동료들끼리 깊은 산에 들어가 나물을 뜯다가 길을 잃은 적이 이었다. 하여 폭죽을 터친다 나팔을 울린다하며 온밤 사람찿기에 헤매였지만 날이 새도록 찿지 못했다. 길 잃은 동료들은 산에서 하루밤 로숙하고 아침에 야산에서 내려 왔다.
 

 
       지금은 부암촌의 교통이 좋지만 과거에는 심심산골이였다. 나의 아버님이 지난세기 70년대초에 부암 흥가부근에서 방목을 하였다. 그때만 해도 부암촌은 강냉이가 주식이였다. 라지오방송도 안 나오는 깊은 골안이였다. 하여 전화선에 수화기를 련결하여 방송도 듣고 일기예보도 들었는데 그것도 발견되여 수화기를 몰수당하고 말았다.

 
     그때 아버님은 고사리며 곰취 도라지 더덕등 산나물을 채집하였다. 하여 다른 집에서는 맛 볼수 없는 산나물이 우리집 밥상에 가끔씩 오르군 하였다.

 
     오늘은 나와 안해가  고사리 꺽으려 나섰다. 돌아 올때 보니 수확도 괜찮았다. 고사리로 하여 오늘은 기분 좋은 하루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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