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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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선 택
2006년 02월 20일 00시 00분  조회:4485  추천:53  작성자: 황유복
선 택



인간은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인생을 시작한다. 우선 태여날 때 아버지와 어머니를 선택할수 없다. 따라서 귀속 지위도 선택과 관계없이 결정된다. 부자집 자식으로 태여나느냐 아니면 가난한 집에서 인생을 시작하느냐 하는 가족배경과 가정출신 따위를 말한다. 더 큰 틀에서 본다면 민족출신, 국적 등도 선택전에 이미 운명적으로 결정되여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간은 커가면서 항상 선택하며 인생을 살게 된다. 첫돐 날 우리는 돌상 앞에 앉아 부모와 집안 어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장래의 운명을 점치는 인생의 첫번째 《선택》을 하게 된다. 전통문화의 해석과 달리 그때의 선택은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물하면서 가족일원으로 승인받는 의례일뿐이다. 좀 더 커가면서 선택은 잦아진다. 아빠, 엄마를 따라 백화점에 갔을 때 내가 선택한 장난감이나 먹거리를 갖기 위해 부모들에게 억지를 쓰기도 하고 나의선택을 현실화하기 위해 형제나 친구들과 싸우기도 한다. 가정이나 유치원에서 실시하는 조기교육의 효과로 《공융양리(孔融讓梨)》형 리타주의적 선택도 있으나 유아시기의 선택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 전무한 상태에서 선천적리기주의에 립각한 현실에 대한 가장 간단한 선택이라고 할수 있다.

학교교육을 받으면서 우리는 진정한 선택의 방법론을 배우게 된다. 학교교육의 본질은 미래를 선택하기 위한 준비과정이기 때문이다. 더 크게 되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직업과 직장을 선택하며 평생 함께 살아갈 인생의 배우자를 선택한다. 이러한 선택들이 모아져서 한 인간의 인생항로를 결정한다.

선택은 항상 어렵다. 그것이 설사 미래와 별 관련이 없이 유아시기의 선택과 같은 현실에 대한 간단한 선택일지라도 누구나 자기가 한 선택을 후회해본 경험이 있을것이다. 우리는 백화점에서 산 옷이나 신발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쫓아가 바꾸는 경우를 가끔 되풀이하게 된다. 그러한 선택이 미래와 적결되였을 때 선택은 더 어렵다. 미래라는것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한것이기때문에 선택을 어렵게 한다.

선택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분석할수 있어야 하고 선택을 위한 주변 여건들의 변화상황을 예측할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눈앞의 리익도 미래의 희망도 제대로 선택할수 없는 사람을 우둔하다고 평가한다. 그대신 눈앞의 작은 리익은 잘 챙기지만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결여해 큰 리익을 놓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중국 한족들은 그러한 사람들을 소총명(小聰明)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는 《약삭빠른 사람》이나《잔꾀부리는 사람》정도로 번역될수 있다. 미래에 대한 예지를 갖추고 래일의 큰 일을 위하여 오늘의 작은 리익에 대한 희생도 감수할수 있는 사람은 진짜 현명한 사람이다.

사회의 공공리익과 개인의 리익에 갈등이 생겼을 때 전자를 선택하여 후자를 희생시키는 사람은 그 사회 구성원들의 본보기로 되나 그와 정반대되는것을 선택한 사람은 그 사회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된다. 나아가서 민적이나 국가의 큰 리익을 위해 비상상태에 개인의 목숨까지 바친 사람들을 우리는 영웅으로 추대하며 민족이나 국가의 발전을 위한 항로를 선택하는 사람을 우리는 지도자로 모신다.

어느 사회단체나 정당, 민족이 선택한 미래는 그 단체, 정당, 민족을 구성한 구성원 개개인이 선택한 미래의 총화이다. 중국 조선족공동체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200만 조선족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이 선택한 미래상이 합쳐져서 조선족공동체의 미래선택이 된다.

1999년 한해동안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는 3800명의 조선족 신생아가 태여났다. 그 수자는 10년전인 1989년에 비해 4분의 1을 좀 웃도는 것이다. 만약 조선족공동체가 출산인구 감소의 위기상황을 극복할수 있는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지난 10년동안의 상태를 그대로 방치한다고 할 때 중국 조선족의 아기출산수는 2009년에 2000명으로 줄어들고 2019년에 500명, 2029년에 125명, 2039년에 31명, 그리고 2049년에는 0(Zero)으로 될것이다. 1999년에 출산된 조선족 녀자아이가 4000명 좌우인데 같은 해 한국으로 시집간 결혼적령기 녀성의 수자가 6000명을 초과했다는 사실과 출산인구 감소의 기하급수적 요소까지 계산한다면 중국에서 조선족 출산인구가 0으로 되기까지는 20년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할것이다.

조선족 출산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조선족사회의 《처녀류실》과 직결된다. 조선족 공동체를 리탈하고 한국으로 시집간 녀자의 수가 6만명을 넘어섰는데 그것은 중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들딸 낳아 조선족 공동체를 유지해가야 할 조선족 녀성 3명중 1명이 한국으로 가버렸다는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와 비슷한 수의 녀자들이 도시의 유흥업소에 몰려있다. 때문에 농촌 총각이 장가간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정도로 어려워졌다.

만약 조선족 남자들이 일년에 마시는 술의 량과 놀음으로 소모하는 시간을 모두 4분의 1로 줄이고 그대신 과학기술과 생산기능을 열심히 배우면서 악착같이 일해가는 책임성 있는 인생 길을 새롭게 선택한다면 조선족 녀성들도 구태여 낯설고 물설고 차별시하는 한국으로 가거나, 도시의 유흥업소로 몰려갈 필요가 없어지고 중국에서 자신들이 미래를 담보해줄수 있는 조선족 총각들과 결혼하여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수 있는 미래를 선택할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할 때 줄어든 4분의 3의 출산인구가 금방 보충되지 않더라도 21세기를 사는 중국 조선족 공동체의 발전과 번영은 충실한 구성원 모두의 현명한 선택으로 담보될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는 배 사람을 위한 순풍은 있을수 없다. 이제 《조선족호》라는 배도 21세기의 항로를 선택해야한다. 선택을 위해 주어진 시간적 여유도 없거니와 제시된 메뉴도 간단하다. 방향 없이 표류하다가 침몰해버리는과 여타 55개 민족호 배와 함께 시련을 극복하면서 앞길을 열어나가는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것이다.

200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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