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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현실주의소설 .
천재죽이기
김 혁
3,
...세계환경보호일은 어느날입니까? 고양이수염은 무슨 작용이 있을가요? 두부는 어느때 세상에 나왔음둥? 데안나왕비의 신장은 몇센치예요? 무좀은 왜서 생깁니까?UFO는 어떻게 작동할가요?...
별의별 해괴한 물음들이 그침없이 올라왔다. man은 집중광속에 조그맣게 응축되여 서서 보험자문 일군들처럼 기계적인 답복을 해주고 있駭? 내가 왜 이럴가? 왜 이래야만 할가? 하고 언녕부터 스스로를 묻군 했던 그였다. 쇠돈을 집어넣으면 수요되는 물건이 나오는 자동판매기 같은 무절제하고 짜증나는 이 짓거리를 이젠 그만 집어치우고 싶어졌다.
일보, 석간지, 잡지,방송국들에서 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과학기술협회 특이공능연구소조도 그를 찾아왔다. 혈압도 재고 피도 뽑고 설문조사도 하였다. 매체에서는 그를 보기드문 특이공능의 소유자로 신격화하기도 했고 골목길 강호랑중과 같이 허드레잔재간으로 쇠돈을 챙기는 기편군으로 타매하기도 했다. 네거리에 나서면 사람들이 다른 시대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을 구경하듯이 몰려들었다. 어느 과학잡지에서는 그를 고문으로 초빙했고 어느 학교 과외써클소조에서는 그를 보도원으로 청했다. 점을 쳐달라고 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바리를 잃어버렸소, 려권을 잃었습네다 하면서 찾아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뉴스인물이 됐구만 그래, 접때두 말했지만 자넨 참 혼자 두고 보긴 아까운 사람일세. 하늘이 내린 신이여. 그러게 마작도 모르고 마늘도 잡숴주질 않지.
-그런 상식문제쯤은요 죽어라고요 외워두면요 다른 사람도요 그만큼은요 할지도 몰라요.
-소소한 특기가 있다 해서 자네 업무에 태만한거나 아니여?
회사에서도 이렇게 신기해하고 반신반의해하고 질투하고 시까스르군 했다.
man은 원래의 조용하고 버릇되였던 생활환경을 되찾고싶어졌다. 시간 맞춰 회사에 나가고 업무를 조금씩 넘쳐하는 재미 를 맛보고 돌아와서는 딸애와 말꼬리잡기를 하고...허나 그만 두겠다고 하니 안해가 극구 반대표를 들었다. 우선 남들보기에 광채가 나고 다음 매주 한번씩만 무대에 나서도 평소의 로임은 부끄러워 자라목이 될만큼 수입도 짭짤하니 누이좋고 매부 좋은 노릇 왜 기어코 하지 않으려 드냐고 했다. 그래도 계속 거부의향을 보이자 안해는 거럼 그 재간 날 주고 네가 나가서 생리대나 팔아라! 고 필요이상으로 기서을 질렀다. 취미로 나섰던 애초에 man은 그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것도 아니였다. 묵직한 출연료를 호기스레 안해앞에 내치고 딸애에게 비싼 꼬까옷, 놀이감을 안겨주고 셋이 한께 호화레스트랑으로 가서 외식도 하고...허나 시간이 길어지고 출연이 잦아짐에 따라 권태감보다도 자기가 이렇게 하고있는 동기의 근원에 대한 의혹이 무양하던 표피를 가르고 돌기해오르는것이였다. 그 의혹은 나날이 커가며 종양처럼 그를 괴롭히고있었다. 관중들이 내게서 바라는 건 무얼가? 내가 정말 과학기술협회에서 재고뜨고하는 것처럼 가치가 잇는 일을 하고있는걸가? man은 던져준 사탕이나 실과를 받아먹고 재주넘기를 하던 동물원 쇠그물속의 잔나비를 머리에 떠올려보았다. 관중들의 물음도 이제는 자연법칙이나 상식에 그치는것이 아니라 렵기적이고 지어 저속한쪽으로 고부라지고있었다. 콘돔의 발명자는 누구지요? 공룡은 어떻게 흘레를 했을가유?따위의 물음에 접할 때면 man은 수치감과 모욕감을 느끼군 했다. 이에 거부의향을 보이자 프로듀서는 분위기를 깨지 말라. 방송될 땐 몬따쥬로 나가니 신경쓰지 말라. 오락성이 가미돼야지 않겠느냐고 man을 주저앉히군 했다. man은 이 모든것이,권태를 이기며 물의를 이기며 접욕을 이기며 나서는 이 모든것이 종국에는 그 퍼런 지페장을 위해 서임을 절감했다. 빈대도 낯짝있다고 청고한 지성인으로서의 그에게 이는 더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였다.
그의 이러한 심기를 모르고 안해는 한수 더 떴다.TV로 나가면 매주 한번씩밖에 기회가 없는데 아예 나이트클럽쇼로 나가라는것이였다.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보수도 TV에서보다 곱배로 더 주고 장기 합동을 하겠다는것이였다. 좀 피로하긴 하지만도 참고 견디느라면 우리 집도 태깔 벗을게 아니냐고 넌지시 들이댔다. 손님들을 끌기 위해 지체장애자인 난징이들을 뽀이로 써먹는 그런 나이트클럽이였다. man은 다시 한번 거부를 했다. 하여 목청을 한옥타브씩 높이던중 끝간데 없던 싸움중에서도 초중량급적인 싸움이 벌어졌다.
-당신 반편이예요. 남보다 좋은 장기를 갖고있으면서도 쓸줄 모르는 얼간이 같으니라구야.
-너무 과욕부리지 마오. 그러게 몸매가 자꾸만 삐여지지. 콤플렉스는 신체에 해로와
-당신땜에 내가 이렇게 무사튼튼해요. 남들은 남정이랍시면 핸드폰 들고 모터찌클 타고 살맛나게 어깨살리는데...당신은 그게 뭐예요? 집구석에 박혀 책장만 번지면 락천가만 불어대니.
-핸드폰따위가 그렇게 붑소? 핸드폰 든 사람 부귀한 사람으로 알던 때는 이미 지났소. 그리고 핸드폰은... 전자기파를 내보내는데 미크로파를 위주로 하는 전자기파는 암증, 뇌종양, 백혈병, 기형과 같은 신체질병을 초래할수 있다오. 핸드폰을 자주 쓰면 대뇌에 열집중점을 형성할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뇌종양을 형성하는 원인...
-문자쓰지 말아요. 넌덜머리가 나요. 그게 다 포도를 딸수 없으니 다람쥐보고 시쿨다는 똥개같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튼소리예요. 거꾸로 잡고 털어봤자 달랑소리밖에 없는주제에 입만은 살아서...
-그래 임잔 괴춤은 불룩해도 머리는 텅 빈 사람들의 오토바이뒤에나 앉아 다니는게 전부의 취미요?
-그게 어때요? 사회관계로 보나 인끔으로 보나 당신 그사람에 비하면 명함도 못내놓을거예요.
-옳지! 이제 실토정이 나오는구나. 그 자식 대체 누구냐? 너하고 어떤 관계냐?
-친구면 어떻고 정부면 어때요? 그 사람은 적어도 천지분간 못하는 당신처럼 날 고생시키진 않을거예요. 결혼 5년넘도록 엉뎅이 놓을 집 한채라도 있었나요? 남들같이 현대가구들을 챙기고 집을 가꾸는 재미 같은건 생각할 여지도 없이...텔레비마저 흑백으로 증조할머니구식이고요, 철 맞춰 옷 한벌 입자 해도 옹이속을 먹어야 하고 명절때면 외식 한번 하자 해도 손을 꼽아야 하고...네편네에게 반지 하나 못사 주면 서...우리 가게 다른 아낙들은 두개,세개씩 끼고 다녀요. 눈이 무서워 가짤 끼고 다니는 내 신세와 심정에 대해 생각이라도 해봤나요?...그건 제쳐놓고라도 다른 집들에선 애에게 피아노 사주고 컴퓨터 사주고 수입제옷 차려입혀 내놓는데...우리 앨 좀 봐요. 우리앨...나도 인젠 악이 나요. 지긋해서 더는 이렇게 못살겠어요...
man은 마냥 달변이였던 언어에 제동이 걸리고 지어 향변할 말마디 하나 찾지 못하는 자신을 느꼈다. 박살난 자존의 쪼각을 찾아맞추려고 허둥댔다. 힘아리없이 돼버린 목줄기를 간신히 버티며 책잡을만한것을 골라내려 했다.
-그래 전번에 돈을 꿔 샀다는 반지가 원래는 그 놈팽이가 사준거였지?
안해는 머릴를 쳐들고 man의 초첨을 맞추지 못하고있는 눈길을 정시하였다. 후회근처에도 가지 않는 그 눈빛이 전에없이 조소와 도발적으로 빛나고있는데서 man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요! 그런덴 또 어쩔거죠?
-이런 걸레같은 년.
man은 폭발하듯 소리지르며 안해의 귀뺨을 후려갈겼다.
-뭐 걸레?그래요. 내가 걸레예요. 그럼 멀쩡한 수건이 걸레로 구겨질 때까지 넌 뭣하고있었냐? 이 씹하다 좆부러질 쌔끼야!
조악한 언사가 마구 튕겨나왔고 둘은 치고박고하였다.
... man은 여전히 덤덤한 기색으로 관중들의 질문에 대한 풀이작업을 하고있었다. 집중광속에 그의 모습이 미랍인형처럼 메마르고 생기없어보였다. 안해는 싸움끝에 아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친정집으로 패주해버렸다. 일전엔 사흘도 못되여 기신기신 다시 찾아들군 했다. 짐짓 말도 건네지 않고 밥도 짓지 않으면서 뒤탈린 모습을 하고있다가 인차 표정을 풀며 하하거리군했다. 그런데 이번엔 보름이 지나도록 안해는 여전히 머리를 내밀지 않고있는것이였다.
사회자는 자꾸만 랭각되여가는 man의 기분을 살리려는듯 대사에도 없는 이야기를 자꾸만 곁들었고 무대아래에서 프로듀서도 일전보다 판 다른 모습인 man을 곤혹스레 지켜보며 번들이마에 배인 땀을 연신 훔쳐냈다. man의 상태와 분위기를 망가먹는것은 단지 안해가 늦도록 귀가하지 않고있다는 그 불화때문이 아니였다. 이런 짓거리를 이제 그만 끝을 보려 했는데 어느 회사에서 《주말대잔치》프로에 굉장한 협찬을 햇는데 프로에서 인기의 절정인 man이 빠져서는 안된다고 프로듀서며 전체 제작진이 간청해왔다. 그 애걸에 가까운 청에 밀려 무대에 올랐던 man이였다. 무대에 올라 조명의 반사광뒤에 거뭇하게 보이는 관중들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man은 그만 동공을 키우고말았다. 표정이 일순에 무너졌다. 오늘의 무대를 위해 거금을 협찬했다는 회사의 총경리가 다름아닌 자기들 가정에 부로하의 파문으로 던져진 돌멩이의 임자, 안해를 뒤에 싣고 네거리를 뻔뻔스레 달리던 《혼다 125》였던것이다. 그 여드름투성이의 진화가 덜된 원숭이 같은 상판을 man은 대번에 보아냈다.
-다음은 《금도유한회사》의 총경리님께서 질문이 있으시겠습니다.여러분 큰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사회자가 방금전보다 변형된 어조로 억양을 살렸다. 유난히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후원자를 광이 나게 내세웠다. man의 신분에 대해 알고있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하는지 《혼다 125》는 능청스런 꼴로 몸을 일으켰다. man은 쓴 약을 삼키듯 체념을 삼키며 뿌지적소리가 나도록 마이크를 두손으로 움켜 잡았다.집중광의 빛이 수천만개의 혁편이 되고 동침이 되여 자기를 찌르고 후려치는듯한 마음의 고통을 감내하며 man은 무대우에 버텨섰다.
-어험, 그럼 묻겠소. 《현대조선말사전》1334페지 15번째 줄에는 무슨 단어가 씌여있소?
1334페지 15번째줄...그단어는...사랑이란 두 글자였다.사랑?사랑?그래 사랑이란 두글자지! 그런데 돈밖에 다른것 아무것도 없는 졸부놈새끼가 왜 하필이면 꼭 이 물음을 꼬나들어? 네가 사랑이 뭔지나 알고있어?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알고나 있냐 말이야? 네가 어찌 비새는 세방집에서도 넘쳐나는 웃음을 알며 네가 어찌 박봉을 잘라 귀한 음식 조금씩 맛보며 행복해하던 진미를 알며 네가 어찌 폭양아래 가게에 나선 안해에게 넘겨주던 자그만 얼음과자 한대의 감격을 알며 네가 어찌 청빈한 집에서 셈먼저 든 땔애를 두고 경이로움을 짓던 희망찬 기쁨을 알수 있겠느냐?
좌중이 술렁거렸다. 위조품을 보는듯한 미심적은 눈길들이 man 을 향해 찔러왔다.《혼다 125》도 수렵물의 정곡을 맞힌듯 흥미로운 눈길로 난국에 빠진 man을 지켜보고있엇다.
-그럼 다른 방식으로 묻겠소. 딸라란 단어는 사전 몇페지에 씌여있소?
관중석의 수런거리는 소리와 사금파리 긋는듯 거북살스러운 《혼다 125》의 물음소리에 man은 정상상태로 환원할수 있었다. 이번에는 던져오는 질문을 받았다. 받아서 야구공처럼 도로 내쳤다.
-미안하군요, 경리나으리. 그 단어는 사정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사전을 편찬할 때에는 지금처럼 딸라에 미쳐 광분하던 시대가 아니였나 봅니다.
랭소적으로 자르듯 내뱉고는 집중광의 집요한 포획속에서 벗어나 퇴장해버렸다.
다금한 뇨의(尿意) 를 느꼈다. 흥분할 때마다 있게 되는 습관이엿다.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의 뒤를 묻어 누군가가 곁으로 다가와 변기에 마주섰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그는 다름아닌 《혼다 125》였다. 여드름투성이 얼굴을 실룩이며《혼다 125》는 질금질금 오줌을 싸대고잇엇다. man은 그러는 그자의 뒤덜미를 잡아 변기통에 거꾸로 처박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 한 충동에 man의 온몸이 떨려오르고있었다.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또싸움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였기도하니까싸움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싸움하는것을구경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던 사람이나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든지하였으면그만이다.
-리상 《오감도》시 제 3호
-네가 나보다 얼마나 잘났기에?
man은 격심한 염오를 입귀에 물고 곁눈질로 《혼다 125》이 물견을 째려보았다. 고산지역의 수도물오듯 질금이는것을 보며 자존을 기살려키워 한가슴 체중되였던것을 벅차게 뿜어냈다.
2,
...뻐스가 지나갔다.
《캐딜락》이 지나갔다.
자전거가 지나갔다.
봉고차가 지나갔다.
《쌍타나》가 지나갔다.
《벤츠》가 지나갔다.
《라다》가 지나갔다.
모터찌클이 지나갔다.
령구차가 지나갔다...
man은 차량의 호수를 물끄러미 지켜보며 구조선을 체념한 무인도의 사람처럼 길녘에 뿌리내려있었다. 안해가 친정에서 돌아왓다. 그 안해와 가두판사처로 가서 리혼협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더는 이렇게 들볶으며 멀미나게 살지 말자요.
표정에 티끌 하나 묻히지 않고 눈앞을 얼굴 정도로 차겁게 내뱉는 안해앞에서 man은 더는 항변을 못했다. 리혼증에 박힌 지문의 파문이 일렁이는 호수처럼 보였다. 애정의 균렬로 흘러서 이루어진 피의 호수같은...리혼수속료 51원씩 냈다.
-하필이면 1원을 덧붙일건 뭐람?
백지장처럼 지워진 머리에 무엇을 써넣을지 몰라 해도 안해도 좋을 괜한 소리를 되뇌이였다.
살인적으로 무더운 날씨엿다. 마지막성찬으로 랭면옥으로 갔다. 일에 부딪혔을 때 남자보다 은정을 찾는 녀인의 특유의 심리라 할가, 큰일을 치르고난 뒤 이상하게 찾아드는 기아감이라 할가 안해는 국수를 잘고 먹어주고있었다. 후룩후룩 소리까지 내면서 국수발을 끊었다. 비정한 안해의 그한 모습을 지켜보며 결국 너와 나는 마음의 번지수가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둘사이에 끼인 딸애도 가정의 이변을 느끼지 못한채 엄마처럼 맛나게 먹어주고있었다. 허나 man은 도무지 수저를 들수가 없었다. 연약해지는 심기를 감춰보련듯 공연히 딸애의 국수 그릇을 휘저으며 자꾸만 국수발을 끊어주었다...
방학을 맞은 운동장 같은 방에서 재떨이가 포식하도록 담배꽁초를 수북히 담다가 man은 쫓기듯 몸을 일으켰다. 안해가 가지고 떠난, 기물을 놓았던 벽체의 거뭇한 자리와 자기 사진만 뽑아내여 치아빠진듯 불썽사나운 사진액틀, 여기저기에 다 가져가지 못하고 흘려버린 딸애의 미니 장난감들... 그것들이 man에게는 뭉근한 시각적 괴로움이였고 천성으로 연약한 그의 마음을 칼끝처럼 에이고있었다. J에게로 전화를 넣었다. 아무하고라도 아무런 내용이 대화라도 나누고싶었다. 허나 뚜-뚜-하는 발신음만 들려올뿐이였다. 더 이상 있다가는 질식할것만 같아 할일없이 네거리로 뛰쳐나와버렸던것이다.
멀리 천교가 보였다. 귀신다리! man은 다시 한번 시디신 전률을 느꼈다. 며칠전 과학기술협회 연구일군들이 그를 찾아왔다.
-선생의 대뇌는 1368.3그람이였습니다. 이는 일반 사람들의 대뇌의 평군치를 30그람정도 초과한것으로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뇌도 1330그람. 레닌의 뇌도 1350그람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된뇌 피질충에는 적어도 150억개의 세포가 있는데 그 기억용량은 당대 가장 완벽한 컴퓨터계기를 훨씬 초월하고 있지요. 사람들이 기억을 더듬을 때 대뇌가운데서 산생된 전류가 시각신경, 청각신경,추각신경 및 촉각신경 구역을 자극하여 그 내용을 떠오르게 하지요. 그 정보를 수송하는 기관을 신경원 (神經元)이라고 합니다. 그 신경원과 뇌세포의 발달차이에 따라 천재와 백치가 결정되는거죠. 선새으이 신경원의 능동비례는 정상인데 비해 13배나 높았습니다. 선생,선생은 천재입니다...
다음은 유전학쪽으로의 연구였다. man 역시 자신의 IQ의 높낮이보다 이쪽에 흥취가 더 컸다. 부모라는 낱말의 함의에 대해서 전혀 모른채 복리원에서 딱딱한 병영생활처럼 자라온 그에게 있어서 피를 넣어주고 골육을 세워준 친부모에 대한 확인만큼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격동하지 마시고 들어주십시오. 선생의 모친은 이미...사망한지 오래됩니다. ...자연사(自然死)가 아니였습니다... 부친은 찾을 길 없습니다... 왜냐 하면 선생의 어머니는 결혼전에 선생을 배게 된후 선생의 부친으로부터 배신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그리하여 선생의 모친은...다름아닌 그... 그 천교에서 뛰여내렸던것입니다...
천교, 아니 그 《귀신다리》가 가까와지고있었다. 도회지의 려관을 위해 그 고풍스런 다리를 철수하고 신축하기로 하였다. 헬멧을 쓴 일군들이 벌딱지처럼 붙어 교량에 붙었던 광고판들을 떼내고있었다. 그 화려한 가림판들을 떼내자 다리의 시르죽은 원색이 보였다. 풍진세월에 찌든 로모(老母)와 같은 다리가 강바람에 떨고있었다.
-내가 바로 이 도시에서 유명한 귀신다리 일화중의 한 배역이였군요. 왜 그렇게 총망히 가시였습니까? 왜 하필이면 그런 길로 가시여야만 했습니까? 왜 나를 남기셨습니까? 홀로 남아서 이 세상 모든 고단함을 홀로 받게 만들었습니까? 어무니, 어무니이-
어덴가 어머니가 뛰여내리기전에 섰을 곳을, 자기를 내려 놓았을 곳을 더듬으며, 그 체온을 감지하련듯 man은 다리우에 점도록 서있엇다. 자신은 곧바로 어머니의 비극의 속편이고 그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을 망가뜨리면서라도 돈많은 속물의 궁둥이뒤에 묻어앉기를 원했던 자기 신변의 녀자나 하루가 멀다하게 상대를 바꾸면서 말세나 온듯 육욕의 향연을 벌리는 옆집녀자에게는 쥐벼룩만큼도 안될 그 무엇을 지키고 저 어머니는 한몸을 살라버렸다. 그리고 어머니가 한몸으로 지킨 그 무엇을 혈연으로 이어받고 고수해왔기에 자신도 가정을 잃었고 직장에서 신빙성을 잃었으며 서러운 시대 어느 뒤안길의 락오자로 내동댕이쳐졌다. 왜, 왜서?
다리는 시공안일군들과 교량 철수직전의 기념을 남기려고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행객들로 시끌벅적했다. 그 란무속에서 빠져나왔다. 박살난 유리처럼 해빛이 잘그랑 잘그랑 쏟아져내리고있었다. 허나 그한 땡볕에서도 man은 까닭없는 한기를 느꼈다. 죽음처럼 엎드린 신작로 복판에서 행위의 좌표를 정할 길 없어 허둥대고 있었다.
-어무니, 난 어떡하면 좋아유???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를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5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6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7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8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9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0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1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였소.
(다른 사정은 없는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리상《오감도》시 제1호
1,
...상우에 차거운 빛을 뿜는 피스톨이 놓여있다.
man은 비겁하게 낯가리개를 한 그 사람의 작은 눈을 쏘아보고있엇다. 낯가리개를 들추며 솟아오른 더덕더덕한 여드름에 구토감을 느꼈다. 도박장밖에는 틀림없이 이 도박자가 타고 온 모터찌클이 세워져있을것이고 그 모터찌클은 틀림없이 《혼다 125》일것이며 그 안장우에 언젠가는 자기와 도타왔으나 지금은 이 사람과 눈맞고 배맞은 한 녀인이 앉아 금반지를 네개 낀 손을 초조히 맞비비며 기다리고있을거라고 man은 감각으로 느끼고 있었다.
-꼬옥 이자를 쏘아넘겨버려야 하는거다!
즉물형타입의 상대는 살벌한 미소를 짓고있었고 man은 선혈처럼 솟아오르는 통한을 느끼고있었다. 두사람 천천히 손을 쳐들었다.
-이번엔 꼭 주먹을 내야 하는거야. 주먹을 내여 내 사랑과 내 가정을 부숴뜨리고 내 자존의 목을 자르고 왕소금을 뿌린 놈을 작살내야 하는거야!
땀으로 화락하니 젖은 man의 주먹이 윙-울었다.
주먹, 드디여 주먹을 내였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꿈속에서마저 마냥 지녀야 했던 자격지심을 강잉히 누르며 마침내는 주먹을 내였다. 그런데... 상대가 낸것은 보,보였다. 자기한테서 간활하게 활용되여 항거할수 없는 위세로 자기를 흔적도 없이 덮어버린것이였다. 상대가 낄낄하고 음습하게 웃었다.
-그러면 움명의 도박장에서 나느 영원한 실패작이란 말인가?
man은 체념처럼 피스톨을 잡았다. 태양혈에 가져다 붙였다.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수 없다. 그래도 끝머리에 가서는 마냥 내게 새롱누 꿈의 여지를 남겨주지 않았던가? 난 거꾸러지지 않을거다. 난 살아남아야 한다!
man은 일루의 희망으로 처량하나마 웃음을 입귀에 담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요란한 총성과 함께 화염이 슉-뿜겨나왔다...
사무상우에 포개져 잠이 들었던 man 소스라쳐 꿈의 독아에서 푸렬났다. 식음담으로 온몸이 물자루가 되여있었다. 언제 보아도 어수선한 꿈에 기력을 탈진한듯 man은 쏘파로 가서 몸을 던졌다.
요사이 man의 부서에서는 새로운 극이 개봉됐다. 체제개혁의 강압에 부장님이 마지못해 병퇴를 했다.
-난 아직도 식보가 좋은편이요. 기관지가 좀 나쁘고 심근 경색이 있어 그렇지 큰 병증같은것도 없다우. 그래 전렬선으로 좀 고생하오만 그건 나이 들면 누구나 의례 가지게 되는 집체병 아닌감?그리구 한달에 한번 꼴씩은 로친네를 잠 못자게 들볶을만도 하구...
부장님은 자꾸만 주해를 달고있었다. 그 주해를 읽을 사이도 없이 동료 1이 부장자리로 승격했다. 이 동무는 동료들과 단결이 좋습니다. 회사의 각종각향 규률을 엄수합니다...승격추천리유는 간단했다. 부장후선인의 사업실적보고서는 한문으로 써야 했다. 그 보고서는 《팔뚝굵은 사람》이 마늘을 두지 않은 료리쪽으로 한끼니 청을 받고 써주었다. 그 료리를 곰삭일 사이도 없이 게를 잡는데 바위돌 들었던 사람은 원 부서에서 자료실로 배치되여 내려갔다. 회사에서 자료실은 로년한쪽이거나 사무원 가족들이 맡아하고있었다. man은 지금 작은 마누라가 들어오니 소박받고 뒤채로 밀려난 본댁의 처경이 돼버린것이였다. 세상을 문자돌림으로 파악하는 책상물림인 man으로선느 자신의 파면에 대한 까닭을 도무지 알길이 없었다.
-아니, 이 동문 공작을 잘하고있지 않소? 유력한 뒤받침이 될텐데...
모두들 의아쩍은 낯빛을 지었다. 허나 새로운 내각을 꾸미기에 나선 신임부장은 손을 저으며 NO!를 불렀다.
첫째: 자료실 역시 회사의 중요한 부서로서 유생력량을 보충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이 동무는 군중기초가 박약합니다.
셋째: 업무에 안착하지 않고 사사로운 일에 집착합니다.
넷째:가정무순이 있습니다.
...로부장과 man의 환송식을 한꺼번에 햇다. 비닐 안경테를 금속테르 바꾸어낀 신임부장이 시큼한 냄새가 배인 웃음을 휘뿌리며 권주를 했다.
-부장님 환갑때 부르십쇼. 그리구 자료실량반, 일터가 바뀌였다고 정서파동하지 말고 계속 그 본새로 착실히 해나가게나. 자료실이 얼매나 좋은덴가. 한가하지 ,볼거리가 풍성하지, 변상적인 료양소일세그려,자넨 참 복있는 사람이야. 이제 그곳에서 자네 팔뚝 더 꿁어지면 야단인데.후핫핫.
-종종 마작놀러 오게나. (부장은 여전히 허전한 기색을 고쳐짓지 못하고있엇다.)그런데오늘이무쓴요일이던가?...그래 목요일이지...그럼 래일 주말이니깐 래일부터라도 오라구 사람이 늙어지면 금수저로 성찬을 먹여줘도 섦고 허전한 법이야.
-아유,아바이두요 이젠요 그 마작두요 삼가해서요 노시라구요. 이제 보니요 신체에두요 덜 좋은 놀음이였어요. 도박 성질을 띠지 않았는가요. 고상한 취미쪽으로요 생각해보시라구요. 낚시질에요 취미를요 붙인다던가요.
부장님과 어우러져 낚시협회 신임회원으로 발탁된 동료2는 강가의 돌에 걸채여 발목을 삐여먹고있었다. 통증으로 낯살 찡그리면서도 그녀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죽많은 음성으로 고유의 그 감탄사를 련발했다.
-나 말이예요,낚시 말이예요.굉장히 좋아한다구요.
그리고 얼마 못되여 갓 배운 낚시재간으로 출국연수지표 한장을 낚아올렸다. 그것은 적절히 말해서 man이 먼저 맡아놓은 호수에서 그의 미끼를 훔쳐 밤낚시로 낚아올린것이였다.
-부장님요. 나 돌아올 때요.낚시대 사가지고 올게요. 그곳 낚시대요 참 질량 좋다 그래요. 나 말이예요, 낚시 말이예요,굉장히 좋아하잖아요.
man은 이렇게 그들의 막간극같은 빈번한 연기를 그저 보조역조차 맡지 못한채 지켜만 볼뿐이였다. 그들앞에만 나서면 웬지 기름독에 바진 날곤충 같은 무기력을 느끼군했다.
자료실의 늙수그레한 일군은 치질이 도져서. 아줌마일군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두번째 임신을 해서 나오지 않고 자료실에는 man혼자뿐이였다. 집에 가도 혼자, 회사에 나와도 혼자였다. 일전처럼 말추렴에 들지 않아 좋은 점도 없지 않았지만 벼처럼 앞을 차단한 책장사이에서 때지난 책들이 내뿜는 매큼한 냄새가 눈이며 코를 폭폭 쑤실 때마다man은 물밑에 처박힌 조약돌처럼 질식하고 닳아져가고있는 자신을 느꼈다.
man은 다시 한번 밖으로 나왔다. 화단에 코스모스가 기장차게 피여있었다. 다른 꽃들에 비해 높아 어덴가 싱겁게 보였다. 그리고 다른꽃에 비해 미약하고 엉망한 꽃내음이지만 그 내음마저 기꺼이 맡으면서 man은 화단의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정오였지만 하늘은 해를 잃고있엇다. 그리고 회사의 뜰은 여느때보다도 시끌벅적했다. 회사 빌딩의 이마우에 걸었던 구호판을 떼내고 광고판을 올리고있는중이였다. 원 구호판에는 《차세기의 인재를 발굴 육성하자!》라는 글발이 주홍글자로 씌여있었다. 새로 올리는 고아고판에는 《회춘령!당신의 남성을 지켜줍니다.》라고 네온싸인이 둘레를 친 속에 즉물적인 내용이 아름다운 미술체로 박혀있었다.
호르륵-마천루에서 호르래기소리가 울렸다. 누군가의 구령소리도 울렸다. 문뜩 그 무양하던 소리의 질서를 깨뜨리며 경황한 웨침소리가 울렸고 그와 함께 마파람소리가 휙-울렸다. 끌어당기던 동아줄이 끊어지며 광고판이 떨어져내렸던것이다. 광고판은 꺼시시 나래를 편 독수리마냥 추락해내리며 코스모스 피여있는 화단을 덮어버렸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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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자의 뇌부는 엄중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애초엔 식물인으로 될가 걱정을 했더랬는데 지금 저만침 개복한것도 기적이 아니라 할수없습니다. 환자의 대부분 기억력은 이미 상실 되였습니다. 마치...지워버린 카세트록음대 같다고나 할가요. 그리고 타격으로 말미암아 대뇌공능이 크게 쇠퇴되였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지금 환자의 지력상수는...다섯살짜리 어린애 정도밖에 되지 않고있는겁니다.》
뇌과병원 주치의사는 위생모에 때지난 곤색옷차림을 하고 엉성하니 앚아있는 한 데데한 아줌마에게 man의 병세에 대해 자상히 설명해주고있었다.
병세가 엄중한데 반해 man에게로는 문병오는 손님이 전무하다싶이 되고있었다. 환자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령도같아뵈는 사람 한둘이 얼굴 한번씩 보이더니 이제 와서는 발길이 완연히 끊기다싶이 하였다. 달포에 한번꼴로 직장의 재회일군이 공비값의 70프로쯤 되는 액수를 가져오군했다.
-우리 단위서 혹덩이를 만났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뒤씻개를 받쳐줘야겠나요?
재무과 아낙이 내놓고 배배탈린 소리를 했다. 다음으로는 유한한 모습을 지은 녀자 하나가 보러왔다. 모터찌클뒤에 앉아왔는데 웬 영문인지 그 모터찌클임자는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까닭없이 미간에 찬바람이 일고있는 녀자는 면회를 거절했다.
-환자에게 영양품이나 사주세요. 주치의사에게 적선하듯 300원을 뿌려주었다. 누군가고 캐여물으니 그저 그렇게 되는 사람이예요.하고는 온역이나 피하듯 병동을 뛰쳐나갔다.
-언제 봐도 흑싸리같이 거북살이라니깐.
낮으나 짜증기에 젖어 흘리는 소리를 병실의 문이 닫힌는 사이에 주치의사는 분명 들을수 있었다.
주치의사는 man이라는 이 환자에 대해 다소 알고있었다. TV에서 장끼표현프로에 자주 나타나 천부적인 기억력을 과시하던이였다. 의학분야에 몸담고있는 신분으로서 또한 무신론자였지만 그의 신이 내린듯한 기억력에 감복이 가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다. 하여 이 불운한 환자에 대해 여느 환자보다 손길을 많이 돌리군 했다. 대뇌에 손상을 입고 그 기는이 쇠퇴된 환자들은 가끔가다 하나의 물체. 한마디의 소리 등 일상의 한소절에서 충격을 받고 그 기능이 다소 회복되는 경우도 있었다. 의사는 환자가 불운을 당하기전에 쓰던 물건들을 그앞에 난전처럼 벌려보엿다. 환자는 그중에서 단 하나만 골라쥐였다. 책이였다. 《여섯사람의 낭떠러지》라는 추리 소설이였다. 소설은 마지막 장절에 가서 접혀져있었다. 그리고 그 갈피에 《 J》라는 영문자모가 씌여있었다. 일곱자리수자도 적혀있었다. 영문자모뒤에 이음표를 긋고 적은걸 보아선 《 J》라는 그 불명의 대호에 상응한 전화번호 같았다.
주치의사는 그 번호를 눌러보았다. 화사한 목소리의 임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전화를 걸기까지의 경위에 대해 이야기했다. 녀자는 잠자코 들어주고있엇다. 그런데 나중에 동을 단 녀자의 말이 애매하고 무여지했다.
-그렇긴 한데요. 헌데 그것이 저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요?
주치의사는 인도주의각도로부터 환자의 회복을 위해 많은 협조를 달라고 세세히 그 의도를 규명했다. 허나 녀자는 채 듣지도 않고 전화를 절컥 끊어버렸다.
환자는 그 추리소설을 종일 쳐들고 식자본을 떼는 아이들처럼 또박또박 읽군했다. 꼭 그 책에 관련된 사연이 있을거라고 의사는 다시 한번 그 J라는 녀자에게로 전화를 넣었다. 이번에는 화사한 목소리의 임자에게서 나온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투명한 고음이 튀여나왔다.
-왜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요. 나 그런 사람 몰라욧! 주치 의사는 그 몰풍스런 태도에 격노했으나 다른 용빼는 수는 없었다. 의사는 대체 웬 감투끈이냐고 《여섯사람의 낭떠러지》라는 제명의 소설을 마지막까지 거듭 읽었다. 공학박사 하나가 있었는데 그 재능을 질투하고 그 사랑과 돈에 련관되는 일련의 욕념으로 동료 다섯이 함께 살인을 모의,뛰여내려라 낮은 낭떠러지다!뛰여내려라. 그만한 용기도 없어?뛰여내려라. 넌 모든 면에서 팔뚝 굵잖아?뛰여내려라. 네가 못하면 우리라도 할수있다...고 술마신 이를 합세하여 들볶은데서 멀쩡한 사람이 천지분간 못하고 뛰여내렸다는 그런 심경 추리소설이였다. 읽고나서도 의사는 환자의 심태를 엿보아낼 그 무엇을 찾아내지 못했다.
-왜서 이 소설을 이렇게 즐겼을가? 이 소설과 J라는 녀자와는 어떤 관련의 끈이 있을가?
man이라는 환자를 받은 뒤 그 환자의 처경으로부터 여느 환자와는 달리 자꾸만 그 무엇을 더듬게 되는 의사였다.
그런 환자에게로 오늘 요행 면회를 오는 사람이 있었다. 어덴가 조촐하고 어수룩하기까지 보이는 아줌마였지만 의사는 반가움을 느끼며 알듯말듯한 표정을 짓고있는 그에게 환자의 병세에 대해 소상하게 이야기해주었던것이다.
-환자를 한번 보시겠습니까?
주치의사는 여전히 진지한 태도로 man의 회사에서 청소부 노릇을 하고있다는 그 아줌마에게 물었다.
-네에...아줌마가 무춤 몸을 일으켰다.
-그저 밖에서 조용히 보고 돌아가십시오. 새로운 자극을 주어선 안되지요.
...살창을 댄 뙤창으로 까치발을 하고 아줌마는 병실을 들여다보았다. 독실이였는데 침대에 올방자를 틀고 앉은 표나게 수척해진 man의 모습이 보였다. 치료의 편리를 위해 까까머리를 하고있었다.아래턱이 길어보였고 어덴가 괴기스럽게 보이기까지했다. 종일 실내에 갇혀있은탓인지 표상은 몹시 해갈했다. 어제날의 발랄하고 예지와 정력으로 빛나오르던 모습은 오간데 없고 나비가 훌쩍 날아가버려 빈 고치만 댕그러니 남은 경상을 아줌마는 놀랍게 실감하고잇었다. 나무인형처럼 무표정한 기색으로 man은 열심히 손벽을 마주치고있엇다.
-가엾은 사람...
련민의 빛이 어린 아줌마의 눈확으로 물빛이 그들먹이 고여올랏다. 위생모를 벗어 추연해진 눈언저리를 닦으며 의사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불쌍한 사람인데...의사선생님...잘 부탁합니다.
아줌마는 진득한 한숨을 짓고나서 병동을 나섰다.
그뒤로 짝짝하는 박수소리와 더불어 유아들같이 목청을 한껏 살린 환자의 야릇한 소리가 병동에 공명이 되여 울려나왔다.
-리자로 끝나는 말은 우리,유리,소리,보리,머리,허리,다리,파리,거마리,병아리,머저리...
-리자로 끝나는 말은 우리,유리,소리,보리,머리,허리,다리,파리,거마리,병아리,머저리...
1998 [도라지]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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