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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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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같은 맥주, 메기같은 친구들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3991  추천:75  작성자: 김혁

 수 필


 애인같은 맥주, 메기같은 친구들

 김 혁

 

 

 
내가 호주가(豪酒家)라는것은 문객들이고 보면 다 아는 일이다. 10년전이던가 내가 경모하는 어느 한 작가분이 이외의 사고로 애닯게 요절했을때 비감을 못이겨 동년배 문우 s와 함께 맥주 한박스를 다 재끼고도 열병을 더 터뜨려 마인 일화가 있듯이 주량도 크고 그 애주사도 꽤 길다 할수 있다.

내가 선호하는 쪽은 맥주쪽, 일상에 치대여 볼품없이 이즈러진 몸과 마음의 구김살을 펴이러 미샤를 가는 사람처럼 명심해 찾는곳이 맥주집이다. 회사에서는 조금 멀리 벗어나 국자가로 곧추 대여 가다 옛 뻐스역 부근의 꿈속같이 조매로운 골목길을 찾아들면 작은 간판을 이마전에 떠인 내 단골맥주집이 나타난다. <<다시 오지마세요(再不來)>>맥주집. 술군들의 역반심리를 꼬드기는 차암 묘한 이름의 맥주집, 그 <<오지말라>>는 곳으로 나는 자꾸만 온다.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몸매도 성미도 맥주같이 풍요로운 맥주집 마담의 반겨맞는 웃음이 맥주거품처럼 부풀어 오른다. 마담이 소방두같은 손으로 북북 찢어서 마른 안주를 챙겨준다. 랭장고에 언녕 넣어두었던 찬 기운이 불려앉은 맥주병을 날라온다. 언제봐도 반갑기만 한 맥주병을 가슴앞에 다정스레 껴안고 살풋이 마개를 딴다. 배불뚝이 유리컵에 맥주를 넘쳐날듯 부어 놓는다. 그다음에는 맥주를 마이기전의 나만의 독특한 제슈체어(行爲)가 있다. 저가락 뒤끝으로 맥주잔을 몇번 휘젓는것이다. 그러면 맥주거품이 활화산의 용암처럼 자오록히 분만해 오른다. 거품은 단지 외적인 멋스러움뿐아니라 탄산가스의 방출을 억제하고 공기와 접촉해 맥주맛이 변하는것을 막는 차단막역할을 한다. 때문에 차고 거품많은 맥주를 나는 좋아한다.


사랑순위에서 맥주를 마누라 먼저 놓는 독일사람들은 맥주거품을 <<부르멘>>이라고 부른다. 부르멘이란 독일어로 꽃이라는 뜻. 그렇게 꽃에 입맞추는 기분으로 거품이 피여나는 맥주에 입술을 담그고 두눈을 느스름히 감은채 단번에 비운다. 울대뼈가 피스톤처럼 작동하며 지극히 신선하고 지극히 구수하고 지극히 아싸한 맛이 식도를 타고 가슴가운데로 흘러내린다. 일신의 혈관을 들말처럼 줄달음놓는 그 감미에 정신이 노곤해 진다. 육체와 정신의 엑스타시상태가 곧 바로 이 순간이다. 불에 달구어진 무쇠처럼 정신이 노글노글해지고 기분이 좋은 이때면 어느 시인의 맥주를 바다와 애인에 비유하여 읊은 시가 맥주잔속에서 굼닌다.

<<사랑하는 이를/ 거품 물도록 부르다 지치는/ 갈증의 밤이 그대에게 오더라도/ 한잔의 생맥주로/ 가슴을 적실줄 알아야 한다/ 애인이여, 애인이여/ 물건너 간 녀자여/ 네가 잠수하던/ 바다의 깊이는 얼마인지 몰라도/ 바다속에 치렁이는 머리카락 다 풀어버린 그대는/ 언제나 내가 마시던/ 한잔의 생맥주속에 있다/ 바다에서 떠오르던 비너스처럼/ 그 알몸 그 물기 그냥 그대로/ 용해되지 않고는 못배기는/ 한잔의 생맥주 속에 있다가/ 내 가슴속에/ 싸아하니 싸아하니/ 침몰해 버렸다>>

술에 대한 나의 감수성도 이 한수의 시처럼 자유분방하다. 비해 말한다면 매운 소주는 내게서 형님같고 걸죽한 탁주는 내게서 외할배같고 화려한 포도주는 내게서 귀부인 같다. 그리고 맥주는 내게서 애인같다. 어덴가 걸맞지 않는 련상인지는 몰라도. 시시때때 보고 싶고 유독 나만의 맛망울을 알아주고 내가 버려도 결코 나를 버리지 아니하는 맥주, 사내들이 은근히 추구하는 애인의 양상이요 타입이 아닌가?
 


맥주를 마시면서 내가 혹애하는 특이한 안주가 있다. 마른 메사구 안주이다.즉 포를 뜬 메기를 말한다. 보기에 해볕에 그슬린 농부자 나그네의 근육이 삐여지고 검실검실한 팔뚝같은 그 툽상스럽기 그지없는 메사구의 맛이 그렇게 맥주에 꼬옥 사개맞을수가 없다. 메사구 안주 하나면 맥주좌석을 충분하게 둥글게 가꾸어 갈수있다.

우리 문인들중에서 메사구안주를 <<한점의 불꽃으로부터 료원의 불꽃으로>> 전파한 장본인이 바로 나다. 어느 한번 신문사에서 밤일을 하고 자정이 넘게 되였는데 불빛이 있는 맥주집을 찾았다가 처음 메사구안주를 접하게 되였다. 북어가 다 떨어지고 없기에 주인이 <<꿩대신 닭>>이라며 메사구 안주를 내놓은것이다. 그런데 미안쩍게 내놓는 그 메사구 안주가 맥주에 벼려진 맛망울에 일점불차없이 들어 맞을 줄이야!

<<가을 상치는 문을 닫아 걸고 혼자 먹는다>>지만 이렇게 맛나는 술안주를 어찌 나만 맛볼수 있으랴! 그래서 역시 나처럼 맥주라면 사죽을 못쓰는 친구들을 메사구집에 청해들였다. 다도(茶道)를 전수하는 사범처럼 조심스레 메사구를 찢어주며 맛보라고 했다. 쓴 첩약맛보기처럼 어덴가 보기에 안쓰러운 메사구를 조심스레 입에 넣던 그들의 입에서 급기야 맥주거품과 함께 굳(good)!호우(好)! 조오타!가 연줄로 튀여 나왔다. 술몇잔 못하면서도 안주만은 무척 가리는 까탈스런 량반들은 골살을 찡그렸지만 성미가 헌활한 우리 친구들은 거개가 메사구를 즐겼다. 그로부터 맥주를 좋아하고 메사구를 좋아하는 그룹이 자연스레 형성되게 되였다. 그중에는 소설가도 있고 시인도 있고 평론가도 있고 박사도 있고 편집인도 있고 요사이엔 녀류작가들도 몇분 가세하여 제법 문학파티, 메사구 파티가 열려 지고 있다. 날씨가 자못 쾌청한날, 퇴근을 반시간쯤 앞둔 즈음에 핸드폰이 울리면 그것은 어김없이 메사구집에가서 맥주를 들자는 신호이다. 주고받는 통화도 지극히 간단하다.

<<메사구집 오게나>>
<<그래, 메사구집 갈게>>

암호같은 짤막한 말마디를 주고받고 나서는 택시를 타고 절박하게 달려가 이제는 문학인들의 쌀롱이 되다싶이 한 그 메사구집에서 만난다. <<더운 소주를 마시면 위가 상하고 찬 맥주를 마시면 간이 상한다. 하지만 술이 없으면 마음이 상한다>>는 술군들의 유머가 있다. 밥과 물이 육체의 수요라면 술은 정신의 수요라 할가? 여하튼 일상에서 술이 없으면 외려 마음의 좌표를 정하지 못하는 우리다. 사흘에 한번꼴로 잦게 만나서 맥주잔 기울이고 메사구를 뜯군한다. 이 몇년간 우리가 뜯은 메사구가 화물차로 몇바곤쯤은 될거다.우리가 단골자리를 바꾸자 몇몇 메사구집은 문을 닫은 일례 까지 있다.

메사구맛에 환혹된 우리들에게 자밌는 일화도 많다.
<<메사구를 중국어로 뭐라고 하남?>>
어느 한번 누군가 술상에서 얼결에 묻자 너나가 말문이 딱 막혀 버린적 있다. 내가 중국어 음을 따서 우수개로 <<每色鬼(사람마다 색미치광)>>이라고 번역했더니 했더니 친구들이 구을러 가며 웃었다. 허나 그에 대한 문학박사 G의 분석은 자못 진지하다. <<沒色鬼>>라 함이 어떠냐고 했다. <<색미치광이가 여기에 없습니다>>는 뜻이 아니라 여기서 (沒)는 없다는 뜻, (色)은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色卽是空)>> 즉 비였다는 뜻, (鬼)는 말그대로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니 역시 형체가 없다는 뜻, 몸과 마음을 비운 편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는것이다. 그 명분석에 감복하여 갈채를 올리며 우리는 술 석잔씩 크게 기울였다.

시인 L은 국외에서 몇달간 체류한적 있는데 그곳의 이방적인 음식이 입에 쇠통 맞지 않아 식탁에만 앉으면 온통 고향의 bc맥주와 메사구가 머리에 떠오르더란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집에 들리지 않고 트렁크를 든채로 메사구집으로 곧추 찾아 갔다. 시원하고 입맛에 맛는 고향산 bc 맥주에 오매불망 그리던 메사구를 어금이 아프게 아귀아귀 뜯고나서 그제야 직성이 풀린듯 만족의 신음을 토하며 집으로 갔다고 한다.

몇달전에는 전국각지의 뜻맞는 기성문인끼리 인터넷 동호회 하나를 만들었는데 문학정보담이며 우정이 담긴 이야기가 오가는 동호회게시판에서 메모뒤끝이면 의례히 메사구가 등장한다.

<<길림의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남자>님, 연변에 안올라나? 메사구 한턱 단단히 낼게요.>>

<<소주의 <해녀>님, 홈페이지 잘 꾸몄더군요. 소주에선 어떤 음식이 인기죠? 여기선 메사구가 일품인데요>>

<<북경의 <남이>님 입주축하합니다. 꽃다발과 메사구 드립니다>>

<<<따거>님, 장편탈고를 축하해 메사구에 bc 한잔 듭시다요>>

메사구가 그 무슨 련인들지간의 사랑의 징표인 장미나, 토착민들이 동굴을 여는 주문처럼 우리들의 사용빈도가 높은 어페로 되여 버렸다. 하도 메사구가 많이 등장하기에 우리 동호회 홈에 들렸던 한국문인 몇몇이 <<중국연변작가님들의 동호회에 들리니 메사구라는 말이 자꾸 나오는데요 대체 뭔데유?>>하고 궁금증을 삭이지 못하겠다는듯 게시판에 질문을 올렸다. 마른 메기안주를 말한다고 말하자 한국에서는 메기로 탕을 하지 포는 뜨지않는다며 그 무슨 황궁의 임금이 맛보는 <<룡봉탕>>이기나 한듯 메사구에 대해 흥취를 보이는것이였다. 명년의 연변행차 스케쥴을 잡고 만남과 교류를 약속하는 한국문인들의 메일뒤끝에도 어김없이 <<이제 연변가면 그 유명한 메사구를 맛봐야 겠습니다>>라는 메모가 덧붙군 했다. 이제 메사구는 연변의 작은 맥주집 식탁에 오르는 평범한 안주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메사구로 되였다.

맥주안주로는 단것을 피하고 땅콩이나 쏘세지, 햄, 팝콘, 샐러드 같은것을 곁들면 좋다고 료리백과에 씌여있다. 료리의 왕국인지라 중국에서는 술에 따라 곁드는 료리에 대한 학문이 더구나 많다. <<죽엽청>>에는 새우나 게같은 어류 료리, <<상원홍>>에는 닭고기 료리, <<청주>>에는 불고기, <<향설주>>에는 단것을 곁들어 먹어야 제격이고 했다. 허나 우리에겐 단 메사구면 족하다. 우리 메사구친구들은 랑비벽이 심한 신세대와는 다르다. 거개가 청빈한 문인들인지라 얄팍한 호주머니사정에 맞춰 싸구려 안주가 있는 메사구집에 온곱게 모여드는것이다. 그 사정을 헤아린듯 마담이 볶은 해바라기며 자기집에서 먹던 마늘장아찌며를 곁들어 주어 그 유니크(獨特)한 단위법으로 우리의 매일같은 술상이 만들어 진다.

메사구를 뜯으며 만드는 우리의 화제는 간단한 안주상과는 달리 풍요롭다. 요즘 읽은 판타지 <<해리 포드>>의 환상세계며, 요즘 상영되고있는 드라마 <<격정의 나날>>에 대한 감동이며, 애급금자탑 발굴과 관련한 기문이며, 컴퓨터 조작에서의 난해점이며, 영원한 숙제같은 가정문제며...고금중외 동서남북을 넘나드노라면 상이 둥굴어지고 머리속도 맥주배처럼 그윽히 차오른다. 그러다 메사구 육질같은 툽상스런 상소리도 가끔 올라 술상이 들썽하게 웃음잔치가 벌어질때도 있다.

술을 보면 로자로 남은 몇낱의 엽전마저 호기롭게 내쳤던 김삿갓은 안주가 없이도 술마시고 천하의 문장을 지어냈다. 그가 시구로 적다싶히 <<효빈탁주용반염(肴貧濁酒用盤鹽>>, 즉 안주가 없이 소금으로 안주를 삼고서도 시상에 취해 즐거워 마지 않아 한것이다. 우리가 간단한 메사구안주에도 술잔을 기껍게 기울이는 리유도 그와 비슷한데가 있는것 같다.

 



술을 즐기다보니 너나가 술에 관한 취문도 많이 알고 있고 우리가 취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미국의 생리학자 크리스찬, 아돌프가 발견한데 의하면 술에 엉망으로 취한 사람들을 세워놓으면 자기마당의 작용인지는 몰라도 10명에서 8명은 동쪽으로 간다고 했다. 이 론문발표를 듣고 로스안젤스의 경찰들이 실험을 해 보았는데 술집에서 나오는 취한들을 단속하여 벌금을 시키고 경찰서에서 내보내면 처음에는 어리벙벙해 하다가 모두가 동쪽을 향해 가더란다. 우리 메사구동아리들중 술량이 크다고 자부하는 이는 나와 평론가 f이다.모두다 다혈질이라 술을 마셔도 크게 마신다. 허나 묘하게도 두 사람 다 집이 동쪽켠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동아리들은 그렇게 술을 억벽으로 마셔도 집은 곧게 찾아간다.

소설가 c는 일전, 만취한 귀가길에 태기가 있는 안해가 시쿤 포도가 먹고싶다던 말이 요행 떠올라 밤시장에서 포도 몇송이를 사들었다. 새끼걸음을 꼬며 가다가 목이 갈해서 가는 도중에 포도를 다 뜯어먹고 맨 포도줄기만 들고 집에 들어섰다. 그래도 자기를 잊지않은 고주랑망태 남편이 고마워 안해는 꿀물을 진하게 풀어 드리더란다. 이렇게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우리 애주가들이다.

란세를 버리고 오골있게 살아간 옛 선비동아리들중의 대표로 떠오른 <<죽림칠현(竹林七賢)>>, 세상의 탁음이 싫어 대나무숲에 들어가 한평생 올바르게 살고자한 선비였던 그들은 한결같이 애주가였다고 한다. 그들중 맏이인 원적은 련일 60일을 술마신 기록이 있고 어머니가 림종했을때는 두말의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외 류령은 15말, 산도는 8말로 주량이 엄청 컸고 술을 제일 적게하는 혜강은 술을 마시고는 노래와 사를 읊어 술상을 둥글게 했으며 팔달은 괴이한 버릇이 있어 아예 발가벗은채 몸과 마음을 한껏 풀어놓고 마셨다고 한다. 그들은 술도 모르는 속물을 보면 백안(白眼) 즉 흰눈으로 대하고 술 지기를 보면 청안(靑眼) 즉 보통시선으로 대한 일화로 유명하다. 벼슬을 싫어했던 그들중에서 원적이 군관직의 말단의 벼슬이라도 맡은것은 군영의 창고에 수백석의 술이 저장되여있다는 소문을 듣고 서였다고 한다. 또 주량을 알수없는 대주가 류령은 술의 효용(效用)을 칭송하는 <<주덕송(酒德頌)>>이라는 작품을 짓기도 했다. 유유자적한 그 술의 찬미는 번거로운 현실에서 빠져나와 천지자연과 일체가 되고자 함이였다. 넉넉한 생성과 소멸의 섭리에 몸을 맡기는것이야 말로 참된 인간존재의 모습이라는 로자사상의 리념을 보여주고 있는듯하다. 이 장대한 몽상을 자신의 몸속에 끌어들이는것이 바로 술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우리의 메사구 동아리도 마침 일여덟명, 매사가 환금성으로 가늠되는 요즘 세월에 하필이면 문학에 현혹되고 문학에 기대여 사는 인물들이다. 우리는 장난기에 절어 스스로를 <<메칠현>>이라고 부른다.<<메칠현>>이란 <<메사구7현자>>의 준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화제와 술병을 찾아놓고야 비로서 풍류를 아는 선비로 대접했던 옛선비들처럼 일정한 술량과 메사구 안주를 즐기는 이들로 우리는 무어졌다. 우리들은 터무니 없고 매끄러운 대인관계를 싫어하고 금전 권력 명예따위에 초연하고자 하는 인물들이다. 문인상경(文人相敬)이 문인상경(相輕)으로 전락되여버린 요즘의 가슴 아픈 풍조속에서도 문인의 우정을 첫자리에 놓고저 하는 사람들이다. 술마시기 위한 본래적 행위가 아니라 술로써 매개되는 다른것을 이룩하기 위한 동감이 오가는 동아리이다. <<메칠현>>이 어우러지면 맥주 한박스쯤은 잠간새에 동이 난다. 리백님이 <<일두주백편(一斗酒百篇)>>으로 유명하다지만 당시 도량형으로 1두는 바로 1홉, 지금으로 보면 2리터의 분량이니 그닥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술을 그렇게 애착하면서도 문학공부에는 게으름없이 문단의 중견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우리 친구들이 바로 오늘의 <<리백>>이요, <<두보>>라고 자호하고 싶다.
그리스인들은 친구끼리 술상에서 약속을 다질때면 한손은 술잔, 다른 한손은 서로의 성기에 얹는다고 한다. 그들처럼 만취해서도 우리는 자못 진지하다. 우리도 술상에서 서로 약속을 다질때가 많다. 거개가 작가 아니면 편집인이라 서로의 문학지에 작품을 써주겠노라고 다짐하는것이다. 물론 그리스신들처럼 괴의한 방식이 아니여도 마음에 마음을 얹고 서로 이한 약속을 어김없이 지키며 빈혈증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의 문학예술지들에 신선한 활력을 주입할것을 서약하는것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에서는 품값의 일부를 맥주로 지불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농민은 하루에 1리터, 관리원 학자들은 5리터, 녀직원들도 대추야자의 과즙을 탄 달콤한 맥주를 좀씩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 정기적으로 맥주를 신심속에 주입해야 하는 우리는 문학의 위상이 떨어진 요즘세월에도 붙박이로 문학의 터전을 고수해나가는 자신들을 스스로 맥주라는 상패로 안위하고 장려하는것일가?

그 무슨 희한하지도 않은 메사구 하나를 놓고 흥감질이냐고 혹자는 웃을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메사구가 좋다. 그런 BC가 좋다. 중국속담에 <<석잔술이 깊은 교리를 알게 한다>>고 했고 로씨아 속담에는 <<술이 떨어질 무렵이면 친구도 떨어진다>>고 했다. 사람의 인품을 알려면 함께 술을 마셔봐야 안다고 했다. 즉 <<친구와 술에는 왕도(지름길)가 없다>>는것이다. 나는 나의 도타운 메사구 동인들을 사랑한다.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있는 문학을 사랑한다. 그 툽상스러우면서도 소박하고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친구같은 메사구와 순하면서도 사납고 사나우면서도 귀여운 애인같은 맛의 술을 사랑하듯이!

지리에서 북위 40~ 50도 사이를 <<맥주 벨트>>라고 부른다. 밀위키며 삿뽀로며 뮌헨이며 맥주가 많이 나는곳이 전부 다 이 위도에 위치해 있기때문이다. 그렇게 지도에 기록될만큼 맥주는 온 누리의 사내들이고보면 생명으로 선호하는 음료이요, 생명수다.

술은 사내들의 영원한 지중해이다. 그 물결속에는 사내들의 소모되여버린 수많은 추억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고 사내들이 넘어야 할 수많은 시련의 파도가 기다리고 있다. 매일같이 호매롭게 술의 해양속으로 잠수하는 사내들, 그곳에 진정 사내들만의 천지가 있다.

정토의 신천지를 찾아 미대륙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은 추수감사절때면 오염된 물이 몸과 마음을 더럽힐가봐 술을 빚어 마셨다고 한다.하여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술(spirit)이란 말은 령혼이라는 말과 꼭 같이 쓰인다. 잔잔한 술로 머리를 식히고 유쾌히 마시는 기분으로 삶의 의욕을 다시 북돋아주는 술, 나는 한잔의 술이 나의 령혼을 맑게 정화해 주리라 애주가의 변(辯)이 아닌 마음으로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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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3 ]

3   작성자 : 김혁
날자:2014-09-10 10:10:37
저는 이백의 권주가 한구절을 빌어 화답합니다.

進酒君莫停
술 권하노니 거절하지 말게나.
與君歌一曲
그대 위해 노래 한곡 부를테니
請君爲我側耳聽
귀 기울여 잘 들어 주시게
鐘鼓饌玉不足貴
풍악 울리며 산해진미 그것이 귀한 게 아니요
但願長醉不用醒
그저 취해 깨어나지 않길 바라고 바랄 따름이지
古來聖賢皆寂寞
옛부터 성현은 한결같이 고독 속에 살았지만
惟有飮者留其名
유독 술 마신 자만이 지금까지 이름 남겼네

2   작성자 : 손형국
날자:2014-09-08 16:48:40
권주가의 백미라는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로 화답하고 싶은 글입니다. 김 선생님과 메사구를 안주 삼아 술 한잔 나눌 날이 꼭 오겠지요? ^^
*
한 盞 먹새 그려 또 한 盞 먹새 그려
곳 것거 算(산)노코 無盡無盡(무진무진) 먹새 그려
이 몸 주근 後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가나
流蘇寶帳(유소보장)의 萬人(만인)이 우러네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모 白楊(백양)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제 뉘 한 盞 먹쟈할고
하믈며 무덤우희 잔나비 파람 불 제 뉘우친들 엇디리
1   작성자 : 호프맨
날자:2014-08-18 08:08:14
전문지식에 유머가 잘 버무려진 대단한 미문 잘 읽었어요. 이 자밌고 멋진 수필과 기차게 잘 어울릴 노래가 있읍니다. 미국에서 라디오 코리아라는 방송사를 운영하다 울릉도로 은퇴해 농사짓고 사는 가수 이장희가 부른 "한잔의 추억" 입니다. 한국에서 대히트를 쳤던 노래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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